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없이 합하고 더해보라
발명에 입문하는 방법 중에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것이 ‘더하는’ 것이다. 물론 무조건 합친다고 모두 발명품 대열에 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 가지 이상의 물건을 합쳐서 쓰임새가 많아지고 편리해지면 그것이 바로 훌륭한 발명품의 첫걸음이 되는 것이다. 실용신안에서는 조합이라 해서 이를 환영하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발명일화 중의 하나인 ‘하이만의 지우개 달린 연필’은 바로 이 합치기 기법이 사용된 대표적인 사례다.
가난한 화가 지망생인 하이만이 굴러다니는 작은 지우개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연필 끝에 동여맨 것이 시초가 된 지우개 달린 연필은 한 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사랑받는 아이디어 중의 하나다. 연필과 지우개는 늘 같이 쓰인다는 평범한 진리가 충실히 지켜졌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너무나 많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미처 깨닫지 못할 뿐.
흔히들 ‘맥가이버 칼’로 알고 있는 ‘빅토리녹스’ 주머니칼을 보자.
쓰임새가 많은 다용도 칼을 휴대하기 간편하게 만든 것뿐인데 스위스의 명물이 되어 버렸다. 스위스를 찾는 관광객들이면 누구나 한 두 개쯤은 구입하는 게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고, 전 세계 유명 백화점에서도 손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바로 ‘합치기’의 마법이 가해졌기 때문.
낚시꾼들에겐 주머니칼이 제격이다. 미끼를 자를 칼이나 낚시 줄을 끊을 가위를 일일이 챙기지 않고, 그저 주머니 칼 하나면 든든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입이 심심할 때 통조림을 열 수 있는 깡통따개도 달렸다. 심지어는 귀이개가 붙어있는 제품도 있다.
등산을 즐기거나, 운전자에게도 이 주머니칼은 요긴하다. 필요한 모든 공구를 하나로 해결하는 매력 때문에 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만약 이 주머니칼이 깡통따개나 귀이개, 가위 같은 것들과 합해지지 않았다면 그런 인기를 끌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저 평범한 작은 칼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다.
1더하기 1이 2가 아닌 무한대가 될 수도 있다는 진리가 적용된 것이다. 애연가라면 주머니 속에 하나 이상은 가지고 있는 일회용 라이터도 ‘더하기’라는 마법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얻은 상품이다.
처음 일회용 라이터가 선보였을 당시는 지금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라이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평범한 모양의 플라스틱 라이터가 고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회용 라이터는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가격이 저렴해서 잃어버려도 전혀 부담이 없고, 가스가 떨어지면 충전할 필요 없이 버리면 그만이니 애연가들에게 제격이었던 것. 건망증이 심해서 일주일에도 두 어 번 씩 라이터를 잃어버리거나, 게을러서 가스 충전도 제대로 하지 않는 이들에게 일회용 라이터는 희소식이었다. 게다가 새로 개업하는 술집이나 식당들이 홍보물로 이 라이터를 나눠주면서 그 인기는 매일 상한가로 치솟았다. 라이터 생산업체가 주문 물량을 소화하지 못할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돈이 있는 곳엔 장사꾼이 몰리는 법.
일회용 라이터가 최고 인기 품목으로 성장하자 너도나도 라이터 생산에 뛰어들면서 그야말로 춘추전국 시대를 방불케 하는 라이터 전쟁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값싼 중국산 제품마저 대량으로 수입되면서 라이터 전쟁은 점차 가격 전쟁으로 치달았다. 경쟁사보다 값싼 제품을 내놓는 것이 당시 라이터 업체의 운명을 좌우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신선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한 개인발명가가 병따개가 달린 일회용 라이터를 내놓은 것. 값싼 중국 제품에 매출 감소를 걱정하던 한 개인발명가가 ‘품질경쟁’ ‘고급품 경쟁’을 선언하면서 내놓은 이 제품은 대히트를 거뒀다. 당시 개인발명가는 애주가들이 일회용 라이터를 지지대 삼아 맥주병을 따는 것에 착안해 아예 병따개가 달린 라이터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저 라이터에 병따개를 단순하게 결합했을 뿐인데, 이 제품은 유흥업소의 판촉물로 인기를 끌면서 라이터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에 이르렀다.
이 지경에 이르니 다른 라이터 생산업체들이 뒷짐만 지고 있을 리가 만무했다.
