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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기 빛
시각장애자들에게 관심을 갖다
1949년 4월 10일,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에서 한 소녀가 태어났다.
“여보, 수고했소. 눈이 무척 총명해 보이는 아기구려.”
“이름은 뭐라고 하지요?”
“발트라우드 슈바이크하르트, 어때?”
“예쁜 이름이에요.”
발트라우드는 자람에 따라 수학에 큰 관심을 보였고, 그곳 대학의 수학과에 들어갔다.
그녀가 수학에서 학위를 거의 마칠 무렵인 1972년, 독일 시각장애자교육 연구소의 책임자들이 그녀를 찾아왔다.
“발트라우드 양이지요?”
“그렇습니다만…”
“사실은 부탁이 하나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아, 그러세요? 앉아서 말씀해 보십시오.”
“사실 우리들은 시각장애자 어린이들을 위한 통신교육과정을 개설하여 기하학을 가르칠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시각 장애자 어린이들에게요?”
“녜, 먼저 강의내용을 한 번 들어 보시지요.”
그들은 발트라우드에게 모든 강의내용을 설명했다.
“카세트테이프를 이용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이 강의내용을 브레일식 점자로 책을 만들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그녀의 나이 스물 세 살 되던 해, 이렇게 우연히 찾아온 시각장애자교육 연구소 직원들과의 만남은 발트라우드가 시각장애자에게 관심을 갖게 한 동기가 되었다.
1973년, 수학과를 졸업한 발트라우드는 물리학자인 조르그 슈바이크하르트와 결혼했다.
그러나 그녀의 시각장애자들을 위한 연구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몇 년 후, 그녀가 성인들을 위한 한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을 때 였다.
“발트라우드 씨, 시각장애자들을 위한 특별 코스를 준비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좋습니다. 함께 노력해 보지요.”
그래서 그녀는 시각장애자들과 함께 지내게 되었다.
그 때까지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빗자루를 만들거나, 마사지사, 바구니 엮기, 전화교환수 등 극소수의 제한된 일들만이 할 수 있도록 열려 있었다.
“자, 여러분! 앞으로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 일을 말해 보세요. 꿈이 무엇입니까?”
발트라우드의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대답했다.
“과학자요.”
“저도요.”
“저는 선생님처럼 수학자가 되고 싶어요.”
“좋아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저와 함께 공부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모든 과학과 수학의 기초가 되며 꼭 알아야 할 것들을 배웁시다. 물건의 모양․크기․위치 및 공간
의 성질을 알아봅니다.”
“네, 선생님.”
그런데 발트라우드는 그 과정에서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자들에게 기하학직 도형을 상상하고, 그려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었다.
“직선, 곡선, 삼각형, 네모 등을 이제 직접 그려 보세요.”
“선생님, 잘 안됩니다.”
“정말 못하겠어요.”
발트라우드는 그때부터 컴퓨터를 통해 시각장애자들을 도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1977년 발트라우드는 슈투트가르트대학 컴퓨터학회 대표인 군젠하우저 교수가 이끄는 팀에 합류했다.
“교수님, 저는 시각장애자들을 위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연구하는 중입니다. 도와 주십시오.”
그는 발트라우드의 프로렉트를 즉시 지원했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연구를 하게 되었다.
얼마 후, 알프레드 베르너라는 시각장애자 프로그래머를 포함한 네 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만들어졌고, 발트라우드는 그 팀의 책임자가 되었다.
그리고 1978년부터 3년간 발트라우드는 박사학위논문을 마치고 시각장애자를 위한 ‘컴퓨터학습과 작업환경’ 개발에 힘썼다.
그녀는 시각장애자들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두 개의 기구를 발명했다.
“이제 됐어요. 이 전자 브레일 점자 프린터와, 종이를 사용하지 않아도 브레일 점자를 읽을 줄 아는 시각장애자는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표면 처리된 브레일 점자기구만 있으면…”
브레일 점자 프린터와 브레일 점자 기구는 둘 다 전통적인 개인용 컴퓨터 I B M 5110과 연결된 기구였다.
그 기호들의 배치는 브레일 점자에서의 그것과 동일하지만, 오돌토돌한 점들은 작게 수축된 핀들로 대치되었다.
발트라우드는 또한 각 브레일 점자의 문자에 두 개의 핀을 첨가시켜 64개 대신 256개 문자의 대본을 창조했다.
“훌륭해요. 정말.”
이러한 수정으로 컴퓨터언어에 필수적인 다른 생각들은 물론 대문자와 이텔릭체도 세분하여 표현될 수 있었다.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다
“컴퓨터는 시각장애자 교육문제를 포함한 수많은 문제에 대한 이상적인 해답을 가지고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어떻게요?”
“예를 들면 컴퓨터는 그들의 말을 잘 따르고, 그들을 위해 스스로 작동 하며, 그들이 실제로 그릴 수 없는 모든 도형이나 선들을 그려줄 수 있지요.”
“어떻게 해서 가능하지요?”
“정상적인 사람도 타이핑을 할 때 키보드를 보지 않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시각장애자들이 키보드를 보지 않고 치는 데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주 간단한 문제지요.”
“아, 시각장애자가 컴퓨터를 이용해 교육, 기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이군요.”
“그렇지요. 다만 글자와 숫자, 그래픽 같은 상(像)을 특별한 기구에 의해 반사된 촉각으로 감지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통해 컴퓨터의 화면 위에 나타나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내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시각장애자들이 한쪽에만 갇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들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물론이지요.”
