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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다 수
김빠진 맥주 맛을 회복시키려면?
무더운 여름날 오후.
“여보, 나 왔소!”
“힘드시죠? 어서 오세요.”
“어휴 더워! 뭐 좀 시원한 것 없소?”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투정하는 아빠를 위해 현이 엄마는 냉장고 안에 이미 준비해 두었던 맥주를 들고 나온다.
“이미 준비해 놨어요. 어서 발부터 씻으세요.”
밖에서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냉장고 문을 여는 현이.
“엄마, 저는 사이다 먹을래요.”
그리고 오빠를 따라서 잘 돌아가지 않는 혀를 굴리며 콜라를 찾는 세 살 박이 아름이.
“엄마, 나 난, 꼴라 주쎄요.”
욕실에서 나온 아빠가 단숨에 맥주 한 컵을 들이키고나면 으레 한마디.
“어! 시원하다. 크르륵...”
여름철만 되면 자주 그려지는 가정의 풍경화다.
맥주, 사이다, 콜라 등 탄산음료의 톡 쏘는 듯 한 상큼한 맛이 더위를 잊게 해주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그만큼 사랑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다가 가끔 김이 빠진 사이다나 콜라를 마시게 되면, 청량감은 사라지고 미적지근한 맛에 오히려 불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으으윽, 맛이 왜 이러지?”
그래서 사람들은 기분이 상했을 때면 김빠진 맥주 맛이라며 투덜대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듯 김빠진 맥주 맛을 다시 예전처럼 회복시킬 수는 없을까?
방법이 하나 있다.
드라이아이스. 즉 이산화탄소의 고체 상태인 드라이아이스를 구할 수 있다면, 김빠진 사이다나 음료수의 문제를 금방 해결할 수 있다.
드라이아이스 조각을 김빠진 음료에 넣고, 잠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드라이아이스는 고체에서 곧바로 기체로 승화하면서 김빠진 음료수에 충분한 이산화탄소를 공급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음료수에 이산화탄소를 녹이는 방법을 발명하여, 오늘날처럼 수많은 탄산음료를 탄생시킨 사람이 있다.
그는 ‘영국 화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조세프 프리스틀리이다.
소년 프리스틀리
조세프 프리스틀리는 1733년 영국 요크셔지방의 한 직물공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프리스틀리, 빨리 일어나 거라. 오늘은 주일이니까 교회에 가야지.”
“녜, 엄마! 벌써 일어났어요.”
소년 프리스틀리는 사실은 엄마보다도 더 일찍 일어나서 직물공장이며, 자신의 키보다 훨씬 더 길게 널려있는 직물 사이를 오가며 한 바퀴 돌고 왔었다.
‘참 신기해! 실 한올한올이 모여 저렇게 촘촘한 옷감이 되고, 빨갛고 노랗고 예쁜 색감이 된다니...’
어려서부터 관찰력이 뛰어나, 이것저것 세심하게 들여다보기를 좋아하던 프리스틀리에게 세상은 항상 신비롭고 놀라운 것 투성이었다.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저 솔로몬의 옷보다/ 더 고운 백합화 주 찬송하는 듯/ 저 맑은 새소리/ 내 아버지의 지으신/ 그 솜씨...”
프리스틀리는 가족들과 함께 목소리를 높여가며 찬송을 하면서도 줄곧 얌전히 앉아 진지하게 예배를 했다.
“자, 기도하겠습니다.”
그에게는 목사님의 기도 순서가 가장 멋있고, 존경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천지만물을 주관하시고, 인간의 사는 것과 죽는 것, 그리고 화와 복을 주관하시는 하나님, 이 시간에도 세상에 살면서 시달리고 고단한 영혼들이 주님을 찾아와 위로를 받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독생자 예수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사, 십자가 위에서 피흘려 돌아가시게 하기까지 연약한 우리를 사랑하시는 줄 믿사오니 찢기고 상처받은 심령 위에 치료의 손을 얹으사 깨끗케 하시고, 독수리 같이 새 힘을 얻는 역사있게 하옵소서... 아멘.”
“아멘.”
예배를 마치고, 아빠 엄마와 함께 직물공장으로 돌아오는 프리스틀리의 발걸음은 언제나 가벼웠다.
“얘야! 넘어질라. 천천히 앞을 보고 걸어야지.”
“아니에요. 다 보고 있어요.”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고 있어도 그의 세심한 관찰력 덕분으로 그는 여간해서 넘어지지 않았다.
“아빠, 저는 커서 목사가 될래요.”
“그래? 왜 그런 생각을 했어?”
