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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따라 삼천리(10)
물음이와 느낌이의 발명여행
제주에서 서울까지
부산광역시 편
오늘따라 첫눈이 내리고 거리는 온통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거리로 몰려나와 첫눈을 맞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우주돌이 5남매도 밖으로 나가 첫눈을 맞으며 뛰어놀고 싶었습니다. 이를 알아차린 발명 작가가 부산 출동을 명했습니다.
“너희들 첫눈을 맞으며 놀고 싶지. 그래 좋다.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 실컷 논 다음 부산으로 내려가거라. 부산 동래구 온천2동 850-48번지에 가면 세계적인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의 기념관이 있다. 이곳에서 우장춘 박사와 우리나라 고대 발명왕 장영실 님을 만나 그들의 일대기에 대해 알아 오거라. 물론 사전에 철저히 취재하여 너희들이 두 분에게 설명 드리는 방법으로 진행하고 오거라.”
“예, 주인님! 그런데 주인님도 우장춘 박사의 기념관에 대해 알고 계세요?”
“알다마다. 나는 1999년 10월 20일 개관식 때 다녀왔단다. 이날 우장춘 박사 탄생 1백주년을 맞아 부산광역시가 건립하여 개관했는데 대지 약 1,000m², 연건평 241m², 지상 2층 규모로 1 · 2층 전시장과 야외마당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단다. 설계는 야외에 있는 자유 천(慈乳泉)에 시선이 집중되도록 전시공간을 선형으로 유도하고 원 형태의 곡선미를 가미하였으며, 외부마감에는 콘크리트를 노출시키는 최신 건축공법을 도입하였다. 1층에는 우박사의 약력과 일본 체류시절, 한국과학연구소 시절, 동래농업시험장 근무시절의 활동상, 자유 천에 얽힌 사연, 씨 없는 수박이야기, 타계 전후 모습 등이 담긴 14점의 패널이 부착되어 있으며, 우박사가 사용하던 현미경과 친필논문 원고 · 연구노트 · 도장 등 38종 50여 점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2층 전시실은 우박사가 귀국하기 전 우리나라 원예 산업과 우박사의 주요업적, 원예 산업에 미친 영향, 우리나라 원예 육종산업 발달사, 채소종자의 변천과정 등 15점의 패널과 씨 없는 수박, 무와 배추를 합성한 무추, 토마토와 감자를 합성한 토감 등 22품목 43종 171점의 원예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채소양액 개발 제품모형과 원예 산물 가공품 67점이 전시되어 있다. 야외마당에 있는 ‘자유 천 우물’은 자애로운 어머니의 젖과 같은 샘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우박사의 어머니가 일본에서 임종하였을 당시 일본정부의 통제로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자 각지에서 들어온 부의금으로 우물을 파서 연구소는 물론 물이 부족한 주위 사람들에게 물을 나눠주었다고 한다. 또 우 박사는 매일 아침 우물 주위를 청소하며 하루 일을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우장춘 기념관)
“와! 철저히 취재하셨군요. 주인님! 대단하십니다.”
“녀석들, 어서 떠나기나 해라.”
우주돌이 5남매가 첫눈을 맞으며 실컷 놀고 우장춘 박사의 기념관에 도착한 것은 어둠이 깔리는 초저녁이었습니다. 날씨가 추운 탓인지 기념관 직원도 퇴근하고, 기념관을 찾았던 사람들도 모두 돌아가고 주위는 적막이 감돌았습니다.
우장춘 박사의 기념관 사무실. 우장춘 박사님과 장영실 님은 우주돌이 5남매를 기다리며 정담을 나누고 계셨습니다.
“어서들 오거라. 우주돌이 5남매! 반갑다. 어떤 캐릭터인지 보고 싶었다. 생각대로 멋진 5남매구나. 너희들 주인이신 발명 작가님은 잘 계시겠지”
우장춘 박사님과 장영실 님은 우주돌이 5남매를 돌아가며 차례로 안아주셨고, 우주돌이 5남매는 자연스럽게 할아버지라 부르며 한참동안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두 분 할아버지, 발명 작가님을 아세요?”
