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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따라 삼천리(9)
우주돌이 5남매의 발명여행
제주에서 서울까지
충청남도 편
전라북도 취재를 마친 우주돌이 5남매는 모처럼 서울로 올라와 발명 작가의 집에서 편안한 며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머문 곳은 오직 발명 작가의 서재였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쉬는 동안에는 단순한 캐릭터였기 때문입니다. 무한 능력도 발휘할 필요도 없고, 사실 발명 작가의 지시가 없으면 종이 속에 그려진 캐릭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주돌이 5남매의 무한 능력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발명 작가와 그 동안 만난 세상을 떠난 분들의 영혼뿐입니다.
우주돌이 5남매의 캐릭터는 각종 도서·가방·의류 등에 등장하기도 했으나, 이는 인쇄본으로 사람으로 치면 사진과 비슷한 것이었고, 사진이 사람의 역할을 할 수 없듯이 캐릭터 인쇄본은 우주돌이 5남매의 역할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며칠 동안 휴식을 취한 우주돌이 5남매에게 드디어 발명 작가의 출동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우주돌이 5남매! 충청남도로 출동하라. 이곳에 가서 유방택·이태규·이회·홍대용님에 대해 취재한 다음 너희들이 취재한 내용을 그들의 영혼을 만나 확인하도록 하여라. 이어 공주시와 부여군을 찾아가 백제문화유적지구로 달려가 공주시는 웅진성(熊津城)과 연관된 공산성(公山城)과 송산리 고분군(宋山里 古墳群)을 취재하여 보고하고, 부여군은 사비성(泗?城)과 관련된 관북리 유적(官北里遺蹟, 관북리 왕궁지) 및 부소산성(扶蘇山城), 정림사지(定林寺址), 능산리 고분군(陵山里古墳群), 부여 나성(扶餘羅城)을 취재하여 보고하도록. 알겠나?”
“예!”
우주돌이 5남매는 대답과 동시에 1984년 5월 17일 충청남도 문화재 자료 제270호로 지정된 송곡서원(松谷書院)에 도착해 이었습니다. 이들의 무한 능력이 네 분의 영혼을 이곳에 초청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송곡서원은 조선시대 중기 이후에 학문 연구와 명현(明賢)들의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사림(士林)에 의해 설립된 사설 교육기관으로 1694년(숙종 20년)에 세워졌으며 정신보(鄭臣保) · 정인경(鄭仁卿) · 유방택(柳方澤) · 윤황(尹璜) · 유백유(柳伯濡) · 유박순(柳泊淳) · 유윤(柳潤) · 김적(金積) · 김위재(金偉材) 등 9명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송곡서원은 1871년(고종 8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철폐되었다가 1910년에 다시 세웠으며, 건물로는 사우(祠宇), 내삼문(內三門), 동재(東齋), 서재(西齋) 등이 있습니다. 위패는 사우에 모셔져 있으며, 매년 음력 2월과 8월말 정일(丁日)에 제사를 지낸다고 합니다. 사우는 정면 3칸, 측면 2칸이며 홑처마 팔작지붕입니다. 내부에 우물마루(짧은 널을 가로로 하고 긴 널을 세로로 놓아 짠 마루)를 깔았고, 바로 여기에 유방택·이태규·이희·홍대용님의 영혼과 우주돌이 5남매가 자리를 같이 했습니다.
“어서들 오너라! 저승에서도 유명한 우주돌이 5남매! 할아버지들은 오래 전부터 너희들의 초대를 기다리고 있었단다. 이미 너희들을 만나고 온 영혼들이 얼마나 자랑을 해대는지 부럽기 그지없었단다. 초청해주어 고맙다.”
유방택·이태규·이희·홍대용님의 영혼이 한발 앞서 도착하여 우주돌이 5남매를 기다리고 이었습니다. 잠시 동안 발명 작가의 안부 등을 묻고 답하는 사이에 이들은 진짜 할아버지와 손자 손녀 같은 사이로 변해 있었습니다.
“오늘은 저희들이 할아버지들에 대해 취재한 내용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맏형격인 물음이가 유방택님의 생애와 공적에 대해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유방택의 생애와 공적
할아버지(유방택·柳方澤 1320~1402년)께서는 충남 서산 출생으로, 일생에 대해서는 고려 말의 대표적 학자인 정이오(鄭以吾 1347~1434년)님이 할아버지의 일생을 요약해 써놓은 『교은집(郊隱集)』에 남아 있습니다. 이 <유방택 행장(行狀)>은 1411년에 쓴 글인 것으로 보아 할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난 9년 뒤, 아마 할아버지의 비석을 세우며 후손들이 그에게 부탁해 쓰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할아버지가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에 이름을 새겨 남기게 된 것은 꼭 할아버지가 원했던 일은 아니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분명히 이성계의 권력 찬탈을 못마땅하게 여겼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가 고려 멸망과 함께 숨어버렸다는 등의 전해지는 야사(野史)는 그만두더라도, 할아버지가 고려에 충성한 조선왕조의 반골(反骨)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니까요.
정이오 님이 쓴 할아버지의 행장에 뚜렷하게 묘사되어 있는 것처럼, 할아버지는 천문 계산에 이룩한 공로를 인정하여 태조 이성계 님이 할아버지에게 개국 일등공신을 주려 했으나, 이를 사양하고 받지 않으셨지요.
개성의 취령산(鷲嶺山) 아래 김포방(金浦坊)에 숨었다고 정이오 님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때 할아버지의 나이는 73세였으니, 거기 집을 짓고 그 위에 단을 만들어 날마다 개성을 향하여 눈물 흘리고 그 쪽을 쳐다보고 절하였다고 전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때 시를 지으셨는데, 할아버지가 남긴 몇 편 안되는 시 가운데 들어 있습니다. 정이오 님은 할아버지의 행장에서 그 가운데 두 줄만을 인용하고 있는데, ‘徠送酷受霜前乾(래송혹수상전건)’ 하고 ‘淇竹偏憐雪後技(기죽편연설후기)’라는 대목입니다. 중국의 소나무와 대나무가 많은 산과 물의 예를 들어 자신의 송죽(松竹)같은 절개를 노래한 것입니다.
고려를 향한 할아버지의 정절(貞節)이 이 정도로 극진했다고 정이오 님은 쓰고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신 날 두 아들에게 “나는 고려 사람으로 개성에서 죽으니, 내 무덤을 봉(封)하지 말고, 비석도 세우지 말라”고 하셨다고 이 기록은 전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시 끝은 “평생 전조(前朝)를 잊지 못하고 사모하며, 거문고 뜯어 내 마음을 부쳐 보노라!” [平生耿耿前朝意(평생경경전조의), 彈一雅絃寄所思(탄일아현기소사)]로 끝났습니다.
