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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방문객
여행지에서 생긴 일
“바다는 부른다. 환희에 넘치는...”
“가자, 어디로? 들로 산으로... 이야 오랜만에 집을 벗어나니 정말 기분이 날아갈 것 같군.”
“어이, 저 바닷물을 좀 보게. 하늘인지 바다인지 모르겠군. 온통 파랗지?”
나들이를 떠나는 가족이나, 관광버스를 타고 관광명소를 찾아가는 어른들의 자동차 뒤 트렁크에는 어김없이 들어있는 몇 가지가 있다. 도시락이나 김밥, 술이나 콜라 사이다 같은 음료, 그리고 과일 등이다.
그 중에서도 약방의 감초처럼 여기저기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코카콜라다.
“풀이나, 나무들은 언제보아도 싱그럽군. 정말 나오길 잘 했어.”
동희 아빠의 말에 동희 엄마는 남편의 셔츠 깃을 세워주며 말을 건넸다.
“여보, 저 잔디밭에서 좀 쉬었다 가요.”
“그럴까.”
동희네 가족은 피서 길에 정체되는 자동차의 행렬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부러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택하여 강원도를 가고 있었다.
“햇볕이 좀 따갑군. 자 나무 그늘로 갑시다.”
“녜, 동희야! 빨리 가자.”
“엄마, 아이스박스도 들고 가요.”
“그래, 뭐 먹을까?”
엄마는 아이스박스를 열고 복숭아와 음료수 캔 몇 가지를 주섬주섬 챙겼다.
“엄마, 이것도요.”
동희가 코카콜라 캔을 집어 들고 있었다.
“너는 어릴 때부터 콜라라면 좋아하더니 지금도 여전하구나.”
엄마의 말에 동희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든 캔을 손바닥 안에 놓고 연신 굴렸다.
“자, 이리로 앉자.”
아빠의 말에 동희네 가족은 잔디밭으로 앉았다.
“바람은 솔솔, 옥수수는 너풀너풀, 들꽃은 하늘하늘...”
시처럼 주절거리며 동희 엄마는 남편과 아이들이 둥그렇게 앉은 중앙에 음료수를 모아 놓았다.
“자, 드세요.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골라서요. 식혜도 있고, 쥬스도 있고, 커피도 있습니다.”
“여보, 나는 커피!”
“나는 주스!”
아빠와 엄마가 먼저 먹을 것을 고르자 남은 것이 식혜와 콜라 캔.
“나는 콜라!”
동희가 먼저 콜라 캔을 집어 들려 하자 동생인 동수가 팔을 내밀었다.
“형, 나도 콜라야!”
그러자 동희가 동생에게 우격다짐을 했다.
“이건 내꺼야!”
“아니야, 형! 나도 콜라 마실래!”
“이게 까불어?”
마침내 중학생인 형이 초등학생인 동생을 힘으로 눌렀다.
그러자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아빠가 엄마에게 눈짓을 했다.
“여보, 또 없어?”
동수가 시무룩하게 토라진 것이다.
“글쎄요. 바쁘게 챙기느라... 콜라는 그 것 뿐인가 봐요. 박스에는 없었는데. 어쩌지? 그러지 말고 동희야, 동생하고 나눠 먹을래?”
동희가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동수는 완강히 거부했다.
“싫어요. 안 먹어요.”
고집 센 동수의 마음은 이미 토라져 있었다.
“저런, 모처럼 좋은 피서 길에 음료수 하나로 싸워서 되겠니? 좀 더 가면 마을이 나올 거니까 그때 많이 사 줄게.”
아빠의 말에도 동수의 마음은 누그러지는 기미가 없었다.
“동수야! 그 음료수에는 스캔들이 붙어 있다더니 기어코 구설수에 오르는 구나. 엄마가 미처 생각을 못해서 미안하다.”
“스캔들? 엄마, 그럼 삼각관계라도 있었어요?”
동수의 물음에 엄마가 대답했다.
“그럼, 내가 이야기 해 주지.”
음료수에 스캔들이
스캔들이란 매우 충격적이고 좋지 못한 소문, 혹은 물의로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음료수에 스캔들이 붙어있다는 것은 그만큼 유명하다는 뜻일 것이다.
코카콜라에 스캔들이 붙게 된 것은 대체 무엇 때문일까?
늦은 오후였다. 퇴근길을 재촉하는 사람들로 거리는 몹시 분주했다.
그 시간, 캔들러는 자신이 경영하는 약국에 앉아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벌써 여러 시간이 흘렀지만 그날따라 손님이 없었다.
‘오늘은 왠지 손님이 없네...’
무료한 시간을 보내느라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던 그는 다소 지루함을 느끼고 있었다.
마침내 유리창 밖으로 깊숙이 어둠이 내려앉았을 때, 누군가 젊은 남자 한 사람이 약국 문을 밀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캔들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부드럽게 인사말을 건넸다.
