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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하루 빨리 출원하라
누누이 강조하는 일이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냈다고 모든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를 완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서 인정받는 절차를 반드시 밟아야 한다.
건물이나 토지가 나의 것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토지대장이 필요하고, 문밖에 새워져 있는 자동차의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등록증이 있어야 한다. 많은 돈을 내고 자동차를 샀다고 하더라도, 그 권리를 완전히 인정받는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소유권을 인정받기 힘들다. 만약에 돈을 받고 판 쪽에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면 어떻게 될까? 꼼짝없이 그에게 차를 내줘야 한다.
특히 발명은 권리 찾기가 더욱 중요하다. 아무리 내가 만들어낸 아이디어라고 하더라도,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으면 말짱 헛일이다. 물건은 내가 소유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감히 뺏어갈 생각을 못하지만, 아이디어는 형체가 없는 자산이기 때문에 지킬 방법이 방법이다. 다른 사람이 교묘하게 내 아이디어를 훔쳐 돈을 벌어도, 이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 때문에 우리는 ‘특허출원’이라는 제도를 통해 제일 먼저 아이디어를 만든 사람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특히 기업의 경우 특허권은 바로 ‘돈’과 연결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 기업은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특허권 보호에서 아마추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효석 특허 변호사는 우리 기업이 특허 취득에 있어서 서툴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마찬가지이지만, 미국의 경우 특허권에 대해 매우 엄격하다. 또한 기업들도 자신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혹은 다른 기업이 가진 권리를 이용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강구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기업 간 법정소송도 흔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특히 장기간 법정 소송을 통해 상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비정한 방법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틈을 보이지 않는 철저한 특허권 사수가 중요하다고 김변호사는 설명한다.
우리 기업이 낯선 미국에서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김변호사는 기업의 특허권을 인정받기 위해서 반드시 세 가지는 지키라고 충고하고 있다.
첫째, 우선 특허권의 영역을 가능한 넓게 잡으라고 충고한다.
특허권은 특성상 기재되어 있는 권리만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권리 범위를 좁게 잡을 경우 침해당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예를 들어 한 발명가가 티스푼을 발명해서 특허를 출원하면서 서류에 ‘손잡이가 달리고 끝이 둥글게 달려 있는 차를 젓는 도구’라고 정의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이 특허권이 보호할 수 있는 것은 둥근 모양의 티스푼에 국한된다.
만약에 다른 기업에서 끝이 네모난 모양의 스푼을 만들고 그것을 아이스크림을 먹는 용도라는 명목으로 판매를 하면, 권리를 보호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애당초 특허권을 신청한 범위가 둥근 모양의 티스푼에 한정했기 때문이다.
만약에 티스푼이 여러 모양과 용도로 개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손잡이가 달리고 끝이 둥글거나 네모나고 뾰족한 모양으로, 음식을 뜨거나 저을수 있는 도구’라고 설정했으면, 그만큼 침해받을 여지가 줄어든다.
때문에 기업들은 자기 기업이 개발한 상품이 적용될 범위를 치밀하게 조사하고, 용도의 확장범위를 가능한 넓게 잡아 다른 기업들이 침해할 수 있는 여지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물론, 터무니없는 부분까지 모두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지만, 범위를 넓게 잡아 신청할수록 보호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둘째, 개발 과정을 처음부터 철저히 기록해야 한다.
기업 간 특허분쟁에 휩싸여 법정에서 판가름을 내야 할 때, 개발 자료는 큰 도움이 된다. 언제 어디서 어떤 회의를 했고,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꼼꼼히 기록해서 자료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김변호사의 설명이다. 특히 막연하게 회의 자료로 보관하지 말고, 회의를 개최했던 장소와 날짜 시간, 참석한 사람들의 이름, 당시 날씨 등등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근거들을 함께 남겨두는 것이 좋다. 또한 가능하면 문서자료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즘은 컴퓨터가 발달해서 대부분 회의 자료를 데이터로 남겨두는데, 이와 함께 중요한 회의는 참가자의 서명을 받아서 문서로 보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만약의 경우를 위한 철저한 준비다. 유비무환이라고 하지 않던가?
셋째, 내부에서부터 기업비밀을 지키도록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
우리 기업이 절대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바로 기업 비밀에 대한 보안의식이다. 특허권이 곧 재산이라는 인식이 아직 철저하지 않아서, 개발되는 극비 자료를 신중하게 다루지 않는 다는 것이다. 가족정신을 강조하는 기업문화 때문인지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에서 은연중에 자기 기업이 추진하는 일이나 연구결과를 발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간 경쟁은 보통 사람의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라서 단 한마디만으로도 , 기업의 비밀을 노출시키고 다른 기업에게 추월당할 위험이 있다. 만약에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동안 연구개발에 투자했던 돈을 모두 날리게 될 뿐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에도 커다란 손상을 입을 수 있다. 특허를 출원하기 전까지는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또한 기업의 비밀을 잘 알고 있는 내부 식구들을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몇 년 전에 국내 굴지의 반도체 회사의 극비기술이 경쟁 국가에게 넘어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사건은 핵심기술을 알고 있는 기술자가 기술유출에 연류되면서 일파만파 확대됐었다. 우리 기업들은 가족적 분위기를 강조하면서 각자의 직업 윤리에 모든 것을 맡기는 분위기가 크다. 그러나 이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많은 돈의 유혹 앞에서 한없이 약한 것이 인간이다. 아무리 개인적으로 도덕심이 드높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한 두 번은 이런 유혹에 흔들릴게 뻔하다. 오히려 기업 측에서 기업비밀 관리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할 일이다. 컴퓨터나 인터넷망의 보완은 물론이고, 직원교육에도 좀더 각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 발명가의 경우에는 좀 더 간단하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이미 출원된 것인지를 검색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자기 발명에만 파묻혀 이미 개발된 기술이 있는데도 모르고 일을 추진하다가 낭패보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허공람을 열람하거나 변리사와의 상담을 통해, 선행기술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아이디어를 완성하는 신중한 접근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일단 특허출원을 결정한 후에는 서둘러야 한다. 현재의 특허제도는 먼저 출원한 사람에게 권리를 인정하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출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발명역사에서는 하루 혹은 시간 단위의 차이로 발명가의 명암이 엇갈린 경우도 적지 않다. 전화를 발명한 벨이 그랬다. 먼저 특허를 출원한 벨은 전화기의 발명가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지만, 그보다 한발 늦게 특허를 출원한 발명가는 그저 무명의 발명가로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진 것이다.
또한 나의 권리를 인정받는 것만큼 다른 사람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취약한 것 중의 하나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도 재산이다. 남의 재산을 일방적으로 가로챌 수 없듯이, 아이디어도 상대방에게 적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허락을 얻은 후에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허락없이 다른 사람의 특허권을 침해했을 때에는 그만한 각오를 해야 한다. 다국적 기업들이 우리나라의 지적재산권 침해를 일일이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시장이 완전히 성숙되고 개방된 후에, 한꺼번에 소송을 해서 시장을 장악하려는 속셈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 경제는 완전히 외국의 다국적 기업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암담한 이야기이긴 하나, 아직 늦지 않았다.
기업은 기업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자기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상대방의 권한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05년 발간 왕연중의 강의원고 ‘누구나 할 수 있고 큰돈도 벌 수 있는 발명’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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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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