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섯을 찾아서
자연산과 인공재배의 차이
“여보, 수박 드세요.”
창밖으로 흰눈이 펄펄 날리는 어느 겨울 저녁. 인순이 엄마는 속이 빨갛게 익은 수박을 내왔다.
“아니? 이런 겨울에 왠 수박?”
눈을 동그랗게 뜨는 인순이 아빠의 말에 중학생인 인순이가 한마디 거들었다.
“아빠, 포도도 나와 있어요.”
“하긴 요즘은 인공재배 기술이 발달해서 계절에 관계없이 다 만들어 내더라만...”
“인공재배가 뭐야? 아빠!”
유치원에 다니는 인순이의 막내 동생 인철이가 병아리처럼 입을 쫑긋거렸다.
“으음, 인공재배란 그러니까, 생물이 자연에서 제대로 자라도록 놔두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인위적으로 키워내는 것을 말한단다.”
“아빠, 인위적으로는 뭐야?”
“아이쿠, 그럼 지금부터 알기 쉽게 자연산과 인공재배의 예를 들자. 알았지? 엄마부터!”
부자지간의 대화를 미소로 지켜보던 인철이 엄마가 입을 열었다.
“토종닭과, 양계 닭!”
그러자 인철이가 또 질문을 했다.
“엄마, 토종닭은 뭐고 양계 닭은 뭐야?”
“응, 우리 인철이랑 지난 주말에 시골 할머니 댁에가서 먹은 거 있지? 할머니댁 밭에서 풀을 뜯어 먹고 마당에서 뛰어놀던 닭 말이야.”
“알아요. 엄마! 할아버지가 모가지를 비틀었어요.”
“그래, 그렇게 자연에서 제대로 자란 닭이 토종이고, 양계장에서 사료를 먹으며 억지로 자란 닭이 양계란다.”
“아, 알았다. 토종꿀과, 양봉꿀!”
“그래, 닭이나 동물들 말고도 우럭 장어 등의 물고기, 그리고 여기 있는 수박, 포도 토마토 귤 등의 과일 뿐만아니라 가지 오이 고추 버섯 등의 야채도 있단다.”
아빠의 설명에 인순이가 갑자기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빠, 여기도 자연산이 있어요.”
“뭐?”
의아해하는 식구들을 둘러보며 인순이는 우쭐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우리 반 아이 중에 쌍꺼풀 수술을 안 한 사람은 저하고 몇몇 애들뿐이라니까요.”
“누나, 자연산이 좋잖아? 에헴, 남자인 내가 볼 적에 말야.”
그러자 온 집안에 웃음꽃이 피었다.
“이게 못하는 말이 없어!”
“입을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얘!”
엄마의 말에 인철이가 손뼉을 쳤다.
“우화! 역시 엄마다. 헤헤헤.”
“그럼 올 겨울 방학 동안에 쌍꺼풀 수술 안 해주실 거에요?”
“그건 생각해 볼 일이고...”
그러자 아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인철이가 중얼거렸다.
“호박에 침 준다고 수박 되나?”
“뭐? 이 녀석! 쪼끄만게...”
“우헤헤, 날 잡으면 용치! 메롱”
“너 이리 못 와?”
도망가는 인철이, 뒤쫓아 가는 인순이,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을 바라보는 아빠 엄마의 등뒤로 함박눈은 끝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자연산이 좋은 이유
컴퓨터로 소를 키우고, 한 겨울에도 딸기나 수박을 먹는 이 풍요와 과학의 시대에도 여전히 먹을 것을 찾아 산을 헤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그렇게 움직이는 것은 배가 고프거나, 가난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풍요로움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다소 원시적인 입맛에 부응하기 위한 사치스런 노력의 하나다.
인공 수정이니, 인공 재배니 하며 생명에 대한 도전이 거듭되고 있는 이때에 오히려 자연산 식품에 대한 일반사람들의 관심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왜일까?
