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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러기 발명왕(1)
어미닭처럼 알을 품은 에디슨
토머스 앨바 에디슨. 그는 미국이 낳은 발명가로서 축음기, 백열전등, 영화 촬영기와 영사기, 전차 등 자신이 발명하여 특허를 낸 것만도 1천여 종이 넘는 ‘발명왕’으로도 유명하지만, ‘천재란 99%가 땀이며 나머지 1%는 영감이다’라는 말로도 널리 알려진 천재다.
실제로 이 말은 에디슨의 일생을 통한 좌우명이기도 했다. ‘좌우명’이란 자신의 생활신조로 삼는 격언 같은 말이다.
그리고 에디슨은 발명을 돈을 벌거나 자신의 명예를 다지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지는 않았다. 그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창조하는, 그래서 인류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발명가 정신이 투철한 사람이었다.
“나는 발명을 계속하기 위한 돈을 얻기 위하여 언제나 발명을 한다.”
이 한 마디가 그것을 입증해 준다.
그런 발명의 천재 에디슨의 꾸러기 시절은 어떠했을까? 한 마디로 여느 개구쟁이들과는 다른 면이 엿보이는 아이였다.
“그건 왜 그렇죠?”
무슨 궁금한 일이 그렇게도 많은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왜?’라는 질문이 시작되면 어른들도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을 정도였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끝까지 캐내려 하고, 그리고 무엇이든지 직접 만들어보거나 실험해봐야 속이 풀리는 끈기도 있었다. 그러나 순탄하지만은 못했던 어린 시절이기도 했다.
토머스 앨바 에디슨은 1847년, 미국의 오하이오 주에 있는 밀란이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베어낸 나무로 재목을 만드는 제재소를 운영하던 아버지 새뮤엘 에디슨의 셋째 아들이었다. 아버지는 제재소와 함께 곡물상도 겸하고 있었다. 그래서 집 뒤뜰에는 곳간이 몇 개 있었다.
어느 날 어린 에디슨이 오후 내내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와 누나는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봤으나 없었다. 겁이 덜컥 났다. 지난번처럼 개울에 걸린 다리를 건너다니면서 놀다가 물에 빠졌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까지 들었다.
“에디슨! 어디 있니, 에디슨?”
어머니와 누나는 집 주변을 살피면서 에디슨을 불렀다. 그러다가 곳간들이 있는 뒤뜰 쪽으로 갔을 때였다. 닭들이 무엇엔가 놀란 듯이 꼬꼬댁거리면서 왔다 갔다 했다. 어머니와 누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닭과 오리 등을 키우는 곳간을 들여다봤다.
“여기 있니, 에디슨?”
“쉿! 조용히 하세요, 엄마.”
어린 에디슨은 곳간 안에 깔린 짚더미 위에 엎드려 있었다. 그리고는 어머니와 누나에게 손짓을 하면서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었다.
“아니, 여기서 뭘 하는 거니?”
“아이 참, 조용히 좀 하세요.”
“뭘 하는데 조용히 하라는 거야?”
“병아리를 까는 중이란 말예요.”
“뭐라고?”
어머니와 누나는 뻥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문득 며칠 전의 일이 생각났다. 귀여운 병아리들이 어미닭을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던 에디슨이 어머니한테 물었다.
“병아리는 어떻게 생겨요, 엄마?”
“어미닭이 알을 품어서 깐단다.”
“달걀을 먹을 때 보면 병아리가 없는데 어떻게 생기죠?”
“어미닭이 따뜻한 가슴으로 알을 품고 3주일쯤 있으면 달걀 속에서 병아리가 생긴단다. 그래서 병아리는 알을 깨고 밖으로 나오는 거야.”
“따뜻한 가슴으로 품고 있으면 병아리가 생긴단 말이죠?”
보나마나 이 말을 들은 에디슨이 직접 실험을 해보는 중일 것이었다. 에디슨의 어머니는 달걀을 품고 있는 아들을 보면서 여느 아이와는 다른 구석이 있음을 눈치 챘다. 그리고는 사람이 달걀을 품으면 병아리가 생기지 못하는 까닭과 닭이 병아리를 까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 해주었다.
아버지의 제재소 사업은 점점 기울어가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열심히 일했지만 일거리가 차츰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에디슨이 7살 나던 해였다. 밀란 마을에 철도가 놓인다는 소문이 돌았다. 아버지는 몹시 기뻐했다. 철도가 지나가면 사업이 다시 생기를 띠게 된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의 반대로 철도 계획은 취소되고 말았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사람들 같으니라고, 더 이상 여기서는 안 되겠다.”
