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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선물
생명의 은인 그리고 구원자
평생을 통해 미생물 연구에 전념했던 루이 파스퇴르.
인류 생명의 은인이며, 구원자란 칭호로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떨쳤던 그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결코 아니었다.
어쩌면 그것은 파스퇴르 자신이 흘린 땀의 당연한 결정체일 것이다.
젊은 교수의 애국심
따스한 햇볕이 창문을 지나 작은 실험실을 감싸 안은 6월의 오후. 어디선가 풋풋한 장미의 향기가 흰 가운을 걸친 젊은 교수의 코끝으로 전해져 왔다.
젊은 교수는 콧잔등으로 흘러내린 안경을 쓸어 올리며 향기를 쫓아 창가로 다가섰다. 젊은 교수의 머리 속엔 며칠 전 자신을 찾아온 노신사의 일로 가득했다.
자신이 포도주 제조업자라고 소개했던 노신사의 이야기가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노신사의 말에 의하면 포도주가 시큼한 맛으로 변해 팔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에 덧붙여 노신사의 말은 젊은 교수에겐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알고 보니 저만 이런 일을 당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포도주 생산자들이 썩어 가는 포도주를 보며 문을 닫고 있습니다. 선생님 생각해 보세요. 이런 식으로 포도주 공장이 문을 닫게 되면 우리 프랑스 산업은 망하게 됩니다. 포도주 생산자가 없는데 포도를 재배하는 농민이 배겨낼 재간이 없지요.”
‘그렇다. 나도 프랑스인이지 않은가? 내가 그들을 위해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젊은 교수는 자신의 생각에 결심이 선 듯 하나둘 실험도구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의 등 뒤엔 어느새 붉은 노을이 퍼져 있었다.
바로 이 젊은 교수가 ‘백신’의 아버지 루이 파스퇴르였다.
포도주를 연구하는 이상한 화학자
“요즘 교수님이 이상하시지?”
“그래, 무슨 포도주를 연구한다던데 우리로선 알 수가 없지 않아.”
파스퇴르의 ‘포도주의 산화방지’에 관한 연구는 곧 캠퍼스 내에 소문이 퍼졌다.
더러는 파스퇴르의 행동에 기대를 갖는 사람, 또 더러는 파스퇴르의 행동을 비웃는 사람들도 있었다. 파스퇴르는 주위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실험에 몰두했다.
우연하지 않은 기회에 시작한 이 포도주 산패방지에 관한 연구는 후에 파스퇴르로 하여금 세균을 연구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파스퇴르는 중요한 회의나 수업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늘 연구실에 틀어박혀 꼼짝하지 않았다.
그러던 8월의 여름. 유난히 무덥게 느껴지던 오후, 장마를 예고하듯 하늘은 검은 먹구름으로 가득했다.
현미경을 통해서 포도주를 들여다보던 파스퇴르는 낯선 물질들의 움직임에 놀랐다.
“이 작은 것들은 뭐지? 분명 처음 포도주에서 보았던 효모의 모습과는 많이 틀리다.”
파스퇴르는 방금 따라낸 포도주의 병을 살폈다. 뚜껑을 연 포도주병에선 시큼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포도주의 맛이 변했군. 왜...?’
파스퇴르는 문득 무언가에 홀린 듯이 포도주병의 마개를 모두 열기 시작했다.
‘분명 이 가운데 맛이 변하지 않은 포도주가 있을 것이다.’
파스퇴르는 포도주 병들 가운데 시큼한 냄새가 나지 않는 병에서 한 방울을 현미경 위로 떨어뜨렸다.
조그만 현미경 구멍을 들여다보던 파스퇴르는 탄성을 질렀다.
“그래, 바로 이거야!”
두개의 현미경을 번갈아 들여다보던 파스퇴르는 맛이 변한 포도주에서 작지만 살아 움직이는 균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균이 포도주의 맛을 변화 시킨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포도주병 안으로 효모를 잡아먹는 미생물만 침투하지 않는다면 포도주는 썩은 냄새도 안 날것이고, 시큼한 맛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투 둑 투두둑.”
가만히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파스퇴르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파스퇴르의 눈앞으로 작은 빗방울들이 떨어졌다. 자신의 실험 결과를 축복하는 듯한 빗방울 같았다.
‘후후, 올 포도농사는 풍년이겠군.’
파스퇴르의 미생물 발견은 수많은 포도주 제조자들에게 가뭄 끝에 내린 단비와도 같은 희소식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프랑스도 포도주의 수입이 국가 총 매출액의 10%에 가까운 약8.4%를 차지했다. 그뿐 아니라 대대로 이어온 포도주 생산은 프랑스의 자존심의 결정체이기도 했다.
