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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엉뚱한 상상을 하라
사회학자들은 인류 발전의 원동력을 무한한 상상력과 도전 정신에 있다고 분석한다. 먹고 마시고 자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동물과 달리, 인간은 생존에 하등 관계가 없는 쓸모없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왜 별이 밝게 빛나는지, 새가 왜 하늘을 나는지, 내가 사는 땅덩어리 저편에 무엇이 있는지, 계절은 왜 바뀌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또 여기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해답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배를 타고 하염없이 지구 반대편을 향해 정처 없이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날개를 매달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모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도전 정신 때문에 나약한 유인원에 불과했던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류 문명 발전에 기여한 원동력은 ‘상상력’이다.
인류는 창공을 자유롭게 나는 새를 보고, 하늘을 정복하는 상상에 빠져 들었다. 커다란 날개를 가진 아름다운 천사가 하프를 들고 노래하거나, 커다란 풍선을 잔뜩 매달고 높이 높이 떠오르는 소년, 산을 뒤덮을 만큼 커다란 새의 등에 올라타는 광경 등등. 도저히 현실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일들을 머릿속으로 만들어내고, 이를 문학이나 그림으로 남겼다. 그리고 이 상상의 산물은 후대로 이어지면서 점차 커지고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커다란 풍선은 열기구와 비행선이 되어 인간을 실어 날랐고, 날개 달린 철사 대신에 알루미늄 뼈대에 고탄성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날개를 달고 창공을 가르는 행글라이더로 재탄생했다. 또 인간을 실어 나르는 거대한 새는 묵직한 터보 엔진을 달고 구름 위로 떠오르는 점보 여객기로 진화했다.
모두 상상에서 출발한 것들이다.
일부 사람들은 상상은 그저 상상일 뿐, 현실과 다르다고 말한다. 공상과학 영화를 보면서 ‘만화 같다’며 실소를 머금거나, ‘유치하고 장난스러운 것’이라고 치부하고 무시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현실에 안주할 뿐 미래를 내다볼 줄 모르는 사람들이다.
인류의 문명을 지탱해온 모든 발명품은 사실 상상의 산물이며, 상상력이야말로 발명가가 반드시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이다.
70, 80년대를 풍미했던 소년 만화 ‘로봇 찌빠’는 당시 인간과 비슷한 감정을 가진 로봇과 어린 소년이 겪는 모험을 그려 세간의 화제를 모았었다. 주인공인 찌빠는 머리에 비행용 프로펠러를 달고 귀에는 고성능 안테나를, 코에는 고성능 미사일이 발사되는 대포를 가지고 있는 로봇이었다. 말랑말랑한 살갗대신에 차갑고 금속성 나는 커다란 깡통 몸체를 가지고 있었지만 희로애락을 느끼고 말하고, 음악 감상도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인간 같은 로봇이었다.
당시 이 만화의 영향을 받아 많은 어린이들이 로봇 발명가로 나섰다. 집에서 깡통으로 로봇 모형을 만드는가 하면, 팔이 펄럭이는 종이 로봇을 신주단지 모시듯 품고 다니는 어린이들이 많았다.
장래 희망을 물으면 열중의 다섯 명은 “숙제를 대신해주는 로봇을 만들래요”라고 대답하는 등 만화가 연재되는 3년 동안 대단한 열풍이 불었다. 물론 어른들은 그저 만화일 뿐, 정말 인간과 같이 느끼고 생각하는 로봇이 탄생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에 한번쯤 꾸는 꿈이자 단순한 상상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로봇 찌빠가 연재된 지 30여년이 흐른 지금, 이제 인간 같은 로봇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소니가 발표한 로봇 ‘아시모’은 인간처럼 걷고 움직인다. 계단을 오르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춤도 춘다. 모양도 마치 인간 같다. 또 일본의 키타노 박사팀이 개발한 로봇 ‘시그’는 인간과 비슷하게 볼 수 있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것도 가능하다. 아주 초보적인 단계이기는 하지만 심지어는 먹이를 먹고 스스로 에너지를 얻어 살아가는 로봇까지 등장했다.
로봇 찌빠의 아들 뻘 로봇이라고 할까나?
우리나라에서는 한국 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인간처럼 걷고 팔을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었다. 인간의 조정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꽃을 건네주거나 악수도 가능한 수준이다.