뒤를 이러 거울을 단 라이터가 등장하는가 싶더니, 아예 뒷 꽁무니에 볼펜을 붙인 라이터도 선보였다.
단순한 라이터가 전혀 새로운 상품으로 태어난 것이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A씨도 더하기 원칙을 활용한 발명품으로 유명한 발명가 대열에 합류했다. 그의 발명품은 어둔 밤에도 필기할 수 있는 다기능 필기도구. 볼펜의 끝에 작은 전구를 달아 글씨를 쓰는 부분만 빛을 비추도록 한 이 발명품은 야간에 순찰업무를 해야 하는 경찰관이나, 어두운 곳에서 관찰하고 기록하는 동굴탐사가 등에게 인기 있는 상품이다. A씨는 어두운 밤 골목에서 음주 운전 단속을 하는 경찰관이 작은 손전등으로 수첩을 비추면서 한쪽 손으로 힘겹게 글씨를 쓰는 모습을 보곤, 이 발명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더하기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이다.
그저 두 가지 이상의 사물을 단순히 합쳤을 뿐인데,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여기에는 복잡한 전문지식이나, 세련된 기술이 필요 없다. 또 일단 아이디어만 완성되면 시간이나 비용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반면에 효과는 백점 만점이다.
더하기 기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적인 아이디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사물을 더하고 붙이면서 상상력을 발휘하다보면, 자신이 미처 깨닫기도 전에 훌륭한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가령 ‘상식적으로 불가능해’라는 말만 되풀이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리 없다. 일단 머릿속으로 두 물건을 합쳐서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쑤시개가 달린 일회용 숟가락이나 볼펜과 샤프연필을 한데 묶어 놓은 다기능 필기도구, 나침반이 달린 등산용 시계, 살균성분이 함유된 청소용 세제, 시계 겸용 라디오, 온풍기와 공기청정기가 달린 에어컨, 마이크가 달린 이어폰, 사진기 기능이 있는 핸드폰, 손전등이 달린 모자, 거울 달린 빗 등등 그야말로 가능성은 무궁무진 그 자체다.
물론 무조건 합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때론 이상한 물건이 탄생할 수도 있다. 만약 A씨의 아이디어를 본 따서 화장지에 손전등을 부착한다면 어떨까?
어두운 캠프장이나 두메산골의 재래식 화장실에서 휴지도 사용하고 어두운 곳을 밝히는 손전등을 사용하는 ‘합치기’ 아이디어라면?
아마도 이런 화장지를 사겠다고 나설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첫째 손전등 때문에 화장지의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질 것이기 때문. 또 과연 불빛이 없는 두메산골 화장실을 이용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차라리 손전등과 화장지를 별도로 사용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경제적일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는 그저 머릿속에서 장난삼아 상상하고 끝내야 한다.
물건을 합치고, 더하고 붙이되, 붙이고 합친 물건이 얼마나 쓸모 있느냐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머릿속으로 많은 물건을 붙이고 더해보자. 한두 개 물건을 붙이고선 안 된다고 포기하지 말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붙여보고 합체해보자.
언젠가는 더하기의 마법 주문이 그대로 맞아떨어질 때가 올 것이다.
=왕연중의 강의원고 ‘누구나 할 수 있고 큰돈도 벌 수 있는 발명’중에서=
버리기엔 아까와서 하나둘씩 모아 놓은 초도막이 이젠 거의 한 상자가량이나 되었다.
“이것들을 어디다 써? 너무 작아서 불이 켜지지도 않을 것 같은데⋯”
재민이는 상자 속을 뒤지면서 말했다. 쓰레기를 쓸데없이 모아 놓았다는 식이었다.
“아니야. 이것을 한꺼번에 녹여서 다시 굳히면 쓸만한 초를 만들 수 있어.”
나는 잡지에서 우연히 읽었던 초 만드는 법을 떠올리며 말했다.
“초는 파라핀으로 되어 있데. 그래서 같은 파라핀 성분으로 된 크레용을 같이 넣어서 녹이면 색깔 있는 초도 만들 수 있다더라.”
“색깔 있는 초? 선물가게에서 파는 예쁜 초 말이야?”
재민이는 눈을 빛내며 바짝 다가앉았다. 이제서야 좀 흥미가 생기는 모양이었다.
“그래. 보라색이든 노란색이든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어.”
