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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은총
이상한 곰팡이
1982년 런던의 여름, 한 연구실에서는 창가에 놓인 7~8개의 유리 접시 중 한 접시를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는 한 학자가 있었습니다.
연구실을 견학 오는 여러 사람들이 그에게 ‘도대체 이들 접시에는 무엇이 들어있기에 그렇게 열심히 들여다보십니까? ’ 하고 물으면, 그 학자는 이렇게 설명하곤 했습니다.
“이 접시에는 병의 원인이 되는 세균이 들어있습니다. 세균을 연구하기 위하여 젤라틴을 밑에다 깔고 기르고 있는 것이지요. 다시 말하면 이것은 세균을 가꾸는 밭인 셈입니다.”
그가 바로 푸른곰팡이를 찾아 낸 알렉산더 플레밍이었습니다.
플레밍은 그때 어린이들이 흔히 앓는 부스럼의 원인이 되는 병균인 포도 모양의 균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아침, 플레밍이 7,8개의 유리 접시를 돌아 볼 때 유독 한 개의 젤라틴 위에만 파란 곰팡이가 생긴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실망한 플레밍은 ‘실험이 잘못되었구나.’ 생각하고 못 쓰게 된 접시를 들어내려고 하는데, 뜻밖에도 그 곳에서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접시 위에 퍼져 있던 세균의 한 부분이, 마치 녹는 것처럼 없어져버린 것입니다. 플레밍은 눈을 반짝였습니다.
‘야, 무엇이 이 세균을 이렇게 녹였을까?’
세균이 이처럼 깨끗하게 녹아버린 것을 보면 매우 센 살균력을 가진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가에 핀 이 푸른곰팡이가 세균을 죽여 없앤 것은 아닐까? 좋아, 이것을 가지고 자세히 조사를 해 봐야지.’
플레밍은 같은 연구실의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 보았지만 그들은 별로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오히려 대단치 않은 걸 가지고 플레밍이 괜한 법석을 떤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플레밍은 할 수 없이 혼자 그 이상한 푸른곰팡이를 연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홀로 연구실 책상에 앉아 있던 플레밍은 어제의 일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에 잠기던 중 갑자기 무릎을 탁 쳤습니다. 세균을 넣은 접시는 항상 유리 뚜껑으로 덮어 두었는데, 그 접시만은 현미경으로 검사를 하던 도중 뚜껑을 덮지 않은 채 그대로 연구실을 나와 버렸던 것입니다. 마침 그곳에 푸른곰팡이의 포자(곰팡이가 불어나는 씨가 되는 것)가 날아와 붙은 거지요.
플레밍은 이 작은 실수로 마침내 위대한 발견의 실마리를 찾게 된 것입니다.
푸른곰팡이는 그 종류가 650여 가지나 되며, 그 외에 몇 천의 변형된 종류가 있습니다, 많은 곰팡이 중에서 페니실린의 원료가 되는 것은 불과 몇 종류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몇 안 되는 곰팡이의 포자가 플레밍의 실험실로 날아들어 특정한 시간에 특정한 접시 위에 떨어진다는 것은 참으로 백만에 하나의 기회에도 있기 어려운 일이라 하겠습니다. 게다가 그곳에 있던 사람이 우연히 플레밍이었다는 사실은 인류에게 내려진 하늘의 은총이었는지 모릅니다.
처음 이 하잘것없는 이상한 곰팡이의 발견이, 나중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해 낸 약’으로 일컬어지는 페니실린 탄생의 첫걸음이 된 것입니다.
동물 실험으로 자신 얻어
1881년 스코틀랜드의 농가에서 태어난 알렉산더 플레밍은 공예대학을 졸업하였으나 의학에 뜻이 있어 세인트메리의학교에 다시 입학했습니다.
그 무렵 그 의학교에는 훌륭한 의학교수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장티푸스의 예방주사를 발명한 서 오옴러스 라이트라는 학자였습니다.
이 라이트 박사의 조수로서 의학의 길을 걷기 시작한 젊은 플레밍은 실험실에서 착실히 언구를 한 결과 훌륭한 실험 병리학자(병의 원인을 탐구하기 위하여 병체의 조직-기관의 형태 및 기능의 변화를 조사 규명하는 학문을 하는 학자)라는 평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플레밍의 주의 깊은 관찰력은 다른 어느 의학자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하다는 것을 여러 사람으로부터 인정받은 것입니다. 그런 플레밍이었기 때문에 푸른곰팡이 둘레에서 없어진 세균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졌던 것입니다.
‘이것은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되는 큰 발견이다.’
이런 생각이 순간적으로 플레밍의 머릿속을 스쳐갔습니다.
우선 푸른곰팡이를 많이 배양해야겠다고 생각한 플레밍은, 이번에는 접시 속에 한천을 놓고 그 위에 곰팡이의 포자를 가꾸었습니다. 이제까지 제 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던 플레밍의 연구가 드디어 첫 발을 내딛기 시작한 것입니다.
