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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딸
아다의 탄생과 작명
영국의 유명한 천재 시인 바이런 경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시를 잘 썼지만 아내에게는 형편없는 남편이었다.
“여보, 예쁜 공주님이 태어났다고? 어디 아기의 얼굴 좀 봅시다.”
“흥, 바람둥이 여자들 뒤꽁무니나 쫓아다닐 것이지… 뭐하러 들어오셨어요?”
“그러지 말고, 내가 잘못 했소. 어디아기‥ 그렇지. 우리 아기 이름은 오거스타 아다(Augusta Ada) 라고 지었소.”
“오거스타 아다라고? 세례명으론 잘 쓰지 않는데…”
“그렇소. 그냥 한 영국 귀족가문의 성을 딴 것이오.”
“그건 그렇고, 우리 이젠 별거해요.
뭐? 날더러 ‘블루 스타킹’이라고?
또 뭐 ‘평행사변형의 공주’라고?
흥, 잘되었어요. 어차피 당신과 나는 잘 안 맞아요. 그러나 따로따로 사는 것이 옳아요. 아니면 헤어지든지….“
바이런은 행실이 좋지 않은 여자들과 어울린다는 소문을 몰고 다니기도 했지만 특히 여자들의 지적 능력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툭하면 그의 부인을 블루 스타킹(학자인 체 하는 여자), 혹은 ‘뽑내기 좋아하는 여자.’ 심지어는 ‘평행사변형의 공주’라고 비꼬았던 것이다.
왜냐하면 바이런의 부인은 당시 상류층 여성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대수와 기하, 천문학을 공부했기 때문이다.
그런 저런 이유로 가정불화가 계속되던 어느 화창한 봄날, 바이런 경은 조국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그는 어린 딸 아다를 남겨두고 떠났는데 그 이후 두 번 다시 딸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바이런은 영국을 떠났지만 딸을 잊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아다가 첫 생일을 맞았을 때 바다 저편에서 시를 적어 보냈다.
네 어머니의 얼굴을 닮은 내 사랑하는 아가야!/ 내 가슴 속에 유일하게 살아 있는 소녀야!/ 마지막 떠날 때 그 어리고 작은 눈으로 미소 지어 주었지./ 그 길로 헤어졌지, 아니 결코 헤어진 게 아니었어./ 서로 멀리 있을 뿐, 새 출발과 함께 깨어날 희망으로 있으니.
아다는 어머니의 품안에서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러다가 아다가 11살 되었을 때, 그녀는 어머니와 함께 2년 간의 대륙여행을 하게 되었다.
“아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녜, 엄마! 저도 집에 가고 싶어요. 그런데 자꾸 열이 나요.”
“뭐? 이런, 몸이 불덩이구나.”
불행하게도 아다는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홍역에 걸려 두 다리가 마비되었다.
불과 열 세 살의 어린이인 아다는 절망으로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다시 걷기 위해 좌절과 싸웠다.
“엄마, 꼭 다시 걷고 말겠어요.”
“오, 아다…”
강인한 의지로 있는 힘을 다하는 한편, 아다는 3년 가량의 회복기간 동안 천문학과 형이상학을 공부했다.
그녀의 호기심은 끝이 없었고, 특히 수학과 과학에 대한 지칠줄 모르는 관심은 남달랐다. 19살때는 수학에 매달렸다.
“아다, 수학과 과학을 특히 잘 하는 것은 이 엄마를 닮은 모양이구나.”
“그런가 봐요. 엄마, 정말 재미있어요.”
“그래, 내가 너에게 이 방면에 권위가 있는 한 인텔리를 소개해줘야 하겠구나.”
“누군데요?”
“로블레스경(Load Lovelance)이라고, 너의 연구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이지.”
아다를 늘 격려하던 어머니는 당대의 인텔리 한사람을 소개해 주었는데 그는 후에 아다의 남편이자,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된 로블레스경이다.
