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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상자의 탄생
카탈라보의 탄생
1958년 12월 9일,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에서 한 소녀가 태어났다.
“마틴, 물품을 좀 날라야겠다.”
두 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다리를 제대로 쓸 수 없는 마틴 켐프의 아버지가 그녀를 불렀다.
“아빠, 걱정 마세요. 제가 다 옮겨 놓을게요.”
마틴의 아버지는 장애인들을 위한 차에 필요한 물품을 제조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
“우리 딸 마틴은 참 착하기도 하지. 어린 데도 아빠를 잘 돕는구나.”
그녀의 어머니는 이렇게 칭찬했다.
“아빠, 저 서독으로 가서 공부하고 싶어요.”
“그렇게 하려무나.”
어려서부터 가정환경이 남달라서 아버지를 비롯한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던 마틴은 서독에서 공부하는 동안 설리도마이드의 희생자를 만나게 되었다.
“저 사람들은 왜 팔이 불완전하게 되었나요?”
“그들이 팔을 불완전하게 갖고 태어난 것은 산모가 설리도마이드를 복용하게 되면 그 영향으로 기형아가 태어나게 되는데, 바로 그 이유지요.”
“설리도마이드란 뭡니까?”
“진정제로 일종의 수면제나 같은 약입니다.”
마틴에게는 그 일이 매우 충격적이었고, 그녀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오, 건강이 나쁘면 삶을 사는데 얼마나 많은 제한이 따르는데… 정말 안됐구나. 쯔쯔’
마틴은 그녀 자신이 몇 해 동안, 심하게 앓았던 경험이 있었으므로 이처럼 신체가 부자유한 장애인들의 아픔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 팔 다리가 마비되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뭔가 도움이 될만한 것을 만들어 보자.’
스스로 다짐한 마틴은 1981년 그녀의 나이 스물 두 살 되던 해, 첫 번째 발명품을 내놓았다.
그것은 ‘복합명령에 따른 자동차의 전기 명령체계’라는 것으로, 베를린에서 서독 언론계의 유명인사인 아젤 스프링거가 제정한 ‘골든 스트링 휠’이라는 상을 받았다.
이 상은 자동차 전자공학 분야의 발명품에 수여되는 것이다.
그 해 6월, 마틴은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레마(REMA)’전시회에서 독특한 르노 5를 대중에게 선보였다.
마틴은 그 이전부터 아메리카 프로젝트에서 미항공우주국(NASA)을 위해 발명한 음성인식 컴퓨터를 프랑스의 자동차에 적용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만일 미국에서 발명한 그 음성인식 컴퓨터를 자동차에 이용한다면 장애인들에게는 매우 편리할 텐데…’
그러나 이 컴퓨터는 한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그렇지만 자동차의 뒤 트렁크를 다 차지할 만큼 부피가 커서 그대로 이용하기는 곤란하겠어.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마틴은 르노 5 전시회가 성공을 거뒀지만, 그것을 크기도 더 작게 하고 가격도 더욱 저렴하게 하기 위해 연구를 다시 시작해야 했다.
드디어 1984년, 그녀는 자기가 구상하던 ‘카탈라보(Katalavox)를 완성했다.
“됐어! 이 정도면 크기도 적당하고, 가격도 낮출 수 있어!”
카탈라보는 그리스어의 ‘이해’를 뜻하는 말인 카탈라(katala)에서 따온 이름으로, 목소리를 인식하는 소형 컴퓨터를 말한다.
카탈라보가 세상에 나오자, 독일, 일본, 프랑스, 심지어는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폭넓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것은 영어나 불어, 또는 독일어나 스페인어를 이해할 때처럼 언어를 이해하지는 않는다.
“이 카탈라보는 특정한 목소리에서 발산되는 음색을 부호로서 인식하지요.”
“아, 그렇군요. 마틴양,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네, 음성구성요소는 수학적 요소로 분해 된 후 다른 방법으로 프로그램 되어 컴퓨터의 메모리에 저장될 수 있도록 숫자로 재구성됩니다.”