얼마 안 가서 상한 한천 위에는 푸른 솜털과 같은 곰팡이가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접시에서 배양해 낸 병균을 한천의 푸른곰팡이 위에 놓아보았습니다.
플레밍은 혼자서 눈을 반짝이며 이제부터 벌어질 상황에 대해 은근히 흥분까지 하면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 병균은 부스럼이나 고름을 곪게 하는 병과 폐렴, 복막염 등을 앓게 하는 포도 모양의 구균과 쇠사슬 모야의 구균, 그리고 디프테리아균, 장티푸스균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장티푸스균이나 대장균은 푸른곰팡이 위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았으나, 다른 병균들은 곰팡이 가까이만 가도 햇살에 서리가 녹듯이 모두 죽어 없어졌습니다.
‘어허, 역시 생각한 대로구나.’
플레밍은 자신이 예상했던 결과가 나타나자 몹시 기뻐했습니다.
‘이 푸른곰팡이는 틀림없이 병균을 죽이는 훌륭한 약으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사람의 몸에 넣더라도 아무런 이상이 없을 것인지가 걱정 되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 해도 사람 몸에 들어가서 해가 된다면 약으로 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먼저 동물로 실험을 해보기로 하고 다람쥐의 일종인 모르모트에 주사를 시작했습니다, 주사를 맞은 모르모트에는 어떤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됐다. 이쯤이면 사람에게 주사해도 무관할 것이다.’
이렇게 확신을 한 플레밍은 곧 논문을 썼습니다.
‘곰팡이의 배양물이 세균에 작용하는 성질, 특히 그 인플루엔자균 분리의 이용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영국 실험 병리학지에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학계의 사람들은 우수한 논물이라고 평할 뿐, 그 논문의 진짜 가치를 잘 알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플레밍은 굴하지 않고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이 페니실린은 머지않아 틀림없이 인간의 생활과 끊을 수 없는 꼭 필요한 약이 될 것이다.’
플레밍은 다른 사람과 만났을 때에도 항상 페니실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으므로 나중에는 친구들도 그를 ‘플레밍은 푸른곰팡이에 미쳤다.’고 비난을 할 정도였습니다, 다른 사람들로서는 플레밍의 연구 가치를 알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끝없는 연구
플레밍이 푸른곰팡이를 발견하고 난 후 홀로 연구를 계속한 지도 어느새 9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플레밍의 푸른곰팡이에 대한 연구를 훌륭하게 완성시킬 두 학자가 나타났습니다.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의 플로리와 체인이라는 두 교수였습니다.
플로리는 생화학(생물체에 관계되는 모든 물질을 화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 교수이고 체인은 세균학의 교수였습니다. 이제야 푸른곰팡이의 실험을 위해 아주 적합한 팀이 구성된 것입니다.
두 사람은 여러 번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그리하여 푸른곰팡이에서 빼낸 물질은 역시 플레밍이 주장하는 대로 병균을 죽이는 힘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그때까지는 푸른곰팡이에서 빼낸 페니실린은 액체였습니다. 두 교수는 그것을 가루로 만들어 실험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공동으로 연구를 거듭하여 마침내 주황색의 페니실린 가루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두 교수는 그것으로 포도 모양의 구균으로 인하여 종기가 나 있는 생쥐에 우선 실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플로리가 주사를 놓으면서 ‘틀림없이 성공할 거요.’라고 말은 했지만 모두들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의 추측대로 곧 주사의 효력이 나타나 생쥐의 병은 더 악화되지 않고 그대로 멈췄습니다.
체인은 물론 모여 있던 모든 교수들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그 후 그 실험은 여러 동물에게 여러 방법으로 되풀이 되어 모두가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 약은 혈관에 주사되기만 하면 주사한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말단 부분(예를 들면 종기 같은 것)에까지 찾아가 그곳에 모여 있는 병균을 모조리 죽인다는 점에서 특히 효과의 우수성을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몸의 어누 부분에 있는 병균이든지 페니실린은 쫓아가서 죽이고, 그러면서도 동물의 몸에는 조금도 해롭지 않다는 것을 알았던 것입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좋은 약이다.’
‘페니실린은 여러 의약품 중에서도 가장 쓸모 있고 효험 있는 약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경탄했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 무렵은 마침 제2차 세계대전이 격심해지던 때라, 싸움터에 있는 군인들을 위해서도 새로운 치료약이 절실하게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급박한 상황이 되자 빨리 사람의 몸에 실험을 해보아야 했는데, 그러려면 우선 이 약을 많이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실에는 이 약을 대량으로 만들 시설이 갖추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약품 회사도 후원하여 곰팡이의 씨를 만들어 대학에 보내게 되고, 얼마 안 있어 상당한 양의 약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인체 실험에 성공
드디어 사람 몸에 페니실린을 시험할 때가 왔습니다.