할아버지가 극진히 여겨 만들고 가꾸었던 공주(公州) 동학사(東學寺)의 삼은각(三隱閣)은 그런 할아버지의 마음을 후세에 전하고 있습니다. 이는 고려 충신으로 은(隱)자 호를 가진 세 명을 모신 사당입니다. 너무나 유명한 이들 삼은(三隱)이란 바로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1337~1392년),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1396년), 야은(冶隱) 길재(吉再, 1353~1419년)를 뜻하는 것은 잘 알려진 일입니다. 할아버지는 조선왕조가 시작되자 고향 서산으로 내려와 살면서 공주의 절에 이들 세 고려 충신의 사당을 지어 그들의 충성을 기렸던 것입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새 왕조에 대해 적극적인 저항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태조 이성계 님의 명을 따라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만드는 데 천문계산을 책임지어 지도했음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예조판서 손애(孫埃)님의 큰 딸과 결혼하여 3남 2녀를 두셨습니다. 아들 셋(伯濡,伯淙,伯淳) 가운데 첫 아들 유백유(柳伯濡)는 이색의 제자로서 공민황 18년(1369년) 장원급제 한 후 계속 고려에 벼슬을 했고, 고려 말 전제 개혁 문제를 둘러싼 소동 속에서는 동생 유백순(柳伯淳)과 함께 목은 이색을 지지하여 급격한 전제 개혁에는 반대했습니다. 이들 형제의 이야기는 정이오 님의 ‘유방택 행장’에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고려사』에도 뚜렷하게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 전제의 개혁은 당시 가장 큰 사회경제 혁명의 표현으로 바로 이성계 님, 정도전 님, 조준 님 등이 추진한 것이었고, 그에 반대했기 때문에 이들 형제는 광주(光州)로 유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왕조가 시작된 다음에는 계속해 새 왕조에 출사하여 유백유는 태종 때에는 좌간의대부(左司諫大夫)가 되기도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자신은 고려의 충신으로 남고 싶었으나, 자손들의 살아가는 길을 막을 생각은 없었던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할아버지는 집안에 별채를 지어 거기 ‘금헌’(琴軒)이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금헌이 할아버지의 호가 되는 셈인데 아마 말년의 일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금(琴)은 거문고를 가리키는데, 금(禁)과 같은 발음을 고른 것으로, 사특한 마음을 금한다는 뜻입니다. 할아버지는 또 거문고를 직접 연주하고, 음악을 사랑했던 것이 분명합니다. 배우는 사람은 마땅히 음악을 통해 마음의 찌꺼기를 걸러내고 순수한 마음을 길러야만 공부하는 바탕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할아버지는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이상입니다.”
“그래! 듣던 대로 너희들 우주돌이 5남매는 대단하구나! 나도 모두 잊은 내용들을 어떻게 그렇게 소상하게 조사를 했니? 그렇다면 천상열차분야지도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겠구나?”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제작과 구조
“그럼요. 1,467개의 별을 가로 122.8cm, 세로 200.9cm의 검은 돌에 새겨진 이 천문도는 조선 왕조를 개창한 직후 1395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이성계(李成桂)님은 새 왕조를 시작하면서 자신이 하늘의 명, 즉 천명(天命)을 받아 새 나라를 세웠다고 하는 권위와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하여 이 천문도를 만들었습니다. 이 천문도는 중국의 ‘순우천문도’에 이어서 석각(石刻:돌에 새긴)의 정밀한 천문도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것이며, 학문적으로는 고구려 때 천문도의 전통을 계승한 매우 귀중한 유물입니다.
(천상열차분야지도, 국립고궁박물관, 1395년)
이 천문도의 구성을 보면 중앙에 지름이 76cm인 원이 그려져 있고, 그 안에 작은 원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하늘의 적도와 황도를 나타내는 원이 있어 북극을 중심으로 1,467개의 별들이 점과 선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별자리 이름은 각각의 별자리 위치에 한자로 새겨져 있습니다. 바깥 원의 주위에는 28수의 명칭이 기록되어 있고, 바깥 원과 작은 원사이의 공간은 이 28수로 나누어져 있어서 모든 별자리 도수를 한눈에 알아 볼 수 있게 하였습니다.
중심 원 위에는 그것보다 작은 원이 그려져 있어 24기(氣, 12절기와 12중기)의 저녁과 새벽에 자오선을 지나는 별자리에 대한 기록이 나옵니다. 또한 이 작은 원 양쪽으로는 하늘의 12차에 대응되는 지상의 12분야와 12분야 각각의 별자리의 도수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또한 일 · 월(日月)에 대한 기록이 나오고 있습니다.
천문도 하단부분에는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천문도의 이름이 큰 글자로 새겨져 있습니다. 그 글자 아래로 2단으로 나누어져 위의 단에는 우주론에 대한 기사와 28수 각각의 거극분도(去極分度)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래 단에는 이 천문도 작성의 역사적 배경과 제작참여자들의 이름과 관직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이 천문도의 뒷면에는 또 하나의 천문도가 새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아래에 새겨진 ‘천상열차분야지도’의 글자가 위로 옮겨져 있을 뿐 구성내용은 동일합니다.
(중국의 순우천문도, 1247년)
이 천문도에서 글은 권근(權近, 1352~1409년)님이 작성하였고, 천문계산은 할아버지(柳方澤 1320~1402년), 그리고 글씨는 설경수(?京壽)님이 썼습니다. 이들 세 이름 아래에는 ‘서운관’(書雲觀)이란 제목 아래 다시 9명의 명단이 덧붙어져 있습니다. 이들 9명은 당시 천문기관이던 서운관 소속으로 역시 이 천문도를 만드는데 기여하였습니다.
‘천상열차분야지도’ 의 해설문에 새겨져 있는 것처럼 원래 이 천문도는 고구려 때의 것이 있었는데, 전란 속에 대동강에 빠져 버렸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이성계 님이 새로 왕조를 세우자, 어떤 사람이 그 탁본(拓本)을 갖다 바쳤고, 할아버지는 바로 그 고구려 때의 천문도를 탁본한 자료를 바탕으로 그 사이 변화된 별들의 위치를 바로잡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당시 고려 천문학자들은 이미 원(元:중국)에서 천문학 지식을 수입해 오고 있었습니다. 당시 고려에서는 중국의 당(唐)나라 때 발달된 선명력(宣明曆)을 사용했는데, 물론 그대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고려에 맞도록 수정하며 사용하였습니다. 이 역법 내지 천문계산법은 대단히 훌륭한 것이었지만, 822년 이래로 시작된 역법을 위도와 경도가 다른 고려에서 몇 세기 동안 사용한다는 것은 물론 모순이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히 고려 천문학자들이 필요한 수정을 해서 독자적 천문 계산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시기 고려와 중국의 달력에 날짜가 다른 경우가 가끔 생긴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그 사이 중국을 차지한 원나라는 새 역법인 수시력(授時曆)을 개발해 냈고, 그 새 역법은 1281년 사신 왕통(王通)이 고려에 전해주었습니다. 그는 고려에 와서 낮에는 해시계로 시간을 재고, 고려의 지도를 보았으며, 밤에는 천문관측을 한 것으로『고려사』 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고려 천문학자들은 아직 이를 고려에 맞게 배워 들일만한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수시력 계산표 「수시력첩법입성」은 1346년 서운정(書雲正) 강보(姜保)님이 만든 것인데, 그의 스승 최성지(崔誠之, 1265~1330년)님이 원나라 까지 가서 배워 온 것을 바탕으로 완성했을 것입니다. 또 같은 시기에 오윤부(伍允孚,?~1304년)님이 천문도를 만들었는데, 뒤에 그것이 표준이 될 정도로 훌륭했다는 기록도『고려사』는 전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천상열차분야지도> 에 맞는 천문계산을 하면서 이들을 참고했을 것은 분명합니다. 할아버지가 직접 중국에 다녀왔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천상열차분야지도’ 에 새겨놓은 1,467개의 별자리를 다시 계산해 확인하는 작업의 책임자였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조선 초의 천문학이 세종 24년(1442년)의 위대한 성과 칠정산(七政算)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던 셈입니다. 한양 기준으로 이들 천체 운동을 계산할 수 있게 되면서 세종 때에는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맞는 역법(천문계산법)을 완성했습니다. 처음으로 일식 · 월식 등을 완벽하게 예보할 수 있게 되었음을 뜻합니다. 할아버지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까지 이뤄진 천문학 발달의 중심에 서 있었던 천문학자였습니다. 고려 말의 최성지님, 오윤부님, 강보님에서 조선 초 세종 때의 이순지(李純之)님· 김담(金淡)님을 이어주는 중간 역할을 담당했다고 판단됩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보현산 천문대 1.8m 광학망원경을 이용하여 2000년에 발견한 소행성에 할아버지의 이름을 헌정하여 국제천문연맹(IAU) 소행성센터(MPC)로부터 승인을 얻었습니다.
이에 따라 2003년부터 우리가 발견, 소행성 이름으로 등재된 최무선 님, 이천 님, 장영실 님, 이순지 님, 허준 님, 홍대용 님, 김정호 님에 이어 8번째로 우리 선조 이름의 소행성을 갖게 됐습니다. 이상입니다.”
