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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게 질을 좋아하는 소녀
1929년, 프랑스의 조그만 도시에서 한 소녀가 태어났다.
“어머, 손이 너무나 작고 귀여워요. 여보!”
“정말 예쁘군. 눈도 초롱초롱하고… 이름은 파리지엔 재클린 폰더스라고 지읍시다.”
재클린은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남달랐고, 특히 뜨게 질을 좋아했다.
“엄마, 시장에 가면 분홍색 실을 좀 사다 주세요.”
“그래, 재클린. 이번에 뭘 뜨려는 거니?”
“동생의 장갑을 만들어 주겠어요.”
“알았다. 기특하기도 해라…”
재클린은 처음엔 양말, 장갑, 목도리 등 간단한 뜨게 질을 하며 자랐다.
그러나 그녀가 점점 자라 성인이 되면서부터 뜨게 질 솜씨도 늘어, 어른용 쉐타, 조끼, 그리고 원피스까지 종류도 다양해 졌다.
그런데 뜨게 질의 단을 세는 일이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백 한코, 백 두코… 아이쿠 또 틀렸네. 다시 하나, 둘…열…스물…”
보다 못한 재클린의 어머니가 말했다.
“얘야, 단을 세는 계산기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래요? 그럼 당장 알아봐야지요. 단을 세는 일이 너무 번거로워요. 자칫하면 틀리고…”
그녀가 알아보니 뜨게 질의 단을 세는 계산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몇 가지 결점을 갖고 있었다.
“에이 참, 이 계산기는 뜨게 바늘과 코바늘에 제대로 맞는 게 없어. 그리고 맞지도 않은 이 계산기를 두 손을 다 사용해야 하니, 정말 불편해.”
“얘야, 재클린. 그럼 다른 계산기를 알아보렴.”
“다른 것도 마찬가지에요. 숫자를 조정하기 위해 눈과 손을 동시에 사용해야 하니… 책을 보면서 단을 세고, 뜨게 질을 계속 할 수 있다면 정말 편리하고 좋을 텐데…”
재클린은 뜨게 질하던 손을 놓고 잠시 먼 하늘을 쳐다보았다.
‘단을 두 번, 세 번 다시 세지 않아도 되고, 좀 더 편리하게 뜨게 질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계는 없을까? 그렇다면 단을 재기위해 줄자를 준비하고, 연필, 종이 같은 것들을 챙겨야할 필요가 없을 텐데…’
뜨게질 계산기를 발명하다
어느덧 중년부인이 된 재클린은 이제 단순히 뜨게 질을 좋아하던 소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뜨게 질을 하면서도 줄곧 계산기를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뜨게 질 단을 손쉽게 셀 수 있을까?’
“엄마, 뜨게 질을 하다 말고, 뭘 그렇게 생각하세요?”
“응, 어떻게 하면 뜨게 질의 단을 손쉽게 셀 수 있을까 새악 중이란다.”
“단을 세요? 그럼 번호판을 붙이면 안될가요? 뜨게 질을 하는 만큼 숫자가 표시되게…”
“그래, 그것 참 좋은 생각이구나.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란다.”
“그래도 한 번 연구해 보세요.”
재클린은 딸의 말에 용기를 얻어 뜨게 질의 단을 세는 계산기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음, 그래. 한 코씩 뜰 때마다 단추처럼 같이 눌러 어느 정도의 줄을 짯는 지 알 수 있게 코바늘에 계산기를 연결한다면 어떨까…’
그녀는 곧 기계의 제작에 들어갔다.
그러나 공학을 연구한 바도 없고, 이론처럼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어서 재클린은 몇 번의 좌절과 싸워야 했다.
‘기계라는 것이 이렇게 복잡한 것인 줄은 몰랐네. 그렇지만 끝까지 해 봐야지?
그녀는 뚜껑, 탄력 있는 고무패드, 작은 홈, 가늘고 긴 구멍, 몸통, 톱니 멈춤 쇠 등의 복잡한 구조를 갖췄으나, 길이는 5㎝에 불과한 가벼운 계산기를 발명하는데 성공했다.