‘과연 , 이 새로운 약은 환자를 낫게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오히려 환자의 몸에 치명상을 입혀 목숨을 빼앗지나 않을까? ’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들 은근히 걱정을 했으나 플로리와 체인은 뭔가 자신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첫 번째에는, 페니실린이 잘 듣는 병에 걸린 환자가 아니라, 이미 치료하는 것이 늦어서 수술도 할 수 없어 죽기만을 기다리는 암 환자에게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 실험의 결과 주사를 맞은 환자의 체온이 갑자기 올라갔습니다. 이것으로 이 약은 인체에 열을 내는 부작용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이 부작용을 없애야겠는데...’
두 사람은 처절할 정도로 열심히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그리고 약 속에서 발열 성분을 없애 보았습니다. 그러자 약에는 부작용도 없어지고 그러면서도 효력은 그대로였습니다. 플로리와 체인은 기뻐했습니다.
1941년 2월12일, 페니실린의 두 번째 실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환자는 가난한 사람이었는데 포도 모양 구균과 쇠사슬모양 구균의 두 병균이 심하게 침범하여 온 몸이 패혈증(세균이 분비하는 독성 때문에 심한 중독 증상이나 여러 가지 급성 염증을 일으키는 병) 이란 병에 걸려 있었습니다. 병원의 담당 의사가 말하였습니다.
‘이제까지 쓰던 약은 조금도 효험이 없었습니다. 만일, 페니실린이 듣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죽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환자에 대한 마지막 처방으로 페니실린 주사가 놓여 졌습니다. 새 약의 효과는 곧 나타났습니다.
“아! 좋아졌습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의사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틀, 사흘이 지남에 따라 환자의 병세는 눈에 띄게 회복되어 갔습니다.
이것으로 환자의 목숨은 건졌으나 며칠 계속 치료를 하다 보니 약이 모두 떨어졌습니다. 그 환자는 다시 병이 도져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아깝다. 만일 약만 충분히 있었더라면, 환자를 틀림없이 구할 수가 있었을 텐데.”
효력이 이 처럼 큰 줄 알면서도, 제조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만으로, 페니실린이 널리 사용되지 못함을 두 사람은 안타까워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무렵은 독일군의 공습이 더욱 심해진 때였으므로, 영국에서는 페니실린을 충분히 만들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연구실도 황폐할 대로 황폐해져 풀로리는 부득이 미국으로 건너가야만 했습니다.
두 교수의 영광의 노벨상
1942년 8월 6일, 드디어 플로리와 체인이 소망하던 페니실린이 대량으로 생산되기에 이릅니다. 게다가 예전의 페니실린은 제조해 낸 전체 분량에서 겨우 2그램만 순수 페니실린이었지만 이번에는 불순물이 하나도 없도록 만들어 낸 것입니다.
그 당시 플로이게는 뇌막염에 걸려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것을 안 플로리는, 곧 노란 페니실린 가루를 가지고 병원으로 쫓아갔습니다.
침대 위의 친구는 이미 쇠약할 대로 쇠약해 있었고 담당의사도, 앞으로 몇 시간 지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미 포기상태에 있었습니다.
플로리에게는 참으로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새로운 약의 실험과 함께 친구를 죽음에서 살려낼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플로리는 떨리는 손으로 그 친구에게 페니실린 주사를 놓았습니다. 그렇게 중하게 앓던 친구는 24시간쯤 되자 체온이 정상상태로 돌아왔습니다. 그러고도 플로리는 5일간 근육 주사를 계속하였습니다. 그 뒤에는 다시 척추에 페니실린을 주사해 보았습니다.
“뇌의 병든 부분에 직접 약을 작용시켜 보는 것이지요.”하고 플로니는 의사에게 설명을 했습니다. 척추에 페니실린을 주사하는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효력이 뚜렷하여 훌륭하게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의사가 이제는 틀렸다고 포기한 때로부터 3주 만에 그 환자는 시로 기적적으로 일어날 수 있게 되었고, 한 달 후에는 완치되어 퇴운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정말 고마우이, 자네 덕택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네.”
그 친구는 눈물을 흘리며 플로리에게 진심으로 감사와 축하의 말을 전했습니다.
이 신비한 약의 보급 확대를 위해 곧 페니실린 위원회가 발족하게 되었습니다. 그 위원회에는 영국과 미국 정부도 참가하여 연구와 제조에 필요한 자금을 내게 되었습니다. 자금이 충분해지자 페니실린에 관한 연구는 한층 깊이 발전하여 이 약의 화학 구조도 알게 되었으며, 푸른곰팡이가 아니더라도 페니실린과 같은 성분을 가진 원료를 얼마든지 조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완전히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이와 같이 인류를 위하여 큰 공을 세운 세 페니실린의 연구가들인 플레밍, 플로리, 체인에 대하여 노벨상 위원회는 그들에게 1945년 노벨 의학상을 수여하였습니다.
=출처 : 발명박사(왕연중 엮음, 글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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