(복원한 천상열차분야지도, 1995년)
“그래! 수고했다. 고맙다.”
유방택 님은 물음이를 비롯한 우주돌이 5남매를 하나씩 안아주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이태규 님에 대한 취재 내용은 느낌이의 몫이었습니다.
이태규의 생애와 공적
“할아버지는 50여년을 일본과 미국에서 최고의 과학자들과 함께 연구하며 촉매작용, 반응속도론, 유변학 액체이론 등의 분야에서 우수한 업적을 낸 과학자이셨습니다. 할아버지는 식민지 시기 조선인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일본 제일의 대학인 교토제국 대학의 교수로 임용될 정도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셨습니다. 또한 할아버지는 1950년 유타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양자 화학의 권위자인 아이링(Henry Eyring)교수와 함께 ‘리-아이링이론’ (Ree-Eyring Theory)으로 알려진 비뉴튼 운동에 대한 이론을 발표함으로써 세계적인 화학자가 되셨습니다.
할아버지의 주요 활동무대는 한국이 아닌 일본과 미국이었지만 해방직후 대한화학회를 조직하고, 유타대학에서 한국인 유학생을 직 · 간접적으로 지도하는 등 한국 화학계의 발전에도 기여하셨습니다. 이러한 업적을 인정받아 할아버지는 서울대(1964), 서강대(1977), 고려대(1979) 등에서 명예이학박사 학위를 받으셨습니다. 1973년 한국으로 영구 귀국한 뒤에는 한국과학기술원 석학교수로 근무하시면서 마지막까지 학생들을 지도하셨습니다. 그리고 1992년 10월 26일 타계했으며, 과학자로는 처음으로 국립묘지에 안장되셨고요.
할아버지는 1902년 1월 26일 충남 예산에서 이용균(李容均)님의 6남3녀 중 차남으로 태어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한학자인 선친의 가르침에 따라 여섯 살 때까지 천자문을 비롯한 동몽선습, 통감, 소학 등을 배우셨습니다. 할아버지의 부친은 개명한 한학자로 자식들을 엄하게 지도하면서도, 개방적이어서 자식들에게 근대 교육을 받게 하셨고요. 할아버지는 1910년 남들보다 어린나이에 청강생의 신분으로 예산 보통학교에 입학했으나 학업성적이 우수해 정식학생으로 진급하셨습니다. 이후 월반을 거듭해 4년 만에 보통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셨고, 도지사의 추천으로 경성고등보통학교(현 경기고등학교)에 무시험 입학하셨습니다. 경성고보 시절 할아버지는 일본인 화학교사 호리의 조수로 고용될 정도로 과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셨습니다. 3학년 정규과정을 마친 할아버지는 소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 1년간 사범과에 다니신 후 남원으로 발령을 받아 기다리고 계시던 중 히로시마 고등사범학교의 관비유학생으로 뽑혀 유학의 길에 오르셨습니다.
히로시마 고등학교 입학 당시 영어교육을 전혀 받은 적 없었던 할아버지는 학업에 어려움을 느꼈으나, 1년간 밤낮으로 공부한 결과 수석으로 졸업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관비로 고등사범을 나오셨는데도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교사 발령이 나지 않자 차선책으로 경도제국대학에 입학하셨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할아버지가 본격적인 과학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일본인들의 차별대우가 오히려 할아버지의 인생과 학문연구에 새로운 장을 열어준 전화위복이 된 셈이지요.
이렇게 할아버지는 조선인으로서 차별받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일본인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경성교보시절 화학담당인 호리선생님이 할아버지가 과학에 눈을 뜰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라면 경도제대의 호리바 신기찌 교수는 할아버지가 과학자가 되도록 인도해 준 사람이지요. 호리바 교수와의 인연은 할아버지가 교토대학 3학년 때 지도교수로 만나면서 시작되었지요. 할아버지는 교토대학 재학시절은 물론 졸업 후에도 호리바 교수의 학문적 지도와 인간성에 영향을 많이 받으셨지요. 호리바 교수는 학문적으로 훌륭했으며, 인격적으로도 존경할 만한 인물이었지요. 특히 그는 일본인 학생들보다 할아버지에게 더 관심을 가져주었을 뿐만 아니라 후에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교토대학의 조교수로 임용될 때에도 “학문에 민족이 따로 있느냐”며 그의 임용을 관철시켰지요. 한편, 호리바 교수가 할아버지에게 제시한 ‘환원 니켈 존재하의 일산화탄소의 분해’라는 연구주제는 할아버지의 박사박위 논문으로 이어질 만큼 학문적 측면에서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지요.
할아버지의 박사학위는 1931년 한국인으로는 최초의 이학박사 학위로 전해지며,(사실은 이원철이 최초의 이학박사 학위자이다.) 국내외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지요. 그렇지만 할아버지는 학위를 취득한 후 무려 7년이라는 시간을 연구실 조수와 중학교 시간강사로 보내야 했습니다. 1931년 학위를 받은 후 할아버지가 몰두한 연구는 불균일 촉매와 화학 흡착(1931),수소와 산소 사이의 반응 메커니즘(1934), 실리카겔지지 니켈 존재 하에서의 일산화탄소의 분해(1935), 불균일 촉매 반응의 메커니즘(1938) 등이었지요. 온갖 차별대우를 감수하면서 연구에만 몰두한 결과 1937년 일본인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제국대학의 조교수가 되셨습니다. 조교수가 된 뒤 더욱더 연구에 매진한 할아버지는 호리바 교수로부터 “이 박사 자네의 학문이 일본에서는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네, 이제 나에게 묻지 말고 선진외국으로 눈을 돌리게.”라는 충고를 듣고 미국 유학을 결심하셨습니다. 그리고 전용순 님과 김연수 님등 한국인 기업가들의 후원으로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지요.
(연구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할아버지가 미국에서 활동하는 시기는 크게 두 시기로 구분되지요. 첫 번째는 1939년에서 1941년까지 약 2년 7개월의 시간으로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아인슈타인, 테일러 등 세계적인 석학들을 비롯하여 훗날 동료이자 친구인 헨리 아이링을 만나면서 새로운 연구 분위기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시기는 1947년에서 1973년까지 무려 25년 동안 그곳에서 생활하셨습니다. 이 시기 동안 할아버지는 유타대학에서 교수로 근무하시며 새벽 6시에 일어나 밤 9시까지 연구에 매달려 약 15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셨습니다. 할아버지가 미국에서 주로 수행한 연구는 ‘반응속도의 이론적 연구’, ‘SST(Significant Structure) 액체이론’ 등으로 우리나라의 두뇌를 세계에 과시하는 새로운 이론이었습니다. 특히, 이성체에 대한 첫 이론적 해석을 내린 ‘올쏘-파리효과’와 촉매반응에 대한 오류를 지적한 ‘표면복합물’ 이론은 미국학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할아버지의 가장 대표적인 연구는 비뉴턴 유동이론과 관련된 리-아이링(Ree-Eyring)이지요. 리-아이링이론이란 할아버지의 성 이(Ree)와 공동연구자인 아이링의 성 아이링(Eyring)을 결합하여 부른 것으로 분자점성학의 기초가 되었고요.
이러한 업적에 힘입어 그는 1958년 미국화학회에서 명예 상패를 받았고, 1965년에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노벨상 추천위원으로 발탁되셨습니다. 1969년에는 분자점성학에 대한 기여로 노벨화학상의 물망에도 올라 한국인 최초의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하셨고요.
조국을 위해 애쓰다
할아버지는 일본(1920-1945)과 미국(1947-1973)에서 약 50여 년간을 활동한 데 비해 국내에서의 활동 시간은 매우 짧았습니다. 성장 시기를 제외하고 할아버지가 국내에 머무른 기간은 해방직후 1945년의 약 2년간과 1973년에서 1992년의 약 20년간이지요. 그럼에도 할아버지는 우리나라 화학계뿐 아니라 과학계 전반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셨습니다.
