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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알았다
의심 많은 히에론 왕
기원 전 250년경, 그리스의 식민지인 시칠리아 섬의 시라쿠사라는 곳에 히에론이라는 왕이 있었습니다.
사면이 푸른 바다에 둘러싸인 시칠리아 섬에 있는 시리쿠사는 경치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당시 문화의 중심지인시리아 왕국과, 지중해의 해상권을 잡고 있는 이집트 왕국, 그리고 마케도니아 왕국들의 영향을 받아 수학과 과학이 발달해 있었으며 예술도 발달된 작은 도시 왕국이었습니다.
어느 날 시라쿠사의 히에론 왕은 임금님의 품위에 맞는 고급 왕관이 갖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히에론은 나라 안에서 가장 솜씨 좋은 금 세공사를 불렀습니다.
“알겠느냐, 이 나라에 단 하나뿐이라 할 수 있는 멋들어진 왕관을 만들어야 하느니라.”
그런데 히에론 왕은 매우 의심이 많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금 세공사에게 순금 덩어리를 내주기 전에 무게를 달아 두었습니다. 며칠이 지나 금 세공사가 자랑스럽게 왕관을 궁중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임금님 ! 여기, 이것은 소신이 보기에도 대단히 훌륭한 왕관이라 생각되옵니다만...”
임금님은 금 세공사가 황공스러워하며 내 놓은 금관을 보자 자기도 모르게 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감탄에 감탄을 연발했습니다.
“아하 ! 그렇구나, 정말 멋있고 훌륭하구나!”
하지만 히에론 왕은 이렇게 말하면서도 기쁜 마음을 짐짓 감춘 채 못마땅한 얼굴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왕관을 써 보고는 다시한번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쓰임새가 좋게 느껴지는 왕관은 일찍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허허, 쓰고 있는 느낌이 나쁘지 않은데...”
그러면서도 히에론 왕은 씁쓸한 표정을 짓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몇 번이고 머리에 올려놓았다가 손에 받쳐 바라보았다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결점을 찾아내 트집을 잡으려 했지만 결점은 쉽게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히에론 왕은 그금 세공사가 싱긋벗긋 웃는 것이 어쩐지 수상하게 생각되어 별로 즐겁지가 않았습니다.
(음, 확실히 잘 만들기는 했어, 아주 잘 돼 있어. 하지만 그 능청맞게 약아빠진 금 세공사 놈이 내가 준 금덩어리를 그대로 다 쓰지 않고 얼마는 훔쳐 두었을지도 몰라 !)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임금님은 금 세공사를 돌려보낸 뒤 혼자서 조심스럽게 새 왕관의 무게를 세밀히 달아 보았습니다.
“아니, 이거 이상한데.. 왕관의 무게는 처음 주었던 금덩어리의 무게와 똑 같구먼.”
그래도 히에론 왕의 의심은 풀리지 않아 곰곰 생각하다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알았다, 알았어. 저 몹쓸 금 세공자 놈이 훔쳐 낸 금만큼 은을 섞어 넣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게 믿고 들여다보아도 순금과 구별 할 수 없었던 히에론 왕은 당시 가장 이름난 아르키메데스에게 방법을 물어보기 위해 신하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래, 지렛대 하나로 지구를 들어 올린다는 아르키메데스라면 이 문제쯤은 쉽게 풀 수 있겠지.”
히에론 왕은 아르키메데스가 지렛대의 반비례 법칙(함께 변화하는 양이 있을 때. 한쪽 양이 2배, 3배...로 되면, 그 양에 대응하는 다른 쪽 앵은 1/2배, 1/3배...로 되는 일)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을 때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에게 긴 지렛대와 지렛목(받침점)만 있으면 지구라도 움직여 보이겠다.”
금은 은보다 무겁다
고대 그리스 최대의 물리학자요 수학자인 아르키메데스가 히에론 왕의 부름을 받아 궁전에 도착하자, 히에론 왕은 대략의 설명을 한 뒤 그에게 말했습니다.
“부탁하네, 아르키메데스. 자넨 분명히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 걸세.”