아버지는 이사할 결심을 했다. 그래서 에디슨 가족은 새로 철도가 놓인 미시간 주의 포트휴런으로 집을 옮겼다. 에디슨은 이때 생전 처음으로 신기하고 재미있는 기차 여행을 해보게 되었다. 에디슨과 기차와의 인연은 이렇게 해서 맺어진 셈이었다.
이사를 하는 바람에 에디슨은 다른 아이들보다 1년 늦은 8살 때 학교에 들어갔다. 에디슨이 입학한 학교는 엥글이라는 목사 부부가 운영했는데, 교장인 엥글 목사는 무척 엄한 선생님이었다. 또 그 부인은 매를 자주 드는 무서운 선생님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에디슨의 꼬리를 물고 한없이 이어지는 질문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물론 상상력도 나날이 풍부해졌다. 산수 시간에 신나게 들녘을 달리는 기차를 상상하다 느닷없이 증기기관에 대해서 질문을 하여 선생님을 놀라게 했고, 국어 시간에 창밖을 내다보다가 하늘이 왜 푸른가를 물어서 선생님이 화를 내게도 했다. 그래서 에디슨은 선생님에게 밉살스런 아이가 되었다. 걸핏하면 벌을 서거나 회초리를 맞기가 일쑤였다.
학교에 들어간 지 석 달째 되는 어느 날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에디슨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어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다시는 학교에 안 갈래요.”
“아니, 그게 무슨 소리냐? 학교엘 안 가다니?”
“학교가 싫어요, 엄마. 선생님도 밉고요.”
어머니는 에디슨을 잠자코 바라보다가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가볍게 안아주면서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 에디슨.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봐라.”
그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강에 대해서 가르치고 있었다.
“비가 내리면 땅에 스며든 물은 낮은 데로 흘러서 개울이 되고, 개울이 모여서 커다란 강이 되며, 강은 자꾸만 흘러서 바다로 들어갑니다. 풀이나 나무가 없는 곳에 스며든 물은 금방 흘러가버리지만, 나무가 많은 곳에 내린 비는 나무뿌리에 스며들어서 천천히 조금씩 흐르게 됩니다. 그래서 나무가 많은 숲속에는 늘 맑은 물이 흐르고 숲이 없는 황무지에는….”
그때 에디슨이 손을 번쩍 쳐들었다. 그 바람에 말을 멈춘 선생님은 못마땅한 눈초리로 에디슨을 바라보았다. 에디슨은 거침없이 질문했다.
“왜 물은 반드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만 흐르나요?”
“그런 쓸데없는 질문을 하려고 선생님의 말을 막았니? 넌 정말 바보 멍텅구리로구나.”
아이들이 킥킥거리면서 에디슨을 쳐다봤다. 에디슨은 얼굴이 벌개 졌다. 8살짜리 에디슨에게 ‘바보 멍텅구리’라는 조롱과 아이들의 비웃음은 회초리보다 더 아픈 것이었다. 가슴 속이 온통 분노로 부글거리는 것을 참지 못한 에디슨은 저도 모르게 교실을 뛰쳐나와 집으로 향했다.
에디슨은 뒷날 이 무렵을 이렇게 회상했다.
“학교가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습니다. 선생님도 미웠습니다. 지금도 나는 그날의 일을 똑똑히 기억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나를 미워했고 학교 성적은 늘 꼴찌였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까지도 나를 바보로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울면서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호소하는 어린 에디슨을 어머니는 따뜻이 감싸주었다. 그리고는 학교에 찾아가서 선생님한테 항의를 하고는 아들을 스스로 퇴학시켜버렸다.
“내 아들을 이런 학교에 맡길 수는 없습니다. 에디슨의 교육은 내가 맡겠습니다.”
이날 이후로 에디슨은 다시는 학교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학교에 전학한 것도 아니었다. 그 후에도 학교라고는 문턱도 밟아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훗날 세계적인 발명왕이 되었다. 그것은 어머니의 덕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전에 교사 생활을 한 적이 있는 에디슨의 어머니는 아들의 재능을 키워주는 교육방법을 썼다. 말하자면 에디슨의 머릿속에 숨겨진 재능을 키워주는 교육을 시킨 것이었다.
에디슨은 어른이 된 뒤에도 늘 어머니를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오늘의 내가 있게 된 것은 순전히 나의 어머니 덕입니다. 어머니는 나를 이해해주었고, 내가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공부를 가르쳤습니다.”
