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의 어머니
Ⅰ
세상은 온통 녹색의 물결로 일렁였고 마치 성대한 축제가 벌어진 듯 보였다. 굵게 패인 이마와 주름진 손을 가진 늙은 여인은 커다란 침대 쿠션에 몸을 의지한 채 창밖의 활기로 가득한 세상을 바라보았다.
엄마의 손을 잡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깔깔대는 아이,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의상을 걸치고 바이올린을 켜는 거리의 악사, 자신의 키보다 더 높은 선물 꾸러미를 안고 젊은 여성의 뒤를 쫓는 청년. 그녀의 눈에 비치는 세상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더욱 활기차 보였고, 평화스럽게 느껴졌다. 그녀는 힘든 듯 긴 한숨을 들이 쉬고는 미끄러지듯 침대 위로 누웠다.
“괜찮아요? 따뜻한 차라도 드실래요? 아니면 좀 더 주무시든지요.”
팽팽한 피부와 우유 빛 살결을 가진 젊은 여인은 노인의 옆에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젊은 여인의 손에는 막 물이 오른 노란색의 후레지아꽃이 한 아름 안겨 있었다.
얼핏 보기에 젊은 여성의 모습은 힘든 듯 거친 숨을 몰아쉬는 노인의 젊었을 때 모습과도 비슷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단정하게 빗어 올려 묶은 검노란 색의 윤기 나는 머리카락. 빳빳하게 다린 스커트와 유난히 흰빛을 발하는 칼라를 가진 연분홍 블라우스. 늙은 노인은 젊은 여인을 바라보며 조용히 눈을 감고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나지막하게 방안에 메아리 쳤다.
“아가, 이레느. 좀 쉬고 싶구나. 너무? 피곤해. 아가, 사랑한다.”
노인의 표정은 너무나 평온해 보였다. 녹색, 붉은 색의 꽃으로 가득한 꽃밭을 거니는 듯 노인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이후, 노인은 자신의 사랑하는 세상 풍경을 뒤로 한 채 눈을 감았다. 노인의 두 손은 서로 강하게 움켜쥐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늙은 이 여성의 죽음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고, 저 세상에서의 그녀의 삶을 축복했다.
맑았던 하늘은 검은 먹구름으로 뒤덮였고 굵은 빗줄기를 떨어뜨리며 바닥을 적셨다.
이 늙은 여성은 여성 과학자이며 노벨 물리학상을 탄 위대한 ‘과학의 어머니’ 마리 퀴리였다. 퀴리 부인으로 더욱 유명한 마리 퀴리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앞에 놓인 삶을 치열하게 살았고, 어머니로써 아내로써, 또 과학자의 한 사회인으로써 자부심을 안겨준 여성이었다.
이러한 마리 퀴리의 죽음은 그녀를 사랑하고 아꼈던 많은 사람들에게는 큰아픔이고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었다.
Ⅱ
“너희들의 조국은 폴란드이다. 결코 이 사실을 잊어서는 안 돼. 부디 지금의 어려운 상황으로 인해 좌절하지 말고 너희들의 뜨거운 가슴 한 구석에 너희들의 조국 폴란드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아이들에게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은 폴란드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세계사 수업이었다. 그것은 어린 마리아 스클로도프스카에게도 예외의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조국 폴란드가 러시아령 지배하에 놓이게 되면서, 학교 안에서 폴란드 역사를 배우는 것은 위험한 일이 되어 있었다. 만약, 발각이라도 되는 사태가 벌어지면 교칙 위반, 국가 음해 죄가 적용되어 학교의 문을 닫아야 했다. 따라서 역사 수업은 언제부터인가 비밀리에 이루어 졌다. 그러나 역사 시간의 인기는 아이들 사이에서 높았다.
“난 겁나! 마리아, 이런 일이 러시아 군인들의 귀에 들어가면? 아? 그땐 우리는 끝장이야. 어떡하지?”
“넌 도대체? 그럼 알 필요도 없는 러시아 황제들의 이름이나 줄줄 외워야 되겠니? ? 엘렌, 너의 조국은 폴란드라고! 제발 멍청이 같은 질문은 하지 마. 나는 역사 수업이 비밀리에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 더 화가나. 어째서 내 나라의 역사도 눈치를 보며 배워야 하는 거지?”
선생님의 설명에 귀 기울이고 듣는 마리아는 낮에 학급 친구인 엘렌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떠오르자, 눈살을 찌푸렸다.
‘언젠가 나의 조국이 독립하고 나면 이 빚은 몇배로 돌려 줄거야. 이 멍청하고 졸렬한 러시아 황제 같으니.’
