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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얼굴
공포의 원자폭탄
1945년 8월, 일본의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었다.
“아악, 여보! 안돼요.”
“아앗, 후미코!”
히로시마는 도시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서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부상을 입었다.
당시 35세였던 후미코 히가시야마는 망연자실하여 어찌 할 바를 알지 못하고 통곡하고 있었다.
“여보, 나를 남겨두고 혼자 가시면 어떻게 해요.”
처참하게 부서진 집과 더불어 그 안에 묻혀버린 남편의 시신을 붙들고 후미코는 울고, 또 울었다.
그러나 그녀 또한 성한 몸이 아니었다.
원자폭탄 투하의 여파로 공포와 고통이 전일본을 휩쓸었고, 후미코의 남편이자 의사였던 한 남자도 죽은 사람들 가운데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후미코라는 가녀린 한 여성에게 갑자기 몰아닥친 충격은 감당하기 힘들정도로 커서 정상적인 생활로 회복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후미코, 그렇게 누워서 계시면 어떻게 해요. 일어나 기운을 차리세요.”
“아아, 내 얼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남편의 죽음 보다 더 큰 고통이 그녀의 가슴을 시시각각으로 조여 왔다.
“죽은 사람도 많은데, 생명을 건진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요. 어서 일어나 보세요.”
“이 얼굴로 어떻게 살지? 차라리 남편을 따라 갔었으면 이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을텐데…”
전쟁이 남기고 간 상처는 더욱 심했다. 그녀의 얼굴에 생긴, 보기 흉할 정도의 상처가 갑작스레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후미코, 내가 아는 유명한 의사를 소개해 줄테니 찾아가 보세요.”
“이 방면에 전문의가 있어?”
“그럼요, 그러니 너무 괴로워 마시고 일어나 기운을 차리세요.”
“좋아요. 그럼 미음을 가져다주세요. 먹겠어요.”
간신히 기운을 차린 후미코는 피부전문의를 찾아가 만났다.
“의사 선생님, 이렇게 보기 흉한 얼굴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여자에게는 죽기 보다 더 힘든 일입니다.
이 추한 얼굴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가르쳐 주세요.”
“후미코 여사, 저도 어쩔 수가 없군요. 얼굴의 상처도 팔?다리가 부러졌거나, 다친 사람들과 같이 하나의 장애라고 생각하고 살아가십시오.”
“뭐라고요? 이런 추한 몰골로 평생을 살아가라고요? 아예 죽는 것이 낫겠어요.”
후미코는 자신의 추함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너무나 큰 고통이었다.
게다가 나을 가망이 없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할 만큼 절망적이었다. 그러나 후미코는 패배를 인정하는 것을 거절했다.
문제의 근본과, 그 해결방법을 스스로 찾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 나라에 나와 같은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여성들이 어디 나 한 사람 뿐이겠는가? 이대로 물러날 수 없어. 방법을 찾아 볼 거야!’
‘프로메’를 발명하다
그러나, 당시 나이가 40세인데다 초등학교 1학년 교육밖에 받아보지 못한 후미코로서 피부병을 해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먼저 의약과, 화학세계에 관해서 맨 밑바닥부터 공부해야만 했다.
‘지금부터 시작이야, 연구하고 노력해서 안될 일은 없을 거야.’
후미코는 자신의 얼굴에 이것저것 다른 로션을 사용해보고, 상처가 완전히 없어지기를 기대하며 계속 공부하고 연구했다.
‘이건 아냐, 또 다른 로션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자.’
그녀는 특히, 유명한 전문의들이 연구하기를 포기한 분야에서 오히려 그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연구와 노력을 거듭한 지 2년후, 마침내 그녀는 노력한 결과를 얻었다.
“여보, 드디어 성공했구려.”
“엄마, 축하해요.”
히로시마 참사 후에 후미코는 재혼하여, 새로운 가정생활을 꾸미고 있었다.
그녀가 낳은 두 딸은 그녕게 새 생명과도 같이 활력을 불어 넣었고, 연구에 힘을 더해 주었다.
“그런데 후미코 여사님, 어떻게 해서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비결을 좀 말씀해 주시겠어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의사가 아닙니다. 내가 아는 것은 다만 끊임없이 의문을 갖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지요. 왜? 왜? 라는 거듭된 질문이 해결의 실마리였습니다.”
발명이 성공하자, 후미코는 화장품회사를 설립할 것을 생각했다.
“여보, 사업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닐 텐데…괜찮겠소?”
“당신이 도와주시면 되잖아요.”
“그래, 해서 안될 일은 없겠지.”
히로시마로부터 도쿄 게이오백화점의 네온사인 조명 아래까지는 너무나 먼 길이었다.
“이름은 뭘로 지을까?”
“산쇼(Sansho)주식회사 어때요?”
“멋진 이름이요.”
그녀는 마침내 화장품 회사를 설립하여 사장이 되었다.
“얼굴이 흉한 상처를 없애주는 화장품, ‘프로메(Prome)라…”
그녀의 발명품은 프로메라는 상표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얼굴의 흉터를 없애주는 화장품이 나왔다면서?”
“응, 히야코, 빨리 가자.”
“뭐? 흉터를 없애주는 화장품이 있단 말이야? 그게 어디 있어?”
“도코 게이오백화점에 있대.”
“그럼, 나도 같이 가자.”
프로메는 의학적인 화장품으로서 일본 여성발명협회(JWIA)가 선정한 ‘좋은 아이디어’ 코너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기 시작했다.
1984년, 일본 정부는 당시 74세였던 이 여성발명가 후미코에게 ‘성보훈장’을 수여함으로써, 1910년 5월 11일에 태어나 온갖 수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살아온 모범적인 한 여성의 삶에 큰 영광을 부여했다.
“여보, 축하 하오!”
“엄마, 축하 해요.”
“부회장님, 정말 축하합니다.”
일본의 여성발명가들은 1976년부터 1980년까지 후미코 히가시야마를 일본여성 발명가협회 부회장으로 선출한 데 이어서 1981년에는 이 화장품의 선구자를 의장으로 선출했다.
“후미코 여사님, 우리 여성발명협회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서 회장 자리를 맡아주셔야 하겠습니다.”
“제가 뭘 안다고…”
후미코가 1987년, 그녀의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 자리는 유지되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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