“됐다. 됐어. 이 계산기는 자동으로 1～10자리의 최고 99까지 기록할 수 있었고, 코바늘의 뭉툭한 끝에 달려있어 단을 짤 때마다 뒤에 삐져나오는 단추 위를 엄지손가락으로 누르기만 하면 되니 정말 편리하구나.”
“엄마, 축하해요.”
“그래, 이 계산기 이름은 트리콜로(Tricolo)라고 지어야 겠다.”
1978년, 재클린이 50세가 되던 생일 바로 전에 그녀 최고의 발명품인 뜨게질 계산기는 특허를 얻었다.
“여보. 그렇게나 열심히 궁리하더니 결국 뜻을 이루었구려. 축하하오.”
이제 뜨게 질의 단을 다시 셀 필요가 없으며, 어느 정도 짯나 보려고 줄자, 연필, 종이 같은 것을 준비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트리콜로는 바늘 끝에 기억장치를 갖고 있어서 계산이 나타나는 수치만 확인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발명품이 최소 단계에 있을 때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두 번째 싸움은 시장화
발명가들은 싸워야 하는 것이다.
첫 싸움에 이겨 발명을 완성했다 해도 상품을 시장화하는 두 번 째 싸움은 더 어려웠다.
‘이렇게 좋은 발명품을 이대로 묻어 버릴 수는 없어. 어떻게든 시장화 해야 해!’
그녀는 프랑스에서의 시장화가 어렵자 스위스에 호소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었다.
비록 스위스가 기술면에서는 완전론자들이라 할지라도 그들도 최종 약속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보다 더 큰 문제는 복잡한 세관이었다.
“휴우, 정말 어렵군.”
“그렇지만 찾아보면 길은 있을 거요.”
“녜,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고, 다시 시작해야겠어요.”
1985년 말, 재클린은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프랑스에서 트리콜로의 시장화를 해결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발명가들처럼 그녀도 낯선 사업이라는 세계에 직면했다.
“발명품만 만들어 내면 모든 것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시장에 내놓기까지가 이렇게 힘들다니?”
처음에 재클린은 뭘 생각해야 하는지 조차 몰랐다. 그 전에 여행을 해본 적도 없었으나 새 영역을 개발했다.
“그러지 말고, 여행을 하면서 한 번 살펴보는 것이 어때요? 엄마!”
“그것 참 좋은 생각이다. 그래, 여행을 다녀 보는 거야!”
재클린은 독일과, 모나코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유명한 고급 양장점들과 교제할 기회도 갖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본가들과도 싸워야 했다.
“나는 발명을 통해 매혹적인 또 다른 세계를 알았어. 그리고 모든 일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는 것을 깨우쳤어.”
“그것이 무언가요? 엄마.”
“자본가들이 유혹적인 자금제공으로 나를 긴장시키고, 지연시키며 그들은 우리들을 인수하려 했지만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싸웠어.”
“자본가에게 맡겨버리면 쉽지 않을까요?”
“그게 아니었어. 특허의 이용에 대하여는 언급하지 않겠어. 그것은 많은 돈이 들기 때문이지. 나는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다른 나라들에게 예약금을 요구했지만 정말 힘들었어?”
“그렇게까지 힘들게 싸우시는 이유가 뭐에요?”
“뜨게 질을 즐기는 여성들은 내 트리콜로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야. 나의 모든 노력을 엉뚱한 사람의 이익으로 돌리게 하고 싶지 않고?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또 나를 믿어온 사람들에게 보답해야 했기 때문이지. 그래서 포기할 수가 없었어. 내 권리를.”
“실망과 좌절을 겪은 발명가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모든 점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데?”
“발명의 감동은 대단한 모험이지. 그래서 나는 1초도 주저하지 않고 다시 시작할거야.”
재클린 폰더스 여사는 단호하게 말을 맺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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