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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길 집념의 승리
606호로 명명된 신비의 명약 살바르산 「마법의 탄환」 이라 불릴 정도로 살바르산의 위력은 대단했다. 이것은 신체내의 유해한 세균을 염색하는 것으로 질병을 치료하는데 획기적인 영향을 주게 되었다.
페니실린의 발견자 플레밍이 ‘이만큼 신비스런 힘을 지닌 약을 본적이 없다. 인류에게 이 606호 살바르산이 지대한 공헌을 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 우리가 할일은 606호가 보여주는 마술을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살바르산은 독일의 의학박사 에르리히에 의해서 발명되었다.
“음? 따라서 인체의 해부학 구조의 특징상?”
하얀 가운으로 가득 메운 의과대생 강의실 한 귀퉁이에 교수의 말에는 아랑곳 않고 책상만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젊은 청년이 있었다.
“이봐, 에를리히. 그러다 저 호랑이 교수님께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넌 저번에도 한번 지적받았잖아.”
“알았어. 알았다고. 조금만 읽으면 돼.”
청년 에를리히는 친구의 충고는 한쪽귀로 흘려들으며 자신의 일에만 열중했다.
‘납 중독에 걸린 동물의 조직을 몸속에서 꺼내 또 다른 장소의 납이 녹아있는 수조관에 담으면 그 역시도 심하게 납을 흡수한다??’
청년 에를리히는 며칠 전 어렵게 구한 호이헬교수의 논문 ‘납중독과 신체와의 관계’을 읽고 있었다.
그는 최근에 배운 조직염색법을 떠올리며 호이엘 교수의 논문에 강한 호기심을 가졌다.
‘호이겔 교수의 논리대로라면 어쩌면 납에만 더 강하게 작용하는 조직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에를리히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가을하늘위로 한 쌍의 원앙이 날아들었다.
“거기 창가 셋째 줄에 앉은 사람. 미안하지만 자네가 지금 나의 강의를 듣지않고 읽고 있던 그 종이를 가지고 나오게.”
강의실의 적막을 깨고 교수의 노한 목소리가 에를리히를 향해 날아들었다.
딴생각에 잠겨있던 에를리히는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자신에게 향해오자 놀랐다.
“그거 봐. 내가 걸릴 줄 알았어. 이제 어떻게 하려고 그래.”
조금 전부터 에를리히에게 수업을 들을 것을 말했던 친구 도미니크가 낭패의 빛을 띠며 중얼거렸다.
그날의 강의실 사건은 에를리히가 반성문을 써서 제출하는 것으로 일단락은 되었지만 그의 소문은 곧 온 교정에 퍼졌다.
“멍청한 놈. 힘들게 의대에 들어와서 하는 짓이라곤 꼭 팔푼이 같다니까.”
“아, 누가 아니래. 학비가 아깝다. 그 녀석은 혹시 아이큐가 모자라는 저능아 아냐? 하하하.”
낙천적인 성격의 에를리히는 쉽게 교우들의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어느새 그의 주위엔 하나둘 친구들이 떨어져나가고 외톨이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에를리히의 관심은 오로지 납에 성질에 관한 것뿐이었다.
‘납의 성질을 이용해 본다면 조직을 염색하는 일로 가능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만 된다면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하는 일도 어려운 것이 아니게 된다. 그래 힘은 들겠지만 조직을 염색시키는 일에 대해 연구해야겠다.’
이렇게 해서 에를리히는 살바르산를 만들어 내기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그 바보 이야기 들었어? 이번엔 강의실엔 얼굴도 나타나지 않고 연구실에 처박혀 있다는 군.”
“정신병자 같으니.”
하지만 에를리히는 친구들의 경멸에 찬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에를리히는 어린 시절부터 의문을 많이 가지는 소년이었다. 그의 수없이 되풀이되는 질문들을 그의 어머니는 단 한 번도 짜증내지 않고 어린 아들에게 이야기 해주곤 했다.
“엄마, 저게 뭐야? 저건 왜 저렇게 생긴 거지?”
드넓은 대지위에서 자연을 친구삼아 살아온 에를리히의 어린 시절은 경제적인 면은 제쳐두고라도 정신적인면 만큼은 풍족했다.
자연을 사랑하고 수많은 동물들과 지내며 성장한 에를리히가 의학의 길을 택한 것은 운명이었다.
생명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소년 에를리히가 어느새 청년이 되어 의대에 입학하게 된 것이다.
