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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귀향
다 녹아버린 설탕
하늘은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바다도 녹색의 물결을 출렁이며 가볍게 파도를 일으켰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갈매기 떼들도 한가로이 먹이 감을 주시하며 물위로 떠오르는 물고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에 가득한 햇살은 바다 위를 오가는 많은 배들에게 무사한 귀항을 약속하듯 따사로이 바다를 비추고 있었다.
넓은 바다위로 오가는 많은 배들 가운데 옅은 분홍색이 감도는 돛을 단 거대한 목선이 위세도 당당하게 고기를 낚는 작은 어선들 사이를 지나가고 있었다.
이 배는 주로 외국과의 수출, 수입을 담당하는 무역선 이었다.
“이거 보라고. 큰일이 났어!”
“저 녀석은 왜 또 호들갑을 떨고 그러는 거야! 저번처럼 큰 갈매기를 신천옹이라고 우기는 거 아냐?”
당시의 선원들 사이에서 신천옹은 큰 풍랑을 예고하는 죽음의 새였다. 어쩌다 신천옹이 돛에라도 앉게 되면 선원들 중의 한 둘은 배에서 뛰어내리기도 했다.
“빨리 와 봐. 큰일 났다니까!”
고요하던 바다는 걱정스러운 듯 소리치는 한 선원의 고함으로 평화로움이 그치고, 선실이나 갑판 한 구석에서 한가로이 낮잠을 즐기던 선원들이 부스스 깨어 고함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인데 떠드는 거야. 오늘 저녁에 야간근무 하려면 난 지금 푹 자 두어야 한단 말이야!”
바다 사나이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험상궂은 선원이 하품을 길게 하며 거칠게 소리쳤다. 그러자 모두들 맞장구를 치며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제길, 별일 아니면 자네를 거꾸로 매달아 버릴 거야!”
걱정스럽게 소리를 치던 사람은 창고를 관리하는 에밀이었다. 그는 주위 사람들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기가 꺾인 듯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거 보라구. 배가 항구에 도착하려면 아직 열흘은 더 가야 하는데 벌써 영국에 팔 설탕이 다 녹아버렸다고.”
“뭐라고. 그러면 정말 큰일이잖아.”
“진짜로 다 녹아버렸군. 선장님께는 알렸나?”
“아, 아니.”
“이 멍청이. 아직 안 알렸다고!”
“지... 지금 알리려가려던 참 이었어. 나도 놀라서 정신이 없었다고. 너무 그렇게 다그치지 말라고!”
에밀은 겁먹은 듯 소리치고는 문밖으로 뛰어 나갔다.
설탕포장을 바라보는 소년
무역선 프린스호가 하는 일은 주로 설탕을 나르는 일이었다.
당시의 설탕은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은, 미국 무역업의 중요한 상품 중 하나였다. 그러나 설탕은 많이 팔리는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가장 골치를 썩이는 문제가 있는 상품이기도 했다.
그 문제란 설탕이 열에 잘 녹는다는 사실 이었다. 때문에 겨울철에는 큰문제가 없었지만 여름철만 되면 녹아버리거나 굳어버려서 상품가치가 떨어지거나 심하면 납품기일을 어긴 대가로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사람들은 더위를 피하고자 배의 깊숙한 곳에 보관해 보거나 얼음을 동원해 보았지만 목선 특유의 썩는 냄새가 베어버리거나 얼음 녹은 물 때문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모두들 녹아내리는 설탕을 해결해 보려고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을 때 한 청년이 유심히 설탕이 흘러내려 끈적이는 포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이제 막 어린티를 벗은 듯 아직 앳된 얼굴의 청년 이었다.
그의 머리위로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은 그의 금발 머리카락을 더욱 더 반짝이게 하였다.
이 젊은 청년이 바로 각설탕 포장 법을 고안해낸 존 이었다.
안 녹는 설탕 없나?
먼 나라를 두루 여행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뱃사람들에게 있어서 무역선을 타는 일은 큰 희망사항 중 하나였다.
무역선의 선원은 뱃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또한, 여자들에게 있어서도 무역선의 선원은 큰 인기가 있었다
. 왜냐하면 무역선 선원들이 외국항해를 하고 오게 되면 그들의 손에는 타국의 진기하고 신기한 물건들이 가득 쥐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프린스호의 선원인 존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비록 나이가 어리긴 했지만 약혼녀가 있었고, 존이 어느 정도 목돈을 쥐게 되면 결혼하기로 약속돼 있었다.
그러나 설탕이 녹아버리는 바람에 존의 회사는 많은 돈을 물어주게 되었고, 그 책임을 선원들 에게도 물어 월급의 삼십 퍼센트를 삭감하고, 보너스도 당분간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선원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니, 그 일이 왜 우리들의 탓 이라는 거야!”
