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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이여 안녕
동철이의 생활
“엄마! 나 물 좀 주세요. 목이 자꾸 말라요.”
초등학교 6학년인 동철이는 유난히 뚱뚱한 몸집을 둔하게 움직이며, 학교에서 돌아오기가 무섭게 물을 찾았다.
“동철아, 학교에서 집까지 걸어오느라고 힘들었던 모양이구나. 미안하다. 자가용으로 널 데리러 가려고 했는데 마침 바쁜 일이 있어서 못 갔단다.”
“엄마! 괜찮아요. 어서 시원한 물이나 좀 주세요.”
“그래, 여기 있다. 어서 마셔라.”
동철이는 엄마가 컵에 따라주는 물 한컵을 단숨에 들이키고도 또 금새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아이 참, 그런데 소변은 또 왜 이렇게 자주 마렵지?”
동철이는 자리에 앉을 새도 없이 바지춤에 손을 갖다 대며 다급하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 시원하다. 이거 대체 몇 번째야.”
화장실 안에서 혼자 중얼거리며 볼일을 마친 동철이는 식탁 앞에 앉았다.
“엄마, 배고파요. 먹을 것 좀 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곧 바로 일어나서 커다란 냉장고 문을 활짝 열었다.
“우유, 햄버거, 빵, 그리고 음료수, 바나나... 좋아! 엄마 제가 꺼내 먹을 테니까 신경 쓰지 마시고, 일하세요.”
말을 끝내기도 전에 냉장고 안에서 먹을 것을 꺼내 들고, 선채로 먹어대는 동철이를 보다 못한 엄마는 큰 소리로 말했다.
“동철아, 걸신들린 사람처럼 왜 서서 그래! 잘 앉아서 먹어야지.”
“알았어요. 엄마!”
동철이는 정신없이 먹어치우고는 하품을 늘어지게 했다.
“아, 졸려. 왜 이렇게 피곤하지? 엄마, 나 잘게요!”
“쟤는? 숙제는 언제 하려고 그래?”
“한숨 자고 할게요. 엄마!”
말을 마친 아이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더니 침대 위에 풀썩 쓰러져 엎드린 채로 잠에 빠져 들었다.
“저 녀석이......”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난 어느 겨울, 동철이는 콜록콜록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몸도 많이 야위어 있었다.
“엄마! 저 감기 걸렸나 봐요.”
“어휴, 덩치 값 못하고 또 감기야?”
“그럼 어떻게 해요. 약 좀 사 주세요.”
“그러고 보니 몸이 많이 빠진 것 같구나. 약 먹어서는 듣지도 않을 텐데 뭘, 당장 병원에 가자.”
주사 맞기가 싫어서 병원에 가는 것은 싫다고 우기는 동철이를 억지로 데리고 간 곳은 XX가정병원.
“김동철씨!”
간호사 아가씨의 고운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를 때, 동철이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아휴, 난 죽었다.”
“뭐? 이 녀석, 빨리 따라 와!”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진찰실로 들어간 동철이는 의사와 엄마가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엄마의 이야기에는 아랑곳없이 딴청만 부렸다.
이윽고 엄마의 이야기가 끝나자, 의사가 말했다.
“아, 그러세요? 그런데 동철이 어머니, 동철이의 소변 검사를 해봤으면 하는데요. 피검사도 하고...”
“왜요? 어디가 이상이 있어요?”
“아닙니다. 감기 증상 외에도 다른 것이 있는 것 같아서요.”
“의사 선생님께서 하라시면 해야지요. 어디가 의심스러운데요?”
“검사 결과가 나오면 말씀드리지요. 자, 검사부터 받도록 하세요.”
“녜, 감사합니다. 동철아, 일어나라.”
엄마의 부름에 동철이는 앉아있던 의자에서 부시시 일어났다.
“아이, 그럼 피를 뽑아야 되잖아!”
진찰실을 나서며 투덜대는 동철이에게 엄마는 친절하게 타일렀다.