에를리히는 그가 조직을 염색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한지 반년이 지나서 졸업해야했다. 아무런 결과없이 보낸 그의 대학생활의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
간신히 대학을 마친 에를리히는 학교근처 연구실의 연구원 보조로 들어갔다.
그는 보조생활을 하는 틈틈이 조직염색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고 꾸준히 공부했다.
그의 그칠 줄 모르는 노력은 곧 좋은 성과로 나타났다.
에를리히는 생물체의 조각조각을 염료로 염색하여 분별하는데 성공했다.
그의 연구 결과는 에를리히에게 명예를 주었고, 그의 명성은 그를 비웃던 많은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켰다.
“그 친구 대단하군. 난 정말 그 친구가 그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
“우리가 에를리히를 너무 가볍게 여겼던 거야.”
그 후 에를리히는 더욱더 조직염색 연구에 심취했다. 그는 식사시간과 잠 잘 시간을 잊고 지낼 정도로 연구실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그렇게 연구만 하던 에를리히는 새로운 균을 보게 된다.
무더운 여름의 끝으로 긴긴 장마가 시작되던 8월의 오후.
여느 때처럼 저녁도 굶고 현미경을 들여다보던 에를리히는 한 번도 본적 없는 낯선 균을 발견했다.
“이게 뭐지? 한 번도 본적이 없는건데?”
‘처음부터 있었다면 내가 못 볼 리가 없는데? 도대체 어디 숨어있던 건가?’
나중에 그것이 결핵균이 색소에 의해 염색되어진 것이라는 걸 아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흘러야 했다.
“이봐, 에를리히. 자네 코희박사의 결핵균 강연 들으러 갈거지? 그 사람 이번 결핵균에 관한 논문으로 꽤 인기를 얻었더라고?”
동료의 말을 듣던 에를리히는 고개를 끄덕였다.
솜구름이 춤을 추고, 햇빛이 거리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에를리히는 서둘러 옷을 챙겨 입었다. 코희박사의 강연을 듣기위해서 였다.
따사로운 햇빛이 그의 얼굴에 떨어졌고 간간히 플라타너스 나무의 잎들이 생명감을 더해주고 있었다.
‘날씨가 좋군. 오늘은 무슨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에를리히는 왠지 마음이 들떴다.
그가 도착한 호린산 근처의 강연장에는 아직까지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후후, 너무 일찍 왔나?’
에를리히는 자신의 아이 같은 모습을 보자 웃음이 나왔다.
“어이쿠.”
웃으며 걷다보니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사람과 부딪쳐 나뒹굴어 졌다.
“아,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실수했습니다.
에를리히는 부끄러움 때문이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괜찮습니다. 멀쩡한걸요. 부주의 했던 것은 저도 마찬가지고요.,”
몸의 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일어서는 신사는 다름 아닌 코희박사였다.
언제가 신문에 실린 사진을 본적이 있었다. 코희박사는 콧수염 아래로 흐르는 잔잔한 미소만큼이나 너그러운 마음을 지닌 사람 같았다.
에를리히는 자신의 눈을 의심한 듯 힘껏 눈을 부벼대기 시작했다.
“저? 혹시? 코희박사님 아니십니까?”
“하하하, 이런 저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니, 이거 정말 챙피하군요.”
코희는 중절모를 도닥인 후 머리위에 깊숙히 눌러썼다.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전 에를리히라는?”
에를리히는 코희와의 뜻밖의 만남으로 긴장했다. 이런 만남은 에를리히로써는 단 한 번도 기대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에를리히?? 혹시, 그럼 당신이 언젠가 조직을 염색해서 분류하는데 성공한 그 청년 에를리히인가요?”
“예”
“오? 정말 반갑습니다. 이제 서야 뭔가 대화가 통할만한 사람을 만났군요.”
에를리히는 코희가 자신을 알아보는 것이 얼떨떨했다.
“에를리히선생 이리와 봐요. 보여줄 것이 있어요.”
코희를 따라간 곳은 강연장 뒤쪽에 마련되어있는 코희의 연구실이었다.
“자, 이 현미경을 들여다봐요. 그게 무슨 균인지 알겠어요?”
코희가 가르치는 현미경 안에는 긴 막대모양을 한 균이 있었다.
“글쎄요?”
“그게 바로 결핵균 이지요.”
“예? 결핵균이 이렇게 쉽게 보일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조직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염색이 가해진 형태예요.”
순간 에를리히는 몇 주 전 자신이 연구하다 보았던 정체불명의 균이 떠올랐다.