“그래, 이 삼복더위에 항해를 강행해 놓고는 왜 우리에게 책임을 묻는 거야!”
“하여간, 설탕은 애물단지라니까. 안 팔자니 돈이 아깝고 팔자니 녹아버리고... 이거야 원, 설탕 무서워서 이일도 못하겠어!”
“안 녹는 설탕 없나? 그러면 배마다 가득 싣고 팔러 갈 텐데. 아, 그러면 떼돈도 벌고 말이야.”
“그걸 누가 모르냐. 하지만 안 녹으면 그게 설탕인가?”
항해를 마치고 배에서 내리는 선원들은 방금 선장을 통해서 들은 월급 삭감이야기를 두고 목소리 높여 떠들어 댔다.
뒤에서 따라오던 존도 실망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늘어뜨린 채 힘없이 걸어 나왔다.
‘로라에게 예쁜 모자를 사 주겠다고 약속 했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한 두 번도 아니고 계속 일어나는데 가만히들 있는 거지?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할 것 아니야!’
존 역시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혼자서 분개해 하고 있었다.
20만 달러짜리 현상 공모
“어라, 이거 보게”
항구를 빠져나와 모퉁이 벽을 돌아서는 순간 존은 사람들이 가득 모여들어 웅성거리는 모습에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아저씨, 무슨 일이예요?”
“읽어보게. 글쎄 설탕회사에서 내 붙인 포스터야. 그, 뭐라고 하던가? 그래 공모 포스터!”
“공모 포스터?”
호기심으로 자리를 비집고 들어간 존은 자세하게 포스터의 내용을 읽어갔다. 포스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당사에서는 각설탕 포장 법을 공모합니다.
더위에도 설탕이 녹아내리거나 썩지 않는 포장 법을 제시하는 분께는 20만 달러의 상금을 드립니다.
여러분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기대하겠습니다.’
“20만 달러... 와, 이거 정말 대단한 걸.”
“뭐가 20만 달러라는 거야! 누가 저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내! 결국은 쇼하고 있는 거잖아!”
“아, 맞아. 차라리 녹지 않는 얼음을 공모하지 그래!”
“하하하. 괜 시리 ‘우리는 이렇게까지 했소이다.’하고 자랑하는 거지 뭐.”
포스터의 내용을 읽던 많은 사람들이 큰 웃음을 치며 자리를 떠났지만 존은 여전히 포스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던 존은 얼굴에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20만 달러라!’
‘좋아, 내가 해 보겠어. 아무도 할 수 없을 거라고... 천만의 말씀. 내가 할 거야. 그래서 20만 달러도 타고, 로라와의 결혼을 위한 돈도 준비 하겠어!’
여지 것 주눅이 들어있던 존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신나게 달려 어느새 골목을 벗어나고 있었다.
존의 도전, 포장 법 연구
“쓱, 쫘 아 악”
어두운 창고의 틈 사이로 종이를 찢어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조그만 책상 앞에 앉아서 무엇인가 열심히 오리고, 붙이고, 혹은 찢거나 구기며 무언가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부둣가에 붙은 포스터를 본 이후로 존은 시간이 나는 대로 마을의 곡식 창고로 달려와 자신의 주머니 가득 들은 설탕을 들여다보며 설탕의 포장 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마을의 곡식 창고는 가을에 곡식을 추수해서 쌓아 놓는 곳으로 아직 곡식이 익지 않은 7월에는 여유 있는 공간이 많이 있었다.
햇빛이 새어들지 않아 창고 안은 서늘함이 유지되고 있었고, 알이 빠진 볏 자루들이 창고안의 눅눅한 습기들을 흡수했다. 지난해 거두어들인 곡식들이 꽤 남아 있어서 함부로 움직이기는 곤란했지만 존에게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실험 공간 이었다.
“음... 이게 아닌데. 어떻게 하면 설탕이 녹지 않을 수 있는 거지? 더워서 그렇다면 무언가 시원하게 해주면 좋을 텐데.”
존은 자신의 손안에 들린 각설탕을 들려다 보며 중얼거렸다.
처음으로 탐구라는 것, 무엇인가를 자신만의 생각으로 만들어낸다는 것은 존에게는 생소하고 벅찬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작은 실마리조차 얻지 못하고, 시간만을 허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끈기만은 대단해서 존은 잠시의 틈이라도 생기면 창고로 달려갔고 어김없이 설탕과 그것을 둘러쌀 포장을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존은 매우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여름은 8월을 넘어서며 더위의 절정을 이루고 있었고, 거리의 사람들은 머리까지 뻗쳐오르는 열기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이 날도 일이 끝나자마자 존은 어김없이 창고로 향하고 있었다. 초저녁, 무덥던 낮의 기운이 한 풀 꺾이기를 기대했지만 낮 동안 가열된 대지의 열기는 쉬 식을 줄 몰랐고, 게다가 습도마저 높아져 가만히 있어도 짜증이 나는 듯 했다.