“역시…”
“사용자는 같은 단어를 세 번 반복하고, 컴퓨터는 이 미세하게 세 번 녹음된 것을 근거로 음색을 파악하여 소리의 평균값을 정하는 방법으로 목소리를 인식하게 되지요.”
물론 마틴이 음성인식분야에서 최초의 발명가는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새로운 공학을 개선하여 한 단계 발전시켰다.
“마틴양, 정말 대단합니다. 아주 획기적인 방법으로 소형화시킨 것도 그렇고, 사용범위를 매우 넓히게 되었군요.”
카탈라보는 전적으로 마틴의 발명품이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는 물론 그 기계 프로그램을 모두가 그녀의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카탈라보는 크기가 매우 작고, 가벼운 것이 획기적이라 할 수 있겠는데 무게는 얼마나 되지요? 마틴.”
“녜, 크기는 비디오테이프 정도의 크기가 되지요. 무게는 300ｇ정도이어서 사용이 간편하고, 또 한 가지 특기할만한 것은 사용자의 음성에 10분의 1초 내로 반응하는 것입니다.”
“와, 그렇게 빨리…”
그것이 전례 없이 빠른 속도다. 마틴은 이 요술상자의 공식을 세상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은 상당히 복잡합니다. 그러나 공식 자체는 간단하지요.”
“마틴, 어떻게 해서 이 놀라운 요술 상자를 만들어내게 되었지요? 전자공학에 조예가 깊었나요?”
“아닙니다. 나는 그것을 경험으로 발견하여 내 스스로 배웠습니다. 아마 내가 전자공학을 공부했더라면 결코 이 일을 해내지 못했을 겁니다.”
동정심 많고, 정감이 풍부한 여성 특유의 장애자에 대한 관심이 결국 그녀로 하여금 카탈라보라는 요술 상자를 만들게 한 것이다.
카탈라보는 어디에 쓰이나
1984년 5월, 카탈라보는 도쿄 하이테크 전시회에서 최초로 대중에게 소개되었으며, 독일 연방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마틴양, 놀라운 발명에 찬사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주식회사(Mercedes-Benz Co.)는 자기 회사 자동차 모델들 중 하나인 190E에 카탈라보를 설치했다.
“이 190E는 팔을 쓸 수 없는 장애인들을 위해 특별히 카탈라보를 설치한 모델입니다.”
“그러면 자동차가 운전자가 목소리를 인식해서 움직인단 말입니까?”
“그렇지요. 장애인들이 손대신 목소리로 출발하고, 커브도 틀고, 속력을 내기도 하고, 천천히 서기도 합니다.”
“자동차와 사람이 대화할 수 있다는 말이군요.”
“녜, 자동차야 서라! 가라! 하면 그대로 할 수 있게 됩니다.”
“정말 놀랍군요.”
신문이나 매스컴 등 언론의 평에 따르면 이 놀라운 실현은 핸들 없는 자동차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마틴은 자동차의 경우 외에 장애인들을 위한 모터 달린 휠체어와, 그들 주위의 필요한 부분에 카탈라보를 적용하기로 했다.
“카탈라보 마이크를 침대 옆에 설치하면 손․발이 불편한 사람의 생활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지요.”
“어떻게 말입니까? 마틴.”
“예를 들면 내 기계 덕분으로 팔․다리가 마비된 사람도 텔레비전, 라디오, 전등 스위치, 전화 등을 침대에 누운 채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오, 장애인들이 정말 편리하게 되었어요. 왜 그처럼 장애인들에게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저의 아버지를 비롯하여, 설리도마이드 희생자 등 주변에서 부자유스런 신체 때문에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고, 또 그들을 너무나 잘 이해할 수 있었던 탓입니다.”
안과 수술에도 이용되다
1984년 12월, 마틴은 스물 여섯 번째 생일을 막 지나서 또 다른 업적 하나를 쌓았다.
“마틴, 카탈라보가 안과 수술에도 사용된다지요?”