“이 세상에는 외롭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그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여 평안을 찾게 해주고 싶어요.”
“어머나, 프리스틀리! 그런 생각을 했어?”
“녜, 하나님은 살아계시고, 또 우리를 엄마가 갓난아기를 돌보는 것처럼 늘 돌보고 계시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그걸 모르고 엉뚱한 곳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해요.”
“오, 우리 프리스틀리와 주님께서 함께 동행해주시기를...”
프리스틀리는 생각이 깊고, 세심하게 관찰하는 습성을 지녔으며, 사색하기를 좋아했다.
그는 열 아홉 살 되던 해, 신학교에 입학하였다.
교수·목사가 되다
23세에 목사가 된 프리스틀리는 니덤마켓 등지에서 목회활동을 하였고, 28세에는 웰링턴의 비국교파 신학교에서 문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때문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 여러분!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은 바로 저와 여러분의 괴로움과 죄악의 짐을 짊어지시기 위해서 였습니다. 수고스럽고 무거운 짐을 예수님께 다 맡기십시오. 갓난아기를 가진 엄마는 잠시도 그 아기를 잊지 못하는 법입니다. 그런데 혹 아기 엄마는 갓난아기를 잊을 수 있어도 하나님은 우리를 손바닥에 새겨놓고 잊지 않으시겠다고 했습니다. 그 사랑은 우리의 죄를 낱낱이 회개하고, 성령을 받게 되면 깨달아집니다. 길과 진리요, 생명되시는 예수그리스도를 따라가면 반드시 살 길이 있습니다.”
화학자이며 신학자이고, 철학자였던 그는 비록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벤자민 플랭클린과 같은 발명가들을 만나면서 과학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나는 과학에 눈을 뜨면서 이 거대한 우주를 지배하고,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실체를 깨달았습니다. 이 세상은 결코 우연이나, 저절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지키고 계십니다.”
1767년 그의 나이 34세가 되면서, 그는 ‘전기의 역사’라는 책을 쓰게 되었다. 리즈의 밀렌 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을 때였다.
맥주 공장의 이상한 거품
“목사님, 어디 가세요?”
“아, 예. 심방을 다녀오는 길입니다만 한군데 더 들를 생각입니다.”
“그러세요? 늘 바쁘시군요.”
“뭘요. 또 뵙겠습니다.”
프리스틀리는 리즈 마을의 끝부분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들었다.
그 곳에는 커다란 맥주공장이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목사님, 어서 오십시오.”
“구경 좀 해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되고말고요.”
공장 안에는 커다란 나무통이 있었고 그 안에 보리, 호프, 효모 등을 넣어 맥주를 만들고 있었다.
지역에서 존경받는 목사 프리스틀리는 과학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그는 맥주의 효모가 발효하는 과정을 자세히 지켜보았다.
“정말 대단하군요.”
효모는 액을 발효시키면서 풍성한 거품을 일으켰는데, 이 거품은 공기보다 무거워서 대부분 나무통 속의 액체 위에 그대로 고여 있었다.
“이 거품이 도대체 뭐죠?”
“글쎄요. 이 과정에서 항상 이렇게 생기긴 하는데......”
프리스틀리는 이 거품에 대한 연구를 해보기로 마음먹고, 가끔 맥주공장에서 그 기체를 채집했다.
“이 거품을 좀 떠가도 되겠지요?”
“목사님, 얼마든지 가져가세요. 언제든 가져 가셔도 됩니다. 그런데 이 거품을 무엇에 쓰시려고요?”
“연구를 좀 해보고 싶어서요.”
“아, 그러세요?”
거품의 두께는 보통 20에서 30센티 미터 정도가 되었으므로 채집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그는 수거해온 거품에서 냄새를 맡아 보기도 하고, 맛을 보기도 했으나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나뭇가지에 불을 붙여서 가까이 대 볼까?’
불붙은 나뭇가지, 혹은 촛불 등을 가까이 대보면 불길이 곧 사그라지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었다.
피어몬트수와 비교하다
그 당시 ‘피어몬트수’라는 것이 있었다.
18세기의 의사들은 오늘날 정장제로 쓰이는 광천수를 소화제로 처방하여 환자들에게 마시도록 했다.
“약사님, 속이 더부룩한 게 소화가 잘 안 되는 것 같아서요.”
“그럼, 이 물을 복용하십시오. 답답한 속이 시원하게 뚫릴 것입니다.”
“그래요? 감사합니다.”