해방직후 할아버지는 경성대학 이공학부장과 국립 서울대학교 초대 문리과대 학장으로 근무하면서 대학교육의 체계 구축에 이바지하셨습니다. 1946년에는 국내 화학자들을 모아 조선화학회(현 대한화학회)를 구성하여 초대회장으로 취임했고, 이듬해에는 대한화학회 학회지 창간호를 출간함으로써 우리나라 화학 학문 활동의 기반을 구축하셨습니다. 조선화학회는 우리나라 과학계에서 가장 먼저 창립된 학회로 처음 학술지를 발간하였고, 우리나라 화학발전의 초석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대안(국립대학안)을 둘러싼 이념간의 갈등과 폭력 그리고 좌우익의 분열은 순수하게 학문만 해오던 할아버지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시련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견디지 못하고 할아버지의 오랜 친구 아이링 교수의 도움을 받아 1948년 9월 미국 유타대학으로 떠났습니다. 원래는 2년 계획이었지만 6.25전쟁 등 시대적 상황으로 귀국하지 못하고 미국에서 안착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면서도 고국을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유타대학 교수로 활동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많은 후진을 데려다가 대학자로 키우셨습니다. 유타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한국인 과학자는 40~50여명이나 되고, 할아버지가 직접 길러낸 화학자만 해도 양강 님, 한상준 님, 장세헌 님, 김완규 님, 김각중 님, 백운기 님 등 20여명이나 되십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우리나라 과학계를 이끄는 거물들이 되었습니다.
한편으로 할아버지는 유타대학에 재직했던 25년 동안 끊임없이 귀국을 갈망했지만 우리나라 과학계의 사정은 거물 화학자를 초빙할 수 있을 만큼 여유롭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1968년 세계수준의 대학원 대학을 지향하던 한국과학원이 설립되면서 할아버지의 귀국의 꿈도 실현될 수 있었습니다. 한국과학원이 첫해 학생을 받은 1973년 할아버지는 영구 귀국하여 한국과학원의 교수가 되셨습니다. 한국과학원의 교수로 지내는 동안 12명의 박사와 23명의 석사를 길러 냈으며, 8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셨습니다. 그리고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대(1964), 서강대(1977), 고려대(1979) 등에서 명예이학박사 학위를 받으셨으며, 대한민국학술원상, 국민훈장 무궁화장, 서울시문화상, 세종문화상 등을 수상하셨습니다. 1992년 10월 26일 할아버지가 타계했을 때는 한국인 과학자 최초로 국립묘지에 안장되셨으며, 한국화학회에서는 할아버지를 기념하기 위해 “이태규 학술상”을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주요성과
할아버지는 박사학위논문 이래 약 2백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셨습니다. 할아버지의 연구 주제는 박사학위 주제였던 촉매작용에서 흡착 이론, 반응 속도론, 물질의 상태론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중 할아버지의 연구 핵심은 물질의 상태론 연구 즉, 유변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액체는 고체나 기체와는 달리 흐르는 특징이 있는데, 이런 물질의 흐름과 변형에 관한 학문이 유변학이지요.
할아버지는 유변학 중에서도 이론적 취급이 매우 어려운 비뉴튼 유동 연구하셨습니다. 힘을 가하면 물체는 흐르는 힘과 유동속도의 비례관계가 있다는 것이 뉴턴이론이라면 그 비례관계가 없다는 것이 비 뉴턴 유동이론이지요. 물, 알코올, 에테르 등 단순한 액체엔 비례관계가 있지만 분자량이 큰 고분자의 경우는 액체가 흘러도 비례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이지요.
(한국과학기술원 도서관 입구에 있는 어록비와 흉상)
이 이론은 유통 상태에 있는 물질의 비 뉴턴성 흐름에 대한 이론으로 그동안 뉴턴의 역학이 적용되지 않았던 분자세계를 방정식으로 수식화한 것이 특징이지요.
이 이론은 리-아이링 이론으로 불리며, 당시 세계 화학계의 주목을 받았고, 이를 이용한 1958년의 논문으로는 미국 화학회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하셨습니다. 이 이론은 종래에는 전무하였던 비 뉴턴성 흐름에 대한 최초의 일관성 있는 이론으로 평가받으며 현재까지 유변학 분야에 자주 응용되고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대단하구나. 내 이야기가 근대사이기는 하지만 나보다 자세히 알고 있구나. 이래서 저승에서 너희들의 명성이 그처럼 대단했구나.”
이태규 님은 우주돌이 5남매를 한참동안이나 끌어안으시고 크게 감동하셨습니다.
“이번에는 제 차례입니다. 저는 이 회 할아버지와 홍대용 할아버지에 대해 취재한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주돌이 5남매 중 셋째인 아이도리가 커다란 연필을 들고 앞으로 나섰습니다.
이 회의 생애와 공적
“할아버지의 생몰년은 미상. 고려말 조선초의 문신. <팔도도 八道圖>의 제작자. 본관은 태안(泰安). 자는 송곡(松谷) · 삼탄(三灘). 소윤 경(卿)의 아들로 태어나셨지요. 고려 우왕 때 문과에 급제하셨고, 조선개국 후에 태조에게 발탁되어 1392년(태조 1년) 병조정랑이 되셨지요.
1394년 변중량(卞仲良)님과 함께 정권과 병권의 분립을 주장하는 소를 올렸다가 순천으로 유배되셨고요.
1407년(태종 7년)에는 세자 양녕대군을 시종하여 중국에 다녀오기도 하셨습니다. 벼슬은 시간에 이르렀고, 시문에도 능하셨습니다.
할아버지의 업적은 우리나라 지도발달사에서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중요한 <팔도도>의 제작입니다.
(혼일강리역대국도 지도)
<팔도도>는 1402년에 제작되어 조선시대 최고(最高)의 지도로 평가되고 있으나 현존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할아버지가 만든 세계지도인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混一彊理歷代國都之圖>의 조선팔도 부분에서 <팔도도>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의 윤곽이 비교적 정확한 세밀도이며, 독특한 산맥 표시방법과 조선 전기 지도 제작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점에서 주목되는 지도입니다.
팔도도는 1402년(태종 2년) 할아버지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 지도. 조선시대 최초의 지도로 원본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고려 말기에 <팔도지도>가 있었는데 이것을 바탕으로 수정, 보완한 것으로 보이고요.
원본이나 사본이 없어 지도 내용을 알 수 없으나 할아버지가 제작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에서 우리나라 부분은 <팔도도>를 기본으로 했을 것이므로, 그 내용을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하천의 표시가 자세하며 정확한 데 비하여 압록강은 상류가 나뉘어져 있고, 두만강은 직선으로 동쪽으로 흐르고 짧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산맥의 표시도 정확하고 하천 유역과 분수령에 대한 개념이 지도상에 뚜렷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가장 오래된 지도로, 지도 형태의 정확성과 지형표시 방법이 정밀하여, 조선초기의 지도제작기술과 고려시대 지도제작기술의 발달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료입니다. 이상입니다.”
이 회 님도 우주돌이 5남매를 껴안고 놓을 줄을 모르셨습니다.
“이어서 홍대용 할아버지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이도리의 설명은 거침없이 이어졌습니다.
홍대용의 생애와 공적
할아버지(홍대용·洪大容,1731~1783년)의 본관은 남양(南陽)이고, 자는 덕보(德保)이며, 호는 홍지(弘之)지요. 할아버지는 충청도 천원군 수신면 장산리 수촌 마을에서 아버지 홍력(洪?, 1708~1767년)과 어머니 청풍 김씨 사이에 첫 아들로 태어나셨고요. 할아버지가 속한 남양 홍씨 가문은 조선 후기의 정치와 사상을 주도했던 노론(老論)의 핵심에 속했지요.