어린 마리아의 눈에서 강한 광채가 일었고, 그녀의 굳은 결심이 마리아의 작고 흰 두 주먹을 불끈 쥐게 했다.
마리아 스클로도프스카는 마을에서 당차고 똑똑한 소녀로 소문이 나 있었다.
이것은 교육자인 아버지의 영향이 매우 컸다. 그녀의 아버지는 마을 중학교의 부장학사였다. 더군다나 그녀의 아버지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훌륭한 교육자로 통했다. 그러나 며칠 전 아버지가 러시아인 교장과 다툰 후 학교에서 쫓겨난 사건은 어린 마리아에게는 충격이었다.
어린 마리아에게 최대의 적은 러시아 황제였다. 그리고 그녀의 조국이 자유를 찾는 것이 소원이었다.
어린 마리아의 생활은 계획적이고 치밀했다. 주위의 사람들이 그녀의 부지런함과 예리한 관찰력에 놀라곤 했다. 규칙을 지키고 질서를 유지하는 일은 어린 마리아에게 의식과도 같은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언제나 검붉은 머리를 양쪽으로 나누어 단정하게 땋아 내렸고, 새 옷은 아니지만 그녀의 옷은 언제나 빳빳하고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작은 리본이 매달린 흰색 양말을 신고 검은 구두를 신은 마리아의 모습에서 틈을 찾기란 어려웠다.
“마리아 너무 그럴 필요 없잖니? 때로는 실수가 사는 동안 좋은 약이 될 수 있다는것을 알아야 한다!”
같은 방을 쓰는 언니 브로냐가 항상 그녀에게 했던 말이었다.
Ⅲ
역사 시간은 계속되었고, 우려했던 일은 생기지 않고 평화스러운 날들이 흘렀다. 폴란드 역사 시간은 재미있는 과목이었고, 어린 마리아는 다른 러시아 문학을 배우는 시간처럼 지루해 하거나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다.
“자, 그러니까 이 전쟁으로 우리 폴란드는.”
“쿵쾅? 쿵쿵쿵.”
선생님의 폴란드 전쟁사가 막 무르익을 무렵, 요란하게 울린 노크 소리에 모두가 숨을 죽인 채 문을 바라보았다.
“누구?”
긴장한 마리아의 귓속으로 우렁차게 퍼지던 노크 소리가 윙윙거리며 맴돌았다.
“큰 일 났어요. 지금 러시아 장학사가 시찰하고 있어요. 빨리 모두들 자리를 정리해요.”
교실 문을 두드린 것은 옆 교실의 야코프선생이었다. 선생님의 신호가 떨어지자 아이들은 일제히 폴란드 역사책을 구석에 숨긴후, 러시아어 교과서를 펼치기 시작했다.
“얘들아! 2장을 펼치도록 해. 어서 서둘러라. 그리고 역사책이 눈에 띄지 않도록 잘 감춰라!”
강단 앞에 선 선생님도 놀란 토끼처럼 당황했다. 선생님의 작은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어느새 교실안의 풍경은 러시아어의 발음을 따라하는 아이들의 낭랑한 목소리로 바뀌었다. 안정을 찾은 교실 안에서 바뀐 것은 폴란드 역사책 대신 러시아어 책이 책상위에 펼쳐져 있다는 것 뿐이었다.
‘제발 우리 교실은 지나쳐 가라.’
모든 소녀들의 희망 사항이었다.
“드르륵.. 드르륵.”
순간 교실 문이 젖혀지고 은빛의 털이 가득 달린 외투를 걸치고 러시아 장학사가 들어왔다. 주위를 빙둘러보는 장학자의 정확한 구두 소리가 또각거렸다.
“마리아 어떻게 하지? 어떻게?”
엘렌이 마리아의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그녀는 정말 겁에 질린 듯 눈가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지금? 무슨 시간 이었지요?”
길게 늘어뜨린 수염을 쓰다듬으며 장학사는 거만한 자세로 떨고 있는 소녀들 하나 하나를 노려보았다.
“저? 러시아 어 시간입니다.”
“호오? 그래요? 이런 재미있군요. 그럼 누가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겠어요?”
“음? 그래! 거기 파란 눈에 머리를 양 갈래로 땋은 학생.”
장학사는 음흉스러운 표정으로 재미있다는 듯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마리아였다. 갑자기 벌어진 일에 교실 안은 술렁이며 긴장했다.
“어떻게 하니? 마리아? 큰일이다.”
“마리아는 장학사의 어떤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을 거야. 그러면?”
소녀들은 자존심 강한 마리아가 장학사에게 어떻게 대응할지 걱정스러웠다.