“난, 초록색이 좋아. 우리 당장 만들어 보자. 내가 크레용은 얼마든지 가져올 수 있어.”
재민이는 약간 흥분까지 하면서, 마구 서둘렀다. 그 덕분에 나도 왠지 마음이 설레었다.
분홍색 초를 선물받고 좋아할 수아의 얼굴도 떠오르고, 크리스마스에 집안을 장식하는 아름다운 촛불의 행진도 눈앞에 보이는 듯 했다. 내가 직접 만든 것으로 선물하고 즐기는 것⋯ 정말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었다.
“한 번도 안해 본 일인데, 잘 할 수 있을까?”
나는 방안에 어지러히 늘어져있는 크레용 도막이며, 휴대용 가스 렌지, 양은 솥등을 쳐다보며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막상 일을 시작하려하니, 갑자기 불안이 밀려온 것이다.
“걱정 하지마. 전부 잘될거야.”
재민이는 아무 걱정이 없는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로 자신감이 철철 넘치고 있었다.
“어떻게 하랬지? 맞아. 먼저 초를 녹이라고 했지⋯”
신이 나서 콧소리까지 흥얼거리면서, 재민이는 춤을 추듯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보노라니 웃음이 났다.
“그래. 네 말마따나 잘 될 거야.”
재민이의 낙천성이 전염됐는지 나에게도 조금씩 용기가 생겨났다.
“부글부글”
얇은 양은솥에서 이내 김이 나더니 초 도막들이 녹아갔다.
“이때 크레용을 넣으면 되는 거지? 무슨 색을 넣을까? 빨간색? 분홍색?”
“그래 분홍색으로 하자. 그 다음에 초록색을 하고⋯”
우리는 초물에 분홍색 크레파스를 깎아서 넣었다. 그러자 투명하던 초물은 금세 엷은 분홍색으로 변해서 퍼져 나갔다. 아름다운 진달래를 보는것 같았다.
“가만, 만약 이 초물이 굳기 전에 이 반지를 넣으면 어떻게 될까?”
재민이가 갑자기 장난감 반지를 꺼내 보이며 나를 쳐다봤다.
“글쎄? 초 안에 그 반지가 들어 간 채로 초가 만들어지겠지.”
“그렇겠지? 재미있지 않니? 반지가 들어있는 초⋯ 초가 녹으면 안에서 반지가 나오는 거야. 짜잔～하면서⋯”
“야! 그것 괜찮은 생각인데!”
정말 멋진 생각이었다. 반지나 장난감 따위가 들어있는 초⋯ 아이들이 무척 좋아할것 같았다.
“나는 이 반지랑 왕구슬, 그리고 뺏지를 넣을래⋯”
재민이는 주머니에서 작은 물건들을 잔뜩 꺼내 놓았다. 그리곤 자랑스럽게 씨익 웃었다.
“넌 뭘 넣을래?”
“글쎄⋯”
나는 머리를 굴려 보았다. 수아는 어떤 것을 좋아할까? 꽃? 반지? 그러나 적당한 것이 생각나질 않았다. 그때, 언뜻 냉장고가 눈에 띄였다.
“그래. 난 얼음을 넣어야겠어!”
“얼음? 얼음을 어떻게 넣냐?”
“두고봐. 아주 멋진 작품이 나올 테니!”
나는 자신만만하게 웃어보였다.
뜨거운 초와 차가운 얼음. 두 가지의 온도차이가 멋진 작품을 만들어 줄것 같았다.
그릇에 얼음을 채워 넣고 촛물을 부으면 촛물은 얼음이 없는 사이사이로 들어가면서 굳을 것이었다. 그리고 얼음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녹을것이고. 그러면 마침내는 구멍이 숭숭 뚫린 초가 탄생될 것이었다.
“어어! 이게 뭐야?”
재민이는 나의 초를 보더니, 탄성을 내질렀다.
“정말 멋지다. 얼음을 넣은 것이 이렇게 멋있게 될 줄은 몰랐어.”
“사람은 머리를 잘 써야 해.”
나는 헛기침을 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코가 한 치나 높아진 기분이었다.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재활용 초. 재민이와 나는 방안 가득 예쁜 초를 켜두고 즐겁게 노래를 불렀다. 아직 한 달이나 남은 크리스마스가 온 것만 같았다.
=왕연중=
|
왕연중의 발명칼럼
Designed by DOW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