로블레스 경은 아다와, 그녀가 사랑하는 연구에 어떠한 장애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해석엔진 운전방법을 번역
아다 바이런 로블레스는 그녀의 아버지 바이런 경이 문학 분야에서 그랬던 것만큼이나 과학 분야에 대해 열정적이었고, 그 분야에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아다는 그녀의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학문에 열중하면 할수록 나는 그것에 대하여 더 억누를 수 없는 나의 천재성을 느낀다. 나의 아버지가 시인이었다는 것을 나는 믿고 싶지 않다. 장차 내가 분석 화학자가 될 것이고, 그 것과 나 자신은 분리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단호한 확언은 아다가 영국의 대수학자인 찰스 배비지
(Charles Babbage, 1791～1871)와 수년간 왕래한 많은 서신중에서 나온 것이다.
그 편지에는 1843년 7월 31일로 날짜가 적혀 있다.
아다는 그 당시 나이가 28세였는데 배비지의 최신 발명과 관련된 연구에 밤낮없이 열중하고 있었다.
“여보, 그러다가 병이 나겠소. 좀 쉬어가며 하시오.”
“로블레스, 염려마시고 먼저 주무세요. 오늘 밤 찰스 배비지의 해석엔진에 관한 보고서를 끝내야 해요.”
“아다, 아무튼 당신의 열성은 알아줘야 하겠소.”
찰스 배비지는 현대 컴퓨터의 할아버지로 불린다.
배비지는 그의 최초 프로젝트를 ‘차등엔진(the difference engine)’이라 명명하고, 1833년 그것을 부분적으로나마 만드는 데 성공했다.
뒤이어 그는 ‘해석엔진(analytical engine)’이라는 더 정교한 기계를 계획했으나, 그것은 부분적으로도 만들지 못했다.
그러다가 1840년, 서류상으로는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됐다! 이제 해석엔진에 대한 모든 계획과 세부적인 것까지 다룰 수 있는 기계의 기능과 관련된 스케치들도 다 되었어.”
그 해석엔진은 사칙연산의 어떤 계산이든지 해낼 수 있었다. 이 혁신적인 기계의 더 나은 점은 자율적으로 일을 진행시킨다는 점이었다.
그 이전의 계산기들은 사용자들 스스로가 한 단계, 한 단계씩 조정해야만 했다. 그러나 배비지의 이 놀라운 기계는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결정들은 산출된 결과나 ‘프로그램’에 주어진 지시를 따른다.
“이 일련의 조작 과정은 어떻게 통제되나요?”
“좁고, 긴 모양의 천공 카드로 통제 됩니다.”
물론, 이 천공 카드에 대한 기술은 배비지 이전에 이미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의 탁월한 공적은 알려진 기술을 계산기에 적용하자는 최초의 제안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기계로 여러 가지 편의가 제공될 수 있었다.
“배비지씨, 어떤 편의가 제공된다는 것입니까?”
“녜, 각각의 조작단계를 지시하는 사람의 조정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으며, 계산산출도 매우 빠른 속도로, 그것도 아주 정확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시기적으로 너무 일렀기 때문에 배비지의 해석엔진이 실제로 만들어지지는 못했을지라도, 그것이 현재생활의 많은 면을 통제하는 여러 컴퓨터들의 조상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아다는 배비지를 1833년에 최초로 만났다. 그 때 그녀는 차등기계를 만드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18세의 소녀에 불과했지만 이미 그 수학자의 일에 매료되어 있었다.
그 때부터 아다는 해를 거듭하면서 단계적으로 그 새로운 해석엔진의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1843년이 바로 그 해였다.
그 해의 아다는 배비지의 해석엔진을 주제로 한 그 어떤 글보다 가장 정확하고 상세한 몇 편의 놀라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보고서는 이탈리아인 메니브리어(L.F Menabrea)가 프랑스어로 쓴 해석엔진 운전방법에 관한 장문의 기사였는데, 그녀가 영어로 옮긴 것이었다.