그것은 자연 그대로의 생태 환경에서 생장한 식물이나 생선, 동물이 영양상으로나 맛으로나 인간에게 가장 유익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역시 자연산이라야 제맛이 나는군.”
인철이네 가족은 빙 둘러앉아 수박을 먹고 있었다.
“아무리 요즘 세상이 좋아 한 겨울에도 포도나 딸기를 먹을 수 있다지만, 그래도 과일은 역시 제철에 나는 것이 맛이 있어요.”
“과일 뿐이 아니라 생선도 마찬가지야. 지난 가을에 바닷가에 가서 먹은 자연산 우럭 찌개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
“아빠, 그럼 우리 이번 방학 때는 바닷가에 가요.”
“벌써 피서 이야기냐?”
“벌써가 아니에요. 내일 모레면 여름 방학인데요. 아빠!”
인순이의 말에 눈을 흘기는 엄마.
“얘야, 요즘 같이 어려운 때 무슨 피서냐, 피서가...”
“피서 이야기가 아니고, 자연산 우럭 이야기에요.”
“뭐? 이 녀석! 하하하.”
인철이의 말에 너털웃음을 웃는 아빠.
“내가 손들었다. 피서는 좀 더 있다 의논하기로 하고, 내가 자연 식품중에 으뜸으로 치는 식물 이야기를 하나 하지.”
“태양초 고추요?”
불쑥 내뱉는 인순이의 말에 인철이가 대답했다.
“그건 바람둥이 처녀가 좋아하는 거래. 누나!”
“뭐야? 요게 못할 말이 없어!”
“헤헤헤... 그건 수수께끼 책에 나와있는 말이야.”
“녀석들도 참!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버섯 이야기다. 들어 봐라.”
“녜에!”
인순이가 갑자기 목청을 높였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감추기 위해서다.
“에, 그러니까 자연 식품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송이버섯, 느타리버섯 등의 버섯류란다. 그런데 버섯은 우리나라뿐 만 아니라,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도 그 인기가 매우
높아 채취 방법에 수많은 아이디어가 동원될 정도라고 한다.”
“버섯 따는데 아이디어가 필요해요?”
“그렇단다. 바로 그 이야기를 하려는 참이다.”
요즘에는 자연버섯을 찾아내는 첨단장치까지 등장하여 산을 누비며 한 몫 단단히 한다고 하니,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다.
유럽에서는 버섯을 어떻게 딸까?
성인병 예방에 좋다는 버섯, 그래서 더욱 자연산을 선호하는 버섯에 얽힌 일화를 찾아, 유럽으로 가 보자.
버섯 찾는 돼지
산골의 아침은 빨리 시작되었다.
“정말 신선한 공기, 맑은 햇살이야! 좋은 아침이군.”
하얀 린넨 커텐을 비집고 방안 깊숙히 들어오는 아침 햇살은 맑은 공기만큼이나 새로웠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오고, 수선스럽게 움직이는 인기척이 얇은 마루바닥 틈새를 삐걱거리며 올라올 때가 되어서야 퍼사우드는 침대에서 부시시 빠져 나왔다.
“일찍 일어나셨군요. 아직 아침 식사 준비가 덜 되었을 텐데...”
수염을 짙게 기르고, 후덕하게 생긴 집주인이 손을 흔들며 웃고 있었다.
집주인의 표정에는 이 낯설고 하얀 얼굴의 도시 손님에 대한 깊은 호기심이 거짓없이 드러나 있었다.
‘오랫만에 느껴보는 여유로군. 정말 좋은 곳이야!’
퍼사우드는 맨체스터 대학의 과학기술연구소에서 근무한 이래 처음 맞는 자유롭고 한가한 시간의 여유로움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었다.
그는 진하고 향긋한 냄새를 품어내는 숲속의 나무들이나, 집주인의 악의없는 웃음이 더없이 마음에 들어 기분이 날아갈듯 했다.
“정말 좋군요. 속이 다 시원합니다.”
“예에, 좋은 곳이지요. 공기 좋고... 여기서 나는 버섯 또한 일품이지요. 맛을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그럼요. 먹어 봤습니다. 맛이 정말 좋더군요. 향긋하고 쫄깃거리는 맛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이던데요.”