“그렇습니다. 이 일은 다니엘 아론 로자교수가 처음으로 안과 수술에 사용하여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탁월한 레이저 수술 전문의사인 다니엘 아론 로자교수는 이 일에 매우 열성적이었다.
프랑스 신문들은 ‘세계 최초의 안과 현미경수술’이라는 제목으로 이 일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바로 두 여성이 이룬 비상한 사건이었다.
스위스의 와일드 라이츠사(Wild-Leitz Firm)의 현미경에 부착된 카탈라보는 안과의사인 아론 로자에게 매우 새로운 형태의 백내장 수술을 가능케 했던 것이다.
보통 의사는 현미경을 통해 수술부위를 지켜보며 수술을 하는데, 경우에 따라 8～10개의 페달을 조종함으로써 수술이 진행된다.
그런데 그 날, 아론 로자 교수는 현미경 속에 설치된 마틴의 음성조정 컴퓨터 덕분으로 페달 하나와, 그녀의 목소리만으로 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론 로자교수님, 카탈라보를 이용한 세계 최초의 안과 현미경수술을 시행하신 소감을 말씀해 주시지요.”
어느 안과의사의 말에 아론 로자교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것은 매우 커다란 진보입니다. 여러분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특히 지금 밟고 있는 페달이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카탈라보의 적용은 현미경수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실리적인 면에서도 그렇지만, 애당초 장애인들을 위해 고안된 마틴 켐프의 음성조종 컴퓨터는 그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고 있다. 현미경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과 클리닉에서 그것은 앞으로 필수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
마틴은 1984년 파리의 ‘세계의 발명’ 심사위원들이 수여하는 오스카 발명상을 수상했다.
또한 1985년 11월 13일 명성 높은 로스트로포비치상을 받았다.
마틴은 자신의 발명품이 시장에 나와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프랑스 정부의 재정적 지원 없이 아버지 회사의 도움으로 몇 개의 시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버지, 100만 프랑만 융자를 받았으면 해요.”
100만 프랑은 약 15만 달러로, 그 정도의 액수라면 무리 없이 허용되는 금액이었다. 프랑스의 신용대출은 국가가 통제하지만, 미미한 금액이었으므로 마틴은 융자 신청만 하면 금방 융자금이 지원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선지 ‘카탈라보 계획’은 자꾸 지연되고 있었고 그 대신 나쁜 소문과 함께 그녀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일이 자꾸 일어났다.
마침내 마틴은 프랑스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미국에서 내 회사를 차리면 어떨까? 카탈라보의 잠재적인 큰 시장인데…’
그녀는 자신의 발명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게다가 세계 도처에서 밀려드는 주문에 자극받지 않을 수 없었다.
1985년 11월, 소련에서 가장 잘 알려진 안과의 피요도로프 교수는 ‘모스크바 안과현미경시술연구소’에서 마틴을 환영했고, 카탈라보들을 주문했다.
미국인들 또한 카탈라보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결국 1985년 12월, 마틴은 컴퓨터 산업의 중추신경에 해당하는 캘리포니아 실리콘 밸리의 심장부인 서니베일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니베일의 허름하고 작은 한 칸짜리 아파트에서부터 일했으나, 그녀는 1987년 8월, 고단위 공학단지 안의 새로운 제조연구시설로 옮겼다.
“난 쉬지 않고 일했다. 어떤 날은 하루에 16시간을 일하기도 했으며, 주말도 거의 자유롭지 못했다.”
미국에 도착하여 마틴은 개인용 컴퓨터 키를 만들었다.
카탈라보의 기본 모델이 최대 12명의 사용자 목소리를 메모리에 저장할 수 있는 반면, 개인용 키가 있는 새로운 모델은 제한 없이 많은 사용자의 소리를 저장하도록 프로그램할 수 있다.
카탈라보가 지닌 잠재적 유용성에는 한계가 없다. 미항공우주국은 우주선에서 외부 로봇의 팔 위에 설치한 카메라를 조종할 수 있는지를 시험 중이고, 한 자동차 회사는 작업대열의 로봇에게 명령을 내리기위해 사용을 시도하고 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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