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용적인 발명에 도전하라
아이디어의 가치를 따지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실용성이다. 아무리 그럴듯한 아이디어라고 해도 상품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죽은 아이디어다. 이런 아이디어는 아무리 많아도 소용이 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마추어 발명가 중에는 실용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것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최고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아이디어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한데서 오는 잘못이다.
작은 아이디어로 큰돈을 벌수 있다는 것은, 그 아이디어가 아주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마추어는 이 점을 잊고, 아이디어면 모두 돈이 되는 것으로 착각한다. 때문에 섣부르게 상품화에 뛰어들어 전 재산을 날리는 경우도 적지 않게 일어나는 것이다.
특허청에는 특허를 출원하는 경우 중에도 이런 일은 간간이 발견된다.
오래 전의 일이었다.
한 젊은 여성이 새로운 크레용을 발명했다며, 상품화 가능성을 의논하기 위해 찾아왔다. 그녀가 내민 발명품은 마치 립스틱처럼 생긴 것이었는데, 안에는 학생들이 미술 시간에 사용하는 크레용이 들어있었다.
그녀는 어린 아들의 크레용이 잘 부러지고 손에 묻어난다는 점에 착안해 크레용 케이스를 만든 것이었다. 크레용을 하나하나 립스틱 케이스에 넣어두면, 부러질 염려도 없고 견고한 케이스에 담겨 있으니 손에 묻을 일도 없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었다.
그 아마추어 발명가는 당장이라도 상품화를 하고 싶다며, 크레용 제조회사와 연결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그녀에겐 참으로 미안한 일이지만, 대답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발명품은 쉽게 말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큰 경우’다.
그녀의 관찰은 옳았다. 크레용은 무르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힘주어 그림을 그리다보면 금세 부러지기 마련이다. 일단 부러진 크레용은 여기저기 굴러다니다가 없어진다. 또 크레용의 색이 손에 잘 묻어나는 것도 걱정거리다.
엄마들은 잘 알겠지만, 크레용 그림을 그린 아이들의 손이 얼룩덜룩하게 되고, 또 이 손으로 과자를 집어먹는 것이 예사다. 그러니 화학물질 투성이인 크레용을 손으로 만진다는 사실이 꺼림직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그녀의 아이디어대로 립스틱 케이스와 같은 것을 크레용에 일일이 부착한다면, 부러지는 경우도 많이 줄어들 것이고, 무엇보다 손에 크레용이 묻어나는 일은 없어질지도 모른다. 좋은 아이디어다.
하지만, 상품화는 다르다. 값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간단하게 생각해도 립스틱 케이스를 만들려면 많은 비용이 들게 뻔하다. 어쩌면, 크레용의 가격보다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할런 지도 모른다. 당연히 상품의 가격이 뛰어오르게 된다.
아마도 지금의 크레용 가격보다 두 세배는 족히 비싸질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이렇게 비싼 크레용을 살까? 당장 아이디어를 만든 주부조차도 비싼 크레용 구입을 망설일 것이다. 또 자원낭비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만들어도 팔리지 않는 상품이 될게 뻔한 일이다.
설명을 들은 아마추어 발명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값이 두 세배는 뛸 것이라는 설명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꽤나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아이디어가 상품화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큰돈을 들여 특허출원까지 신청한 상태였던 것이다. 결국 그녀는 돈만 낭비하고 말았다.
이런 경우에는 차라리 많이 쓰는 크레용 색을 보충하는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전개하는 것이 낫다. 잘 부러지는 크레용은 대부분 노란색이나 빨간색 등 학생들이 선호하는 색이 대부분이다. 많이 자주 쓰는 색이다보니, 그만큼 부러질 확률도 많은 것이다. 특히 이 색이 없으면, 새로운 크레용을 사야하니 그만큼 낭비다.
이런 점을 아이디어로 활용하면, 여러 가지 좋은 발명품이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낱개로 파는 물감이나 크레용이 그것이다. 없어진 색만을 골라서 보충할 수 있으니, 전체를 사는 것보다 이익이다.
또 많이 사용하는 색을 아예 더 크게 해서 파는 방법이 있다. 24가지색의 크레용 세트라면 붉은색과 파란색 등을 다른 색보다 2～3센티 더 크게 만드는 것이다. 아니면 아예 자주 사용하는 색을 한개 더 넣어서 세트를 구성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에는 기존 제품에서 약간만 변형하면 되므로 생산비용도 많이 들지 않고, 제품 가격도 기존 제품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충분히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다.
또 무독성 크레용도 실용성 있는 발명품이다. 실제 한 문구제조 회사가 유아용 크레용을 만들어 큰 인기를 끈 일이 있다. 이 크레용은 값은 비싸지만, 아무 것이나 입에 넣는 아기들 때문에 고민하던 엄마들에게 좋은 반응을 받았다.
전자의 발명가가 접근한 방식과 달랐던 것이다. 주부 발명가가 고안한 방법은 크레용의 독성을 그대로 나둔 채 접근했기 때문에, 아무 것이나 입에 넣는 아기들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소비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까다롭다. 조금이라도 만족스럽지 않거나 가격이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지갑을 열지 않는다. 때문에 아이디어를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편의성은 물론이고 상품의 가격도 저렴하거나 비싸지 않아야 히트 상품이 될 수 있다. 또 모양도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모양이 혐오스러우면 쉽게 인기를 끌 수 없다. 이 모든 것을 충분히 고려해야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상품화를 추진하는 경우라면,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끔 상담을 의뢰해오는 경우를 보면 많은 아마추어 발명가들이 이 점을 잊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사무실을 찾아온 한 중년의 남자는 자신의 생각을 기업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면서 대뜸 불평부터 했다.
“내 이야기를 듣더니 콧방귀를 뀌는 겁니다. 내 친구들은 전부 재미있는 아이디어라고 했다고요. 그런데 이 작자들은 ‘선생님 나중에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면 다시 연락 주십시오.’하면서 나를 밀어내더라 이 말입니다.”
물론 그의 아이디어는 재미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상품으로 만들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특히 우리 실정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다. 그에게 여러 가지로 충고를 해줬으나, 그는 쉽게 납득하지 않은 듯 했다. 그리고 결국은 얼마 후에 자기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하겠다며 기업을 차렸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런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실패의 길을 걷는다.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홍보력도 부족하고, 판매망도 거의 없기 때문에 처음에 시장을 개척하기가 매우 어렵다. 많은 중소기업이 생산만 하고 판매는 대기업에 의존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좋은 상품이라면 입소문을 통해서 점점 인기를 끄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인지도가 어느 수준까지 올라가면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는데, 문제는 인지도를 일정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빚에 허덕이다가 패가망신해 가족들에게조차 버림받는 안타까운 경우도 생긴다. 자기 손으로 아이디어를 상품화하겠다고 나선 아마추어 발명가도 결국은 이런 길을 걷고 말았다. 직장도 내팽개치고, 빚까지 얻은 것이 화근이었다.
아이디어를 만들 때는 충분히 상상력을 발휘하고, 말도 안 되는 공상을 해야하지만 일단 상품화의 길에 들어서면 상식과 이성을 총동원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혼동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충분히 생각하고 아무리 신중해도 부족하지 않다.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실용성을 다시 한번 따져보자.
또한 내가 소비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은 발명을 하라’
발명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경구다.
=2005년 발간 왕연중의 강의원고 ‘누구나 할 수 있고 큰돈도 벌 수 있는 발명’중에서=
|
왕연중의 발명칼럼
Designed by DOW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