오늘날 프랑스의 포도주가 세계 제일의 위치에 설수 있도록 공헌한 사람들 가운데 파스퇴르의 공헌도는 매우 큰 것이었다.
이 포도주 산패방지 연구를 기점으로 본래 화학자 출신이던 파스퇴르는 연구가 부진하고 개발이 늦어진 미생물학자로써의 새로운 길을 걷게 된다.
정신병자 취급을 받기도
사람이 질병의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땀과 노력의 결과로 현재의 눈부신 의학의 발달을 예로 들 수 있다.
인류는 하늘의 벌이라 불릴 정도의 고치기 어려운 병의 원인을 알아냈고, 그 치료를 위한 의약품을 발견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무서운 전염병에서 해방되었고 인간의 수명은 증가했다.
파스퇴르가 발명한 백신은 사람들을 죽음의 공포에서 해방시켰다.
포도주의 산패방지 등 효소의 연구로 일대 전환기를 맞았던 파스퇴르는 계속 미생물 연구에 전념했다.
1854년 프랑스는 크리미아 전쟁으로 엄청난 홍역을 치르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패혈증(병원균에 혈액 속에 침입해 혈맥을 악화시키는 병)이라는 무서운 병이 퍼져 수없이 많은 무고한 생명들이 손도 못쓰고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제 견해로는 미생물은 자연적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분명 근원이 되는 모체가 존재하고, 그 모체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이와 더불어 전염병은 미생물에 의해서 발생된다고 말했지만,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파스퇴르의 주장은 오랜 동안 생물학계에 뿌리 깊게 자리 박혀있던 자연발생설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으로 정신병자 취급을 받아야했다.
파스퇴르의 주장은 약50년이 지난 후 페니실린의 발명자 플레밍 알렉산더에 의해서 확실히 입증이 되었다.
요양지에서 다시 연구실로
파스퇴르가 미생물 연구를 시작한지 3년이 되어가던 1876년 가을.
파스퇴르는 수없이 반복되는 실험으로 인해 몸이 쇠약해졌다. 그의 나이도 어느새 54세가 되어있었다.
파스퇴르는 몸의 회복을 위해 요양을 필요로 했고, 잠시 연구실을 떠나 한적한 교외로 짧고도 긴 여행을 시작했다.
넓게 펼쳐진 푸른 대지, 녹색의 빛을 더하는 수많은 나무들, 시골의 다정한 인심, 맑은 공기, 노루 떼와 갖가지 동물들...
파스퇴르는 갑갑했던 연구실을 떠올렸다. 여유를 잊고 지낸 생활들이 떠오르자 마음이 씁쓸했다.
파스퇴르는 지금의 생활들이 더없이 행복했다.
이른 아침 실크 빛 커튼사이로 가느다란 빛줄기가 그를 깨웠고, 새들은 다정다감한 지저귐으로 아침인사를 했다.
평화로운 하루하루를 보내던 파스퇴르에게 조세프 리스터라는 사람의 편지가 날아왔다.
“파스퇴르 선생님, 선생님의 연구발표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겐 엄청난 충격이었고 확실하진 않지만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 놀랍지 않으십니까? 전 선생님의 이론을 저의 불쌍한 환자들에게 적용해 보았습니다.
‘상처부위가 곪는 것은 어떠한 미생물의 침투 때문이다’라는 가정 하에 환자들의 상처부위를 소독했습니다.
그 결과 수술환자의 사망자를 약 70%가량 줄일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리스터는 외과 의사였다. 그는 파스퇴르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1874년 석탄산에 의한 소독법을 개발한 인물이었다.
리스터는 파스퇴르에게 자신의 일을 이야기하며 한 가지 의문점을 편지에다 덧붙였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체외의 미생물의 침투는 소독으로 그 치료가 가능했지만, 이미 세균이 몸속으로 침투한 경우는 어떻게 합니까? 그렇다고 몸속에 소독약을 쏟아 부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빠른 시일 내에 박사님의 명쾌한 해답을 기다리겠습니다.”
이 젊은 외과의사 리스터의 편지는 피곤에 지친 파스퇴르에게 커다란 용기가 되었다.
“젊은 사람의 관찰력이 참으로 놀랍군. 나의 연구가 그런 의학부문에 영향을 주었다니.”
파스퇴르는 다시 한번 연구를 시작하기 위한 도전을 받게 된다.
파스퇴르는 곧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둘러 연구실로 돌아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향했다.
소, 제너 그리고 아이디어
긴 오솔길을 마차를 타고 지나가던 파스퇴르의 시야로 넓은 초원이 보였다. 푸른빛의 바다위에 얼룩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평온해 보이는군. 후후... 저 넓은 초원위에 풀들이 모두 저 소들의 먹이인가?’
