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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터널의 비밀
템즈 강의 런던 브리지
“이봐, 뭘 꾸물거리고 있어.”
“빨리 앞으로 가요, 앞으로.”
“잔소리 말아요! 내가 안 가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막혔단 말이야.”
곡식 상자와 술통 등 짐을 가득 싣고 있는 마차의 행렬 속에서 성난 사람들의 고함소리가 들리고 있었습니다.
길게 줄지은 마차 행렬은 강가를 따라 다리로 이어진 요철의 길 위에 수백 미터나 꼬리를 물고 섰지만 한참동안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꼴이람. 다리를 한 번 건너는 데 한나절이 걸리니 이래서야 어디 일을 할 수 있어야지.”
“게다가 다리를 건너는 통행료까지 내야 하다니 이거이원...”
이곳은 19세기 초영국의 수도 런던. 런던 시내를 따라 흐르는 템즈강에 걸린 유명한 런던. 런던 시내를 따라 흐르는 템즈강에 걸린 유명한 런던 브리지를 빨리 건너려고 서로 말다툼을 하는 광경입니다. 날마다 교통이 붐빌 때마다 누구나 불평과 불만을 가득 터뜨렸지만 이러한 고통스런 사정을 말해 고통스런 사정을 말해 봐도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어쨌거든 템즈강의 하구에 설치된 다리라고는 이것 하나밖에 없어서 강 건너 언덕의 항구로 짐을 운반하려면 이 다리를 건너는 길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왜 시청에서는 이곳에 다리를 하나 더 놓지 않을까?”
짐마차의 마부 자리 위에 앉은 젊은 사나이가 말했을 때, 그 옆에 앉아 있던 노인이 체념한 듯이 머리를 흔들면서 손으로 강을 가리켰습니다.
“그건 무리한 얘기지. 저것 봐요, 저렇게 큰 배가 짐을 가득 싣고 왕래하고 있는데, 저 배의 돛대가 다리에 닿지 않을 정도로 높은 다리를 놓아야 하는데 그걸 어떻게 놓는담...”
“그렇군요”
젊은이는 알아들은 듯 고개를 끄덕였으나 결코 불만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런던 교의 강 아래쪽은 항구니까 다리를 놓을 수가 없다는 거군요. 그렇다면 강의 바닥을 파서 만드는 터널은 어떨까요? 강바닥에 커다란 터널을 판다면 배가 지나다니는 데 방해가 되지 않겠지요?”
“그건 공상에 불과한 생각이오. 설사 그렇지 않아 해도 무리한 일이고.”
노인은 다시 설레설레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벌써 몇 년 전에 터널을 파려다가 실패한 사람이 있지. 이름이 무엇이었더라? 트레비식이라던가 하는 기계 기술자가 해저 터널을 만든다고 강 밑을 파들어 가다가 그만 강 밑에서 모래 사태를 만나 많은 인부와 함께 강물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지. 참 비참한 사건이었어. 강 밑으로 굴을 파서 사람을 통행시킨다는 것은 하나님도 할 수 없는 일이지.”
수십 번의 실패와 좀 벌레
“정말로 그럴까? 해저 터널은 하느님도 할 수 없는 가능한 일일까?”
그때 마침 마차 위에서 두 사람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엿들으면서 혼잣말로 중얼댄 것은 남루한 차림의 한 중년 남자였습니다. 그는 트레비식의 해저 터널 부설 계획이 무참히 실패로 끝났을 때, 어떻게 해서라도 그 터널을 환성시켜 보려고 밤낮으로 연구했던 마르크 브루넬이란 사람입니다.
런던 교의 해저 터널 부설 공사가 비참한 사건으로 인해 실패할 때 브루넬이 가장 사랑하는 누님의 남편인 트레비식이 희생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매형의 죽음을 그냥 개죽음시킬 수는 없지. 어떤 희생을 각오하고라도 그 뜻을 이어서 터널을 완성시켜야지...)
그러나 해저 터널은 예상했던 것보다 몇 배나 어려운 공사였습니다.
템즈강의 밑바닥은 대부분이 굳게 엉킨 찰흙으로 되어있어 물이 적게 새고 터널을 파기도 쉬웠지만, 공교롭게도 한 부분이 터널 공사를 방해하는 퀵샌드(표사)라는 모래 지대로 되어 있었습니다.
퀵샌드는 모래 중에서도 가장 부서지기 쉬운 것으로, 물이 조금만 새도 즉시 그 층이 무너져 물과 모래가 밀려 들었습니다. 그러니 터널 공사를 하기에는 부적합한 어려운 문제점을 지닌 곳이었습니다.
브루넬의 매형의 생명을 앗아간 비참했던 사고도 이 퀵샌드의 지층에서 생긴 일이었습니다.