퍼사우드의 말에 신이 난듯 남자는 연신 싱글거리며 더욱 목소리를 높여 떠들었다.
“하하하! 정말 멋진 손님이 오셨군요. 우리 고장의 버섯은 영국, 아니 유럽에서 최고랍니다. 향긋하기로 소문이 나 있어요. 참, 말이 나온 김에 오는 버섯 따는 데 같이 가시겠어요? 손님!”
“오늘 버섯을 따십니까?”
“녜, 우리 마을 사람들은 전부 갈 예정이랍니다. 저 앞산 보이죠? 지금 한창 버섯이 솟아있을 거에요.”
“아, 그렇습니까? 그럼 저도 같이 가게 해주세요.”
“물론이지요. 손님!”
퍼사우드는 모 처럼만의 흥미 거리에 마음을 설레이며 부지런히 식사를 마치고 산에 갈 채비를 차렸다.
“자, 이제 다 됐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뭐지요?”
퍼사우드는 주인남자의 옆으로 나란히 선 돼지를 가리켰다.
“돼지도 모르십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왠 돼지를?”
“하하하, 이 돼지가 바로 우리 동네에서 제일 가는 버섯 찾기 도사지요.”
남자는 돼지의 머리를 툭툭치며 웃었다.
“그럼 사람들이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눈으로 찾는게 아니란 말입니까?”
“그렇지요. 눈으로 훑고 다녀서 언제 그 산을 다 찾아 보겠어요. 여기서는 버섯을 따기 위해 돼지나 개를 데리고 간답니다.”
“녜에...”
남자의 설명에 퍼사우드는 눈을 둥그렇게 떴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돼지가 버섯을 찾는다니...’
“정말 이 돼지가 버섯을 찾는단 말이에요?”
퍼사우드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핑크빛이 도는 커다란 돼지를 가리키며 다시 물었다.
“그렇다니까요. 정말 잘 찾아요. 저 이웃집 챨리는 커다란 셰퍼드를 끌고 다니지만 이 녀석만은 못하지요. 냄새 맡는 데는 이 녀석을 따라올 수가 없어요.”
남자의 약간은 오만한 말투에서 퍼사우드는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냄새? 냄새라...’
냄새와 인공 후각기관이야말로 그가 젊음을 바치며 연구하는 분야였던 것이다.
‘버섯이 내는 독특한 냄새를 통해서 버섯을 찾아낸다고?’
순간 퍼사우드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거야, 바로! 내가 연구하는 인공 후각 장치를 이용하면 버섯 찾는 기계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 돼지 대신 버섯을 찾는 기계...’
그는 돼지나, 개의 예민한 후각을 이용하는 데에 착안하여 순간적으로 버섯 탐지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찾아낸 것이다.
‘일을 잠시 잊으려고 휴가를 왔다가 새로운 일거리를 발견했군. 그러나 기분은 과히 나쁘지 않은데...’
생각할수록 재미있고, 참신한 착상이었다.
“손님, 뭘 그렇게 생각하세요? 돼지가 꿀꿀거리며 발동을 하는데... 어서 갑시다.”
“아, 녜!”
퍼사우드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그 남자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핑크빛 돼지가 꿀꿀거리며 뛰어가는 곳을 퍼사우드는 주의깊게 살폈다.
“바로 이거야!”
버섯 탐지기를 개발하다
휴가를 마친 퍼사우드는 바로 자신의 연구실로 돌아왔다.
“새로운 장치를 개발하는 거야.”
자신의 연구에 힘을 쏟은 그는 서너달 후에는 버섯 탐지기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됐어! 이만하면 성공이다. 돼지야, 기다려라. 이젠 내가 간다.”
퍼사우드의 버섯탐지기의 비밀은 버섯의 독특한 향취, 즉 버섯이 내뿜는 가스의 조합을 찾는 20여개의 센서에 담겨있다.