오후 늦게 서야 일이 정리 되어진 탓으로 존은 서둘러 움직였고, 괜히 초조해진 그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부두를 지나 창고로 향하던 존은 창고에 가까워져 자신의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다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제길!”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주머니에서 빼낸 손에는 끈끈한 액체들이 엉기고 달라붙어 바닥을 향해 늘어지고 있었다. 실험에 사용하기 위해 주머니 가득 가져온 설탕들 이었다.
맞아! 바로 그거였어!
“더위에 설탕이 다 녹아 버렸잖아. 이 일을 어떻게 하지? 그렇다고 이 시간에 시내로 나가서 사 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오늘 힘든데도 이곳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 갈수도 없고...”
“아! 어제 남은 설탕들을 창고에다가 놓아두고 왔지. 죽으라는 법은 없는 모양이군. 이렇게 착착 일이 맞아 들어가니 말이야.”
발길을 재촉하여 창고의 문을 열자 신선한 공기가 그의 코끝을 간지럽게 했다. 땡볕에서 숨을 헐떡이게 하던 열기는 느낄 수 없었다.
“이러니 사람들이 무더울 때면 이곳으로 하나 둘 숨어드는 것이었군. 어쨌거나 장소는 제대로 잡은 것 같아. 자... 어디다가 두었더라. 이쯤이었던 것 같은데.”
어두운 창고 안을 손으로 더듬거리며 호롱불을 놓아둔 장소를 찾았다. 그가 서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나무궤짝으로 엉성하게 만든 책상이 놓여있었다
. 존이 성냥불로 불을 켜자 어두웠던 창고 안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옳아, 여기에 있었군.”
존은 어제 사용하고 놓아 둔 각설탕을 들고는 포장을 벗겼다. 그러나 자신의 눈앞에 벌어진 일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져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참 이상도 하군.”
존은 포장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손 안에 들린 각설탕은 더운 밖에서 녹아 내렸던 설탕에 비하면 작은 양이기는 했지만 분명히 녹아 있었다. 녹아서 한 귀퉁이가 허물어진 각설탕을 들여다보는 존은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어째서 녹은 거지? 시원한데도 설탕이 녹다니... 뭔가 이상하잖아. 혹시... 날씨가 아닌 다른 무언가로 설탕이 녹는 것을 막을 수 있지는 않을까?”
“그래 어쩌면 여지 것 포장을 시원하게 만들려고 했던 나의 생각은 잘못된 것일 수 있다!”
그동안 풀지 못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위한 실마리를 잡았다는 사실에 존은 새벽이 밝아오는지도 모르고 연구에 열중했다.
“음... 이것도 아닌데... 도대체 무엇이지?”
어둠이 가시고 창고의 밖은 점점 밝아오는 아침을 맞이하기 위한 자연의 움직임으로 분주했다.
존이 있는 창고에도 아침햇살이 비추고 있었다. 존은 여전히 포장지를 들여다 보며 자리를 뜰 줄 몰랐다.
한참을 들여다보던 존은 자신의 볼을 스쳐 바닥에 내려앉은 빛줄기에 고개를 돌려 빛이 들어오는 곳을 바라다보았다. 창고의 지붕 가까이에 만들어 놓은 창을 통해 아침의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무엇인가 이상한 것을 느낀 존은 창고의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동안 창고에 와서도 단 한 번도 관심 있게 보아오지 않았던 것이었는데 창고에 창이 있다는 사실은 그를 놀라게 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마주보이는 곳으로 두 개의 창이 나있었다.
“이상한 일이야. 시원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빛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데, 어째서 창문이 두개나 있는 걸까? 혹시, 이 창이 창고의 시원한 공기와 관련이 있는 건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존은 알았다는 듯이 무릎을 치며 탄성을 질렀다.
“맞아! 바로 그거였어! 왜 여지 것 그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거지?”
존은 하던 일을 멈추고 부두로 가기위해 서둘렀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각설탕이 들려져 있었다.
환기창이 안겨준 행운
“시끄러워요! 지금 뭐 하자는 거요?”
“여러분, 지금 제 손안에 들려있는 이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아니, 지금 우릴 놀리는 거요! 뭐긴 뭐요? 우리 회사에서 만든 각설탕이지. 장난칠 사람이 필요하다면 다른데 가서 알아보도록 하시오. 이곳은 당신처럼 한가한 사람들이 얼쩡거리는 곳이 아니니 말이요!”
“선생님, 이 각설탕은 분명 선생님의 회사에서 만든 것이지만 특별한 겁니다.”