매형이 죽던 그 무서운 밤 이후로 브루넬은 안전하게 공사를 마쳐서 매형의 뜻을 꼭 이뤄야겠다고 다짐했지만, 늘 기계 제도는 실패를 거듭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차 위에서의 대화가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아 곰곰 생각에 잠겨 길을 걸어가던 어느 날, 우연히 길에 가로 놓인 각목에 발이 채였습니다. 순간 그곳에 발길이 멈춘 브루넬의 두 눈은 반짝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각목은 낡은 배에 쓰였던 재목인 듯 사면이 작은 구멍으로 뚫려 있었는데, 각 구멍에서 톱밥 같은 것이 넘쳐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게, 도대체 뭘까...”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한참동안 들여다보던 브루넬은 곧 “아아..., 이렇게 된 것이구나.” 하고 기쁨에 넘쳐 눈이 점점 커졌습니다.
“그렇구나. 이건 나무 좀 벌레의 작업이구나!”
그것은 나무로 만든 배를 좀먹는 벌레가 뚫은 구멍이었습니다. 브루넬의 얼굴에는 새로운 발견에 대한 희망의 빛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점차 브루넬의 얼굴에는 비장한 다짐이 감돌면서 다시 가던 길을 걸었습니다.
(이렇게 보잘 것 없는 벌레도 이처럼 큰 나무를 뚫어내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템즈강 밑에 터널 하나쯤 못 파낼 수는 없지 ! 그렇고말고 ! 내가 이 일을 포기하다니! 다시 해 봐야지 ! 반드시 꿰뚫어 놓고야 말겠어.)
처음 개발한 실드 공법
나무 좀 벌레를 보고 용기를 얻은 브루넬은 다시 몇 년 동안 피나는 노력을 쌓은 결과 실드 공법이라는 아주 새로운 터널 공사 방법을 발명했습니다.
실드 공법은 파나가는 터널의 앞부분에 사람이 드나들 만큼의 둥근 강철관을 가로 놓고 그 속에서 안전하게 파내는 작업을 하고는, 다시 강철관을 조금씩 앞으로 내보내고 지나간 부분에는 콘크리트로 포장을 해내가는 터널 공사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반이 약한 곳에서 터널 공사를 할 수 있는 새로운 공사법을 고안했다고 해서 그것으로 터널이 완성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터널 공사를 시작하려 하자 공사에 필요한 돈이 없었습니다, 먼저 자본주들에게 실드 공법이 지금까지의 공사법보다 훨씬 안전하며, 약한 지층이 나와도 무너지거나 피해를 입지 않게 되어 있다는 점을 납득시켜서 자금의 도움을 구해야 했던 것입니다. 더구나 많은 인부를 고용해야 하는 큰 공사이기 때문에 국회의 승인도 필요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이만하면 터널의 공사는 성공시킬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는데... 부디 제 계획에 힘을 빌려주십시오.”
브루넬은 날마다 자본주를 찾아다니며 만났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대주기를 꺼려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를 허풍쟁이로 몰아붙이면서 심지어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까지 있었습니다.
“세상에, 얼빠진 사람이나 정신 이상이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이런 엄청난 계획을 세운단 말입니까?” 기분나빠하지는 마십시오. 당신의 지금까지의 설명은 농담으로나 들어 두겠습니다. 농담을 참 잘 하시는 분이군요...“
이러한 온갖 수모 속에서 브루넬이 자본주를 찾아다니기 무려 6년, 그러니까 실드 공법을 발명한 지 6년 후인 1824년에 그 굽힐 줄 모르는 의지와 계속된 열성은 햇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몇 사람의 자본주를 만나 템즈 터널회사를 설립하게 되었고, 인부 동원에 대한 영국 국회의 승인도 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1주일에 겨우 2.4미터 전진
드디어 공사가 시작되었고, 성인이 된 그의 아들 이잔버어드도 이 공사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터널은 템즈강 남쪽 연안인 로저하이스로부터 북쪽 연안의 워핑이라는 곳을 향하여 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로저하이스에 세로로 깊은 갱을 파고 그 속에 브루넬이 고안한 강철 원통의 실드를 조립시켜 1825년 11월 28일부터 실드는 조금 씩 조금 씩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 진행 속도는 1주일에 겨우 2.4미터에6 불과했습니다. 그나마 날씨가 나빠 전진을 못하는 때도 생겼으며, 6개월 후인 1826년 5월까지 앞으로 나간 거리는 겨우 30여 미터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차차 그 공법에 익숙해진 인부들의 열성과 브루넬의 끈기로 점점 공사의 전진 속도는 빨라져 1주일에 평균 3.6미터까지 전진할 수 있었으며, 8월에는 로저하이스의 수직갱에서 60미터 지점까지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때 브루넬은 공사의 상황판을 가만히 주시하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렸습니다.
“자 ! 이제부터가 문제다...”