당분간 볼 수 없게 된 풍경들을 머리 속에 담아두던 파스퇴르는 갑자기 떠오른 멋진 생각에 소리를 질렀다.
“그래! 바로 그거야!”
“네? 선생님 뭐라고 하셨습니까?”
마차를 몰던 마부는 파스퇴르의 함성에 놀란 토끼마냥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파스퇴르를 바라보았다.
“하하하! 아닐세. 아냐! 하하.”
파스퇴르는 연구를 하기위해 돌아가던 프랑스의 그 작은 마을에서 자신의 연구를 위한 중요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었다.
‘그래! 50년 전 제너가 소의 천연두 고름을 인간에게 옮겨 천연두를 치료할 우두백신을 만들었지. 이 제너의 치료방법이 다른 전염병에도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
파스퇴르의 이런 생각은 후에 탄저병과 콜레라 등 전염병을 치료하는 획기적인 약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허나 이 이론을 그리 쉽게 인류에 적용시킬 수는 없었다.
사람을 상대로 실험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또 마침 실험에 응한 사람도 하나 둘 핑계거리를 만들어 내면서 거부했다.
어쨌거나 사람의 목숨이 하나이기 때문에 자신의 생을 걸면서 확실치 않은 일에 도박을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정확한 결과를 얻어내는 일이 쉽지 않겠군. 어떻게든 확인 수 있는 길이 있어야 할 텐데.’
한가지의 어려움을 해결하고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겼고, 계속해서 수많은 벽에 부딪혀야했다.
그러던 그해 8월의 무더운 여름, 파스퇴르는 놀라운 소식을 접하게 된다.
“선생님! 선생님, 이것보세요.”
신문종이를 펼쳐들고 조수 루와는 허겁지겁 뛰어 들어왔다.
“헉헉... 우리의 연구에 도움이 될만한 기사가 실렸어요.”
파스퇴르는 조수 루와의 재촉에 루와가 가르치고 있는 지면을 쳐다보았다.
‘탄저병 치료의 마술사 루브리에 선생. 공개 치료 실시’
“이 루브리에라는 선생이 정말 탄저병을 훌륭히 치료한단 말인가?”
“기사를 보세요. 그의 명성은 대단 합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하던걸요. 한번 그 공개 치료 장에 가보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그럴...까?”
파스퇴르와 루와는 탄저병의 공개 치료 장인 동부 프랑스 제라산으로 향했다.
8시간을 쉴 새 없이 달려서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저편 산 너머로 태양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밤을 새워 온 탓에 파스퇴르는 졸음이 왔다. 공개치료가 시작되기 까지는 아직 두어 시간 여유가 있었다.
파스퇴르는 잠시 눈을 붙이는 대신에 수의사 루브리에를 만나보고 싶었다.
그래서 곧 바로 루브리에가 묵고 있다는 호텔로 향하기 시작했다.
도시의 모습과는 달리 작은 마을의 따사로움이 숨어있는 곳이었다. 또 루브리에가 묵고 있는 호텔은 작은 여관처럼 아담했다. 벽에는 수많은 엉겅퀴들이 담을 타고 붉은빛 건물을 녹색으로 수놓고 있었다.
“똑똑똑.”
“누구십니까?”
닫힌 문 너머로 아직 잠에 취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브리에의 목소리였다.
“죄송합니다. 루브리에 선생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살짝 열린 문틈으로 그다지 크지 않고 배가 나온 대머리의 중년신사가 보였다. 파스퇴르는 자신의 방문을 못 마땅해 하는 루브리에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기자시오. 그렇다면 치료 장에서 질문하면 될 것 아니요.”
“아닙니다. 루브리에 선생님. 전 릴 대학의 생물학교수 루이 파스퇴르입니다. 우연히 선생님의 기사를 읽고 외람되지만 부탁드릴 것이 있서서....”
파스퇴르는 최대한의 호의를 보이며 정중한 태도를 취했다.
파스퇴르의 예의바른 모습에 루브리에는 경계를 늦추는듯했다.
“들어오십시오.”
루브리에가 권하는 창가 쪽 의자에 앉은 파스퇴르는 자신이 방문한 목적을 이야기했다.
“... 그래서 제가 릴에서 가져온 탄저병균을 소에게 투여한 후 선생님께서 치료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좋습니다. 뭐 어려운 일도 아니군요.”
소에게 탄저병균 투여 시험
약속대로 루브리에는 공개 치료 장에서 파스퇴르가 가지고온 탄저병균을 네 마리의 소에게 투여시켰다.