“아다마다, 발명 작가님을 마난 본 적은 없지만 그분은 우리 두 사람의 이야기를 여러 번 소설, 발명이야기, 발명칼럼으로 소개해 주신 분이란다.”
“아! 그렇군요. 그럼 지금부터 두분 할아버지에 대해 저희가 취재한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우장춘 박사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맏형 격인 물음이가 큰절을 올리며 설명을 시작하였습니다.
우장춘의 생애와 공적
“할아버지께서는 출생지는 일본 도쿄이고, 본적은 서울시 중구 저동 2가 71번지이신데도 부산광역시로 모신 것은 활동지가 주로 부산이시었고, 기념관이 부산에 있기 때문이었음을 우선 말씀드립니다.
할아버지께서는 1898년 4월 8일 태어나시어 1959년 8월 10일 세상을 떠나셨지요.
할아버지께서는 농학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낸 한국의 대표적인 과학자로서 일본에서 ‘종의 합성’ 이론을 실험적으로 입증하여 세계 유전육종학에 커다란 기여를 하였고, 100% 겹꽃 페튜니아 종자를 처음 개발하여 일본 사카타 종묘회사가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데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종묘회사에 새로운 반향을 불러일으키셨지요.
(농장을 둘러보는 우장춘 박사 일행)
1950년 할아버지께서는 일본에서의 모든 연구 활동을 그만두고 홀로 귀환하여 한국의 실정에 맞춘 실용적인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셨습니다. 일본에서 연구한 학문적 성과는 우리나라에서 농업육종연구를 추진하는 데 기반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국내 작물의 우량종자 생산과 자급체계 세우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하셨습니다. 채소를 비롯한 씨감자, 벼 등의 우량종자를 개량하고 확보하는 데 주력하여 짧은 시간 안에 우수한 종자를 국내에서 자급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이에 따라 오늘날 한국 근대농업의 선구자, 세계적 유전육종학자, 인간국보, 장춘교주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학력 및 경력
할아버지의 학력은 1905.4 ~ 1911.3 일본 히로시마 히가시혼도리 소학교 졸업, 1911.4 ~ 1916.3 일본 히로시마현립 구레중학교 졸업, 1916.4 ~ 1919.7 일본 도쿄제국대학 농학실과 졸업(현재의 도쿄농공대학), 1936.5 일본 도쿄제국대학 농학박사 취득(유전육종학)이었고요.
할아버지께서는 고등학교 졸업 후 교토제국대학 공학부에 진학하고자 했으나, 조선총독부의 지시로 1919년 도쿄제국대학 농학실과를 진학하셨습니다. 당시 할아버지는 관비유학생이었기 때문에 학비를 지원하는 조선총독부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지요. 농학실과 과정은 대학이 아닌 전문학교 수준으로 지금의 도쿄제국대학이 아닌 도쿄고등농림학교(현재 도쿄농공대학)이었고요. 이후 할아버지께서는 1936년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농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셨습니다. 학위논문은 “Aburana속에 있어서 Genome 분석. 부록 Napus의 합성과 특수 수정현상” 일명 “종의 합성”이지요. 할아버지께서는 1935년 가을 도쿄제국대학 농학부에 이 논문을 제출하여 1936년 5월 4일에 농학박사학위를 받으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1898년 4월 아버지 우범선 님과 어머니 사카이 나카 여사님의 장남으로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우범선 님은 중인 출신의 개화파로 조선 말 궁정을 수비하는 훈련대 제2대대장으로 있다가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연루되어 일본으로 망명하셨습니다. 할아버지가 다섯 살 되던 해인 1903년 11월 아버지 우범선 님께서 고영근에게 살해당하신 후 할아버지의 집안은 경제적으로 크게 어려워졌고요. 남편이 죽고 두 아이를 혼자 키워야 했던 할아버지의 어머니는 한때 할아버지를 절에 딸린 고아원에 맡기기도 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소학교를 마치고 1911년 히로시마 현립의 구레중학교에 입학하셨습니다. 1880년대 일본해군의 군항이 된 구레는 해군사관학교까지 있어 해군과 사관생도로 붐볐고 사관학교에 들어가 군인이 되는 것은 많은 학생들의 꿈이었지요. 그러나 할아버지는 조선인이었기 때문에 사관학교에 진학하기 어려웠지요. 