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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실 홍 실
부연서까래의 탄생
부연서까래란 무엇일까?
조상들의 옛 건물을 보면 그 지붕의 아름다운 곡선을 보며 우린 탄성을 지른다. 바로 지붕의 곡선을 위해 덧대어 올리는 것을 부연서까래라고 한다.
그럼 부연서까래는 누가 만들었을까?
지금으로부터 약 4백여 년 전, 한양의 참판 벼슬을 하는 대감 집에서 노비로 살던 돌쇠와 오월이라는 부부가 있었다. 역시 노비였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돌쇠의 목공기술은 장안에서 으뜸이었고, 그의 아내 오월도 음식 만드는 솜씨가 뛰어나고 부지런하여 이들은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노비보다도 행복하던 이들 부부를 시기하고 모함하는 노비들이 생겨났다. 노비들 사이에는 머지않아 이들 부부가 쫓겨날 것이라는 소문까지도 나돌게 되었다.
“꼬끼오 꼭꼭”
새벽닭의 힘찬 울음소리가 작은 마을에 울려 퍼졌다. 마을 최고의 실력자 김 참판 댁 머슴들이 하나둘 일어났다.
어두운 하늘위로 미처 사라지지 못한 별들이 가득히 들어찬 날이었다.
“어이, 돌쇠 일어났는감? 날이 샜는데.”
“어휴, 이 영감탱이. 아직까지 돌쇠부부가 자는 거 보았어요. 뒷북치지 말고 얼른 볼일이나 봐 유.”
“오늘도 돌쇠는 목침 짜러 갔는가 봐.”
노인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호영 할머니는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잠이 덜 깬 듯 눈이 부스스 했다.
“으 휴, 도대체 얼마나 잘 보이려고 저런담. 정말 눈꼴 시려서.”
“누가 아니래. 저희만 대감님 사랑받으면 단가?”
“정말 도대체 우리네 걱정은 하질 않는 다니까.”
오늘 아침 역시 돌쇠부부를 향한 차가운 시선은 변함이 없었다.
돌쇠부부는 김 참판 댁에서 가장 부지런했다. 이런 돌쇠부부의 부지런함을 김 참판은 늘 높이 샀다. 하지만 김 판서의 돌쇠부부에 대한 남다른 관심은 사랑방 식구들과의 비교로 나타났다.
“아니! 자네 이걸 일이라고 해왔나? 어디 이걸 손으로 했다고 믿겠나! 진작 돌쇠 녀석에게 맡기지 않은 내가 잘못이지. 다시 해오게!”
호랑이 김 참판의 불호령이 떨어지는 날이면 김 참판 댁 식솔들은 물론 누렁이까지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나리 마님 저 돌쇠입니다요.”
“오냐, 들어오너라.”
돌쇠는 고개를 숙이고 낯설지 않는 익숙한 행동으로 방안으로 들어섰다.
“여기 나리마님께서 말씀하신 목침이...”
돌쇠의 손에는 정교하게 다듬어진 목침이 놓여있었다. 마치 생명을 지닌 듯 목침은 숨을 쉬고 있는 듯 했다.
“그래 어디보자.”
김 참판은 목침을 들고 이리저리 유심하게 살폈다.
“잘했구나. 돌쇠 너의 솜씨는 어디다 내놔도 흠잡을 곳이 없겠구나.”
돌쇠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곧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거처인 사랑채로 건너왔다.
부지런한 노비부부
“어디 다녀오는 거예요?”
돌아온 돌쇠를 보자 오월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응... 대감마님께. 당신 왜 그래?”
평상시 같지 않은 오월의 행동에 돌쇠는 당황했다. 사실 노비인 자신에게 시집와 여태껏 불평 없이 살아온 오월이었다. 돌쇠는 오월에게 늘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어디 아파. 요즘 들어 당신이 무척 수척해 진 것 같아.”
“다른 건 참을 수 있어요. 일이 힘든 것, 잠을 조금밖에 자지 못하는 것, 하지만 정말 견디기 힘든 것은 사람들이 뱉어내는 욕설과 차가운 눈빛이에요.”
가느다란 오월의 어깨가 떨리기 시작했다.
“여보, 당신과 내가 아이를 낳으면 그 불쌍한 아이도 노비가 되겠죠.”
아내의 말을 듣던 돌쇠는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당시 조선시대의 신분제도는 매우 엄격해서 부모 중 단 한명이라도 노비출신일 경우 그 후손은 평생을 거쳐 노비의 신분으로 살아야 했다. 당시의 노비는 인간이라기보다 하나의 재산과도 같아서 사고 팔수도 있었고 선물로 건네주기도 했었다.