터널은 강에서 약간 떨어진 장소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파온 것은 육지 밑이었지만, 이제부터는 완전히 템즈강 밑을 뚫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실드 안에서의 일은 진행되었습니다. 암석층은 점점 적어지고 서서히 진흙층을 뚫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해 5월 어느 날, 항구로부터 석탄을 실은 수송선들이 터널 공사 현장의 바로 위에 정박하려고 무겁고 날카로운 큰 닻을 내린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닻은 강바닥을 긁어 지층을 약하게 하기 때문에 만약 그 배가 오래 정박할 경우, 강 밑의 모래층이 패여 지층을 얕게 할 위험이 있었습니다.
그 사건이 있은 지 2주일 정도 되는 5월 18일 저녁, 최초의 사건이 터졌습니다. 마침 브루넬은 며칠 전부터 오랫동안 쌓인 피로와 가난 때문에 몸이 쇠약해져서 현장의 일은 아들인 이잔버어드나, 부하 기사인 비미시와 그래바트에게 맡기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비미시가 현장 감독의 당번이었습니다.
“실드 6구획 전진 완료.”
“좋아.”
공사가 순조롭게 나가고 있는 것으로 믿고 비미시가 실드 7구획에 전진 개시의 명령을 내리려 할 때였습니다.
갑자기 ‘솨아...’ 하는 요란스런 소리와 함께 억수 같은 물줄기가 6구획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큰일났다. 침수다! ”
당황한 인부들은 서로 앞을 다투어 출입구가 있는 수직갱으로 달려갔습니다. 비미시는 혼란에 빠진 인부들 앞을 가로막고 차분히 설득해나갔습니다.
“침착해라 ! 모두들 침착해 ! 터널 공사에 침수는 당연하다. 이까짓 침수를 가지고 문제 삼을 건 없다. 모두 힘을 합해 침수를 막으면 된다.”
비미시의 침착한 설명에 인부들은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비미시와 같이 물이 밀려나오는 곳을 막으려고 열심히들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 터널의 여기저기서 물줄기가 뻗치기 시작하자 도저히 손을 댈 수가 없었습니다.
책임감이 강한 비미시는 그래도 실드의 기둥으로 기어올라 어떻게 해서든 물을 막으려고 애를 썼지만 이미 터널안쪽은 거친 물살이 소용돌이치고 있었고, 급기야 인부들의 목숨까지 위태하게 되었습니다, 인부들은 할 수 없이 공사를 포기하고 목숨을 건지기 위해 필사적으로 갱을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20년 후에야 빛을 본 해저 터널
브루넬은 침수 사고의 원인을 자세히 조사한 결과, 그것은 퀵샌드의 약한 지층 때문이 아니고, 약 보름 전에 석탄을 싣고 온 배가 무거운 닻을 내렸던 것이 바로 원인이었습니다. 물이 침수된 터널 위의 찰흙층은 넓고 깊게 패어있었고 그 바로 밑의 터널의 약한 벽에 틈이 생겨 물이 들어왔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브루넬은 곰곰 생각한 끝에 물 속의 큰 웅덩이를 메우기 위해 많은 찰흙을 자루에 넣어 강 밑에 던져 넣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사고를 복구하는 데는 약 4개월이 걸렸으며, 9월에 가서야 비로소 공사는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다음해 1월에 또 다시 침수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때의 현장 감독은 브루넬의 아들 이잔 버어드가 맡고 있었는데 그는 이 사고로 다리를 다쳐 현장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두 번이나 대침수 사고를 당한 공사는 당분간 계속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회사도 자금을 대는 데 지쳐 복구시키기 위한 경비조차 내놓을 수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브루넬도 더 이상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 7년의 세월을 그대로 흘러 보낸 뒤 1835년 다시 공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역경 속에 터널이 개통되었습니다. 1840년 가을이 깊어진 11월 16일 브루넬은 72세의 노인이 되어 있었지만 그의 감격은 나이를 초월한 것이었습니다.
이렇듯 불가능은 없다는 신념으로 15년 동안이나 계속되어 런던 시민을 놀라게 한 브루넬의 해저 터널은, 런던 시당국이 터널 양 끝을 주요 도로와 이어 주는 시설을 하지않아 20년 가까이 아무 쓸모 없이 버려진 채 있었습니다.
온갖 역경과 어려움을 무릎 쓰고 만든 해저 터널은 이따금 찾아오는 관광객의 구경과 몇몇의 보행자들에게 도움을줄 뿐, 런던 브리지의 혼잡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1865년, 자신이 만든 터널의 개통도 못 보고 브루넬이 죽은 지 16년이 지나서야 ‘이스트 런던 철도’라는 철도 회사가 이 해저 터널을 사게 되었으며 1866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을 자랑하는 런던의 지하철 제 1호가 개통되어 브루넬의 눈물겨운 해저 터널은 밝은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출처 : 발명박사(왕연중 엮음, 글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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