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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없이는 못살아
헤스터와 한트의 사랑
“헤스터, 함박눈이 내리고 있어. 오늘은 옷 따뜻하게 입고 나와.”
“응, 한트! 조금만 기다려요.”
헤스터와 한트는 잠시 후, 어깨를 나란히 하고 마을 앞 숲속을 걷고 있었다.
“헤스터, 나는 꼭 헤스터와 결혼하고 싶어. 그런데 아버지께서 우리의 결혼을 승낙하실까 걱정이 돼.”
“오, 한트! 염려 말아요. 나는 당신이 아니면 누구와도 결혼 안 해요.”
“헤스터! 사랑해!”
“한트, 사랑해요.”
1840년 12월 초, 미국 어느 마을에서 함박눈처럼 하얗고 고운 마음을 가진 ‘헤스터’아가씨와, 재치 있고 건강한 청년 ‘한트’는 서로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어느 새 장래를 함께 하고자 결혼을 약속한 사이가 되었던 것이다.
“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숨어서 만날 수는 없잖아? 나, 헤스터 아버지를 찾아가서 결혼하겠다고 말할래!”
“한트, 용기를 내 보세요.”
어느 날, 한트는 용기를 내서 헤스터의 아버지를 찾아 갔다.
“헤스터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헤스터와 결혼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한트의 말에 헤스터의 아버지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너희는 아직 경제력이 없기 때문에 결혼을 승낙할 수가 없어. 경제력도 없이 결혼을 한다면 두 사람 모두 불행해질 것이 뻔해. 그런데 어떻게 결혼을 승낙하겠나. 안될 말일세!”
그러나 한트는 물러설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저에게는 돈을 벌 수 있는 두뇌와,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허락한 해주시면 어떻게든 행복하게 살 자신이 있습니다.”
한트가 자신 있게 말하자, 헤스터의 아버지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더니 불쑥 한 가지 제의를 했다.
“한트! 그렇다면 좋아. 오늘부터 열흘 안으로 1천 달러를 벌어 오게. 그러면 결혼을 승낙 하겠네.”
한트는 아버지의 말끝에 당당하게 대답했다.
“좋습니다. 10일 후에 다른 말씀을 하시면 안됩니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는 벌써 걱정이 앞서고 있었다.
1천 달러짜리 발명
‘10일 안에 1천 달러를 무슨 수로 벌어 온담?’
당시로서는 1천 달러면 큰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큰 돈 이었다.
한트는 큰 소리를 치긴 했지만 앞이 캄캄하기만 했다.
밤새 누워 뒤척이며 생각에 잠겨있던 한트는 새벽이 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에이, 내 공작 솜씨를 한번 믿어 봐야지 뭐!’자신의 유일한 재주인 공작 솜씨로서만 1천 달러를 벌 수 있으리라는 결론을 얻게 된 한트는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렇다면 무엇을 만들어야 내 공작솜씨를 발휘하지? 또 어떻게 해야 1천 달러를 벌 수 있을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한트는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말았다.
다시 하루를 꼼짝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은 채 생각에 잠겨 있던 한트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그래! 안전한 핀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었어.’
그 당시 미국 사람들은 부활절 등의 큰 행사 때마다 바늘 모양의 핀으로 리본을 꽂았었다.
그러나 일자 모양의 바늘핀은 리본이 쉽게 떨어지는 결점이 있었고, 행여 서로 포옹이라고 하게 되면 바늘에 찔리는 위험까지 안고 있었다. 한트는 바로 그런 바늘핀을 안전하게 개선하겠다는 결심이 선 것이다.
“한트, 정말 미안해요.”
철사를 비롯한 여러 도구를 가지고 벌써 5일째 밤을 지새우며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 한트를 헤스터는 늘 격려하며 미안해했다.
“헤스터, 걱정 말고 가서 자.”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한트를 지켜보던 헤스터는 한트의 재촉에 못 이겨 잠자리에 들곤 했다.
그러다가 9일째 되는 날, 헤스터는 이른 새벽에 마치 천둥소리 같은 괴성에 놀라 번쩍 눈을 떴다.
“됐다. 됐어!”
그것은 한트의 음성이었다.
깜짝 놀란 헤스터가 한트에게 달려갔을 때, 그에게는 이상하게 구부러진 핀이 들려 있었다.
“한트, 무슨 일이에요?”
“헤스터, 성공했어.”