아르키메데스는 왕관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곤 책상 위에 왕관을 놓고 물끄러미 들여다보았습니다.
‘음, 대단한 솜씨구나.’ 라고 생각했을 뿐 특별한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르키메데스는 재무 장관으로부터 왕관과 같은 무게의 순금 덩어리를 빌려 왔습니다. 각각의 무게를 재어보고 계속 바라다보고 있었지만 왕관 속에 은이 섞인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큰소리로 장담하던 아르키메데스는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금은 은보다 무겁다.’ 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금에 섞여 있는 은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대수롭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쉽게 풀리지 않자 아르키메데스의 끈질긴 과학자 정신은 점점 이 문제에 사로잡혀 가고 있었습니다.
본래 아르키메데스는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밤낮의 구별이 없는 것은 물론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잊어버리기가 허다했습니다.
아르키메데스가 금관과 금덩어리 앞에서 신음하기 시작 한 지 며칠이 지났습니다. 걱정이 되어 견딜 수가 없게 된 하인 세 사람은 기웃거리지도 못하도록 되어 있는 아르키메데스의 방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주인님, 지금은 캄캄한 밤입니다.”
“바로 그날부터 닷새째 밤인데요.”
“주인님 ! 주인님 !”
아무리 불러도 캄캄한 방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주인님, 식사를 안 하시면 병나십니다. 그뿐이겠습니까, 생명도 위험하게 됩니다.”
그래도 아무 대답이 없자 하인들이 서둘러 법석을 떨며 등불을 가지고 들어갔으나, 방 안에는 아르키메데스가 죽지도 쓰러지지도 않은 채 조용히 책상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또한 연구하는 데 방해를 했다고 크게 화를 냈습니다.
“시끄럽다 ! 나는 지금 중대한 것을 연구하고 있는 참이다.”
아르키메데스는 자기 앞에 놓인 것이 왕관이라는 것까지도 까맣게 잊고, 다만 문제가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풀어야 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왕관과 금덩어리를 노려보고 있는 아르키메데스는 얼굴을 씻거나 옷을 갈아입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인들은 다시 모여 의논을 하게 되었습니다.
“글쎄, 이런 사람을 그리스의 제일가는 학자라 할 수 있을까?”
“안 되겠는데, 정말 그럴 순 없겠어.”
“만약 외국의 귀하신 분이라도 찾아오시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 걱정을 하던 하인들은 묘안을 짜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왕관과 금덩어리를 들여다보고 있던 아르키메데스의 몸을 공중으로 번쩍 들어 올렸습니다.
“자아 ! 주인님, 목욕탕을 가십니다.“
두 하인은 아르키메데스의 양 옆에서 팔을 붙들고 들어 올렸습니다.
“여보게, 이게 무슨 짓들인가? 나는 지금 도무지 틈이 없어. 바쁘단 말야, 놓아 주게 !”
그래도 그를 붙든 하인들이 꼼짝하지 않자 아르키메데스는 발버둥을 쳤습니다.
“이 놈들아! 나를 어디로 끌고 가는 거냐? 그만둬, 그만두지 못해?
“이렇게 때투성이로는 곧 병에 걸리겠어요.”
둘이는 아르키메데스를 메고, 다른 한 하인은 뒤에서 갈아 입을 옷과 기름 항아리를 들고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여보시오, 날 좀 도와주시오!”
그러나 시라쿠사 시내의 사람들은 누구나 아르키메데스의 버릇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거 참, 유쾌한 일이로군. 아르키메데스 선생님, 한 자루의 지렛대가 없으셔서 그러신지 지구는커녕 사람에게도 못 견디고 계시는구먼.”
“어쩌면 ! 대단히 남루한 학자시네.”
“모르긴 해도 목욕탕으로 끌려가시는 모양입니다.”
드디어 목욕탕이 보이자 그제서야 아르키메데스도 자신이 도착한 곳이 어딘가를 알아 차렸습니다.
“그만두지 못해 ! 나는 지금 한가하게 목욕을 하고 있을 틈이 없단 말이야!”