마리아 스클로도프스카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곧추 세우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의 선생님과 친구들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리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쉰 후, 러시아 장학사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이런 벌겋게 달아 오른 욕심 많은 돼지 같으니.’
그녀의 눈 속에 분노와 적대감이 이글거렸다. 장학사는 이런 마리아의 행동이 재미있다는 듯 코웃음을 치고는 러시아 말로 질문하기 시작했다.
“자? 자네는 어느 나라 국민인가?”
“??”
마리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장학사가 원하는 대답은 뻔한 것이었고, 그 대답은 그녀에게 도저히 용납될 수 없었다.
“마리아?”
교탁에 서 있는 선생님이 마리아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쉰 후 힘없이 대답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입니다.”
“그럼 우리를 지배하는 황제의 이름은 무엇인가?”
“황제 알렉산더 2세 폐하 이십니다.”
“음? 좋아요. 됐어. 앉도록.”
마리아는 힘없이 자리에 앉았고 고개를 깊이 숙인 채 들지 않았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장학사가 미소를 거두고 교실 밖으로 나가자 마리아는 참고 있던 울음을 터뜨렸다.
“와앙? 와왕? 앙.”
“마리아?”
선생님은 울음으로 떨리는 마리아 스클로도프스카의 작은 어깨를 가볍게 안아 주었다.
그날의 일은 어린 마리아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일이었고, 커다란 아픔이었다.
‘힘을 키워야해. 훌륭한 사람이 되어 조국을 위해 큰 도움을 주어야 한다.’
어린 소녀의 마음 깊은 곳에서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Ⅳ
“아?”
하늘위에서 내리 쏟아지는 햇빛이 마리아에게는 참을 수 없는 짐처럼 느껴졌다. 머리가 핑돌고 몸속의 기운이 모두 빠져 나가는 것 같았다.
“마리아, 괜찮아?”
친구들이 비틀거리며 걷는 마리아의 뒷모습을 보고는 걱정스러운듯 다가와 물었다.
“아! 괜찮아. 난?”
“너, 요즘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연구실에서 꼼짝하지 않는다던데? 밥은 먹는 거니?”
“응?”
아버지가 장학사에서 쫓겨난 뒤 집안 형편은 극도로 악화되어 마리아는 학비를 벌기위해 고생을 해야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유학의 길에 오른 그녀가 집에 도움을 바랄 수 없었다. 따라서 생활비부터 학비까지 모두 마리아 스스로 마련해야 했다. 그래도 연구실에서 실험 조수로 일하는 지금은 처음의 유학시절 보다 많이 형편이 나아진 상태였다.
마리아 자신의 능력을 인정한 리프만 교수가 그녀를 조수로 채용한 것이었다.
어렵게 얻은 일자리는 마리아에게 큰 행운이었다. 생활비도 벌고 연구실의 한 구석을 빌려 자신이 계획한 일도 할 수 있었다.
“아이구, 자네 벌써 이렇게 연구가 진행된 건가? 정말 지독해. 자네와 함께 일하다니 나도 참 운 좋은 늙은이지.”
리프만 교수는 마리아를 자신의 수제자로 생각하며 아꼈고, 그때만큼은 마리아도 아무 걱정 없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었다.
연구에 몰두해 있는 마리아는 여성이 보여주는 예리하고 섬세한 관찰로 주위의 동료들을 놀라게 했다.
언제나 부드럽고 약할 것만 같은 그녀였지만 실험실에서는 무섭고 치밀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대단한 여자지? 정말 지독하다고.”
이렇듯 마리아의 끊임없는 노력은 방사선의 몇 백배의 에너지를 가진 라듐을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러한 놀라운 발견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연구 동반자며 정신적 지주였던 남편 피에르 퀴리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녀의 금자탑을 이룬 성과는 그녀의 노력뿐 아니라 주위의 큰 도움이 있었기에 태어날 수 있었다.
특히, 남편 피에르 퀴리의 이해와 협조위에 이룩된 것이었다.
Ⅴ
“피에르 이것 봐요. 이 논문? 꽤 흥미로운데요.”
그녀의 관심을 끄는 것은 앙리 베크렐의 우라늄 화합물의 발광에 관한 이야기가 실린 논문집이었다.
‘우라늄 화합물은 햇빛과의 접촉이 없어도 일정한 감광을 일으키며, 그 빛의 세기는 매우 강하다?’
