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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
형의 발명품
“형! 새로운 발명을 축하해.”
“휴그 무어, 고맙다. 너도 하버드대에 입학한 것을 축하한다. 공부 열심히 해서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응?”
“응, 그런데 형의 발명품 생수 자동판매기는 잘 될 것 같아?”
“염려 마, 지금 한창 인기가 올라가고 있지 않니. 잘 될 거야.”
“나는 형의 그 자신감을 믿어.”
“녀석도.”
1907년, 미국 캔자스의 조용한 마을에 하버드 대학에 입학한 동생을 격려하는 젊은 청년이 있었다. 동생인 휴그 무어 보다 한 살 위인 로렌스 루엘랜이었다.
로렌스 루엘랜은 이무렵 생수 자동판매기를 발명하여 한창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얘, 자동으로 판매되는 생수가 있다는데 먹어볼까?”
“뭐? 자동으로! 그럼 기계 혼자서 생수를 판단 말이야?”
“그렇다니까. 가 보자.”
처음에 사람들은 자동판매기의 신기함 때문에 생수를 먹으려고 줄을 섰다.
“자, 동전을 넣고? 됐다. 마셔.”
“와, 신기하다. 나도 한번 해 보자. 옳지. 이제 마셔볼까?”
성급하게 자판기에서 컵을 빼려던 사람이 그만 컵을 놓치고 말았다.
“쨍그랑!”
“어! 깨졌잖아.”
당시 자동판매기에 사용되는 컵은 도자기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래서 조그만 부주의에도 컵이 깨지곤 했다.
“에이! 기분 나빠. 그냥 가자.”
로렌스 루엘랜의 생수 자동판매기는 이런 문제점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신기함 때문에 불티나게 팔렸던 자판기가 나중에는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은 정도로 인기가 떨어져 갔다.
“형, 웬일이야? 얼굴이 많이 여위었어.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휴그 무어, 아니다. 요즘 자판기 때문에 신경이 좀 쓰여서. 그보다 대학생활은 재미있니?”
“으응, 형이 도와주는 덕분에. 나야 잘 하고 있어. 공부도 재미있고.”
“내 걱정은 말아. 사업이야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 거지 뭐.”
“그렇지만, 형이 잘되어야 하는데.”
오랜만에 형을 만난 휴그 무어는 형의 고민이 무엇인가를 알자, 해결할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도자기 컵이 쉽게 깨지는 단점이 있다. 깨지지 않는 컵을 사용하면 될 텐데.’
생각은 간단했다. 그러나 생각만 간단할 뿐,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휴그 무어는 대학에서 강의를 들으면서도,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서도 온통 형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그만큼 형제간의 사랑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볼 때마다 수척해지는 형이 너무 안됐어.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하다 말고, 휴그 무어는 생각에 잠기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돌아와 노트를 요약하던 그는 무심코 종이 위에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논리적으로 차근차근 생각해 보자. 형의 생수 자판기. 깨지지 않는 것? 헝겊, 나무, 종이, 그래! 종이로 컵을 만들면 좋겠다. 가볍고 깨지지도 않을 테니까.’
낙서하던 종이를 접어 깔때기처럼 만들어보던 휴그 무어는 곧 다시 생각에 잠겼다.
‘종이컵이라. 좋기는 한데 물에 젖으면 바로 찢어져 버릴 텐데. 물에 젖어도 찢어지지 않는 종이.’
종이컵의 발명
휴그 무어는 생각을 거듭했다. 모자라면 책을 보고, 과학적 지식을 총동원하여 탐구와 실험 연구를 되풀이했다.
‘물에 쉽게 젖지 않는 종이!’
그는 자신의 생각을 현실화하기에 골몰했다.
마침내 그는 물에 젖어도 쉽게 찢어지지 않는 종이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찾았다. 찾았어! 바로 이거야.”
그것은 바로 태블릿(tablet)종이였다. 일단 보통 종이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재질이 해결되었으므로 그 뒤의 일은 쉽게 풀렸다.
“형, 이제 태블릿 종이로 컵을 만들면 형의 고민이 끝나는 거야.”
“그럴까? 휴그 무어, 고맙다.”
“형도 참, 형의 고민이 내 고민이고, 형의 기쁨이 내 기쁨이지!”
“내 동생, 파이팅!”
휴그 무어 형제는 두 손을 꼬옥 잡았다.
휴그 무어는 물에 젖지 않는 종이컵을 만들어 냈다.
어느 날, 휴그 무어는 형 로렌스 루엘랜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형, 나 대학을 그만 둘까 해.”
“뭐? 학교를 그만 둔다고?”
형의 얼굴은 잠시 어두워졌다.
“응, 형을 도와서 같이 일하고 싶어. 자판기도 설치하고, 도자기 컵 대신 종이컵으로 갈아 넣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여러모로 일손이 부족할거야.”