이 광천수는 독일의 피어몬트라는 마을에서 솟아나는 천연 샘물로 이산화탄소에 의한 풍부한 거품과, 상쾌한 맛을 지니고 있었다.
또 약간의 황 냄새가 났고, 철분도 많이 함유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이 물을 ‘피어몬트수’라고 불렀다.
피어몬트수는 병에 담겨져 외국으로 수출되었는데, 영국에서는 이 피어몬트수를 아주 비싼 값에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맥주의 시원한 맛을 즐기며 거품에서 나오는 기체를 바라보고 있던 프리스틀리는 문득 그 피어몬트수를 떠올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피어몬트수와는 어떻게 다른지 한번 실험해 보자!’
프리스틀리는 물컵 두 개를 준비했다.
한 쪽에는 물을 가득 채웠고, 다른 쪽 컵에는 발효 중인 액체 위에 생성된 기체를 포집하여 담았다.
그리고는 한쪽에 가득 담긴 물을 서서히 흘려 기체층이 있는 컵에 부었다.
‘자, 또 한번...’
그는 이런 방법을 여러 번 반복하여 거품이 풍부하고, 상쾌해 보이는 물을 얻게 되었다.
‘됐다. 보기에는 괜찮은데 어디 한번 마셔 볼까?’
프리스틀리는 피어몬트수의 맛을 생각하며 천천히 입술을 적셨다.
“으음, 상큼한 맛이군. 피어몬트수 보다 훨씬 나은데. 맛있어!”
그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자꾸 마셨다.
프리스틀리는 이런 방법으로 피어몬트수를 만들어 마시게 되었다.
거품은 바로 발효할 때 생기는 이산화탄소라는 것도 후에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맥주공장이 가까웠던 밀렌교회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동안 여러 가지로 고마웠습니다.”
“이사를 가신다니 매우 섭섭하군요. 가끔 놀러 오십시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이사를 마친 프리스틀리는 어느 날, 몹시 갈증을 느꼈다.
‘아, 피어몬트수를 마시고 싶어! 리즈까지 갈 수도 없고...’
리즈를 떠난 프리스틀리는 더 이상 이산화탄소를 만들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나 만의 피어몬트수를 만들 수 없다니... 하긴, 그 대신 다른 좋은 방법이 없는지 연구해 볼 일이야!”
그는 틈이 나는대로 이산화탄소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소다수의 개발
‘자, 이번에는 이 석회석에 산을 섞어 볼까?’
프리스틀리는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찾기위해 갖가지로 연구를 거듭하다가, 마침내 석회석에 산을 가하면 이산화탄소가 생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이거로군!’
당시 영국에서는 프리스틀리를 중심으로 이산화탄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프리스틀리는 석회석에 산을 가하는 방법으로 이산화탄소를 만들었고, 이 기체를 물에 통과시켜서 새로운 피어몬트수를 개발해냈다.
“자, 이산화탄소에 진한 철 용액을 포함한 팅크제 몇 방울, 그리고 약간의 염산, 타르타르산, 그리고 식초에...... 이제 됐다.”
프리스틀리는 만들어진 피어몬트수를 동료 연구원에게 내밀었다.
“이제 마셔 보세요.”
“우와, 맛이 좋은데요. 프리스틀리.”
“그럼 이제부터 이산화탄소만 물에 녹인 것을 소다수(Soda Water)라고 부릅시다.”
“소다수라... 좋습니다.”
“이 소다수를 개발하면 상업적으로 이용할 가치가 있을 듯 한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프리스틀리, 좋은 생각입니다. 소다수에 과일 향료를 첨가하여 맛을 더욱 높여 봅시다.”
이렇게 하여 소다수의 개발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그후 영국에서는 식초용의 담백한 탄산수가 만들어졌고, 미국에서는 여러 가지 향료를 넣은 탄산수가 개발되었다.
이런 탄산수의 발전은 오늘날 쥬스, 사이다, 콜라, 우유, 탄산음료 등 다양한 청량음료의 탄생을 가져왔다.
“예수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주는 물을 먹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나의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원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
프리스틀리의 설교에는 그가 만든 피어몬트수처럼 늘 생명력이 있었다.
“목사님, 영원히 산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잘 믿어지지 않아요.”
“신령한 것은 신령한 눈으로만 볼 수 있지요. 회개하고, 성령충만을 받으시면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우리의 갈급함을 채워주시는 예수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영생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음료수에 이산화탄소를 녹이는 방법을 발명하여, 오늘날처럼 수많은 탄산음료를 탄생시킨 사람, 그는 ‘영국 화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조세프 프리스틀리목사였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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