(1996년 2월 27일 충청남도문화재자료 제349호로 지정된 홍대용님의 생가지)
어렸을 때부터 몸이 허약했지만 4~5세부터 공부를 시작하여 천자문, 소학, 사서 등의 책을 익혔고요. 당시 양반의 아들들이 과거에 합격하여 관직에 오르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과는 달리 할아버지는 1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당시 노론의 명망 있는 산림학자 미호 김원행의 석실서원에 들어가 강직하고 모범적인 성리학자 면모를 갖추기 시작하셨습니다. 할아버지의 스승인 김원행은 노론의 핵심적인 사상가이자 문인이었던 감창협의 손자였고, 도암 이재 등에게서 배워 명시상부 율곡 이이 이래 기호 노론 학파의 맥을 잇는 큰 학자였지요.
할아버지는 29세 되던 1759년에, 나주 목사였던 아버지를 방문하여 그곳에서 기술자 나경적(羅景績)님을 만나 함께 뜻을 모아 혼천의와 자명종을 제작하기로 하고, 그로부터 3년 후 1762년 두 대의 혼천의와 자명종을 만들게 되었지요.
1765년 할아버지 35세 때, 할아버지의 작은 아버지 홍억(洪檍)님이 중국으로 가는 사신 중 한사람으로 외교 문서에 관한 직무를 담당하는 서장관이 되자 할아버지를 데리고 가게 되었지요. 이 여행을 통하여 서양의 발달된 문물과 과학사상을 접하면서 천문, 지리, 역사 등에 대한 지식을 쌓았으며, 할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여러 가지 과학 사상을 체계화시키고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고요.
여행에서 돌아오셔 1773년, 할아버지의 나이 43세 때 자연 철학과 과학의 내용을 다루고 있는 『의산문답(醫山問答)』 과 수학, 천문, 측량도구에 대한『주해수용(籌解需用)』을 저술하여 할아버지만의 독창적인 과학사상을 정립하셨습니다.
그 후, 1774년 44세 때 조상의 덕으로 벼슬을 하기 시작 하였는데, 현감이 되는 일에 익숙하지 못하고 공무의 안건도 복잡하기만 하여, 본래의 계획과는 너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어머니의 병을 핑계로 사직하고 고향에 돌아와 지내던 중 1783년 10월 22일 53세를 일기로 별세하셨습니다.
홍대용의 과학기술 업적
할아버지는 서양 과학을 적극 수용하여 지구와 우주의 구조에 대해 할아버지 나름의 독창적인 지전설을 주장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우주를 무한한 공간으로 보고, 그 무한한 우주가 지구 둘레를 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지구의 자전을 주장하셨습니다. 지구는 둥글고, 빠른 속도로 자전을 하기 때문에 지구 중심으로 쏠리는 힘이 발생하게 되며, 이 힘이 둥근 지구위에서 사람들이 거꾸로 떨어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붙잡아 주는 것이라 생각하였고, 이를 상하지세(上下之勢)라 하셨는데, 오늘날의 중력과 비슷한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할아버지는 무한한 우주 속에 지구를 중심으로 한 세계 이외의 다른 세계가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셨습니다. 지금 우리가 태양계라고 부르는 것을 할아버지는 지계(地界)라고 부르시며, 다른 항성 둘레에는 그것을 중심으로 행성계(行星界)가 있을 수 있다고 믿으셨고, 특히 다른 행성이나 달에도 그 조건에 맞는 생명체가 있을 것이라고 하며, 우주인(宇宙人)의 존재도 인정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담헌서(湛軒書)』 내 · 외집에 각각 「의산문답」과 「주해수용」을 저술하여 실으셨습니다. 「의산문답」은 할아버지가 북경 여행을 하고 돌아오신 후에 저술하신 책으로, 독창적인 과학사상이 잘 담겨있습니다. 「주해수용」은 수학의 원리와 적용, 측량 도구 등에 대해 쓴 수학책이지요.
할아버지는 북경 여행을 통하여 서양의 발달한 과학을 실제로 접하시고 “지금 서양의 과학은 산수(算數; 계산과 수학)에 근본을 두고 있고, 의기(儀器; 천문관측 기구)로서 기준을 정한다.”라고 하시며 서양 과학이 발달할 수 있었던 이유를 수학과 관측의 우수성에 있다고 보고, 이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혼천의)
북경 여행을 통하여 서양 과학의 발달이 수학과 관측기구의 우수성에 있다고 보신 할아버지 과학을 바로 하기 위해서는 관찰과 실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이를 위해 과학 기구의 제작과 이용에 많은 관심을 보이셨고요.
할아버지가 제작하신 혼천의는 『담헌서』외집인 「주해수용(籌解需用)」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농수각이라는 사설 천문대를 집에 짓고 통천의(統天儀), 혼상의(渾象儀), 측관의(測管儀), 구고의(句股儀) 등의 의기를 설치하셨습니다. 의기의 제작에는 나경적(羅景績)님과 안처인(安處仁)님 등의 기술자가 참여하였고요.
할아버지의 통천의는 자명종식 혼천의이며, 해와 달의 운행, 시각을 알려주는 종표 등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혼천의와 후종(候鍾, 자명종식 시계장치)이 결합된 것으로 여겨지고요.
현재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에는 할아버지의 것으로 알려진 혼천의 유물이 소장되어 있는데, 「농수각의기지(籠水閣儀器志)」에 기록된 통천의 와는 구동방식이나 월운환(月運環)의 유무 등의 면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 숭실대학교의 혼천의가 할아버지의 혼천의로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떤 상호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와! 와! 와! ....”
아리도리의 설명이 끝나자 일제히 환호하며 박수를 쳤습니다. 이때 맏형 격인 물음이가 다시 앞으로 나섰습니다.
“이제 자리를 옮겨 2015년 7월 4일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백제역사유적지구(Baekje Historic Areas)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백제역사 유적 지구는 총 8개의 유적을 포함한 유산으로 공주시에 2곳(공산성, 송산리 고분군), 부여군 4곳(관북리 유적 과 부소산성, 능산리 고분군, 정림사지, 부여 나성), 익산시에 2곳(왕궁리 유적, 미륵사지)이 있습니다. 할아버지들도 이승에 오신 김에 함께 가보시지요? 아하와 척척이가 야심차게 준비했다고 합니다.”
“우리야 대환영이지.”
할아버지들도 모두 찬성하셨습니다. 이들은 순간 이미 공주산성에 와 있었고, 아하는 앞장 서 공산성을 한 바퀴 돌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에는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과 관광객으로 붐볐으나 그들은 우주돌이 5남매 일행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공산성’은 어떤 곳인가?
“이곳 공주시에서는 공산성과 송산리 고분군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먼저 공산성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공산성이란 어떤 곳인가? 백제의 진수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성, 공산성은 백제의 시대의 왕성으로 보시다시피 금강에 접한 110m 높이의 공산에 능선과 계곡을 포함해 쌓은 포곡형 산성입니다.
(공산성)
이 성은 백제 22대 문주왕이 475년에 한성(서울)에서 웅진(공주)으로 천도 한 뒤, 성왕 때인 538년에 사비(부여)로 옮길 때까지 5대 64년간 백제왕이 거주했을 것으로 알려진 성입니다.
성의 이름은 백제 시대는 웅진성, 고려시대에는 공주산성, 조선시대에는 쌍수산성으로 불리었습니다.
이 성은 백제 시대에 토성(土城)으로 축조된 이후, 여러 차례 개축을 거쳐서 현재는 동쪽의 일부만이 토성이고, 대부분은 석성(石城)입니다.
성의 둘레는 2,660m인 장방형이고, 동서남북 4곳에 성문이 있습니다.
성내에는 추정 왕궁지, 임류각지와 같은 백제 유적을 비롯해 쌍수정, 영은사 등 조선시대의 유적들도 여러 곳에 남아 있습니다.
특히 2011년에는 연도가 새겨진(645년) 백제시대의 갑옷과 마갑이 출토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공산성은 백제의 도성이자 조선시대 지방행정의 중심지였던 곳으로, 다양한 과학문화유적이 산재해 있습니다.
비단결 같은 금강을 감아 휘도는 고풍스러운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1,500년 전 고대 백제의 멋진 향취가 가슴 속 깊이 전해져 옵니다.