수학을 잘하셨던 할아버지는 공학을 공부할 생각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하려고 했지만,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할아버지의 학비를 지원해주었던 조선총독부는 할아버지가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도쿄제국대학 농학부 농학실과에 진학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1916년 할아버지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도쿄제국대학 농학부 농학실과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이 농학실과는 대학의 정식 학부가 아닌 전문학교 과정으로 이론이나 연구보다는 실습과 응용을 주로 가르쳐 농장에서 일할 사람을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1919년 3월 할아버지는 전문학교를 마치고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일본 농림성 소속의 농사 시험장에 취직을 하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농사 시험장에서 시작한 연구는 나팔꽃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나팔꽃은 돌연 변이가 많아 유전학을 공부한 할아버지에게는 매우 적합한 연구대상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나팔꽃에서 돌연변이가 나타나는 이유와 양상을 살피고, 품종 개량에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함으로써 본격적인 연구자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1924년 할아버지는 어머니의 소개로 고하루라는 일본 여인과 결혼하셨습니다. 결혼 당시 고하루의 부모님께서 할아버지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하자, 할아버지의 집안을 돌봐주었던 스나가 하지메의 제안으로 할아버지는 스나가 집안의 양자가 됩니다. 이로 인해 할아버지는 일본에서 스나가 나가하루라는 일본식 이름을 얻었고, 할아버지의 자녀들도 스나가 성을 따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성만은 스나가가 아닌 우를 사용했습니다. 일본어 논문에서는 禹長春으로, 영문 논문에서는 Nagaharu U. 로 표시했던 것입니다.
(연구에 몰두 중인 우장춘 박사)
당시 일본에서는 대학 졸업 학력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뛰어난 연구업적을 인정받으면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밤늦게까지 농사 시험장에 남아 연구에 몰두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나팔꽃을 연구주제로 잡아 논문을 준비하였는데, 1930년 논문이 거의 완성될 무렵 불행하게도 전기 누전으로 시험장에 불이 났습니다. 논문이 있는 건물이 불타버려 10여 년간 노력해서 얻은 연구결과, 실험재료, 사진 등 모든 것들을 잃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다시 유채 종자를 주제로 연구를 시작하여 1935년 가을 도쿄제국대학 농학부에 논문을 제출하여 1936년 5월4일에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박사학위 논문에서 종간 잡종에서는 번식력을 지닌 종자를 얻기 힘들다는 일반적인 믿음을 깨고, 유채 씨앗의 품종 개량에 종간 잡종을 이용 할 수 있다는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셨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서양 종자와 재래종 씨앗을 교배하여 새로운 식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유전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밝혀냈는데, 서로 다른 식물을 교잡하여 새로운 식물을 만드는 방법을 ‘우장춘 트라이앵글’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할아버지의 박사학위 논문은 ‘종의 합성’이론의 실험적 입증이라는 획기적인 성과였으며, 이로 인해 할아버지는 일본 내에서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유전육종학자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세계적인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는 만년 기수를 면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1937년 8월에 할아버지는 민간 회사인 다키이 종묘회사의 초대 연구 농장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때부터 1945년까지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연구를 계속하셨습니다. 이 시기에 할아버지는 무와 배추 등 한국과 일본에서 애용하는 십자화과 채소들의 종자 개량을 연구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일본이 패전을 한 직후인 1945년 9월에 연구 농장 장을 사임하였습니다. 