한층 더 높게 소리를 질렀을 때는 벌써 하인들에 의해 목욕탕 안에 들려가고 있었습니다.
목욕탕의 관리인은 몸부림치는 사람이 아르키메데스임을 한눈에 알아보았습니다. 그는 평소부터 대과학자인 아르키메데스를 존경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욕탕에 더운 물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곳은 헬라스(고대 그리스인들이 자기 나라를 부르던 이름)의 풍습대로 모두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이거 놔라, 놔! 나를 놓으란 말이야.”
아르키메데스는 소리쳤으나 옷이 벗겨진 채 욕탕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천천히 몸을 쉬도록 하십시오.”
관리인은 더욱 더 많은 물을 탕에 넣어 마침내 욕조가 넘쳐흐르게 되었습니다. 욕탕 안에 가득 찬 수증기가 알몸의 아르키메데스를 부드럽고 따뜻하게 감쌌습니다.
아르키메데스는 비로소 몸부림치기를 그만두고 기분 좋게 탕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 동안에 하인들은 아르키메데스의 몸에 기름을 칠하고 때를 밀어 냈습니다. 며칠씩이나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던 아르키메데스도 목욕을 하니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었습니다.
아르키메데스는 가만히 더운 물로 가득 차 있는 탕 안을 바라보고 서 있었습니다. 하인들은 이제야 목욕할 마음이 생기신 것으로 생각하고 붙든 손을 서서히 늦추었습니다.
그러자 가만히 있던 아르키메데스가 벌떡 일어나 욕탕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었습니다.
이작 반밖에 때를 벗기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아르키메데스는 전혀 아랑곳없다는 듯이 더운 물이 넘쳐흐르는 탕 속으로 몸을 들어놓았습니다. 더운 물이 가득 차 있던 욕탕은 차르륵 차르륵 소리를 내면서 대리석 바닥으로 물이 넘쳐 흘렸습니다.
“음, 그래! 그렇겠군.”
아르키메데스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중얼거리기도 하면서 무엇인가 깊은 생각에 계속 빠져들었습니다. 그는 다시 한번 일어섰다가 욕탕 안에 몸을 담그기 시작했습니다. 무릎을 굽히면서 몸을 점점 깊게 담그자 물은 철철 넘쳐 나왔습니다.
부피와 무게의 관계
“그렇군, 그렇지. 참말 그렇구나.”
아르키메데스의 흥분된 음성은 점점 더 커졌습니다.
“주인님, 이제 그만 생각하시지요. 나머지 때를 다 밀어야지요.”
아무리 하인들이 말해도 그런 말이 그의 귀에 들릴 리가 없었습니다.
“그렇지, 물에 잠긴 내 몸의 부피와 같은 부피만큼의 더운 물이 넘쳐 나갔겠지...”
“주인님, 그거야 뻔한 일이지요. 선생님의 몸이 아닌 돌이나 쥐새끼라도 물에 넣었을 땐 그만큼의 물이 흘러넘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만 생각하시고 몸이나 깨끗이 씻으시죠.”
하지만 옆에서 그렇게 떠들어대면서 권해도 그는 물만 보고 서 있었습니다.
“그렇다, 탕에 들어가 앉으면 어쩐지 몸이 뜨는 기분이다. 어째서일까? 강물에서도 바닷물에서도 역시 몸은 뜬다...”
아르키메데스의 몸은 더운 물과 수중기의 따뜻함 때문에 점차 붉어졌습니다.
“옳지, 내 몸과 물은 같은 부피지만 무게는 다르겠다...”
그 순간 땀줄기가 흐르는 아르키메데스의 얼굴에는 환한 빛이 비쳤습니다. 아르키메데스는 탕에서 튀어나오며 소리쳤습니다.
“아, 알았다. 바로 이거다!”
“아닙니다, 주인님. 아직도 몸을 다 씻으시지 않았는데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그런데 뜻밖에도 아르키메데스는 벌거벗은 채 탕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안 됩니다, 주인님!”