돌쇠역시 자신의 신분과 앞으로 태어날 아이에 대한 문제가 큰 고민거리였었다. 행랑 문을 열어젖힌 돌쇠의 눈에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였다.
‘그 곱던 아내에게...’
돌쇠는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허나 아내 오월 앞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아무래도 오늘밤은 푹 자기는 틀렸구나! 내 인생은 왜 이리도 기구한가.’
돌쇠는 무거운 마음에 쉽게 눈을 붙이지 못하고 잠을 설쳤다.
아침 해는 어김없이 떠올랐고 누워있는 돌쇠의 얼굴위로 따스한 봄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응? 이...이런 세상에 늦잠을 자다니!’
옆 이부자리에는 오월이 곤히 잠들어 있었다. 오월도 엊저녁 잠을 설친 듯 했다. 돌쇠는 서둘러 오월을 깨우기 시작했다.
“이봐, 어서 일어나. 아무래도 우리가 늦잠을 잔 것 같소. 어르신 호령 떨어지기 전에 어서 일어나오.”
오월의 잠겨있던 눈이 번쩍 뜨였다.
갑자기 뜬눈으로 빛이 반사되어 눈이 부셨다.
“이를 어쩌지요? 해가 중천에 뜰 동안 아무도 우릴 깨우지 않다니.”
오월은 사람들의 무심함에 절로 한숨이 쏟아졌다.
“돌쇠 안에 있는감?”
문지기 할아버지의 쉰 목소리가 벌어진 문틈사이로 미끄러지듯 흘러들었다.
“예, 여기 있습니다.”
문을 세차게 열며 돌쇠는 저고리의 고름을 정신없이 맺다. 도대체 어떻게 옷을 입는 건지 정신이 없었다.
“늦잠을 잤습니다. 다들 일어났죠?”
돌쇠는 미안한 마음에 얼굴이 붉어지고 가렵지도 않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건 그렇고 대감마님이 찾으시니 후딱 큰 채로 가보소.”
노인은 간단히 말을 한 후 더 이상 관심 없다는 듯 싸리비를 들고 큰 마당 쪽으로 다리를 끌며 걷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당분간은 목공일도 없을 거라 하셨는데....’
분명 큰일이 벌어진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보, 혹 사람들이 우리가 늦게까지 잠이든 걸 트집삼아....”
“설마... 그렇게까지 악한 사람들은 아니니 걱정 말아요. 난 얼른 대감마님께 다녀오겠소.”
태연한척 말은 했지만 돌쇠 역시 겁이 났다. 안채로 걸어가는 그의 발걸음은 천근의 돌덩이를 끄는 소처럼 너무나 무거웠다.
새 집을 지어라 명령
“대감마님 저 돌쇠 분부 받잡고 대령 했습니다.”
“그래 들어오너라.”
유난히 김 참판의 목소리가 무겁게 들렸다. 방문을 열고 들어온 돌쇠는 정돈된 자세로 책을 읽는 김 참판을 보았다.
금방이라도 김 참판의 노한 목소리가 돌쇠에게 떨어질 것 같았다.
“아니 뭘 그리 멀뚱멀뚱 서 있는 게냐.”
김 참판이 보던 책을 덮으며 돌쇠에게 가까이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내 너에게 긴히 부탁할 것이 있어서 급히 불렀느니라.”
“부탁이라고요?”
김 참판의 말에 돌쇠의 귀가 솔깃해 졌다.
‘분명 대감님이 부탁이라고 하셨지?’
돌쇠는 자신에게 되물었다.
비천한 자신에게 조선 제일의 갑부이며 참판의 자리에 오른 김 대감이 부탁한다는 것이 너무 놀라웠다.
“뭘 그리 놀라나? 내 이번에 벼슬도 오르고 이 집이 좀 낡은 것 같아 새집을 지으려 하네. 그러니 이번에 자네 솜씨를 마음껏 발휘해서 근사한 집하나 만들어 보게.”
사실 지금의 김 참판의 집은 마을에서도 유서 깊은 건물에 속했다. 몇 대가 지나도록 사용한 집이어서 집의 역사만큼이나 낡은 상태였다.
“그런 큰 공사를 제게 맡기시면.”
“어디 자네만한 일꾼이 있어야지. 솜씨 좀 있다싶으면 버릇들이 없고.”
아무리 좋은 목공기술을 지닌 돌쇠라지만 이렇게 큰일은 난생 처음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믿는다며 일을 맡긴 김 참판을 위해 해보고 싶은 욕심이 마음 깊은 곳에서 용솟음쳤다.
“그럼 대감마님 한번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방을 나온 돌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파란하늘 위에 솜사탕 같은 구름이 탐스럽게 피어있었다.