어머니는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아들이 이해하는 속도에 맞춰서 읽기와 쓰기와 셈하기를 가르쳤고, 소질과 재능을 키워갔다. 사실 에디슨은 스무 살이 되었을 때까지도 맞춤법이 틀리는 엉터리 문장을 쓰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에디슨의 위대한 인생을 놓고 볼 때 맞춤법이 틀린 문장 같은 것은 아주 사소한 일에 지나지 않았다. 그만큼 어머니는 극히 필요한 기초 교육만을 가르친 다음에, 에디슨의 소질과 재능을 일깨워주는 교육을 집중적으로 시켰던 것이다.
어머니는 에디슨에게 배움에 대한 즐거움과 책을 읽는 즐거움을 계속해서 심어주었다. 즐거움을 가지고 스스로 책을 읽고 공부하게 이끈 것이다. 그 당시에 어머니는 에디슨에게 로마제국의 멸망사라든가, 영국 역사, 세계 역사, 고전 명작들, 그리고 자연과학에 관한 책들을 읽혔다.
에디슨이 어머니에게서 자연과학에 관한 책을 받아들었을 때 그의 가슴은 이상하리만큼 울렁거렸다. 그는 그 책 속에 있는 실험을 하나하나 직접 해봤다. 그리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서 물리와 화학에 관한 책을 모조리 찾아서 읽게 되었다.
그 무렵에 에디슨은 부모의 허락을 얻어서 최초의 연구실을 갖게 되었다. 연구실이라고는 했지만, 사실은 채소나 과일을 저장하는 지하실 한쪽의 빈곳이었다. 어머니 아버지의 허락을 얻은 에디슨은 그곳을 깨끗하게 치우고, 출입문 위에는 ‘에디슨 연구실’이라고 쓴 종이도 붙였다. 그리고는 직접 선반과 실험대 등을 만들고, 돈이 생기는 대로 약품과 연장을 구입해서 선반에 진열했다.
아버지는 나중에 그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에디슨은 엄마한테 공부를 배우는 시간 말고는 늘 지하실에만 틀어박혀 있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뛰노느라고 배가 고픈 줄도 모르는 시절인데, 내 아들은 자기 연구실에서 시간 가는 줄을 몰랐어요. 결국 에디슨은 보통 사람들이 겪는 그런 어린 시절을 갖지 못한 셈이었지요.”
에디슨이 자기 연구실을 갖게 된 뒤의 어느 날이었다. 아버지의 일을 돕거나 어머니의 심부름을 해주고 받은 돈을 모아 사들인 약병이 어느덧 선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날도 약병을 하나 내려서 책에서 본 실험을 해보려고 하는 참인데, 이웃에 사는 친구 오트가 놀러왔다.
에디슨과 오트는 밖으로 나와서 집 뒤에 있는 조그마한 언덕에 올라갔다. 둘은 풀밭에 드러누워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따스한 햇살이 온몸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때 그들이 쳐다보는 하늘에 매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천천히 동그라미를 그리기 시작했다. 에디슨이 부러운 듯이 말했다.
“새들은 참으로 좋겠다. 저처럼 푸른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니 말야. 사람도 저렇게 날 수는 없을까?”
“새야 날개가 있으니까 날지만 사람이야 그런 날개가 없는 걸?”
“날개 없이 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날개 없이 어떻게 날아다니니?”
오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런데 에디슨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러더니 집으로 냅다 달려가면서 말했다.
“너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금방 연구실에 다녀올 테니까.”
언덕을 쿵쿵거리며 달려 내려간 에디슨은 잠시 후에 숨을 헐떡거리면서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약병 하나와 물이 든 컵이 들려 있었다.
“그게 뭐야?”
“하늘을 날 수 있는 약이야.”
“무슨 약인데?”
“이건 비등산이란 약이거든. 근데 물에 섞으면 가스가 많이 생긴다고. 가스는 공기보다 가볍잖아? 그러니까 이걸 물에 섞어 마시면 하늘을 날 수 있을 거야.”
“네가 마실 거니, 에디슨?”
“아냐, 네가 마시는 거야.”
오트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내가? 난 약이라면 질색인 걸?”
“그렇지만 하늘을 난다는 생각을 해봐. 얼마나 근사하니, 오트? 새처럼 푸른 하늘에 떠올라서 마을과 산과 강을 내려다보는 상상을 해봐. 그리고 사람들이 우리를 얼마나 부러워하겠니?”
“오, 그렇지만 괜찮을까? 약간 겁나는데?”
“걱정할 것 없어.”
에디슨은 비등산을 물 컵에 부었다. 거품이 부글부글 일어났다. 에디슨이 소리쳤다.
“빨리 마셔, 오트! 가스가 없어지기 전에 마셔야 해.”