에를리히는 한 번 더 현미경을 들여다보았다.
“아!”
외마디의 탄성이 에를리히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자신이 보았던 균도 결핵균이었다. 에를리히가 그렇게 이 책 저 책을 뒤적이며 알려했지만 알아내지 못했던 그 균이 단지 결핵균이 염료에 의해서 염색이 된 것이라는 사실에 에를리히는 기가 막혔다.
에를리히는 곧 코희에게 그 몇 주 전의 일을 설명했다.
“그렇군요. 그럴 만도 해요. 결핵균의 형태야 워낙 알려진 바가 없고? 하지만 이거 놀랍군요. 결핵균의 조직을 염색했다니? 지금 당신이 현미경을 통해서 본 결핵균의 색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염색시킨 거예요. 하지만 생각보다 색이 옅어서?”
“저? 선생님 며칠만 제게 기회를 주시겠어요. 제가 다시 한번 확실하게 염색해보고 싶습니다.”
에를리히의 말을 코희는 흔쾌히 승낙 했다. 그날 밤에 연구실에 돌아온 에를리히는 서둘러 여러 색소들을 대조해가며 코희에게 얻어온 결핵균을 염색했다.
‘이것도 아냐. 이건 색이 더 흐리고.’
에를리히의 집념은 대단했다. 마치 귀신들린 사람처럼 연구실의 불빛 아래서 연구에 몰두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창가의 먼 산에서는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됐다!”
에를리히는 현미경안을 들여다보다 소리쳤다. 현미경 안에는 선명한 빛을 띤 결핵균이 놓여 있었다. 코희의 염색된 결핵균보다 훨씬 진한 색을 띠고 있었다.
‘성공이다!’
긴장감이 풀려서인지 에를리히는 순식간에 몰려드는 피로감으로 쓰러질 것 같았다. 하지만 더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를리히는 창가로 걸어가 창문을 활짝 열었다.
상큼한 공기가 에를리히의 연구실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깊숙이 숨을 들이마신 후 옷을 챙겨 입었다. 코희박사의 연구실에 가야했다.
“똑똑똑.”
에를리히의 마음만큼이나 경쾌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선생님, 제가 가지고 온 것 좀 보아 주시겠어요.”
에를리히가 현미경 아래로 결핵조직을 내려놓았다. 코희는 현미경을 들여다 보았다.
“오! 이럴 수가? 자네?”
코희의 눈에는 경이로움이 스며있었다. 그리고 이런 일을 미리 예상하고나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의 그 투지를 믿고 있었네. 다만 내가 놀란 것은 이렇게 단시간에 성공시킬 줄은 몰랐다는 거지. 자네 나와 함께 일해 볼 생각 없나?”
코희박사는 놀란 눈으로 자신을 향해 서있는 에를리히에게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에를리히의 손이 코회와 만났다.
코희연구실에 들어간 후 에를리히의 조직염색에 대한 연구는 그 빛을 더해만 갔다.
우린 여기서 에를리히의 능력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가 학생시절부터 생물체의 조직을 염색하는 일에 얼마나 많이 열중했는가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그래, 미안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청년 에를리히는 횐 토끼의 두 귀를 잡은 채 사람과 대화하듯 조용히 속삭였다.
곧이어 에를리히는 주사바늘을 토끼의 혈관에 주사했다. 주사기 안에는 메릴렌블루라는 색소가 들어 있었다.
토끼의 혈관을 통해 흐르는 색소는 희안하게도 신경만을 푸르게 물들였다.
이렇게 청년 에를리히는 일찍부터 염색에 관해서는 남다른 관심을 나타냈다.
이러한 것들은 남보다 화학을 많이 아는 방대한 지식의 결과이기도 했다.
당시의 독일의 생활을 네발달린 가축들에 의존해서 사는 생활이 대부분이었다. 도시가 아닌 농촌의 경우는 더욱 그러했다. 예를 든다면 치즈와 우유 등의 생산을 위한 젖소라든가 중요한 교통수단의 하나이던 말, 그 밖의 양, 개? 등.
하지만 이들 가축들을 위협하는 트리파노소마라는 병균을 짧은 시간동안 가축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병에 걸린 짐승들은 숨도 한번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쓰러졌다.
에를리히의 관심은 이 트리파노소마병에 맞춰졌다. 에를리히에게 또 다른 목표가 정해진 것이었다.
에를리히는 서둘러 트리파노소마병에 걸린 쥐를 구했다.