그런데 젊은 남자는 안을 두리번거리며 쉽게 입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저어...”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 말고 머뭇거리는 그에게 캔들러가 먼저 말을 붙였다.
“어디가 편찮으십니까? 말씀해 보시지요.”
“그게 아니라, 저어...”
“녜, 말씀 하세요.”
“저어... 사실은 약을 사러 온 것이 아니라...”
그 남자는 무언가 손에 든 꾸러미를 만지작거리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캔들러는 영문을 몰라서 어리둥절해 하며 남자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매우 초라한 행색에 먼지투성이인 그는 힘이 없어 보였다.
“뭔가 하실 말씀이 있으신 모양인데 이쪽으로 오셔서 앉으십시오.”
캔들러는 다시 한번 상냥하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의자를 권했다.
그 남자는 풀죽은 모습으로 한발 한발 안쪽으로 다가서더니 조심스럽게 엉덩이를 의자에 붙였다.
“자, 말씀해 보세요. 무슨 일로 그러시지요?”
캔들러의 재촉으로 남자는 조심스럽게 자기소개를 했다.
“저는 펨버튼이라고 합니다.”
“아, 예. 저는 캔들러라고 합니다만...”
“사실은 다른 게 아니고...”
펨버튼은 들고 있던 꾸러미를 무릎 위에 놓고 조심스럽게 풀었다.
꾸러미 안에는 작은 병이 있었고, 그 안에는 거므스레한 물이 담겨 있었는데 펨버튼은 그 병의 뚜껑을 열어 보이며 힘주어 말했다.
“실은 제가 만든 음료수인데 한번 맛을 봐 주시겠어요?”
“손수 만드신 것이라고요?”
펨버튼은 병을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녜, 그렇습니다.”
캔들러는 남자가 건네주는 병을 받아들고 다시 한번 그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펨버튼의 눈은 온순해 보이지만 신념에 차 있었고, 피로에 지친 표정이기는 해도 악한 구석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캔들러는 일단 안심하며 펨버튼을 믿어보기로 하고, 병 속의 음료를 한 모금 마셨다.
“아니? 이것 굉장한 맛이군요.”
캔들러는 음료수의 맛을 재확인하려는 듯 이번에는 좀 더 많이 마셨다.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독특한 맛이었다.
“맛이 대단하군요. 정말 맛있어요.”
캔들러의 말에 펨버튼은 얼굴 위로 미소를 피워냈다.
“정말 그렇습니까?”
“녜, 아주 독특한 맛이에요.”
“그렇지요? 저는 이것을 만드는 데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답니다. 그런데 저로서는 이것을 상품으로 만들 돈이 없어서요...”
펨버튼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없어졌다. 그러더니 그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캔들러는 잠자코 그의 표정을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러셨군요...”
“그래서 그동안 이 비법을 사줄만한 사람을 찾아다녔습니다만 매번 거절을 당했습니다.”
펨버튼은 말을 마치자 입을 굳게 다물었다. 둘 사이로 한동안 깊은 침묵이 흘렀다.
잠시 긴장감 같은 것이 그들사이에 맴돌고 있었다.
이윽고 캔들러가 먼저 침묵을 깼다.
“펨버튼씨, 좋습니다. 제가 그 비법을 사겠습니다.”
“녜? 정말이세요? 정말 사시겠습니까?”
펨버튼의 얼굴이 갑자기 환해졌다.
“그렇대도요. 제가 5년 동안 약국을 해서 모은 돈 500달러가 있습니다.”
“좋습니다.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제 음료수의 맛을 인정해 주시니 기꺼이 팔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캔들러는 그동안 모은 500달러를 주고, 펨버튼의 음료수 제조법을 사게 된 것이다.
500달러의 기적
“캔들러, 자네 정말 미친 것 아냐? 잘 알지도 못하는 사기꾼에게 전 재산을 날리다니...”
캔들러의 소식을 들은 친구들은 모두 그를 걱정하며 한마디씩 했다.
“쯔쯔, 맹꽁이 같으니라고!”
“세상에 어쩌면 그렇게 순진할 수 있지? 순진한 거야, 모자란 거야?”
“5년 동안이나 약국을 운영하며 수많은 사람을 상대해 보았을 텐데, 좀 고려해보지도 않고 결정해버려? 아이구 못난 사람!”
그러나 정작 캔들러는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나를 염려해주는 친구들의 마음은 잘 알겠는데, 이걸 한번 마셔 봐! 그러면 내 마음을 이해하게 될 거야.”
캔들러의 권유에 따라 몇몇 친구들이 코카콜라를 마시게 되었다.
“그래, 어쨌든 한번 마셔보지.”
“도대체 전 재산을 주고 맞바꿀만한 것이 뭔지 자네 말대로 먹어볼까?”
친구들은 콜라를 마시면서도 줄곧 비아냥거렸다.
“맛이 어떤가?”