그것은 원문의 두 배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었다. 모든 주해와 해설은 명료하게 씌어졌다.
찰스 베비지는 자서전에서 아다의 특별한 재능에 찬사를 보냈다.
“아다는 주제와 관련된 아주 어렵고 추상적인 질문에 빠져 들었다. 메나브리어의 기사와, 아다의 주해, 이 두 가지 연구보고로 오늘날 기계에 의한 논리적 분석이 실행 가능해졌다.”
아다의 주해는 매우 훌륭했다.
“해석엔진 기능과 프로그램에 대한 단순한 묘사에 국한되지 않고, 단순한 묘사보다 훨씬 진전되어 있군요.”
“그렇지요? 아다의 작업은 최초이면서, 새로운 과학적 창조 자체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아이디어는 미 성숙된 부분이 있었고, 당시에는 아무도 A.A.L 이라고 서명된 그 주해 속에 가장 중요한 수학공식을 감추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오늘날 우리는 이 공식들을 ‘컴퓨터 프로그램’이라고 부른다.
아다가 설명하고 있는 배비지의 해석엔진공식들은 그 당시에도 가장 발전된 수학적 연산을 기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했다.
현대적 전문가들은 그것들을 어렵지 않게 현대적 용어들로 바꾸어 놓았다.
아다의 이름이 발굴되다
세계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발명했을 때, 아나 바이런 로블레스의 나이는 28세였다.
여성들이 압박받던 시대에 태어나 그녀가 만든 수학공식은아무런 학위도 받지 못했고,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데 있어 아다라는 존재의 유일한 증거는 책 맨 뒤쪽에 표시된 A.A.L이라는 그녀의 머리글자뿐이었다.
그러나 아다는 계산기를 위한 역사상 최초의 프로그램을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컴퓨터와 컴퓨터 프로그램을 위한 전자동 계산과정을 착상했다.
오늘날 활동하고 있는 모든 음악가들은 최초로 컴퓨터 작곡을 생각해낸 아다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아다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다지 인정받지 못했다. 그녀가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컴퓨터 세대인 1세기도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1977년 미국 국방부.
“자! 육․해․공군에서 사용하는 수백 가지 프로그램 언어를 대치할 새로운 컴퓨터 언어를 만들어 봅시다.”
국방부에서는 세계화된 표준 컴퓨터 언어를 만들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이 언어는 프로그래밍이 필요한 모든 분야, 예를 들면 사업, 과학 등등 에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뢰도가 높고 읽기 쉬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경연대회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결선에 진출한 네 팀에게는 제시한 언어와 관련하여 색깔이 주어졌다.
“미국방부는 ‘Green’이라는 단어를 선택하겠소.”
이 언어는 프랑스사람인 진 이히비아가 이끄는 한 팀이 개발한 언어였다.
“이 새로운 언어를 위한 이름을 찾읍시다.”
“아다(ADA)가 어떻겠습니까?”
“아다라고요?”
“그렇습니다. 아다는 역사상 최초의 프로그래머였던 한 여성의 이름입니다만…”
“좋습니다. ADA사로 합시다.”
이렇게 해서 1979년 어느 날, 아다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이름이 되었다.
이것이 오늘날 군사 분야는 물론, 최첨단 기술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것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MIL-STD-1815’에서 1815라는숫자는 우연이 아니고, 그녀가 태어난 해 임을 알 수 있다.
1815년 12월 10일, 너무 일찍 태어난 19세기 수학의 천재 아다 바이런 로블레스는 1852년 11월 27일 저녁,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오오, 아다! 정신차려요.”
“로블레스, 아버지 옆에 저를…”
그녀의 나이 서른일곱이었다.
평생 동안 알지도 못하는 아버지에게 가까이 가려했던 바이런 경의 딸은 죽어서도 그 옆에 묻히기를 소원했다.
결국 죽어서야 함께한 아버지와 딸은 영국의 중심부 후크날 토카드라는 작은 도시의 교회 아치 안에 나란히 누워 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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