이 연구의 중심세대는 로봇 찌빠를 보고 자란 세대다. 찌빠를 보고, 인간로봇을 만들겠다는 꿈을 품은 세대가 성장해, 로봇 연구의 주역이 된 것이다.
30년 전의 단순한 만화가 미래를 일궈낸 셈이다.
이뿐이 아니다.
인류의 우주 진출은 그야말로 멋진 상상력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
고대의 우주는 경이로움의 대상이었다. 별의 움직임에서 미래를 점치기도 했고, 신들이 사는 세상이 있을 것이라고 믿기도 했다. 검은 장막 너머에 신의 옥좌와 찬란한 빛의 계단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또 달에는 방아를 찧는 두 마리의 토끼와 월계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주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면서, 인간의 상상력이 다시 위력을 발휘했다.
우주의 어딘가에 지구와 같이 지능이 높은 생물이 사는 별이 있고, 언젠가는 그들을 만날 것이라는 상상이 그것이다. 또 달과 화성에 커다란 건물을 짓고 휴양도시를 만들거나, 지구에서 발굴되지 않는 지하자원을 얻을 수도 있다는 발상도 나왔다. 우주 공간에 거대한 인공 도시를 만들어, 조만간 달나라 여행이 최고의 수학여행 코스가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상상을 바탕으로 외계 생명체의 신호를 찾는 ‘세티(SETI)’라는 거대 연구 프로젝트가 탄생했고, 우주 공간에 국제 우주 정거장(ISS)이 건설 중이다. 또 한 백만장자는 인류 최초로 우주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우주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도 연구에 상상력을 십분 활용한다. 별과 별 사이를 잇는 우주 고속도로(갤럭시 하이웨이)를 상상하고 이를 그림으로 그려 공개하는가하면, 상상 속에서 화성을 사뿐사뿐 걸어 다니는 거미 로봇을 만들기도 한다.
가장 첨단을 걷는다는 NASA에서도 상상력의 최고의 무기인 것이다.
1986년부터 2002년 6월까지 총 7번의 우주비행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최고의 우주비행사로 손꼽히는 창 디아즈 박사도 적막한 우주 공간에서 맘껏 상상을 즐긴다고 한다.
그의 상상 속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우주선을 타고 화성으로 여름 휴가를 떠난다. 그는 지구에서 출발한 우주선이 쏜살같이 내달려 화성에 도착하고, 화려한 여행객을 풀어놓는 장면을 되풀이해서 떠올린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상상을 현실화 하기위한 도전에 나섰다. 플라즈마를 이용한 우주선 엔진으로 우주여행에 걸리는 시간을 절반 이상 단축시키겠다는 것이다.
지금의 기술 수준으로는 화성까지 무려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당연히 여름휴가로 화성여행을 계획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창 디아즈 박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라즈마를 내뿜으면서 날아가는 새로운 우주선을 만들고 있다. 우주 공간은 거의 진공 상태이기 때문에 힘을 조금만 잘못 가해도 완전히 틀린 궤도로 날아 간다. 때문에 평범한 엔진으로는 원하는 목적지에 가지 못하고 우주 미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플라즈마는 힘 조절이 미세한 수준까지 가능하므로 우주왕복선 엔진에 제격이다.
이 우주선은 2018년경이면 완성되고, 창 박사의 상상대로 우주공간을 힘차게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위대한 발명의 시작에는 엉뚱한 상상력이 존재하고 있다.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일, 일어날 수 없는 일로 여겨질지라도 상상이 쌓이고 꿈이 쌓이면 점점 형체가 생기고 생명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꼭 우주선이나 비행기처럼 크고 웅대한 것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비쩍 마른 남자를 우람한 체격의 사내로 보이게 해주는 특수 양복이나, 개와 의사소통할 수 있는 동물 언어 번역기, 잠자면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베개 등등. 평소에 품었던 생각들을 키워보자. 나의 엉뚱한 상상이 언젠가 인류를 움직이는 희망으로 등장할런 지도 모른다.
하늘을 나는 상상이 지금의 점보 여객기를 만들었듯이, 나의 작은 상상이 새로운 우주선을 탄생시킬 수도 있다.
나의 머리속에 잠들어 있는 ‘상상’이라는 이름의 작은 새를 깨워, 멀리 날려 보내자.
=2005년 발간 왕연중의 강의원고 ‘누구나 할 수 있고 큰돈도 벌 수 있는 발명’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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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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