우선 에를리히가 해야 할 일은 트리파노소마의 병원체를 확인해야하는 일이었다.
그가 구한 쥐의 혈액 속에서 트리파소마의 균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적혈구의 2배 이상의 크기로 왕성한 운동력을 자랑하며 꿈틀거렸다.
곧이어 에를리히는 수많은 실험용 쥐를 구입해야 했다. 수십 종의 염료가 쥐에게 주사되었다. 어느 쥐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쓰러졌고 또 어떤 쥐는 털이 빠지고 피부색이 변한 후 죽어갔다.
실험의 결과를 기다린다는 것이 매우 초조하게 느껴졌다.
그러던 가운데 시간이 지날수록 기운을 찾고 회복하는 쥐가 발견되었다. 벤조프트프린 색조를 주사한 쥐였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일명 ‘마법의 탄환’이라 불리는 트리판로트의 탄생이었다.
이 약이 학계에 발표되자 한동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화학자들은 그 움직임을 활발히 하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에를리히는 굉장한 자신감이 생겼다.
곧이어 에를리히는 인간에게 해가되지 않도록 깊이 있는 연구를 시작했다.
그의 집념은 동물들에 그친 것이 아니라,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인간에게로 이어졌다. 그의 박애정신이 인류에게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밑거름이 되었다.
‘난 의학을 공부한 사람이다. 새로운 논리와 이론을 만들어 내기만해서는 안된다. 나의 땀의 결실이 인류를 위한 일이어야 한다.”
이런 결심에서 실험을 계속했고 그 결과도 얻은 것이 「마법의 탄환」 스피로헤타 매독의 치료제였다.
에를리히의 연구는 면밀 주도했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사람에게 사용된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박사님 어떻습니까? 이것도 물론 아니지요?”
연구실의 조수는 에를리히의 근심어린 표정을 살폈다. 며칠째 잠을 못자 피곤이 눈에 보이는 에를리히의 모습을 초췌했다.
“매독 스피로헤타는 원생동물도 아니고 세균도 아니지. 이미 알려진 바로는 아톡실이 트리파노소마를 죽인다고 알고 있지만, 이것은 인체의 시신경을 건드려 실명하게 한다네. 웰까?”
에를리히가 의문을 풀지 못하는 부문이었다. 의문의 혹이 커질수록 그의 노력은 흔들렸다.
‘혹시 시신경이 다치는 것은 약의 분자와 시신경의 분자가 결합하기 때문이 아닐까?’
울긋불긋한 꽃들로 가득 찬 산책로를 걷던 에를리히는 순간 떠오르는 생각에 연구실로 달려 들어갔다.
그에겐 조금한 가능성이 있는 이론이라도 붙잡아 시도해야 했다.
이것저것 따져서 자신의 입맛에 맞게 고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에를리히는 때로는 음식에 맞춰서 자신의 입맛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렇게 에를리히의 예상은 적중했다.
“이보게 이 비소 화합물들을 토끼의 몸속에 주사하게. 그리고 난후 토끼의 상태를 관찰해서 보고해주게.”
연구진들의 관심은 비소 화합물을 주사한 토끼가운데 살아있는 토끼였다.
살아남은 토끼들에게 주사했던 비소 화합물들은 1차 관문을 통과했다.
그리고 2차로 1차 관문을 통과한 비소 화합물과 매독 균을 섞어 그 상태를 관찰했다. 이렇게 수없이 반복된 실험에서 남은 약을 토끼에게 투입했다.
그 많은 수의 토끼가 하나둘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토끼의 수가 줄어들수록 에를리히는 착잡했다.
‘이것도 실패인가?’
실의에 빠져있던 에를리히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주사를 맞았던 23번째 토끼에게 청신호가 나타난 것이었다.
약간의 고통을 호소했지만 토끼는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을 회복했다.
성공이었다.
그의 오랜 고통 끝에 얻은 진주와 같은 빛나는 결실이었다.
에를리히의 606호 살바르산은 수많은 매독환자들을 구했다.
구제의 비소라는 별명을 지닌 ‘마법의 탄환’ 606호.
에를리히가 평생을 바쳐 이룩해놓은 산실이었다.
결코 어려움을 어려움으로 느끼지 않고 새로운 희망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불과하다고 말해왔던 에를리히.
그의 말이 지금의 우리 마음에 메아리친다.
“용기 있는 자는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어떠한 어려움을 포기하는 것은 비겁한 행동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부끄럽지만 전 제 인생을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포기할 정도의 어려움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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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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