이후 할아버지는 한국으로 귀환할 때 까지 일자리를 구하지 않고 무위도식의 생활을 하며 지냈습니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일본에서 농학 잡지의 편집 기자로 일하던 김종 님이 중심이 되어 ‘우장춘 박사 귀국 추진 운동’이 추진되었습니다. 그 결과 할아버지는 1950년 단신으로 한국으로 건너오셨고, 1950년 5월 10일 한국농업과학연구소의 소장으로 취임하였습니다. 1951년 10월 할아버지는 채소 종자를 생산하기에 알맞은 땅을 찾아 제주도를 방문했으며, 이 때 제주도가 감귤 재배에 적당하다는 사실을 알고 제주도의 농민들에게 귤 재배를 적극적으로 권장하셨습니다. 오늘날 제주도는 우리나라 최고의 감귤 생산지가 되었습니다. 이어 1952년 10월에는 진도를 방문 조사하여 원종 채종지로 결정하여 1954년 원종 종자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이곳에서 생산된 원종은 모두 교배로 만든 고정품종으로 무가 열두 종류, 배추가 열 종류였습니다. 이후 우리나라는 각종 채소 종자를 국내에서 자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한국의 채조 종자 사업을 체계화시켰으며, 한국인이 김치를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한국에 오신지 불과 9년여 만에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신경통 약을 장기간 복용한 결과 위와 십이지장이 심하게 손상되어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정부는 안익태 님에 이어 두 번째로 병석에 있던 할아버지에게 문화포장을 수여하였는데, 이는 할아버지를 한국 최고의 과학자로 인정한 것입니다. 이 포장을 받은 할아버지는 “조국은 … 나를 인정했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완전 겹꽃 페튜니아 개발과 종의 합성 이론 입증
할아버지의 공적으로는 일본에서 거둔 겹꽃 페튜니아 개발, 종의 합성이론의 실험적 입증과 우량종자의 국내 생산체제 확립, 귤의 생산연구, 청정 채소 재배 등이 있습니다. 이 중 겹꽃 페튜니아 개발과 종의 합성 이론 입증은 할아버지가 과학자로서 능력을 인정을 받게 되는 중요한 성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20~30년대 일본에서는 나팔꽃이 많이 재배되고 있었고, 그 품종개량 연구가 유행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할아버지는 나팔꽃을 연구주제로 잡아 실험하고 있었는데, 농업시험장 책임자의 권유로 페튜니아(Petunia)연구도 함께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페튜니아는 겹꽃끼리 교잡해도 홑꽃이 섞여서 나와 겹꽃만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겹꽃 유전인자(S)가 홑꽃 유전인자(s)에 대하여 우성이며, 단 인자(單因子)에 의해 지배되는 것을 알고 페튜니아 종자를 재배 연구한 결과 100% 겹꽃이 피는 페튜니아를 개발하셨습니다. 다양한 교잡 실험과정에서 전부 겹꽃만을 만들어내는 절대 우성 형질을 지닌 ‘완전 겹꽃 페튜니아’를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이 연구내용은 “페튜니아에 있어서의 종 변화의 유전”, 「유전학잡지」 6권 4호(1930)에 발표하셨습니다.
(우장춘 박사가 개발한 겹꽃페튜니아)
할아버지께서 개발한 겹꽃페튜니아는 전 세계에 알려졌고, 각국의 종묘회사들은 앞 다투어 이 씨앗을 사들이길 원했습니다. 그 결과 사카타 종묘회사는 페튜니아 세계시장을 독점하여 막대한 액수의 돈을 벌었습니다. 이후 완전한 겹꽃 페튜니아는 ‘우장춘의 꽃’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의 공적은 종의 합성 이론을 실험을 통해 입증한 것입니다. 당시 세계 과학계에서는 종의 합성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제기되었지만,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935년 할아버지는 십자화과를 실험재료로 사용하여 종의 합성을 완벽하게 입증함으로써 세계 유전육종학의 발전에 커다란 공헌을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배추(염색체수 n=10)와 양배추(n=9)의 교잡을 통해 이미 존재하는 유채(n=19)를 인위적으로 만들고, 그 과정을 유전학적으로 규명하여 종간 잡종과 종의 합성이 실제적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밝혔는데, 이는 지금까지 종의 합성의 대표적인 사례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이 연구로 할아버지는 일본에서 명성을 얻게 되었고, 할아버지의 연구 성과는 세계 각국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원의 농촌진흥청 구내 여기산 기슭, 할아버지의 묘비에 이은상 시인의 추모시가 쓰여 있습니다. 묘비에 새겨진 추모 시를 제가 낭송해드리겠습니다.