공산성은 보통사람의 경우 약 1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습니다.
공산성에는 4개의 성문이 있는데, 동쪽에는 영동루, 서쪽에는 금서루, 남쪽에는 진남루, 북쪽에는 공북루가 있습니다.
동쪽의 영동루는 공산성의 4개 성문 가운데 동쪽에 있는 문으로, 이미 무너져 없어진 것을 1980년에 발굴 조사하여 건물 밑 부분의 구조를 확인하였습니다. 문터 옆 양쪽에서는 원래의 문을 지탱하는 돌이 그대로 발견되었습니다. 1859년에 편찬된 공산지(公山誌)의 기록(2층 3칸 건물)을 근거로 동문의 누각을 복원하였습니다.
서쪽의 금서루는 공산성의 4개의 성문 중 서쪽에 있는 문루(門樓)입니다. 성 안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만드는 과정에서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지만, 1993년에 복원되어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6~8월 혹서기 제외),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시간, 왕성을 호위하던 수문병의 근무를 재현하는 ‘웅진성 수문병 근무 교대식’과 다양한 백제 문화 체험행사가 금서루 일원에서 열립니다.
남쪽의 진남루는 공산성의 남문이며, 시내에서 공산성으로 출입하는 정문입니다.
높은 석축기단에 건물을 세워 2층 누각의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조선 초기, 공산성이 석성(石城)으로 개축되던 시기에 세워진 문루(門樓)로, 조선 시대에는 삼남(三南)의 관문으로 통했던 곳입니다.
북쪽의 공북루는 공산성의 북문으로 강남과 강북을 오가는 남북통로의 길입니다.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문루(門樓)로 조선 선조 36년(1603년) 옛 터에 다시 지어 공북루라 불렀다고 합니다.
성문 아래로 금강이 흐르고 있어 문루 위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멋스럽습니다. 송시열이 쓴 ‘중수문’을 비롯해 여러 글귀가 곳곳에 걸려 있어 운치를 더해줍니다.
쌍수정, 임루각, 영은사도 성내에 있습니다.
쌍수정은 조선 인조가 이괄(李适)의 반란(1624년)을 피해 공주로 잠시 피난 왔을 때, 이곳에 머물렀던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인조는 난이 평정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기쁜 나머지 자신이 기대었던 두 그루의 나무에 ‘통훈대부(通訓大夫)’라는 벼슬을 내리고, 이곳을 쌍수산성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쌍수정)
영조 10년(1734년)에 쌍수가 있던 자리에 정자를 지은 것이 바로 쌍수정입니다.
임류각은 백제 제24대 동성왕 22년(500년)에 지어진 누각으로 신하들과의 연회장소로 사용 되었다고 합니다. 삼국사기에 ‘궁궐의 동쪽에 임류각을 세웠는데, 높이가 다섯 장(丈)이었으며, 못을 파고 진기한 새를 길렀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영은사는 조선 세조 4년(1458년)에 창건한 것으로, 임진왜란 때 승병의 훈련소로 사용된 장소입니다. 금산 전투를 치른 승병들도 이곳에서 훈련을 받았으며, 조선 광해군 때는 영은사에 승장(僧將)을 두어 8도의 사찰을 관장하게 했다는 기록도 남아있습니다.
자리를 옮겨 송산리 고분군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송산리 고분군’은 어떤 곳인가?
공주시 중심지에서 서북방으로 약 1㎞ 정도의 위치하고 있습니다. 1963년 1월 21일에 사적 제13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송산리 고분군은 웅진 백제시대의 왕과 왕족들의 무덤이 자리 잡고 있는 곳으로, 위치는 송산의 남쪽 경사면에 있습니다. 이곳에는 현재 무령왕릉을 기준으로, 위 동북쪽에 1~4호분이 자리하고 있고, 5호분과 6호분은 무열왕릉과 인접해 있습니다.
무덤형태는 1~5호분은 굴식 무덤이고, 6호분과 무열왕릉은 터널형의 벽돌무덤입니다.
‘무령왕’은 누구이고, ‘무령왕릉’은 어떤 곳인가?
무령왕은 백제의 25대 왕으로 이름은 사마(斯摩) 또는 융(隆)이고, 시호는 무령(武寧)입니다. 동성왕의 뒤를 이어 40세의 나이로 왕위에 올랐습니다.
22년의 재위기간 동안 민생안정과 백제의 국력을 신장시켜 국제적 지위를 강화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큰 업적을 이루었습니다.
(무령왕릉 모형전시관 입구)
(무령왕릉 내부)
1500년 전 백제의 숨결이 느껴지는 무령왕릉은 삼국시대 왕릉 중에서 유일하게 주인공이 밝혀진 무덤으로, 무열왕과 왕비의 능, 즉 합장입니다. 이 능은 1971년 여름 장마철에 5호분과 6호분의 내부에 스며드는 물기를 막기 위해 배수로 공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이 왕릉에서 출토된 유물은 총 108종 4,600여점인데, 유물 또한 매우 우수하여 국보로 지정된 것만도 12종 17점에 달합니다.
특히 내부에서 묘지석이 출토되어 삼국시대 왕의 무덤 중 유일하게 피장자와 연대를 분명히 알 수 있기 때문에 삼국시대 연구의 편년 자료가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물 또한 백제의 문화, 국제교류, 백제사 연구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현재 이 고분군은 1997년부터 고분 보존 차원에서 내부 관람이 중지되어 관람객들은 웅진백제역사관과 송산리 고분군 모형전시관을 통해 웅진 백제를 알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역사 이야기를 비롯해 재현한 고분 내부를 볼 수 있고, 발굴과정과 무열왕 체험 영상 관람 등 다양한 코너가 있습니다.
무령왕릉 대표유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무령왕 금제관식(武寧王金製冠飾) -국보 제154호
금으로 만들어진 왕관 장식으로, 왕의 머리 부분에서 포개어진 채 발견되었다. 얇은 금판에 인동당초 무늬와 불꽃무늬를 기본 문양으로 맞새김질 했습니다.
불꽃이 중앙으로 모인 형태로, 올라가면서 타오르는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장식성이 강하고 화려합니다.
- 무령왕비 금제관식(武寧王妃金製冠飾) -국보 제155호
왕비의 머리 부분에서 포개어진 채 발견되었으며, 왕의 것과 마찬가지로 인동당초무늬와 불꽃 무늬 장식을 맞새김질했습니다. 좌우 대칭구도로 되어 있다는 점과 둥근 달개가 매달려 있지 않다는 점에서는 차이를 보이며, 왕의 관장식 보다 규모가 조금 작고 간결한 인상을 줍니다.
- 무령왕릉 석수(武寧王陵石獸) -국보 제162호
돌로 된 동물상으로, 무덤 수호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무령왕릉 석수(武寧王陵石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석수로, 머리에는 쇠로 만든 뿔이 하나 있고, 몸뚱이 양측 면에는 불꽃같은 날개가 표현되어 있습니다.
- 무령왕릉 지석(武寧王陵誌石) -국보 제 163호
지석은 무덤에 묻힌 사람의 인적사항이나 일대기를 기록한 돌 판을 말합니다. 무령왕릉 지석은 삼국시대 고분 중에서는 유일하게 발견되었는데, 연도 입구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고 합니다. 이름과 사망일, 안장한 날짜 등이 새겨져 있고, 토왕·토백·토 부모에게 땅을 사서 왕릉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무령왕릉 권역의 볼거리는?
무령왕릉 권역에 가면 국립공주박물관과 공주한옥 마을을 등이 있습니다.
국립공주박물관은 백제 시대의 문화를 주제로 하는 테마박물관인 국립공주박물관은 무령왕릉의 모든 출토품을 전시하는 역사문화 공간입니다.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문화재 외에도, 구석기시대부터 마한과 백제, 통일신라로 이어지는 충청남도의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공주한옥 마을은 한국 전통난방인 구들장 체험이 가능한 시설로 설계되었고, 친환경 건축양식인 소나무·삼나무 집성재를 사용하였습니다. 도시·현대인들이 머물기에 편리하도록 설계된 신식 한옥으로, 가족여행, 수학여행, 기관·단체의 워크숍 등이 가능합니다.