‘참 멋진 하늘이다. 맑은 날씨가 꼭 내 마음 같구나.’
그날이후 돌쇠는 더욱 바쁜 날들을 보내야 했다.
“나리 마님께서 중국에서 목재와 돌들을 구해 오셨다는구먼.”
“자제들이 너무 귀한 것이라 값으로 치면 꽤 나간다는 소문도 있어.”
“아무튼 굉장히 멋있게 지을 거라 하드만.”
마을은 참판 댁 새집이야기로 늘 가득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참판 댁 식솔들은 새집에 대한 기대로 술렁였고 어서 이사 가는 그날이 오길 학수고대했다.
처음엔 시기심으로 방관하던 사람들의 격려는 늘어갔고, 돌쇠부부를 칭찬하는 사람들이 더해갔다. 그럴수록 돌쇠내외는 더욱 열심히 일을 했다. 사람들의 기대에 찬 눈빛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돌쇠는 나무를 다듬을 적마다 자신의 행복을 다듬는 것 같았다. 집의 모양이 점점 갖추어 질수록 돌쇠는 꿈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하루의 일을 끝내고 돌아온 돌쇠는 몰려드는 피곤함에 금 새 잠이 들곤 했다.
하지만, 몸이 피곤하긴 할지언정 마음은 날개를 단 듯 한결 가벼웠다.
아내의 지극한 정성
어느 날의 일이었다.
하늘거리는 호롱불빛에 돌쇠는 잠을 깼다. 방안은 새벽의 고요함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옆에 있어야할 아내 오월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이 사람이 늦은 시각에 어딜 간 거지.’
바지춤을 쓸어 올리며 밖으로 나갔다.
하늘엔 어영청 둥근달이 높이 떠 있었다. 아내를 찾으며 뒤뜰을 걷는 그의 귀에 두런거리는 사람의 소리가 들렸다. 소리 나는 곳을 향해 되도록 발소리를 죽이며 걸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돌쇠가 간 그곳엔 아내 오월이 있었던 것이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낭군님 공사가 그저 아무런 탈 없이 끝나게 해주십시오.”
아내는 정한수를 떠놓고 남편인 돌쇠를 위해 합배하고 있었다.
돌쇠의 눈에는 사랑과 감사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걱정 마오. 당신 덕분에 공사가 잘 될 것 같소.’
돌쇠의 손놀림은 더욱 힘찼고 어떠한 힘든 일에도 지칠 줄을 몰랐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낙엽이지는 가을이 왔다. 반년가까이 해온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이었다.
“들에는 벼가 익어 고개를 숙이고 감이 나무마다 주렁주렁 열린 이때에 나또한 하나의 결실을 맺는구나!”
완성되어 가는 건물을 바라보는 돌쇠의 머리 속으로 지나간 시간들이 스쳐갔다. 아내의 기도모습, 사람들의 기대에 찬 눈빛, 그동안 흘린 자신의 땀방울....
‘오늘은 푹 쉬고 내일 서까래를 올려야겠다.’
돌쇠는 내일로 다가온 공사의 마무리가 생각났다. 가슴이 벅차 쉽게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자는 둥 마는 둥 하던 돌쇠는 새벽닭이 울기도 전에 공사현장으로 달려갔다.
더 이상 해가 뜨기를 기다릴 수 없었다. 돌쇠는 서까래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돌쇠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잿빛으로 변했다. 낭패의 빛이었다.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지붕위에 얹기 위해 잘라 다듬어 놓은 서까래의 길이가 지붕보다 한자 정도 짧은 것이었다. 돌쇠는 더 이상 그곳에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손가락질을 해대며 김 대감은 노한 얼굴로 자신을 향해 소리치고 있는 것 같았다. 공포에 휩싸인 돌쇠가 집을 향해 정신없이 내달렸다.
‘대감님께 말씀드려야 하나? 그랬다가 책임을 물어 목숨이라도 잃는다면... 흑흑흑.’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고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질 않았다.
‘도망이라도 갈까? 하지만 남은 식솔들에게 어떤 불똥이 떨어질까 생각하니 차마 그리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벽에 기대어 허공을 힘없이 주시하던 돌쇠는 미칠 것만 같았다.
‘죽고 싶다. 하지만 내가 죽으면 오월 혼자 남을 텐데.’
그동안 금실 좋은 부부라고 소문이 자자했던 그들이었다. 날이 어두워지고 돌쇠의 마음도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
“호호호 뭘요. 그냥 한거지.”
문밖에서 오월의 활기찬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내에게 어떻게 이야기 하지! 이젠 아내의 맑은 웃음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문을 열고 들어온 아내의 손에는 예쁜 옷감이 들려있었다.
“아니 웬 거요? 이거 비단이잖아.”