불우와 고난 속에 진토를 토파내어
종자합성 새 학설을 세계에 외칠 적에
잠잠턴 학문의 바다 물결 한 번 치니라
온갖 채소종자 우리 힘으로 길러 내어
겨레를 위하시니 그 공로 얼마던고
빛나는 문화포장을 웃고 받고 가니라
흙에서 살던 인생 흙으로 돌아가매
그 정신 뿌리되어 싹트고 가지뻗어
이 나라 과학이 동산에 백화만발하리라
-노산 이은상 (1960.4)-
이상으로 할아버지에 대한 취재결과 보고를 마칩니다.”
“수고했다. 잘도 취재했구나. 한두 가지 잘못 알려진 사실이 있기는 하지만 나는 밝힐 수 없으니 너희들이 밝히거나 역사학자들이 밝혀야겠구나. 죽은 사람의 영혼은 자신에 대해 어떠한 내용도 말할 수 없는 것이 하늘나라의 법칙이란다. 어찌되었던 너무 고생했다. 훌륭하다.”
우장춘 박사님의 말씀은 한참동안이나 계속되었고, 장영실 님도 우주돌이 5남매를 한참동안이나 칭찬하셨습니다.
장영실 님에 대한 취재 결과는 느낌이가 설명에 나섰습니다.
장영실의 생애와 공적
“느낌이 인사드립니다. 저는 장영실 할아버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 고대 발명왕으로 손꼽히는 할아버지는 조상이 중국 소항주 출신이었다는 사실은 「아산장씨세보」에 의해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것에 따르면 할아버지의 조상은 원래 중국 조정에서 ‘금자광록대부신위대장군’에 올랐던 송나라 사람으로 이후 고려에 귀화하여 아산군에 봉해졌던 장서(蔣壻)로 할아버지는 그의 9세손이 된다고 합니다.
장서가 고려 정부에 출사하여 자리를 잡은 이후 후손들은 고려 말에 이르기까지 고려 조정에서 대대로 고위직을 지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할아버지는 선조들이 대대로 과학기술 관련직에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면 3세 공수(公秀)와 4세 숭(崇)은 군기시와 군감시의 책임자를 역임했습니다. 5세(장영실에게는 高祖)가 되는 득분(得芬)은 군기시의 책임자인 판군기시사를 지냈을 뿐만 아니라 서운관의 판사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군기시란 무기의 제조를 맡았던 부서를 말합니다. 서운관이란 천문지리학을 담당하던 부서였습니다. 그야말로 과학기술자로서의 할아버지의 천부적 재능이 이미 그의 조상의 피에 흐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세보에 의하면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시조 장서의 8세손인 전서(典書) 벼슬을 하던 장성휘(蔣成暉)로 되어 있습니다. 성휘는 자식 둘을 두었는데, 할아버지가 유일한 아들이며, 딸 하나를 더 두었습니다.
(장영실 동상)
이와 같이 「아산장씨세보」에 의하면 할아버지의 선조들은 고려말 조정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책임자로서 고위직에 오른 훌륭한 가문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 자신은 할아버지의 어머니가 기생이었기 때문에 천한 신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할아버지가 어떻게 동래현의 관노가 되어있는지에 대해서 「아산장씨세보」는 말해주고 있지 않습니다.
할아버지가 조정에서 과학기술자로서 활약하기 시작할 때 할아버지의 신분이 동래현 소속의 관노였던 사실은 『조선왕조실록』에 각각 적혀 있습니다.