“검사 끝나고 나면, 엄마가 맛있는 것 사줄게. 조금만 참아!”
“그래도 주사기는 싫단 말이에요.”
“그래도, 이 녀석이!”
동철이는 엄마의 손에 이끌려 검사실로 갔다.
불청객 당뇨병
검사는 그 뒤로도 몇 번 더 있었다.
이윽고 동철이 엄마는 의사와 마주앉고, 동철이는 엄마 옆에 앉아 여전히 딴청을 부렸다.
“저, 동철이 어머니! 동철이가 언제부터 물을 자주 먹고, 소변을 자주 보고, 많이 먹는 증상을 보였지요?”
“글쎄요. 한 일 년쯤 된 것 같아요.”
“늘 피곤해 했나요?”
“녜, 학교 갔다 오면 피곤하다며 늘 자리에 눕곤 했어요.”
“소변 검사나, 혈액 검사 결과로 봐서 당뇨병이 틀림없습니다.”
“녜? 당뇨병이라니. 이런 어린 애가 무슨 당뇨병에 걸려요?”
“이런 당뇨병은 청소년기에 흔히 발생되므로 소아 당뇨병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학생들에게서도 가끔 발견되죠.”
“이상하네요. 당뇨병은 유전이라고 들었는데...”
“왜, 집안에 당뇨 환자가 없습니까?”
“그게 아니고, 저나 동철이 아빠나 몸이 날씬한 편이고 당뇨병도 없는데요.”
“허허허, 소아 당뇨병은 사실 비만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중년기 이후에 발생하는 성인형은 주로 뚱뚱한 사람에게서 발생되는 경우가 많지만...”
“아이 참! 이런 불청객이 우리 집에 다 찾아 들다니. 그럼 이젠 어떻게 해야 하지요?”
엄마의 짜증 섞인 물음에 의사는 비교적 친절하게 대답했다.
“식사를 조절하고, 운동을 하면서 혈당관리를 잘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당뇨병이라니! 너무나 어안이 벙벙하고 실감이 나지 않아요.”
엄마의 탄식에도 동철이는 무감각하게 손가락 장난을 하고 있었다.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우선은 약을 지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잘 읽어 보신 후에 관리를 해 주세요.”
의사는 동철 엄마에게 ‘당뇨병의 관리’라는 책을 내밀었다.
“녜, 감사합니다.”
“참, 동철이는 앞으로 열심히 운동도 하고 약을 잘 복용해야 한다. 특히 식사량을 조절하는데 신경 쓰고... 알았어요?”
의사의 말에 동철이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녜! 의사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녀석, 급하기는...”
껄껄 웃는 의사 선생님의 목소리를 뒤로 동철이는 엄마의 치맛자락에 매달려 따라 나섰다.
“어린 것이 당뇨라니! 참, 기가 막혀. 앞으로 이 일을 어쩌지?”
엄마는 연신 한숨을 쉬고 있었지만, 동철이는 엄마의 한숨 쉬는 이유를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당뇨병 환자의 고통
당뇨는 정말 여러가지로 고통스러운 병이다. 마음놓고 제대로 먹을 수가 없으며 날이 갈수록 비쩍비쩍 말라간다. 그뿐 만이 아니다. 끊임없는 두통에 시달리기도 하고 호흡곤란 등 힘겨운 증상에 시달린다. 또 당뇨병 환자들이 겪는 여러 가지 고통 중의 하나는 혈당검사를 위해 피를 뽑는 일이다. 검사를 위해 빼는 피의 양은 적지만, 날마다 손가락을 찔리는 것은 큰 괴로움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피부질환으로 가려움증에 시달리거나 시력장애가 오고, 잇몸에서 피가 나며 다른 병에 걸리면 쉽게 치료가 되지 않고,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높은 혈당의 피가 흐르는 핏줄은 건강한 사람들의 혈관보다 쉽게 망가지는 데, 이것은 더러운 물이 흐르는 수도 파이프가 오래되면 빨리 녹이 스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는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콩팥(신장), 눈, 신경손상을 들 수 있는데 콩팥이 나빠지면 노폐물을 걸러낼 수 없어 요독증에 걸리기 쉽다.