타원형으로 구부려서 끝을 안전하게 집어넣은 안전핀은 우리 어린이들에게는 옷핀으로 더 알려진 핀이다.
“끝내 안전핀을 만드셨군요. 한트.”
“그래요. 헤스터! 어서 나갑시다.”
날이 밝자 한트는 헤스터와 함께 특허출원을 마쳤다.
“자, 헤스터! 이제 리본가게를 갑시다.”
“리본가게라면 저 쪽에 많이 있어요. 빨리 가요.”
꿈에 부푼 헤스터가 먼저 한트의 손을 잡아끌었다.
“제가 발명한 새로운 안전핀 입니다. 특허를 사시겠습니까?”
한트의 제안에 리본가게들은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1천 달러라면 좀 벅찬 금액입니다. 다른 곳에 가 보세요.”
한트와 헤스터는 실망만을 가득 안고 가게를 나와야 했다. 영세한 리본가게들은 1천 달러가 벅차 한트의 특허를 사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헤스터, 돌아갑시다.”
“한트, 그렇게 고생했는데 이를 어쩌지요?”
“내일이 마지막 날인데. 이것 참!”
“한트, 그래도 전 당신을 사랑해요.”
“헤스터, 사랑하오.”
둘은 크게 실망하면서도 서로를 위로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휴우, 이제 어떻게 해서 결혼을 승낙 받지?”
“한트, 다시한번 잘 말씀드려 보세요. 며칠 더 미뤄놓고 다시 리본가게를 찾아 보면 좋은 방법이 있을 지도 모르잖아요.”
“하지만 약속은 지켜야 하는데. 약속을 못 지키면 할 말이 없는 거요.”
고개를 떨어뜨리고 실의에 젖어있는 그들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한트 씨! 계세요?”
“헤스터, 밖에 누가 왔나 봐요.”
“어머나, 아까 찾아가 만났던 리본가게 주인이세요.”
“뭐라고? 리본 가게!”
한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한트 씨! 당신을 찾느라 두 시간이나 헤맸습니다. 겨우 찾았어요.”
“아저씨! 무슨 일로??”
“여기 1천 달러가 있어요. 제가 특허를 사겠습니다.”
“녜? 정말입니까?”
“물론 정말이고말고요.”
열흘 째 되는 날, 한트는 당당하게 헤스터의 아버지를 찾아갈 수 있었다.
“여기 1천 달러가 있습니다. 이제 헤스터와 결혼하게 해 주십시오.”
“약속대로 결혼은 승낙하겠네만, 자네는 생각보다 어리석은 사람 같군.”
헤스터의 아버지는 못마땅하다는 듯 넌즈시 말했다.
“녜? 무슨 말씀이신지?”
“이 사람아, 그렇게 훌륭한 발명을 겨우 1천 달러에 팔아버려? 한 개 팔리는 데 얼마의 로열티를 받는다는 식으로 계약을 하지 않고??”
사랑의 결실
1천 달러에 한트의 특허를 사들인 리본가게는 전세계에 이 안전핀을 팔아서 엄청난 돈을 벌었다.
몇 년의 세월이 흘렀다.
헤스터의 아버지는 사위인 한트를 만나자 특허를 그냥 팔아버린 것을 나무라며 말했다.
“이 사람아, 2퍼센트의 로열티만 받았어도 자네는 지금 엄청난 부자가 되었을 것 아닌가.”
안타까워하는 장인을 보며 한트도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한트는 곧 정색을 하며 차근차근 대답했다.
“장인어른! 하지만 저는 2퍼센트의 로열티보다 더 큰 보물을 얻었지 않습니까? 헤스터를 아내로 맞은 것이 2퍼센트의 로열티보다 더 소중하고 기쁩니다. 그리고 행복하고요.”
이처럼 욕심이 없고, 마음 착한 한트는 각종 생활필수품을 수없이 발명했다.
미국 발명계의 산교훈이 되어 옛날이야기처럼 떠도는 한트와 헤스터의 사랑은 발명에서 얻은 거액보다 훨씬 더큰 감동을 안겨주며.
“헤스터! 함박눈이 내리는 데, 우리 숲을 따라 걸어 볼까?”
“한트, 조금만 기다리세요. 옷 갈아입고 나갈게요.”
안전핀으로 꽉 채워진 리본처럼 그들의 사랑이 더욱 단단하게 이어지고 있는듯 하다.
=글 왕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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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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