정말 할아버지가 동래현 소속의 관노였을까? 할아버지의 아버지 성휘가 동래현의 관기와의 사이에서 영실을 낳았다는 통설은 어떠한 기록을 통해서도 확인되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통설은 ‘어머니가 기생이었다.’는 앞의『조선왕조실록』기록과 동래현 관노였다는 『연려실기술』의 기술이 합해져서 만들어진 이야기인 듯합니다. 즉 어머니가 기생이었고, 할아버지가 동래현 소속의 관노 신분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추정이 나온 것입니다.
「아산장씨세보」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 할 수 있는데, 할아버지의 숙부 성미(成美)님의 둘째 딸이 김담(金淡)님에게 시집을 간 사실입니다. 김담 님은 천문학의 대가인 이순지 님과 함께 『칠정산내편』을 편찬하는 등 세종대 천문역산의 독자적 확립에 큰 기여를 한 천문역산 전문가입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관계가 거론되면서 신분이 낮았던 할아버지가 과학기술자로 발탁되게 된 배경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김담 님이 성인이 되어서 할아버지 가문의 사위의 되고 천문학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시점(1430년대) 훨씬 이전에 할아버지는 발탁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김담 님과의 관계는 할아버지가 과학기술자로서 발탁되는 배경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는『조선왕조실록』과 『연려실기술』을 종합하면 고려 말에 전서(典書) 벼슬을 지낸 장성휘(蔣成暉)님의 유일한 아들로 태어났으나, 그 어머니가 기생이어서 신분이 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할아버지의 기술적 재능이 인정되어 태종대부터 궁궐에 나아갔으며, 세종 대에는 세종의 명으로 중국에 유학 가서 천문의기와 시계장치에 대한 공부를 하고 돌아왔으며, 세종 7년 무렵(1425년경)에는 상의원 별좌라는 정품의 직위를 얻어 면천하면서 화려하게 궁궐 기술자로서의 생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약 15년 동안은 그야말로 궁궐 기술자로서의 할아버지의 기술적 재능을 활짝 꽃피웠던 시기였습니다. 1432년 천문관측의기(天文觀測儀器) 제작 계획에 착수하여, 먼저 간의(簡儀) · 혼천의(渾天儀)를 완성하고, 1437년 대간의 · 소간의 및 휴대용 해시계인 현주일구· 천평일구· 정남일구· 앙부일구·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 규표(圭表) 등을 만들었습니다. 1434년 새로운 형태의 물시계인 자격루(自擊漏)를 완성하여, 그 공로로 대호군(大護軍)에까지 승진하였고, 1438년 다시 천상시계와 자동 물시계 옥루(玉漏)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이천 등과 함께 금속활자의 주조사업에도 심혈을 기울여 조선시대의 활판기술을 대표하는 갑인자(甲寅字)와 그 인쇄기를 완성하였습니다.
1442년 할아버지의 감독으로 제작된 임금의 수레가 부서진 사건으로 삭탈관직을 당했습니다. 이러한 처벌을 받은 것은 조선시대 전 시기를 통해서 엄격하게 지켜졌던 관료들의 철저한 책임행정 시스템 속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이며, 이후 『조선왕조실록』에 할아버지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세종 대 과학기술의 프로젝트에서 할아버지의 역할이 완료되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또한 할아버지의 나이가 60줄에 달해 은퇴했을 가능성도 큽니다.
장영실과 세종의 과학프로젝트
조선사회에서는 하늘의 움직임을 살펴 역법을 밝히고 백성들에게 농사지을 때를 가르쳐 주는 것이야말로 최우선의 과제로 여겨졌습니다. 이러한 통치 이념은 ‘관천수시(觀天授時)’ 사상에 따른 것으로 앞서 기술한 통치 이념은 왕이 마땅히 수행해야할 책임이자 의무였습니다. 그러므로 조선 초기의 세종은 천문학 발달에 심혈을 기울이게 되었고 조선의 자주적 역법체계인 <칠정산내편> 의 제정(1442년)을 이룩하는 등 많은 천문의기를 제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세종시대의 천문과학은 중국 원나라의 기술을 창조적으로 이어받아 15세기 최고 수준의 천문학 수준을 자랑하게 되었습니다.