그 센서들은 숲에서 내뿜어져 나오는 많은 가스들 중 버섯의 가스에 반응하여, 장치에 부착되어있는 발신기로 즉시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다.
“삐이 삐이...”
신호를 받은 발신기는 금속탐지기의 원리처럼 버섯의 근처에서 큰 소리를 내게된다.
“이것 봐, 챨리! 이제 셰퍼드는 필요 없게 되었네.”
“무슨 소리야? 그럼 어떻게 버섯을 따지?”
“이 사람, 아직도 소식을 못 들었군. 이제 우리 돼지고, 셰퍼드고 다 필요 없어. 버섯탐지기가 발명되었대.”
“뭐? 버섯 탐지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금속탐지기란 이름은 들어 봤어도 버섯탐지기라는 말은 금시초문일세.”
“못 믿겠으면 날 따라와 봐!”
“정말 그런 게 있단 말이야?”
“그렇다니까. 글쎄...”
이 버섯 탐지기는 벌써 프랑스와 영국의 유명한 버섯마을에 널리 알려져 인기를 얻고있다 한다.
“정말 대단하지? 우리도 빨리 구입하세. 돼지를 몰고 다니자면 훨씬 힘이 들었는데 이젠 수월하게 되었어.”
“과연 그렇군. 셰퍼드를 데리고 다니는 수고를 덜게 되었어. 다행이야.”
버섯 탐지기는 한마디로 자연을 찾는 인간의 의지와, 첨단 과학이 절묘하게 결합된 멋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이제 버섯을 훨씬 더 많이 채취할 수 있게 되었어.”
“놀라운 일이야!”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현실
“아빠, 우리도 탐지기를 만들어서 산삼을 찾으러 가요.”
아빠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인철이가 불쑥 꺼낸 말이다.
“뭐? 산삼 탐지기?”
“그래요. 그럼 우리도 금방 부자가 될 수 있겠지요?”
“녀석, 꿈도 야무지다. 허허.”
아빠의 말에 이어 인순이가 빈정거리면 던지는 말.
“야호! 심봤다!”
“누나, 약 올릴 거야?”
“아니, 아니 이를테면 그렇다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혹시 누가 아니? 우리 인철이가 그것을 발명해낼지...”
엄마의 중얼거림 속에 소망이 베어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약초나, 산삼, 송이버섯 등 세계 각국으로부터 인정받고 있는 식물들이 깊은 산 나무등걸에 숨어서 자라나고 있다.
만약 우리 발명가들이 크리슈나 퍼사우드처럼 이런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정부나 기업에서 전폭적으로 지원을 한다면 더 좋은 발명품이 탄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농촌이나 산촌의 현실은 어떠한가?
강원도 산골 마을에 아침이 밝았다. 일찌감치 밥을 먹고 산에 갈 차비를 차린 사람들의 모습을 보자.
“똘이 엄마, 다 됐어?”
“녜, 가요. 똘이 아빠!”
그렇게 한 사람, 두 사람 모여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손에는 고작해야 호미나 갈쿠리 하나에다, 버섯을 담을 자루하나.
“어제는 저 쪽 산으로 갔으니 오늘은 이쪽으로 가 볼까?”
“그럽시다. 뱀이 있을지 모르니 조심하세요.”
일행은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여길 파보고, 저길 뒤적거려 보고...
“와, 찾았다.”
이렇듯 전적으로 사람의 후각이나 노력에 의존하는, 우리의 영세한 산촌과 농촌의 현실이다.
“이 쪽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군.”
“그럼 똘이 아빠, 조심해서 찾아보세요.”
열심히 땅을 파는 똘이 아빠, 그리고 조심스럽게 나뭇잎을 헤적거리는 똘이 엄마.
“잠깐, 여기 나무 밑에서 올라오고 있어.”
“알았어요. 제가 딸게요.”
산골의 짧은 해가 다 지도록 그들의 자루는 채워지지 않았다.
누군가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이들에게 빛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
왕연중의 발명소설
Designed by DOW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