오트는 컵을 받아들더니 눈을 질끈 감고는 꿀꺽꿀꺽 마셔버렸다. 그러더니 에디슨을 쳐다보면서 소가 닭 쳐다보듯이 두 눈만 깜박거렸다.
“어떠니, 오트? 몸이 가벼워지는 것 같지?”
“그, 글쎄…. 가벼워진 것 같지는 않은데 뱃속이 이상해, 에디슨.”
“그래? 이제 곧 하늘로 떠오려는 모양이다.”
“근데 하늘에 올라갔다 내려올 때는 어떻게 하지?”
“그야 나뭇가지를 잡으면 되잖아. 뭘 하고 있는 거야? 빨리빨리 떠오르지 않구? 그리고만 있지 말고 두 팔을 벌려서 휘저어봐.”
그런데 갑자기 오트의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오만상을 지으면서 풀밭에 뒹굴었다. 그리고는 배를 움켜쥐고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아이고, 배야! 에디슨 나 좀 살려줘! 아이고, 나죽네!”
“왜 그러니, 오트?”
“가슴이 답답하고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이 아파. 아이고, 배야!”
겁이 덜컥 난 에디슨은 집으로 달려가면서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의 도움으로 오트는 한참만에야 진정이 되었다. 그러나 얼굴은 환자처럼 창백했다. 이날 에디슨은 어머니와 아버지한테 몹시 꾸중을 들었다.
“사람의 몸은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다, 에디슨. 다시는 사람의 몸을 실험 대상으로 삼지 말아라. 이번만은 특별히 용서하겠지만, 다시 한번 이런 위험한 실험을 하면 연구실을 없애버리겠다. 알겠니?”
“네, 아빠….”
에디슨의 만들기 솜씨와 실험, 그리고 연구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12살이 되던 해에는 벌써 전신기를 조립해서 친구들과 교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에디슨의 연구열이 높아짐에 따라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 연구 · 실험 비용은 나날이 부족하기만 했다. 가뜩이나 사업도 시원치 않은 아버지한테 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어떻게 하든 돈을 벌어야 했다.
때마침 에디슨이 살고 있는 포트휴런에서 디트로이트 사이에 철도가 개통되었다. 에디슨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돈벌이를 시작했다. 매일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디트로이트까지 가는 3시간 동안 승객들에게 과일, 땅콩, 과자, 신문 등을 팔았다.
기차는 아침 7시에 포트휴런을 출발해서 디트로이트에는 10시에 도착했다. 그리고 오후 4시 30분에 디트로이트를 출발해서 포트휴런으로 향했다. 에디슨은 디트로이트에서 보내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의 6시간 30분 동안 책을 읽었다. 무료로 개방되는 디트로이트 도서관에 가서 과학책으로부터 시작해서 도서관에 있는 책은 모조리 읽을 결심이었다.
에디슨이 14살 되던 해인 1861년, 노예해방을 반대하는 미국의 남쪽 사람들과 노예해방을 주장하는 북쪽 사람들과의 전쟁인 남북전쟁이 일어났다. 그래서 신문은 보통 때보다 훨씬 잘 팔렸다. 전쟁 소식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의 궁금증 때문이었다.
(나도 신문을 한번 만들어봐?)
에디슨은 그동안 모은 돈으로 헌 인쇄기계를 한 대 샀다. 그리고는 그것을 열차의 화물칸 한쪽에 들여놓고 신문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실 그동안 에디슨은 지하실 연구실에 있는 약병과 실험도구들을 전부 화물칸 한쪽 구석에 옮겨다 놓고, 열차 안에서 장사를 하고 남는 시간에 실험을 하곤 했다. 열차 차장에게 허락을 받을까도 생각했지만, 보나마나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아서 몰래 차려놓은 이동식 실험실이었다.
그러니까 에디슨의 신문사는 실험실을 겸한 신문사인 셈이었다. 신문 이름은 「위클리 헤럴드」라고 지었다. 보통 신문의 4분의 1정도의 크기로 일주일에 한 번씩 찍어내기로 했다. 에디슨은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디트로이트 신문사의 스트레이 씨를 찾아가서 사정 얘기를 했다. 스트레이 씨는 에디슨을 아주 귀여워해주는 편집자(신문이나 책을 만드는 사람)로 시간이 있을 때마다 신문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곤 했었다.
“열차 안에서 신문을 만든다고? 그것 참 좋은 생각이구나.”
“네, 아저씨. 그래서 종이를 좀 얻으려고 왔어요.”
“그래? 필요한 만큼 가져가거라. 그 대신 신문이 나올 때마다 나한테도 보내줘야 된다.”