세종의 비밀스런 과학프로젝트(1432년~1437년; 천문의기창제사업)는 새로 건국한 조선 왕조의 역사적 정통성을 더욱 굳건히 하였고, 왕권의 강화와 유교의 민본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였습니다.
세종은 어려서부터 부왕인 태종과 함께 물시계를 함께 제작하였고, 왕이 되어서도 학자들과 천문역상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를 진행하였습니다. 세종은 그의 재위 기간 중 과감한 인재등용 정책을 폈습니다. 그 대표적 인물로는 할아버지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당시 동래현의 관노출신이었던 할아버지는 자격루와 옥루를 제작하고 여러 천문의기를 제작한 공로로 대호군에 임명되었습니다. 세종은 집현전 학자였던 이순지 님과 김담 님 등을 천문과 역법을 연구하도록 배려하였습니다. 그리고 유교적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연구 성과를 내도록 연구에 전념하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정책으로 당시 중국의 앞선 천문과학기술을 들여와 자주적 역법인 <칠정산내편> 편찬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당시의 세계과학의 중심은 이슬람이었으며, 중국 과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원나라에서 이슬람과학의 영향은 우리나라의 천문학과 역법에 있어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되었습니다. 세종은 할아버지를 중국으로 유학시켜 천문의기의 여러 제도 및 제작법에 대하여 공부하고 오도록 했습니다. 물론 중국에서 이를 쉽사리 허락 해줄리 없었습니다. 아마도 할아버지는 멀리서나마 천문의기의 제작원리 등을 구상하고 머릿속으로 상상을 거듭하며 세종의 과학 프로젝트를 수행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세종이 비밀스럽게 준비해온 과학프로젝트는 바로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역법체계를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이 역법체계는 여러 관측기기들의 제작이 필수적이었고,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천문대인 간의대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경북궁 경회루 북쪽에 세워진 간의대는 조선의 많은 천문관측을 수행하던 중추기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제작한 천문의기로는 간의대를 비롯하여, 간의, 혼천의, 혼상, 규표, 소간의, 일성정시의, 현주일주, 천평일구, 정남일구, 자격루, 옥루, 행루가 있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과학기기 제작 이전에 표준척도로 제작 할 수 있도록 표준자인 주척을 제작하기도 하였습니다.
경회루에서 중국 사신들을 위한 연회를 베풀던 중에도 간의대의 존재를 숨기기 위한 노력도 있었습니다. 또한 중국의 눈을 피해 편찬한 역법을 <칠정산내편> 이라고 명명하고 대외적인 역법으로는 반포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중국에서 계산한 역법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관례화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런 독자적인 역법제정의 국가기밀이 알려지게 되면 외교적으로 상당히 심각한 마찰을 가져 올 수 있었습니다. 세종 자신은 이러한 상항을 누구 보다 더 잘 알고 있었기 때문 이 비밀스런 과학프로젝트를 충실히 지휘 할 수 있었으며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입니다.
(복원한 간의)
할아버지는 세종 대 과학프로젝트에 참여해 이루어낸 과학기술사적 위대한 업적을 이루었습니다. 간의(簡儀)는 1432년(세종 14년) 천체의 위치를 측정하기 위해 목재 간의를 시험 제작하여 한양(서울)의 북극고도(위도)를 측정한 후 청동으로 제작하여 간의대 위에 설치하였습니다. 간의는 1276년 중국 원나라의 천문학자 곽수경 님이 처음으로 만든 천문의기로써 오늘날의 천문관측기기와 같은 적도의식 기기입니다.
이 간의는 행성과 별의 위치인 적경[입수도]과 적위[거극도]를 정밀하게 측정하였습니다. 그리고 고도와 방위측정, 낮과 밤의 시간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었던 조선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천문관측기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간의(小簡儀) 천체의 위치를 관측하고 시간을 측정 할 수 있었던 천문 관측 기기입니다. 소간의는 1434년(세종 16년)에 이천, 정초, 정인지가 제작하여 경복궁 천추전과 서운관에 설치하였습니다.