2010년 9월 문을 열었으며, 6동/37실의 단체동과 13동 26실의 개별 동을 갖추었습니다. 부대시설로는 오토캠핑장 4대와 야외취사장 9곳, 다목적실이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이어서 칙칙이가 여러분을 부여로 안내하여 사비성(泗?城)과 관련된 관북리 유적(官北里遺蹟)과 부소산성(扶蘇山城), 능산리 고분군(陵山里古墳群), 정림사지(定林寺址), 부여 나성(扶餘羅城)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하의 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주돌이 5남매의 일행은 부여 관북리 유적지에 와 있었습니다. 공주에서처럼 주변에는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칙칙이입니다. 제가 관북리 유적부터 멋지게 안내하겠습니다.”
관북리 유적지와 부소산성 어떤 곳인가?
관북리 유적
“백제의 마지막 도성인 사비(泗?)의 왕궁지로 추정되는 유적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부여읍내의 북쪽에 있는 부소산의 남쪽 및 서쪽 기슭 일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관북리 유적에서 필자)
1982∼1992년에 걸친 충남대학교박물관의 조사와 2001∼2008년까지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에 의해 실시된 발굴조사를 통해 유적의 성격이 일부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1983년 9월에 충청남도기념물 제43호 전백제왕궁지(傳百濟王宮址)로 지정되었고요. 이후 왕궁지로서, 이 유적의 중요성이 부각되어 2001년 2월 5일에 사적 제428호로 다시 지정되었습니다.
1982년 이래의 발굴조사를 통해 왕궁 건설과 확장을 위해 조성한 성토(盛土) 대지와 그 위에 만들어진 대형 전각건물 등 기와로 기단을 꾸민〔瓦積基壇〕건물터, 남북·동서방향의 도로, 축대 및 배수로, 목곽수조(木槨水槽) 및 기와 배수관, 연지(蓮池), 우물터 등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대지 조성 이전에 왕실 수공업 생산지였음을 보여주는 철기, 금 및 금동제품 제작소 등 공방(工房)시설과 함께 나무와 돌로 구축한 지하곳간이 밀접한 저장시설단지 등도 확인되었습니다.
이처럼 공방시설이나 창고시설이 폐기되고 정연한 배치의 도로, 기와기단건물, 연못 등으로 대체된 시기는 성토층 속에 포함된 중국 자기 등을 통해 볼 때, 6세기 말에서 7세기 초반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양상은 사비도성의 점진적 확대에 따른 궁성 중심 권역의 확장과 관련될 개연성이 높습니다.
그 동안 관북리 유적에서는 금동광배, 도가니, 다양한 목제품과 목간, 수부(首府)명 기와, 각종 인장와(印章瓦), 연화문 수막새, 사람얼굴이 그려지거나 찍힌 토기, 중국제 자기, 과일씨앗 등 많은 유물이 출토되었습니다.
왕궁의 존재와 관련하여 7칸×4칸으로 동서 길이 35m, 남북 길이 18m에 이르는 대규모의 건물터가 주목됩니다. 이 건물은 기와 파편을 다량 섞어 흙을 다지며 터를 돋은 후에 초석이 놓일 자리에 흙을 겹겹이 다져 쌓은 한 변 2.4m 안팎인 방형의 적심 시설을 총 36개나 만들었습니다. 이와 거의 똑 같은 규모와 형태의 건물이 익산 왕궁리 유적에서도 확인되었는데, 4단으로 구획된 전각구역(殿閣區域) 중 가장 아래쪽에 위치하는 중심 건물입니다.
이 외에 수부명 기와도 부여 관북리 유적과 익산 왕궁리 유적에서만 나타나고 있어 서로 성격이 같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부만 발굴 조사된 부여 관북리 유적의 구조는 이미 조사가 거의 완료된 익산 왕궁리 유적의 통해 간접적으로 추론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건물과 유물을 통해 현재 사적으로 지정된 부소산 기슭이 왕궁의 일부였음은 분명하지만 정전(正殿) 등이 위치한 중심구역과 왕궁의 전체적인 범위는 추정에 머물고 있습니다.
부소산성
백제도성의 중심 성으로 평시에는 왕궁의 후원이었으며, 전쟁 시에는 최후 방어성으로 이용 되었다고 합니다..
산성 안에는 군창지·낙화암·고란사·영일루·사자루 등이 있으며, 고대 중국·일본과 교역로 역할을 하였던 백마강이 바로 옆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군창지는 부여읍 쌍북리에 있는 백제시대의 군수물자 창고 유적지로서, 660년에 백제가 나당연합군에 의하여 사비성이 공격을 받고 망할 때에 모두 불에 타버린 것으로 짐작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 군창지 일대를 파보면 불에 탄 쌀·보리·콩 등이 많이 나오고 있어 사비성이 함락될 때의 비극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낙화암은 부소산 북쪽에서 백마강을 내려다보듯 우뚝 서 있는 바위 절벽으로 ‘삼국유사’의 기록에 의하면 백제가 무너지던 날(660년) 백제의 여인들이 충절과 굳은 절개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서 자결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망국의 회한을 돌이켜 생각해 보게 하는 장소입니다.
(부소산성)
고란사는 낙화암 아래 백마강 절벽에 위치한 규모가 작은 사찰로 법당 뒤에는 고란초와 고란약수가 있습니다. 약효가 뛰어난 고란약수를 즐겨 마신 백제 임금은 항상 바위에서 자라는 고란초를 띄워오게 하여 고란약수임을 확인하였다 합니다.
영일루는 부여읍 쌍봉리 부소산(扶蘇山)에 있는 조선시대의 누각으로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01호. 조선시대 홍산현(鴻山縣) 관아 입구에 있던 것을 1964년 옛 영일대(迎日臺)가 있던 현재의 위치로 옮겨 복원하였습니다.
전설에 의하면 사비도성(泗?都城)의 비원이던 부소산 동쪽 산정에는 임금이 매일 올라가서 동편 멀리 계룡산 위로 떠오르는 해를 맞이 하며 국태민안을 기원하던 영일대가 있었으며, 서쪽 산정에는 임금이 달맞이를 즐기던 송월대(送月臺, 일명 迎月臺)가 있었다고 합니다. 영일루에 오르면 동쪽으로 정동리 일대의 광활한 평야와 청산성이 한눈에 굽어보입니다.
사자루는 부여 부소산성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 누각으로, 이곳은 달구경을 했다는 송월대가 있던 자리입니다. 조선 순조 24년(1824)에 군수 심노승이 세운 것으로, 조선시대 임천의 관아 정문이었던 배산루를 1919년에 이곳으로 옮겨 짓고는 사비루라 이름하였다고 합니다. 앞면 3칸·옆면 2칸 규모의 2층 누각으로 사방이 개방되어 있으며, 오른편 북쪽 칸에는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만들었습니다.
지붕은 옆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입니다. 건물 앞면에는 조선 후기 의친왕 이강이 쓴 ‘사비루’라는 현판이 걸려 있고, 백마강 쪽으로는 ‘백마장강’이라는 현판이 함께 걸려 있습니다. 건물을 옮겨 세우기 위해 땅을 고를 때 ‘정지원’이라는 이름을 새긴 백제시대 금동 석가여래 입상이 발견되어 더욱 주목받는 장소입니다.
백마강은 비단결 강물이 흐른다 하여 이름 지어진 금강은 규암면 호암리 천정대에 이르러 비로소 백마강으로 불리 웁니다. 백마강은 백제의 제일 큰 강이란 뜻이고요.
'능산리 고분군'는 어떤 곳인가?