친구들이 코카콜라를 다 마시고나자 캔들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 맛이 어떤가?”
그러자 콜라를 마신 친구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와, 이거 기가 막히는데. 대단한 맛이야.”
“과연, 그렇군. 놀라워!”
콜라의 맛에 매료된 것을 안 캔들러는 그들에게 말했다.
“어때, 사업하면 잘 되겠지?”
“그래, 한번 해볼만 하겠어.”
“나도 동감이야. 왜 자네가 그런 어리석은 짓을 했는가했더니 이제 이해하겠어.”
그렇게 하여 캔들러는 뜻이 같은 몇몇 친구들과 함께 사업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자네들의 반응을 보니 틀림없이 성공할 것 같군. 그런데 어디서부터 시작을 하지?”
“그걸 말이라고 하나? 이 사람아! 우선 공장 부지를 확보하고, 그 땅에 공장을 세워야지!”
“응, 그렇겠지? 실은 내가 졸지아 라는 작은 마을에 땅을 봐 둔 것이 있어.”
“그럼 당장 시작하세!”
드디어 캔들러는 친구들과 힘을 합해 졸지아에 코카콜라 공장을 세우게 되었다.
캔들러는 공장 앞에 서서 두 팔을 벌리고 큰 소리로 외쳤다.
“자, 두고 보라고! 이 졸지아가 이제 곧 황금을 낳는 기적의 땅이 될테니까.”
그의 말대로 코카콜라는 세상에 선을 보이자마자 불티가 났다.
“와, 이런 음료수가 있었어?”
“정말 독특한 맛이야!”
“코카콜라 주세요.”
“여기도 코카콜라!”
“사장님, 주문한 코카콜라 어떻게 되었어요? 빨리 보내주세요.”
가게에는 코카콜라를 찾는 사람들이 줄을 섰고, 공장은 주문에 밀려 잠시도 쉬지않고 돌아갔다.
운명을 바꾼 도전
“졸지아라는 마을이 어디지요?”
“아, 코카콜라 공장이 있는 곳 말이지요? 이리로 곧장 가세요.”
“코카콜라를 사려는데 졸지아로 가면 맞습니까?”
“녜. 맞고말고요.”
작고 보잘 것 없던 농촌 마을 졸지아는 졸지에 활기가 넘쳤고,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캔들러의 말대로 황금의 땅이 된 것이다.
“자네 말대로 졸지아가 유명해졌군.”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드니 저 바이어들을 상대로 할 숙박시설, 교통편, 그리고 식당도 늘어나겠어.”
“말 말게. 땅값 꽤나 뛰겠어!”
“아마 잡화상이나 슈퍼도 더 지어야 할 걸!”
졸지아는 점점 발전해 나가기 시작했다.
신비의 물, 코카 콜라.
그 콜라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갔고, 세계 사람들의 음료가 되었다.
“나라와 피부색은 달라도 입맛은 비슷한 모양이지?”
“그러 게나 말일세. 사람들이 이렇게 콜라를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어!”
“정말 기대 이상이야.”
캔들러는 일약 세계적인 부자가 되었다.
만약 캔들러의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생각이 없었다면 펨버튼의 그 위대한 발명품은 작고 초라한 병 속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을른 지도 모른다.
만드는 법이 비밀에 쌓인 것부터 시작해서, 유명한 배우나 명사들처럼 스캔들까지 지니게 된 코카콜라는 그만큼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코카콜라의 교훈
“얘, 동수야! 그렇게 유명한 코카콜라니까 너희들이 싸우는 것도 말은 된다. 하지만 코카콜라 속에 담긴 교훈이 뭔지 안다면 싸울 일이 아닐 텐데...”
“맞아요. 엄마! 무심코 마시는 이 콜라 속에 그런 유명한 스캔들이 있는지 상상도 못했어요.”
동수의 말에 동희가 형답게 한마디 했다.
“사랑하는 아우야, 우리도 심심한데 발명이나 할까?”
코미디언의 흉내를 내는 통에 잔디밭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원 애도...”
“허허허... 코미디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소재를 찾는 발명이 곁들여져야 성공할 걸!”
아빠의 말씀에 동희가 맞장구를 쳤다.
“그럼요. 도전 없이 성공 없죠.”
“그럼 지금부터 노력해 봐!”
“자,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출발!”
엄마의 말에 온 가족이 부스스 일어나 엉덩이를 털었다.
“그러니까 결국 펨버튼과 캔들러 아저씨 둘이서 이 유명한 코카콜라를 만든 셈이군요.”
동수의 말에 엄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둘의 힘이 합한 결과다.”
“한 가지 또 있어!”
동희의 말에 온 가족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뭔데?”
“발명의 기적을 일으킨 사람이지!”
“좋아, 우리도 이번 방학 동안 아이디어를 찾아보자.”
굳은 각오와 함께, 동희네 가족은 잔디밭을 떠났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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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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