“미래에는 모든 학교에 컴퓨터가 설치될 것이고, 모든 사람들이 컴퓨터와 가까이 지내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시각장애자들도 그들 자신의 보조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이렇게 하여 발트라우드는 시각장애자들을 위해 특별히 다듬어진 기하학 수업을 포함한 일련의 프로그램과, 두 기계의 조작에 필요한 내용을 알려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1982년 발트라우드는 이 분야에서 국제적인 선구자들의 이름과 나란히 올라섰다.
사실 그녀는 앞에서 설명한 핀 시스템을 개발한 최초의 사람이었고, 단순히 시각장애자들이 교재를 읽을 수 있게 한 정도가 아니라, 도면을 이해하고, 그래픽과 간단한 선을 표현하고, 심지어 색깔까지도 구분할 수 있게 하는 단계도 완성시켜 주었다.
그녀는 자신의 새로운 시스템을 ‘핀 매트릭스(핀 수열)’라고 이름지었다.
이런 종류의 발명에서는 어디까지가 하드웨어의 고유부분이고, 어디까지가 소프트웨어의 고유부분인지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
발트라우드는 매우 정교한 핀 매트릭스의 프로그램을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두 독일 회사에서 만들기 시작한 기계 자체의 구성에 관련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세세한 항목들을 제공했다.
“텔레비전 화면으로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인 비디오텍스의 출현 이래로, 시각장애자들의 복지에 중요한 공헌을 한 것으로 아는데…”
“그렇습니다. 누가 뭐해도 발트라우드의 발명이 큰 역할을 한 겁니다.”
“미래에 비디오텍스는 주식가격의 변동이나 선거결과, 통계자료 등의 변동을 보여주기 위해 그래프나 도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고, 곧 컬러화될 것이라는 데…”
“그렇습니다. 발트라우드가 발명한 핀 매트릭스의 원형은 1985년 슈트트 가르트대학 컴퓨터과학 인스티튜트에서 만들어져 설치되었죠.”
이 기계의 작동은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시각장애자들에게 극히 섬세한 촉각적 지각력을 제공해준다. 그것은 또한 컴퓨터와 복잡한 대화를 가능하게 해주며 완전하고 세세한 답을 얻어낼 수 있게 한다.
그런데 당시에는 핀 매트릭스의 가격이 매우 비쌌다.
“그건 사실입니다.”
발트라우드는 한숨을 쉬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내 발명을 믿으려고 하지 않아요.
그리고 사실 시각장애자들은 대개가 가난한 경우가 많고, 그들 중 소수, 독일에서 7만5천명 정도 만이 여유 있는 고객이 될 수 있으니 기업가들이 하찮게 여길 만도 하지요.”
“발트라우드 박사님, 연구에 따르는 근본적인 재정적 어려움 말고, 그 밖에 칙면한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예를 들면, 남성들 틈에서 경쟁하는 여성이라는 점은 아닌지…”
“네, 나는 ‘존경하는 박사님’이라고 씌여진 편지들을 종종 받는 데, 때에 따라서 화가 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지요. 1981년 로잔에서 컴퓨터교육에 관한 국제회의가 있을 때였어요. 손에 논문 자료를 들고 연설할 준비를 하며 연단 앞에 서 있는데 참가자들 중 한 사람이 다가와서 이
렇게 말하더군요. ‘실례합니다. 당신 연구에 관심이 많아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당신이 남자인 줄 알고 남자 중에서 찾으려 했기 때문에 찾을 수가 없었지요.’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 밖에 다른 일은 없었나요?”
“많이 있었지요. 교수님은 항상 나를 격려하고 신뢰해주었지만 일 말고도 여성으로서의 내 자신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한때 그녀는 젖먹이인 아이를 위해 은퇴했다. 애정이 깊은 어머니로서 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위해서였다.
슈트트가르대학 컴퓨터과학 인스티튜트에는 보통 1천여 명의 학생들이 등록한다. 발트라우드 박사는 그들을 위해 강의를 하고 연구팀을 지도한다.
그녀는 지금까지 많은 곳을 여행했고 독일연방공화국의 많은 도시에서는 물론 스위스, 일본,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14편의 과학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그가 발명한 시각장애들을 위한 정보처리 시스템은 독일에서는 빌트 쉬름텍스트로, 영국에서는 프레스텔로, 미국에서는 또 다른 것으로 알려져 점차 방대하며 다양하고, 많은 양의 정보를 컴퓨터 화면을 통해 전달해주고 있다.
오랫동안 병을 앓는 바람에 시력을 잃게 되어 시각장애자가 된 말트라우드의 프로그래머이자 발명품 사용자인 알프레드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날 모든 자료를 촉각언어로 전환시켜주는 기계 덕분으로 우리 시각 장애자들 역시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내가 비디오텍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여태까지 모든 시각장애자들은 할 수 없었던 신문을 읽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알프레드는 가까운 미래에 자신의 은행업무나, 가게에서의
계산은 스스로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뻐했다. 더 좋은 것은 이 시각장애자의 오랜 꿈이 실현될 것이라는 점이다.
“컴퓨터에서 컴퓨터로 우송되는 ‘전자 편지’ 시스템이 개발되면, 친구를 통해 편지를 쓰게 하거나, 녹음테이프를 통해 말하지 않고 직접 내 자신이 메시지를 작성하게 될 겁니다.”
컴퓨터의 키보드를 몇 번 두드리면 편지는 반짝거리며 직접 수신자에게로 향할 것이다.
시각장애자들이 색깔을 인식하게 하는 발트라우드의 최근 발명, 또한 기대해 볼 일이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겸임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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