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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동화
백마(白馬)의 발명이야기(3)
‘각종 액체 양념 조절기’의 발명
“어서 오거라. 우리 발명왕조카님!”
고모가 결혼하셔서 우리 집을 떠난 후 저는 고모가 어떻게 사시는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공부는 천재, 직장에서는 최고 모범사원이었으나 가사는 0점이었기 때문입니다. 엄마에게 두 달 동안 신부수업을 받는다고 받았지만 솔직히 제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고모 집은 참 좋았습니다. 최신 새 아파트에, 고급 인테리어에, 예쁜 가구에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주방기구도 아주 편리한 최신식이어서 엄마가 쓰시는 주방기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편리한 것들이었습니다.
“고모는 참 편리하겠어요. 엄마는 결혼하실 때 해 오신 주방용품들을 지금까지 쓰시고 계셔서 여간 불편하신 게 아닌데 고모는 너무 편리하겠어요.”
“발명왕! 네 말이 모두 맞아. 그런데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란다.”
고모의 말씀을 듣고 자세히 살펴본 주방용품은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모두 가사에 서툰 고모 탓이기는 하지만.
“고모! 무엇부터 해결해드릴까요? 그런데 절대 공짜는 안 됩니다.”
“그래! 한 가지 해결할 때 마다 네가 원하는 선물 한 가지씩 주겠다. 그런데 네가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구나.”
“고모는 언제는 발명왕이라 치켜세우고 왜 갑자기 깎아내리는 말씀을 하세요. 그냥 가 버릴까보다.”
“그래 알아 모실게. 어서 발명이나 해.”
고모의 가장 큰 고민은 액체로 된 양념을 음식에 넣을 때 그 양을 조절하지 못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참기름을 조금만 음식에 넣으시려고 했는데 참기름 병을 기우리는 순간 듬뿍 부어져 버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병에 든 액체 양념을 사용하려면 겁부터 나서 사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것은 문제도 아니지요? 지금 당장 해결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막상 해결해놓고 나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시고 선물을 주시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드는데 어떻게 하지요?”
“아니야! 절대 아니야! 고모가 각서라도 쓸까?”
“각서까지 쓰실 필요는 없고요. 사실은 저도 발명 선생님한테 배운 것인데, ‘세상에서 발명처럼 쉬운 것이 없고, 누구나 할 수 있어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아, 글쎄, 고모 애간장 그만 태우고 어서 발명이나 해!”
저는 아주 쉽게 고모의 고민거리를 해결했습니다. 마침 고모의 화장대 위에는 각종 화장품 빈 병이 있었고, 그 빈 병들은 뚜껑을 열고 머리 부분을 살짝 누르면 적당량의 액체 화장품이 적당량만 나오거나 분사되는 것이었습니다.
“고모! 이 빈병들을 모두 아주 깨끗이 씻으세요.”
“애가, 발명을 해 준다 해놓고 왜 빈 화장품 병을 씻으래. 너 진짜 발명가 맞아?”
“어허, 고모, 자꾸 이러시면 저 갑니다.”
“그래, 알았다. 우리 발명왕님!”
고모는 의아스러워하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빈 화장품 들을 아주 깨끗이 씻고 계셨습니다. 그러다 한참 후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저를 보며 활짝 웃으셨습니다.
“그래, 겨우 이것 가지고 발명이라고. 이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제가 미리 말씀드렸잖아요. 누구나 발명을 할 수 있다고.”
고모는 용도에 맞게 참기름 및 간장 등을 화장품 병 속에 옮겨 담으시며 행복한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선물 여기 있다. 사실은 네 책상 위의 전등이 너무 낡고, 엄마 주방에 전자레인지도 너무 낡아 하나씩 선물하려고 했는데, 내 결혼 때 똑 같은 선물이 두 개씩이나 들어왔구나. 그 대신 한 가지만 더 발명해 주고 가야겠다.”
“얼마든지요?”
저는 선물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하면서 어른이 되면 더 훌륭한 발명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다음 회에도 고모 집에서의 발명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글 왕 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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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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