백제의 왕릉으로, 부여읍 능산리 산15번지에 위치한 해발 121mdml 능산리 산의 중턱에 있는 돌무덤들로 앞뒤 2줄로 3기씩 있고, 뒤쪽 제일 높은 곳에 1기가 더 있어 모두 7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능산리 고분군)
이곳은 부여 나성과 인접한 곳으로 공주 구읍지에 보면 ‘관아동십리허유왕릉(官衙東十里許有王陵), 부여 관아에서 동으로 10리쯤에 왕릉이 있다.)’이라 하였습니다.
백제왕릉원은 동서와 중앙에 각각 무리를 이루어 모두 3군 16기로 분포되어 있는데, 현재 사적으로 지정된 고분군은 중앙의 전(傳) 왕릉군 7기입니다.
고분의 겉모습은 모두 원형 봉토분이고, 내부는 널길이 붙은 굴식돌방무덤(횡혈식 석실분)으로 뚜껑돌 아래는 모두 지하에 만들어 백제 후기 사비시대의 묘제를 살필 수 있는 자료로서 위치와 규모롤 보아 왕과 왕족, 그리고 상류층의 분묘로 추정됩니다.
봉긋한 원형의 봉토분 모양의 7기 고분 중 동하총(東下塚)인 1호분에는 공주 송산리 6호분과 마찬가지로 사신도가 그려져 있는데, 이는 고구려와 백제의 교류를 증명해 주는 귀중한 문화재입니다.
또한 백제 왕실의 원찰로 추정되는 능산리 절터에서는 백제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부여능산리사지석조사리감(국보 제288호)이 발견되었습니다.
‘정림사지’는 어떤 곳인가?
정림사지는 백제시대의 절터로서, 세련된 멋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백제 말 123년의 도읍기를 통틀어 남아있는 유일한 백제 유적으로 백제 사비도성 건설과 함께 세워져 왕실의 흥망성쇠와 함께 한 곳입니다.
(정림사지)
백제 때 창건하였으며, 오랫동안 폐사지로 남아 있어, 그 자세한 유래 등이 전하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이곳에서 1942년 발견된 고려시대 암기와에 ‘태평팔년무진정림사대장당초’ 라고 씌어 있어 정림사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백제문화권 정비사업의 핵심 사업으로 주변 부지를 매입하고 발굴조사를 거쳐 가람터를 정비하여 오늘의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대당평백제국비명’) 오층 석탑에 새겨진 글자 일부)
그 역사를 정리하면, 6C 창건, 660년 7월 백제 멸망으로 소실, 660년 8월 오층석탑 탑신부에 당 소정방의 승전기 공문인 ‘대당평백제국비명’을 새김, 1028년 정림사 중건, 1942년 1차 발굴조사 시 ‘태평팔년무진정림사대장당초’ 기와 출토, 1962년 정림사지 5층 석탑 국보 제9호 지정, 1963년 정림사지 석불좌상 보물 제108호 지정, 1979~1984년 4차에 걸쳐 발굴조사 실시, 1983년 구가사적 제301호 지정, 2008년 8차 발굴조사, 2010년 9차 발굴조사, 2011년 10차 발굴조사 등입니다.
정림사지 5층 석탑(국보 제 9호)은 정림사 절터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으며, 높이가 8.33미터의 결코 작지 않은 탑으로 탑신부에는 모서리마다 기둥을 세워 민흘림 기법을 적용하여 상승감을 보여주는 등 장중하면서 부드럽고 육중하면서 단아한 세련된 백제의 멋을 느낄 수 있는 백제계 석탑의 완성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백제의 장인들은 기존의 목조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석재를 택했다고 합니다..
세부 구성 형식이 정형화되지 못한 미륵사지 석탑에 반하여 정림사지 5층 석탑은 정돈된 형식미와 세련되고 완숙한 미를 보여줍니다.
또한 좁고 낮은 단층기단과 각층 우주에 보이는 민흘림, 살짝 들어올린 옥개석 기단부, 낙수면의 내림마루 등에서 목탑적인 기법을 볼 수 있지만, 목조의 모방을 벗어나 창의적인 변화를 시도하여 완벽한 구조미를 확립하였습니다.
신라군과 연합하여 백제를 멸망시킨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백제를 정벌하고 세운 기념탑(대당평백제국비명)‘이란 글씨를 새겨놓아 한동안 소정방이 세운 ’평제탑’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정림사지 박물관은 백제 사비시기 불교와 그 중심에 있었던 정림사를 주제로 백제 불교문화를 재조명하고 올바른 역사의식을 고취하고자 건립되었습니다.
백제시대의 불교 수용과정을 보여주는 백제불교문화관과 정림사가 갖는 의의와 가치를 역사적, 미술사적인 측면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정림사지관 등 전시관이 있으며, 석제문양 퍼즐 맞추기, 유물조각 맞추기, 문양 찍어보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부여나성’ 어떤 곳인가?
둘레 약 84㎞. 사적 제58호. 면적 63만4056㎡. 백제의 수도인 사비(泗?)의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성으로 사방에 문지(門址)가 있습니다.
(부여나성)
이 나성은 수도 사비를 보호하기 위한 외곽 방어시설이며, 축성 연대는 성왕대(523∼554)를 전후한 시기로 보고 있습니다.
성벽은 부소산성(扶蘇山城)의 동문 부근을 기점으로 하여 동쪽으로 약 500m 지점에 있는 청산성(靑山城)을 거쳐 남쪽으로 석목리 필서봉(筆書峰) 상봉을 지나 염창리 뒷산의 봉우리를 거쳐 금강변까지 토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하나 현재는 청산성 동쪽으로 약 200m와 석목리에서 동문다리까지 그리고 필서봉에서 염창리까지 약간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곳에는 동쪽으로 논산으로 왕래하는 동문지와 공주로 통하는 동북문지가 있다. 동문지 부근의 나성 단면을 조사한 결과 저변 13m, 상변 4m, 높이 5.2m이며 황토질흙으로 토축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 서쪽 약 300m 지점에 1978년 상수도사업으로 나성의 단면이 드러났는데 저변 13m, 상변 2m, 높이 5.2m의 토축이었으며, 진흙으로 다져서 만든 판축(版築)의 흔적이 있습니다. 표고 121m의 가장 높은 필서봉에는 횃불을 올린 봉수터와 건물터가 남아 있습니다.
나성의 끝부분은 적심석(積心石)을 넣고 축조한 부분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서쪽 나성은 부소산성 서문 바깥 지점을 기점으로 하여 현재 유스호스텔을 거쳐 관북리·구교리·유수지(遊水池)·동남리·군수리·성말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동쪽 나성문지는 구아리로 통하는 서북문지와 장승배기 남쪽에서 규암으로 통하는 서문지가 있습니다.
남쪽 나성은 동리·중리·당리의 뒷산에 연결하여 축조하였으며, 주초석과 문초석이 남아 있습니다.
나성 안에는 백제시대 왕궁을 비롯, 관아·민가·사찰·상가 및 수도수비를 위한 방위시설 등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상부·중부·전부·하부·후부의 오부제도(五部制度)를 두고 다스렸다고 합니다. 전체적인 구조상 남쪽은 금강이 흐르고 있고, 또 수로도 파 놓아서, 이 나성은 자연적인 이중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주서 周書’에 따르면, 도성 안에는 민가가 있었으며, 방(方)마다 500인씩 총 2,500인의 군대로 방위에 임하였다 합니다. 나성이 완성되고 오부제가 완성된 시기는 7세기 초인 무왕 때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나성은 청산성·청마산성과 함께 왕도의 보호를 위한 외곽 방어시설로 중요한 성이었습니다. 이상입니다.”
칙칙이의 설명으로 모든 일정이 끝나자 모두는 한참동안이나 박수를 치며 기뼈했고, 어느 사이 밤이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구경 한번 잘했다. 우주돌이 5남매! 아쉽지만 이제 우리들이 저승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고맙다. 너희들의 주인이신 발명 작가님에게도 고맙다는 인사 꼭 전해다오.”
나성이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며 할아버지들과 우주돌이 5남매도 마지막 해어지는 인사를 나눌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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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특허청·한국발명진흥회 2001년 발간 ‘우리지역을 빛낸 발명위인! 발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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