“네, 아저씨!”
에디슨은 스트레이 씨한테 배운 대로 덜컹거리는 열차 안에서 기사를 쓰고 활자를 고르면서 신문을 찍어 기차 안이나 정거장에서 팔았다. 내용은 남북전쟁 소식과 철도회사에 관한 뉴스, 그리고 열차시간 변경사항과 철도 주변 마을들의 소식을 주로 실었다.
물론 이 신문이 크게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면에서도 우리는 에디슨 특유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열차 손님들에게 장사하랴 신문을 제작하랴 실험하랴 바쁜 나날을 보내던 에디슨에게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15살 되던 1862년 여름이었다.
그날도 기차는 마운트클레멘스 역에 정차했다. 여기서 기차는 화물차 한 칸을 달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에디슨은 그 틈을 이용하여 신문을 팔기 위해 정거장으로 나갔다. 이곳 역장인 매켄지 씨는 전신기사도 겸하고 있었는데, 에디슨과는 잘 아는 사이였다.
정거장에 있는 손님들에게 신문을 팔고 열차로 돌아 갈 때였다. 짐을 가득 실은 화물칸을 기관차가 끌고 에디슨이 타고 다니는 열차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역장의 아들인 지미가 정거장에서 놀다가 철도에서 무얼 발견했는지 아장아장 걸어 들어가는 것이었다. 세 살 먹은 지미는 화물칸을 끌고 오는 기관차가 달려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위험해, 지미! 돌아와!”
에디슨이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갔다. 사람들이 깜짝 놀라서 돌아봤다. 발을 동동 구르며 비명을 지르는 여자도 있었다. 에디슨은 옆구리에 끼고 있던 신문뭉치를 내던지고 정신없이 달렸다. 그리고는 몸을 날려 지미를 안고는 철길 옆으로 굴렀다. 기관차가 바람을 일으키면서 지나갔다. 참으로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에디슨에게 박수를 보냈다.
“에디슨, 자네는 우리 지미의 생명의 은인일세. 이 은혜를 뭘로 갚는다지?”
이 일을 인연으로 해서 에디슨은 매켄지 역장에게 전신기술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몇 달 지나지 않아서 에디슨은 전신기사 못지않은 기술을 갖게 되었다.
일이 그렇게 되려고 그랬을까? 그러던 어느 날 에디슨의 신문사에 불이 났다. 실험용 약품을 담아 놓은 유리병이 열차가 덜컹거리는 바람에 떨어져서 깨지면서 불을 일으킨 것이었다. 허겁지겁 달려온 열차 차장의 도움으로 불은 겨우 껐다. 그러나 에디슨의 눈에서 불이 번쩍할 정도로 뺨을 후려친 차장은 실험도구며 약병, 인쇄기계를 닥치는 대로 밖으로 내동댕이쳤다.
이로써 실험실과 신문사는 문을 닫은 셈이었다. 기차에서 하던 장사도 못하게 된 것은 뻔한 일이었다.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에디슨에게 어느 날 좋은 소식이 왔다. 포트휴런의 전신국에 전신기사가 한 사람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에디슨은 이 사실을 알려준 매켄지 역장의 도움으로 전신국에 취직이 되었다. 이후로 에디슨은 22살이 되던 1869년까지 미국과 캐나다의 여러 곳에서 전신기사로 일을 했다.
어느 해 에디슨은 자신이 일하는 전신 실에 쥐가 많은 것을 알고는 쥐잡는 기계를 발명했다. 원리는 간단했다. 따로 떨어진 철판이 한 개의 전지에 이어져 있는 것인데, 쥐가 걸어가다가 앞발이 한쪽 철판에 닿고 이어서 뒷발이 다른 쪽 철판에 닿는 순간 감전이 되도록 고안한 전기 마비식 쥐덫이었다.
물론 특허를 낸 것은 아니었지만, 에디슨 발명의 제1호가 된 셈이었다. 이처럼 에디슨은 전신기사로 일하면서 발명가로에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무렵 에디슨은 보스턴에서 패러데이가 쓴 ‘전기학의 실험적 연구’라는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패러데이는 영국의 물리학자요 화학자이다. 에디슨은 이 책을 읽고 그 속에 있는 실험을 연구하다가 최초의 특허를 받은 발명품을 만들었다. 그것은 1868년에 만든 전기 투표기록기였다.
이때부터 에디슨의 유난히 큰 머리 속에 잠자고 있던 수많은 아이디어의 봇물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출처 : 왕연중 엮음, ‘꾸러기 발명왕’, =글수레,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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