돌쇠는 아내에게 있던 비단을 펼쳐 보이며 물었다.
“요 며칠 전 마님께서 대감마님 환갑 때 입으실 거라며 저고리를 만들라고 하셨지 뭐예요. 그래서 옷감을 재단하다 순영이의 잘못으로 저고리의 길이가 짧게 되었지요.”
오월은 며칠 전의 일을 떠올리며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해요. 그 비싼 비단을 제가 다시 살수도 없고 소매 끝에 다른 조각을 덧대었지요.”
오월의 말은 계속되었다.
“그래서 그 저고리를 갔다 드렸지요.”
돌쇠도 대감마님이 환갑 때 마님께서 입으셨던 저고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날 손님들이 마님 입으신 저고리를 보며 예쁘다고 그렇게 칭찬을 하셨대요. 마침 선물로 들어온 비단이 있다며 그날 수고 많이 했다고.”
예쁜 옷감만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오월은 옷감을 쓰다듬었다. 한번도 오늘만큼 환하게 웃는 오월의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돌쇠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 졌다. 갑자기 두통이 이는 것 같았다. 돌쇠는 가볍게 이마를 짚으며 지끈거리는 머리의 이마를 짚었다.
한복소매 원리에서 부연서까래 발명
“당신 어디 아파요?”
푸석해진 남편의 얼굴이 오월은 마음에 걸렸다.
“아프긴.”
“참, 당신 공사는 어떻게 됐어요. 오늘은 그냥 일찍 돌아 왔다던데.”
순간 돌쇠는 뜨끔했다. 어떻게든 둘러대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쉽게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무슨 일... 있군요?”
당황하는 돌쇠의 모습에 무언가 감 잡은 듯 오월이 다그쳤다.
돌쇠는 오월에게 잘못 잘라진 서까래 이야기를 했다.
“그러니 어쩌면 좋소!”
“참 당신도 그런 일로... 걱정 마세요.”
오월은 의외의 반응을 보이며 담담히 말했다.
“잘못 잘라진 그 서까래를 그냥 올리세요.”
“그냥 올리라니?”
“제 말만 믿으시고, 당신 제 저고리 이야기 금방 들으시고도....”
“하지만 이건...”
“다르지 않아요. 그러니 어서 가서 제가 시킨 대로 하셔요.”
돌쇠는 오월에 이끌려 공사현장으로 갔다. 돌쇠는 짧은 서까래를 들고 지붕위로 올라갔다.
서산너머 아침 해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고개 너머 아침의 공사를 위해 오는 일꾼들의 모습도 보였다.
“돌쇠 일찍 나왔구먼!”
“예. 좋은 아침입니다.”
돌쇠의 인사처럼 돌쇠의 마음은 맑지 못했다.
‘정말 대감마님이 좋아하실까?’
공사가 끝난 후에도 돌쇠는 자못 두려운 마음이 엄습해왔다.
발명으로 노비에서 해방
돌쇠는 아내를 바라보았다.
‘저만 믿으세요? 라는 듯 오월은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오후가 되자 새로 지은 집의 구경을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많은 인파 속에는 물론 김 참판도 와있었다.
“지붕의 곡선이 정말 특이한데.”
“저건 무슨 공법이야?”
“저 추녀 끝으로 흐르는 곡선을 좀 보라고. 저건 풋내기의 기술이 아냐!”
사람들은 저마다 탄성을 지으며 새 건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김 참판은 단한마디의 말도 꺼내지 않았다. 돌쇠는 긴장으로 근육이 굳는 것 같았다.
“돌쇠는 안채로 들어오너라.”
‘마음이 들지 않으신가보다.’
방으로 들어선 돌쇠는 시선을 두어야 할 곳을 찾지 못했다.
“수고했다”
뜻밖의 말이었다. 돌쇠는 숙였던 고개를 들어올렸다.
“이것은 네가 수고한 대가이다.”
김 판서는 돌쇠 앞으로 하얀 종이 뭉치를 던졌다.
“무엇이옵니까?”
“들어라. 그것은 너와 네 처의 노비문서이다. 이젠 더 이상 너희는 노비가 아니니 둘이 나가 자유롭게 살아라.”
돌쇠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나게 큰 상이었다. 노비에서 해방되기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판서가 그 같은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당시 건축기술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훌륭한 집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돌쇠의 머리는 기뻐할 아내의 모습으로 가득했다.
노비출신 돌쇠의 부연서까래 공법.
이는 돌쇠의 지혜와 아내의 재치의 소산이었다.
중국·일본등지에서 흔히 보게 되는 이 서까래공법은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로 후에 많은 아시아 지역에 퍼져 이 양식을 지닌 건물이 나타나게 된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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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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