하인들은 이번에야말로 너무나 당황하여 아르키메데스의 뒤를 쫓아갔습니다.
“주인님 ! 주인님!”
시라쿠사의 시민들에게는 다시 한번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거리는 온통 벌거벗은 아르키메데스를 뒤따라가는 사람들로 큰 무리를 이루었고 모두들 흥분하여 저마다 한마씩 했습니다.
“아니, 이거 정말로 큰일 났군. 우리나라에서 으뜸가는 자랑스러운 학자님인 아르키메데스 선생이 그렇게도 연구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중하시더니 끝내는 미치셨나 봐.”
“글쎄, 발광을 하시지 않고야 저렇게 알몸으로 거리를 뛰어다닐 수 있겠나?”
“그렇게 머리를 지나치게 쓰시고야 정신병이 안 날 수 없겠지.”
“그런 게 아니고 무슨 궁리에 몰두한 채 너무 오래 더운 목욕탕 안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하여간 가엾은 일인데 ! 참 아깝구나, 큰 학자님이 병이 났으니...”
사람들은 모두들 안타까워했습니다.
집으로 달려간 아르키메데스는 숨을 헐떡이면서 소리쳤습니다.
“자 ! 실험을 할 테니 물을 좀 떠오너라. 그리고 수조는 어디 있나 ?”
거기까지 따라 온 하인들은 재빨리 아르키메데스에게 옷을 입혔습니다.
“제발 자네들에게 부탁하네. 더 이상은 나를 방해하지 말아주게.”
아르키메데스는 큰 그릇 안에 물을 담은 통을 넣고, 그 통 언저리까지 물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리고 그 물통 위로 조심스럽게 실에 매단 왕관을 담그자 넘쳐 나온 물이 깊고 큰 그릇에 모였습니다. 그 다음 아르키메데스는 넘쳐 나온 물을 조심스럽게 모아 그 양을 쟀습니다.
그리고 먼저와 똑같은 방법으로 그릇 안에 물통을 넣고 거기에 다시 언저리까지 물이 찰랑찰랑 차도록 했습니다.
이번에는 순금 덩어리를 그 속에 담갔더니 물은 물통을 넘쳐 큰 그릇으로 모였습니다.
아르키메데스는 넘쳐 나온 물의 양을 또 다시 달았습니다. 그러고는 왕관을 담갔을 때 넘쳐나온 물의 양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역시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다. 왕관을 넣었을 때 넘쳐 나온 물이 순금 덩어리를 넣었을 때보다 많다 !”
아르키메데스는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면서 기뻐했습니다. 이것으로 왕관에 은이 섞였다는 것이 이젠 분명해졌습니다. 그때에야 비로소 아르키데스는 임금님이 보고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궁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아르키메데스는 먼저 왕관에는 은이 섞였다는 것을 히에론 왕에게 아뢰었습니다.
“허허, 그랬구먼. 나쁜 세공장이 같으니 !”
“헌데 아르키메뎃, 왜 그 왕관을 넣었을 때 물이 더 많이 넘쳐 나왔지? 그리고 물이 더 많이 넘쳐나오는 걸로 은이 섞였다고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아직도 잘 모르시겠습니까?”
아르키메데스는 의아하게 여기면서 다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보십시오. 큰 그릇에 넘쳐 나온 물의 양은 각각 왕관과 순금 덩어리의 부피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금이 은보다 무겁다는 것은 같은 무게라면 금의 부피가 은의 부피보다 작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위조 왕관이라면 은이 섞여 있어서 같은 무게의 순금보다도 부피가 크고, 따라서 그만큼 부력도 커진다는 것입니다.”
임금님은 완전히 그에게 탄복하고 말았습니다.
시라쿠사의 히에론 왕의 새로운 왕관이 인연이 되어 아르키메데스는 부력의 원리, 즉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를 발견한 것입니다.
<액체 중에 있는 물체는 그 물체가 밀어 낸 액체의 무게만큼의 부력(물체에 주위의 기체나 액체가 미치는 압력의 합력)을 받는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출처 : 발명박사(왕연중 엮음, 글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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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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