카메라의 필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 눈의 망막 혈관이 상하게 되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고, 말초 신경이 다치면 아프거나 감각이 없어 불에 데어도 모를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당뇨병에는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다. 그저 증상을 완화하는 차선책이 있을 뿐이다.
그것이 바로 프레드릭의 ‘인슐린’이다. 당뇨병 환자들 사이에서 ‘기적의 약’이라고 불리는 바로 그 약품이다.
외과의사의 의문
캐나다의 과학자 프레드릭 밴팅은 처음에는 그저 평범한 외과의사에 불과했다. 큰 도시에서 병원을 개업한 그는 이름을 높이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병원을 개업했으니 뛰어난 의사라는 명성을 얻어야 하는데...”
그런 그가 새로운 인생을 접하게 된 것은 아주 작은 의문 때문이었다.
“건강한 사람의 췌장(이자)에는 점들이 있는데 대체 어떤 일을 하는 걸까?”
외과수술지에 실린 당뇨병에 대한 기사가 그를 흥분시켰다. 어쩌면 그 의문의 점들이 당뇨의 해결책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순간, 그의 머리 속에는 아주 색각이 번개처럼 떠올랐다.
‘혹시 그 의문의 점들이 소각로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몸 안에 넘쳐나는 당분들을 태워 조절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라면... 그 때문에 이 점들이 사라져 연료의 공급이 중단되는 당뇨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닐 런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그의 가슴은 더욱 뛰기 시작했다.
그 당시 프레드릭 밴팅은 대학에서 당뇨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래서 떠오른 생각들을 연구하고 실험하는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당뇨환자를 거의 방치해 두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식으로든 연구를 계속해서 치료방법을 찾아야 해!’
그러나 세상은 젊은 의사의 말을 신용하려 하지 않았다.
“이것 봐요. 젊은 의사! 그런 엉뚱한 생각으로 시간낭비 하지 말아요. 그 일은 무가치한 것이라니까!”
멸시와 면박을 받으면서도 그는 의문점들을 풀기위해 실험할 곳을 찾아 다녔다.
그렇게 헤맨 끝에, 겨우 자리를 마련한 곳은 토론토 대학에서 였다.
“이렇게 실험을 허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레드릭! 방학을 이용해서 한시적으로 실험하겠다는 약속을 꼭 지키셔야 합니다.”
“녜, 알겠습니다. 염려 마십시오.”
그렇게 어렵사리 마련한 실험실에서 프레드릭은 의대생인 찰스 하버스트 베스트와 함께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갔다.
“자, 이제부터 개를 통해 실험을 해봅시다. 우선 개의 이자관을 졸라매고, 이자(췌장)의 섬에서 추출한 물질을 투입해보는 겁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기다렸다.
그런데 실험 대상인 개의 숫자가 10마리를 넘어서도록 아무 결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찰스! 이 개가 몇 번짼가?”
“스무 마리째 입니다.”
그의 물음은 되풀이 되었다.
“교수님! 벌써 50마리를 넘었습니다. 그런데 왜 여태 반응이 없을까요?”
“글쎄, 분명히 뭔가 반응이 있을 걸세. 찰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세.”
그렇게 실험 대상인 개의 숫자는 불어나기만 했다.
“교수님, 이번이 90마리 째 입니다. 그래도 결과가 없으면 어쩌지요?”
“어쩌기는... 찰스, 안되면 될 때까지 해 보는 거야.”
그리고 91마리가 되도록 아무런 결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마치 프레드릭의 생각이 헛된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 했다.
92마리째 개의 기적
그런데, 기적은 바로 92마리째 개에게서 일어났다.
“교수님, 이것 좀 보십시오.”