(복원한 소간의)
소간의는 간의보다 크기가 작고 복잡한 여러 기둥을 없애서 더욱 간편하게 만든 천체 관측기기로 사유환, 적도환, 백각환, 규형, 기둥과 밑받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종시대에 독특하게 창제하였습니다.
소간의는 적도좌표계와 지평좌표계로 변형하여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인 관측기기로 적도좌표계로는 오늘날의 적경과 적위성분인 입수도와 거극도를 측정할 수 있었고, 지평좌표계로 변환하여 고도와 방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규표는 계절의 변화와 24절기를 정밀하게 측정하기 위하여 태양이 남중하는 시각에 수직으로 세운 막대의 그림자 길이를 재는 장치가 규표입니다. 규표는 규와 표의 간단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규에는 그림자의 길이를 알 수 있게 눈금을 새겨 놓았으며 표는 그림자가 잘 맺히도록 되어있는 기둥입니다. 세종시대 규표는 40척 높이의 표를 만들어 그림자의 길이를 정확히 측정해야 하는데, 그림자 끝 부분이 흐려져 눈금을 정확히 읽을 수 없는 문제점이 생깁니다. 이러한 결함을 카메라 원리를 이용한 영부라는 장치를 만들어 해결하였습니다.
규표는 가장 옛날부터 있어온 기본적인 천문기구라 할 수 있습니다. 즉 평지에 일정한 길이의 막대기를 반듯이 세우고 그 그림자를 재기만 하면 동서남북의 방향을 잡을 수 있고, 하루의 시간을 재는 해시계로도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림자가 남중하는 때의 길이를 측정하여 계절의 변화와 1년의 길이도 측정할 수가 있습니다.
(측우기의 발명)
할아버지는 수많은 발명을 하셨는데, 그 중에서도 측우기는 대표발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에 피 소 드
교과서에 실린 (소설 같은)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동래현의 관노였다면 어떻게 한양으로 올라와 조정에서 과학기술자로서 활동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서는 태종 대 도천법(道薦法)이 심심치 않게 거론되었습니다. 즉 각 지방의 능력 있는 인재들을 감사들이 천거해 서울의 조정에 올리는 정책이 도천법으로 태종 대에 행해졌는데, 그 정책의 수혜를 입어 동래에서 서울로 천거되어 올라왔다는 것입니다. 할아버지가 동래현에 소속된 관노로 어린 시절을 경상도에서 보냈다는 이야기는 현재 거의 ‘사실’이 되어 버려, 수많은 어린이용 ‘장영실 전기’ 들이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과 탐구책 30~33쪽에는 어린 시절 동래에서 탁월한 기술적 능력을 발휘하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것에 의하면 할아버지 나이 16세 때 영남지방에 심하게 가뭄이 들었는데 수차(水車)를 만들어 가뭄을 효과적으로 극복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할아버지의 재주가 널리 알려져 세종대왕에게 발탁되었다는 줄거리입니다. 그야말로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소설과 다름없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차를 사용해 성공한 사례가 없습니다. 또한 할아버지가 발탁된 것은 세종 대가 아니라 이미 태종대였던 것입니다. 할아버지가 어린 시절 동래 현에서 살았다는 증거도 미약한데, 그곳에서 살던 때의 일화가 객관적으로 역사적 여건과는 거리가 멀게 만들어지고, 그것이 교과서에까지 실렸으니 너무 큰 비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느낌이의 설명이 끝나자 모두 일어나 박수를 쳤습니다. 장영실 님도 우장춘 박사처럼 사실과 다른 점이 있으나 밝힐 수 없음을 안타까워했습니다.
모든 절차가 끝났을 때 어느 덧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우장춘 박사 기념관 주변에는 아침 산책을 나온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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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특허청·한국발명진흥회 2001년 발간
‘우리지역을 빛낸 발명위인! 발명품!
각색 글 : 왕 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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