이 논문은 첫 아기를 낳기 위해 한동안 연구를 중단했던 마리아에게 큰 자극을 주었다. 또 마리아 역시 그동안 가졌던 공백기를 메우기 위한 앞으로의 연구 활동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베크렐의 논문은 아이 엄마가 되어 진 마리아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후? 내가 아이를 낳기 위해 쉬는 동안 이런 일도 있었구나! 세상은 정말 다람쥐 채 바퀴 돌듯이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어. 더 이상 연구를 쉬는 건 안 되겠어.’
그녀는 그동안 자신이 많이 퇴보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과학자에게 있어서 새로운 정보와 이론을 접하는 일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그녀는 느끼고 있었다.
‘좋아! 나를 자극시키고 매료시킨 이 연구 논문을 내가 직접 연구해 보겠어. 음? 어디부터 손대야 할까?’
이미 남편 피에르의 동의도 있었고 마리아는 새롭게 도전되는 이일에 큰 흥미를 느꼈다. 그 이후 마리아의 우라늄선의 방사선 강도 측정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 우라늄선의 연구는 후에 라듐의 발견으로 이어지기 위한 기초를 마련했다.
Ⅵ
“아? 으음??”
마리아는 침대에 누워 땀을 비오 듯이 흘렸다. 높은 고열과 붉게 일어난 발진들이 그녀의 갈라진 피부들을 더욱 괴롭게 했다. 이미 그녀의 얼굴은 붉은 열꽃들과 빽빽이 들어진 진물들로 엉망이었다.
마리아는 스스로 자신의 손가락조차도 움직이는 것이 매우 버겁게 느껴졌다.
“피? 피에르 미안해요. 당신은 괜찮은 거예요.”
마리아의 남편 피에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마리아의 하얗게 핏기 잃은 손을 잡았다.
마리아의 손을 잡은 피에르의 손도 하얗게 피부가 일어나 있었고, 갈라져 붉은 핏방울들이 맺혀 있었다.
라듐. 마리아가 힘들게 우라늄선 연구이후 발견한 폴라늄 다음으로 시작한 라듐 실험에서 얻은 피부질환으로 마리아와 피에르는 고통을 당했다.
라듐은 방사선의 일종으로 다른 어떤 것보다 강력한 힘을 지닌 빛을 내는 물질이었다. 오랜 시간 계속된 라듐 연구로 마리아와 피에르는 방사선에 노출되었던 것이었다.
결국, 마리아가 연구 도중 쓰러지고 연구는 잠정적으로 중단되게 되었다.
“연구는? 여보, 하던 일은?”
“잠깐 쉬도록 해요. 몸이 나아지고 회복되면 다시 시작해도 늦지는 않아. 그동안 너무 앞만 보고 달린 것 같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정말 뒤도 안돌아보고 오직 연구와 달려온 시간이었다. 1897년 처음으로 우라늄선 연구에 뛰어든후 폴로늄의 발견및 라듐의 존재가 있음을 알게 된 연구 성과는 그녀의 어머니로써의 자리를 꼬박 5년간 비워두게 했다.
특히, 주위의 많은 도움에 깊은 감사를 느끼는 마리아는 자신이 침대위에 누워있다는 사실이 매우 미안했다.
“연구가 중단된 지 벌써 2주가 다 되어가요. 내일은 일어나서 실험을 시작해야 겠어요.”
“이 몸으로 어떻게? 이미 늦어진 일이니, 완전히 회복되면 시작해.”
“아니 예요. 더 이상 연기하는 것은 실험비용을 대는 후원자들에게 할 짓이 못돼요.”
“당신?”
어릴 적부터 소신이 분명했던 마리아는 피에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라듐 결정체를 얻기 위한 연구를 재개했다. 그리고 연구가 시작된 지 한 달여가 지난 1902년의 초봄, 그녀의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 라듐의 순수 결정체를 추출하는데 성공했다.
창조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그녀의 집념은 라듐의 순수 결정체를 탄생시켰다.
라듐의 발견으로 퀴리 부부는 이듬해인 1903년 스웨덴의 과학 학사원으로부터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우리의 속담처럼 마리아 퀴리에게 슬픔이 닥쳐왔다. 그의 사랑하는 남편이자, 평생의 동료였던 피에르 퀴리의 죽음이었다.
그녀의 생은 험난했다. 빼앗긴 조국 넉넉하지 못했던 유학 생활의 고달픔, 사랑하는 이와의 헤어짐. 그러나 마리아 퀴리는 이 모든 인생의 두꺼운 벽을 과감히 부수고 자신의 운명을 도전하고 개척한 멋진 여성이었다.
마리아 퀴리는 남편이 죽은 5년 후 2번째의 노벨상을 타는 쾌거를 이룩했다.
|
왕연중의 발명소설
Designed by DOW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