“무슨 일인가? 찰스!”
“개가 생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으음, 나도 보고 있는 중일세. 좀더 기다려 보게!”
이자를 졸라맨 개에게 이자의 추출물을 주사하자마자 개가 갑자기 생기를 되찾고, 일어나 짖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컹컹컹, 끄으응.”
“오, 놀랍군!”
“교수님, 성공 입니다. 교수님께서 새운 가설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그랬다. 그가 새운 가설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이후부터 그의 연구는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찰스, 이자에서 발견된 이 새로운 물질을 ‘아일레틴’(후에 같은 뜻의 라틴어인 ‘인슐린’으로 바뀌었다.)이라고 부르세.”
“녜, 어서 이자를 모아야 지요.”
“그렇군, 어서 도축장으로 가세! 찰스, 소와 돼지의 이자를 모아야 하겠어. 아주 많이!”
프레드릭은 자신의 차를 팔아 마련한 돈으로 시골에서 가축의 이자를 몽땅 사들였다.
이렇게 마련한 재료들을 가지고, 그는 임상실험에 들어갔다.
“찰스, 이젠 임상실험을 할 차례네.”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친구에게 실험 약 주사
프레드릭의 첫 번 째 임상실험 대상자는 그의 절친한 친구인 조길 크리스트였다.
“크리스트, 자네 오래 전부터 당뇨를 앓고 있었지? 이번에 내가 새로운 약을 개발했는데 한번 치료를 받아 보겠나?”
“그래? 어차피 방치되고 있는 형편 아닌가? 약이 있다면 무엇이든 써 봐야지.”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괜찮겠나?”
“프레드릭! 염려 말고 어서 주사해 보게나. 안 그러면 달리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잖나! 정말 당뇨라면 이제 지긋지긋 하다네!”
프레드릭은 크리스트에게 자신의 실험 약을 주사했다.
“자! 이제 어떤가?”
결과는 너무나 놀라웠다. 당뇨의 여러 가지 증상으로 오랫동안 고통 받고 있었던 크리스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것이다.
“이야! 프레드릭, 이건 기적의 약일세. 이렇게 머리가 맑아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네. 이게 얼마만이야...”
“크리스트! 정말이야?”
“그렇다니까, 자네가 실망할까봐 내가 거짓말이라도 하는 것 같은가? 아닐세. 아니야! 정말 고통이 사라졌어!”
“와! 교수님, 축하합니다. 정말 기적이 일어났어요.”
“기적! 크리스트 어쨌든 고맙네. 그리고 찰스! 수고 했어.”
프레드릭이 새로운 당뇨 약을 만들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당뇨 약을 만들었대!”
“뭐라고! 당뇨 약?”
“어서 프레드릭에게 가 보세!”
기적의 명약 탄생
프레드릭을 찾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모두가 당뇨로 인해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프레드릭, 정말 고맙네!”
“과연, 생명의 명약일세! 내 고통이 사라졌어.”
“이제야 살 것 같아요. 프레드릭!”
그들은 이렇게 그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1921년의 일이었다.
프레드릭은 그의 공로를 인정받아 1932년 메클로드 등과 함께 노벨의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인슐린을 발견, 많은 당뇨병 환자를 고통의 수렁에서 건져낸 과학자 프레드릭 밴팅은 그야말로 인류에게 많은 혜택을 남긴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어쨌든 프레드릭과 그의 명약은 우리의 뇌리에 깊숙이 자리 잡게 되었다.
이제는 그의 뜻을 이어받은 학자들이 당뇨병의 치료약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한약을 통해 당뇨병의 치료를 하기 위한 연구와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한다.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당뇨병의 치료약이 개발된다면 어른이나, 동철이 같은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겐 더없는 희소식일 것이다.
언제 그 결과가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프레드릭의 정신이 잊혀 지지 않는 한, 이를 위한 노력은 대를 잇고 이어서 계속 될 것이 틀림없다.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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