일찍 아침식사를 마치고 모여든 인파로 공개 치료 장이 술렁였다.
“저 사람은 누군가? 분명 루브리에 선생은 아닌데...”
“누군 게 무슨 상관이야. 우린 그저 소가 낫는 것만 보면 되는데.”
수많은 사람들은 파스퇴르보다는 루브리에에게 더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은 얼굴에 수염으로 뒤덮여 안경을 쓰고 보통이상의 키를 가진 이 노신사가 후에 인류를 위해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하게 되는지 알지 못했다.
소들은 탄저병균을 맞은 지 하루가 지나자 높은 열과 누런 눈곱이 끼여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소들은 무척 괴로워하며 간신히 숨을 내쉬고 들이셨다.
이어 루브리에는 소의 상태를 확인한 후 치료를 시작했다. 사람들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루브리에는 탄저병균을 주사한 네 마리의 소 가운데 두 마리를 골라 치료했다.
가끔 치료 장에 나온 군중을 의식한 듯 우스꽝스러운 자세를 해보이기도 했다.
파스퇴르가 보기에 루브리에의 치료방법은 매우 원시적이었다.
루브리에는 병에 걸린 두 마리의 소의 몸에다 칼로 상처를 낸 후 테레빈유를 쏟아 붇고 진득진득한 고름 같은 고약을 발랐다. 그리고는 상처 낸 부위에 붕대를 칭칭 감은 후 치료를 끝냈다.
이렇게 간단한 치료도 거의 반나절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루브리에는 전쟁터에 갔다 온 군사처럼 지쳐있었다.
아침에 시작했던 치료는 오후가 훨씬 넘어서야 끝났다.
파스퇴르, 루와, 루브리에, 군중들은 소의 상태가 궁금했다.
이튿날 해가 떠오르기도 전에 사람들은 소가 누워있는 우리로 향했다.
그곳엔 이미 파스퇴르와 루브리에도 도착해 있었다.
“이거 보오. 비록 한 마리는 죽었지만 다른 한 마리는 멀쩡하지 않습니까?”
루브리에의 말대로 치료한 소 중 한 마리는 싸늘하게 굳어 죽어있었고, 다른 한 마리는 멀뚱멀뚱 사람들의 시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파스퇴르는 치료받은 두 소보다 치료받지 않았던 두 마리의 소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웬일인가? 루브리에의 말대로라면 치료받지 않은 두 마리의 소는 마땅히 죽어있어야 하는데, 한마리만이 죽고 다른 한 마리는 큰 눈을 굴리며 여유롭게 풀을 뜯어먹고 있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파스퇴르의 마음속에 작은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루브리에의 치료법은 엉터리인가? 치료받지 않은 소가 살아있다... 그래! 어쩌면 이 소는 이미 탄저병균에 면역이 되어있었는지도 모른다.’
파스퇴르는 서둘러 릴로 전보를 쳤다. 그것이 자신이 가지고 온 것보다 더 강한 탄저병균을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이젠 더 이상 루브리에의 엉터리 치료법을 믿지 않았다.
‘생물이 이미 어느 병에 걸렸다가 나으면 몸속에서 그 병에 대한 항체가 생겨 면역이 된다. 그리고 나면 생물은 다시는 같은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이틀 후 릴에서 보낸 탄저병균이 도착했다. 파스퇴르는 이 균을 치료받지 않았으나 살아남은 소에게 투여했다. 며칠이 지나도 소는 멀쩡했다. 오히려 비웃기라도 하듯 큰소리로 울어댔다.
“움 메. 움 메에.”
“그래, 면역이다. 이 소는 이미 분명하게 탄저병에 면역이 되어 있었던 거야.”
파스퇴르는 자신의 가정을 확신했다.
면역, 이 말은 파스퇴르에 의해 처음 사용된 말이었고, 파스퇴르의 이 이론은 이후에 많은 연구가들의 연구에 도움을 주었다.
파스퇴르는 생물이 약한 이물질 균에 노출되어 회복한 후 다시는 그 병으로 인해 죽음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론을 인간에게 적용했다.
일종의 예방접종이라는 것이었다.
광견병의 예방 및 치료. 콜레라의 예방, 탄저병의 치료, 모두다 파스퇴르가 이루어 놓은 업적이었다.
파스퇴르의 면역체계 이론은 인체에 치명상을 줄 수도 있는 균으로 병을 치료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것이었다.
늙은 나이에도 자신의 길에 충실했고 열심히 살았던 파스퇴르.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땀방울을 흘렸던 파스퇴르야말로 진정한 용기를 지닌 시대의 인물이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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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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