“그렇긴 하지만 어렵게 들어간 하버드 대학을 그만 두어야 하겠니?”
“물론 대학에서 공부를 계속하는 것도 좋겠지만 성공만 한다면 사업도 뜻이 있을 것 같아.”
결국 종이컵을 발명해낸 휴그 무어는 그 뒤 대학을 그만두었다.
그리고는 형이 발명한 생수 자판기를 다시 곳곳에 설치하고, 그 자판기에 도자기 컵 대신 자신이 발명한 종이컵을 사용했다. 그러나 형과 자신이 성공을 이루게 될 화려한 미래를 꿈꾸던 휴그 무어에게 다시 시련이 닥쳐왔다.
“형,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아?”
휴그 무어의 표정은 심각했다.
“휴우, 그러게 말이다. 생수 장사만으로는 회사 운영이 안 되겠구나.”
“이대로 가면 곧 쓰러지겠어. 형.”
“휴그 무어, 미안하다. 우리가 운이 없는 모양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너 대학이나 졸업하게 할 것인데. 너까지 끌어들여 이런 어려움을 겪게 하다니. 정말 미안하구나.”
손을 마주 잡은 형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형,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도 있어. 좀 기다려 보면 좋은 수가 있을 지도 몰라. 너무 상심하지 마아. 형!”
휴그 무어의 가슴 속으로도 뜨거운 울음이 솟구치고 있었다.
위기 탈출
회사가 쓸러질 위기에서, 하루하루가 목을 조이는 것 같은 시련의 어느 날, W.T.그래험이라는 사람이 휴그 무어를 찾아왔다.
“안녕 하세요? 휴그 무어씨.”
“어서 오십시오. 그래험씨.”
그래험이라는 자본가는 자리에 앉자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했다.
“휴그 무어씨, 저는 종이컵에 관심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제가 20만 달러를 지원하겠으니 종이컵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회사를 설립하면 어떻겠소?”
“예? 20만 달러를 지원해 주시겠다고요?”
“그렇습니다. 종이컵에 승부를 한번 걸어 봅시다.”
“그래험씨, 좋습니다. 그 제의를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때부터 휴그 무어의 종이컵은 간편하고 안전하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본격적인 생산·판매에 들어갔다.
-휴그 무어의 종이컵, 간편하고 안전한 종이컵을 써 보세요. 건강을 보장해 드립니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건강 컵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종이컵이 인식되기 시작했다.
“종이컵이라는 게 나왔는데, 1회용이기 때문에 매우 위생적이래.”
“그렇겠군. 위생적인 면에서는 틀림없을 것 같아. 한번 써 볼까?”
처음에는 호기심 많은 소수의 소비자층에게만 팔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점차 소문이 돌면서 소비자층도 확대 되었다. 그러는 가운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는 말처럼 휴그 무어에게 뜻밖의 행운까지 겹쳤다.
민간보건연구소에서 연구에만 전념하던 사무엘 크림린 박사가 다음과 같은 연구발표를 했다.
‘인간을 바이러스로부터 구하는 길은 오직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는 것뿐입니다.’
사무엘 크럼린 박사의 발표는 휴그 무어의 종이컵을 위대한 발명으로 한층 단단하게 못을 박아 주었던 것이다. 그 뒤 엄청난 호응을 얻게 된 종이컵은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게 되었다.
“종이컵을 주문하겠습니다.”
“휴그 무어씨, 종이컵 좀 보내 주십시오.”
휴그 무어의 종이컵은 광고 한번 없이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갔다.
종이컵으로 큰돈을 모으게 된 휴그 무어는 다시 1920년, 아이스크림을 담을 수 있는 일회용 종이그릇을 발명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마음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필요로 하고, 그 필요성이 발명을 낳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필요는 곧 발명의 어머니’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엉뚱하기 짝이 없는 작은 아이디어, 형을 사랑하는 동생의 착한 마음이 ‘필요’라는 욕구를 자극하여 만들어진 발명품이었다.
바쁜 현대생활에서 언제, 어느 장소에서든지 쉽게 볼 수 있는 음료 자판기, 이 음료 자동판매기 시대가 가능한 것은 종이컵의 발명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음료 자판기 시대를 꽃 피운 종이컵의 발명가 휴그 무어, 전 세계에 종이그릇 발명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인정받게 되기까지 그의 연구와 노력이 있었던 배경 뒤에, 형제 사랑의 지극한 정성이 있었음은 그의 이름과 함께 영원히 남을 이야기이다.
“형, 우리 성공했지?”
“휴그 무어, 고맙다.”
어디선가 그들 형제의 기쁨에 넘치는 목소리가 들릴 듯하다.
왕연중(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前유원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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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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