“특별?”
“그렇습니다. 녹지 않는 각설탕 입니다.”
“무슨 소리요! 변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전 그 동안 너무 주위의 일들을 자세히 바라보지 않고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창고의 환기창이 저에게 기회를 주었지요.”
“환기창?”
“그렇습니다. 사장님은 곡식들을 저장해 두는 창고에 가보신 일이 있습니까? 그곳에서 천장 근처에 만들어 놓은 환기창을 보신 적이 있는지요?”
“아, 물론이요. 지금은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나의 고향도 농촌이었소. 그곳에도 커다란 창고가 있었지. 가을이면 비었던 창고에 곡식을 담은 자루들이 가득 들어 찼었지.”
“맞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지요. 그곳에서는 곡식이 썩지를 않았으니 말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나를 바보로 알고 있는 거요? 그거야 환기통을 통해 공기가 통과하니까 그런 거 아니요?”
“맞습니다. 통기가 이루어지면 제품의 부패가 더디게 일어나지요. 이 포장도 바로 그것을 이용 했습니다.”
“뭐라고요?”
“자, 햇빛이 드는 곳으로 이 설탕 포장지를 대어 보십시오. 아마도 그전과는 다른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
이 정도로 이야기가 진행되자 존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장은 그동안의 고압적인 자세를 풀고 진지하게 존이 하라는 대로 각설탕의 쌌던 포장을 풀어 햇빛에 대 보았다.
“어디 봅시다. 나는 이 회사 사장이요. 그런데 앗! 이... 이런!”
“보이시지요?”
“그렇소. 빛이 통과하고 있군요. 아주 작지만 분명히 구멍이 뚫어져 있고, 그 곳을 빛이 지나고 있어요.”
“자, 사장님 이제는 제게 약속을 해 주셔야겠습니다. 상금이 20만 달러였던가요?”
“음!”
설탕 회사의 사장은 난처한 듯 신음 소리를 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단, 당신이 고안한 이 포장지에 설탕을 싸서 물건을 실읍시다. 마침 프랑스로 가야할 물건이 이번 주 안에 실려야 하니... 물건이 도착해서도 이상이 없다면 약속을 지키겠소이다.”
“좋습니다. 그 동안 제가 기다리겠습니다.”
와아아! 성공이군요!
지루한 시간들이 흘렀다. 프랑스까지의 배편은 가는 데만 일주일이 걸리는 먼 여행이었으므로 왕복하여 돌아오자면 약 보름의 시간이 지나야 했다
. 하루하루의 시간이 존에게는 긴장과 걱정의 연속이었다.
“만약... 설탕이 녹아버리면 어쩌지? 그 동안의 고생이 수포로 돌아가 버릴 텐데. 아니야, 이런 불길한 생각은 하지 않도록 하자. 분명 내가 기다리는 좋은 소식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리고 어찌되든 난, 최선을 다했어.”
그렇게 초조의 시간을 열흘정도 보낸 어느 날, 이른 아침 존은 새벽잠을 깨우는 전화벨 소리에 눈을 떴다.
“여보세요. 존 입니다.”
아직도 잠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잠긴 목이 풀리지 않아 목소리가 목안에서 맴돌았다.
“너무 일찍 죄송합니다. 그동안 소식을 기다리실 것 같아서.”
설탕회사 사장의 목소리였다. 오랫동안 소식이 무척이나 궁금했던 터라 존은 정신이 바짝 드는 것을 느꼈다.
“축하합니다. 당신 말대로 각설탕은 모두 무사했고, 제대로 된 제품을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었소.”
“와아아! 성공이군요!”
“지금이라도 당장 20만 달러를 드리겠소. 한 푼의 에누리도 없이 말이요!”
“하하하, 고맙습니다.”
바늘구멍 하나가 20만 달러
존의 승리였다. 아니 지치지 않고 도전한 그의 인내와 노력의 승리였다.
존은 처음 포스터에 실렸던 내용대로 20만 달러의 상금을 거머쥘 수 있었다.
각설탕 포장지 한 구석에 뚫어 놓은 아주 작은 바늘 구멍 하나가 20만 달러의 행운을 안겨다 준 것이었다.
그것은 어두운 곡식 창고에서 그의 볼로 빛을 스치게 해 주었던 환기창으로부터 얻어낸 값진 보물 이었다
. 환기창을 통해 공기가 통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물건들의 부패를 막을 수 있고 온도도 낮출 수 있다는 지혜, 그리고 그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인 존의 자세.
만약 그가 그를 스치고 지나던 빛을 대수롭지 않게 보았다면 그에게는 20만 달러라는 행운은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존의 성공은 그의 인간적인 인내와 자연의 섭리가 조화되어 탄생한 멋진 작품이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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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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