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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속의 발명을 놓치지 말라
여성은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고 했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약한 여성을 강하게 만든다는 말이다. 자동차에 깔린 어린 아기를 구하기 위해 무거운 자동차를 들어올렸다는 어머니의 ‘초인적인 힘’ 이야기는 ‘모성’ 즉 ‘사랑’ 의 강인함을 다시 한번 깨우치게 한다.
우리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이 약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는 신화를 거둔 것도 온 국민의 열렬한 응원과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이처럼 사랑의 힘은 때론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게 만들고, 인간을 보다 현명하고 지혜롭게, 또 강하게 만든다.
사랑의 힘은 비단 운동경기나 위험의 순간에만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아이디어의 원천이기도 하다. 여성발명가 중에 자녀를 둔 어머니가 많았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의 일을 나의 일처럼 여기는 것이다.
만약 어린 아들이 피부병에 걸리면 어머니는 그야말로 피부병에 관한한 박사가 된다. 온갖 의학서적을 뒤지고, 여러 사람의 경험담을 수집한다. 좋다는 방법은 모두 사용해본다. 때로는 스스로 새로운 비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런 노력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데 가장 기본적인 행동 수칙이다. 가능한 많은 자료를 모으는 것. 당연한 일이라고 여겨지면, 당장 한번 시도해보자.
여간한 관심과 노력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란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 사랑은 사람을 관찰자로 만든다. 어머니는 용케 아기의 칭얼거리는 뜻을 알아낸다. 배고파 울거나 아파서 울거나 혹은 잠투정을 할 때도, 다른 사람은 똑같은 칭얼거림으로 들릴 뿐인데, 어머니는 금세 그 뜻을 알아듣고 아기의 등을 토닥인다. 이것은 단순히 엄마와 아기 사이에 통하는 교감 때문이 아니다. 어머니는 아기의 일 거수 일 투족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그에게 부족한 것을 알아내는 것이다.
관찰 또한 아이디어 창출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사랑을 하게 되면 상대방의 아주 작은 것까지 관찰하고 세심히 배려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발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인 것이다.
때문에 사랑과 애정은 자연히 좋은 아이디어로 이어지는 것이다.
발명역사에는 발명가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남지 않은 멋진 아이디어가 많다.
대부분 전문 발명가가 아닌 주부들이 그 주인공인데, 이들은 가족에 대한 사랑의 힘으로 생활과 밀접한 아기자기한 발명품을 많이 남겼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남성용 팬티와 관련된 아이디어들.
젊은 남성들이 즐겨 입는 삼각팬티는 사쿠라이 할머니로 알려진 여성발명가의 발명품이다. 당시만 해도 남성의 팬티는 반바지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그것도 무릎근처까지 내려오는 긴 길이가 대부분이었다.
지금이야 이해 못할 일이었지만, 당시는 오히려 짧은 팬티는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겨울에는 상관없었지만, 더운 여름에는 긴 팬티가 거추장스러운 것은 당연한 일. 더군다나 하루 종일 활발하게 움직이고, 살은 연약한 어린아이들에게는 더욱 불편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일본의 여름은 덥고 습도가 높기로 악명 높은 날씨이기에 아이들은 긴 팬티 때문에 땀띠로 고생하는 일이 허다했다고 한다.
이런 점을 알아차린 것은 사쿠라이 할머니. 할머니는 어린 손자가 더운 여름날 사타구니를 긁어 발갛게 발진이 일어난 것을 보고는 아이에게 치렁치렁한 팬티가 거추장스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들은 부끄러울 게 없는데, 팬티가 짧은들 어때. 긴 속옷 때문에 불편한 것보다 훨씬 낫지. 중요한 부분만 살짝 가리면 될 거야’ 사쿠라이 할머니는 손수 어린 손자의 팬티를 잘라서 아주 작은 삼각모양으로 만들었다. 다리는 훤히 드러내고, 사타구니만 가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훨씬 가뿐해진 팬티덕분에 어린 손자가 여름을 잘 견딘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할머니의 팬티는 단순히 손자를 위한 것이었지만 긴 속옷의 불편함은 모든 남성들의 고민거리 중의 하나였던 것. 할머니의 삼각팬티가 동네 아낙들을 통해 소문이 퍼지면서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짧고 가벼운 속옷을 입기 시작한 것이다. 평범한 할머니가 남성들을 불편함으로부터 해방시킨 것이다.
팬티에 관련된 발명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일본의 한 새색시. 이 여성의 관심사도 공교롭게 남편의 팬티였다. 당시 남성들의 팬티는 앞트임을 단추로 여미도록 고안되어 있었는데, 덤벙거리는 성격의 남성들에게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급하게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곤 단추를 제대로 여미지 않아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
물론 단추 팬티에 익숙해진 남성들 사이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아슬아슬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제 막 결혼해 남성의 세계를 접한 새색시로써는 단추가 달린 팬티가 어색하게 보인 것은 당연한 일.
‘화장실에 갈 때마다 이 단추를 끄르고 잠그는 일을 반복한단 말이야? 만약에 술이라도 얼근히 취해서 제대로 손을 놀릴 수 없을 때는 실수를 할 수도 있잖아. 남자들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겠구나.’
아닌 게 아니라 그녀의 남편도 단추가 살갗을 자극해 거추장스럽다는 말을 여러 번 했었다. 게다가 직업상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술을 마실 때도 있는 터라 새색시로썬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었다.
모든 일의 출발은 관심에서 시작되는 법. 한번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자, 모든 사물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무심코 스쳐지나가던 것들도 그 쓰임새나 모양이 새삼 눈에 들어온 것이다. 하찮은 것도 모두 힌트가 되는 것들이다.
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어느 날, 남편이 양복 안주머니에서 지갑 꺼내는 것을 목격한 그녀는 탄성을 내질렀다.
‘맞아, 바로 그 방법이 있었구나. 이렇게 천을 엇갈리게 겹치면 단추를 달지 않아도 벌어지지 않겠다.’ 그녀의 생각은 적중했다. 팬티의 앞트임을 두 개의 천으로 넉넉히 겹쳐두니 벌어지지 않았고 소변을 보기도 편했다. 남편도 그녀의 생각에 놀라워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당장 만들어 내다 팔아도 될 정도로 완벽해.”
그녀의 아이디어는 남편의 도움을 받아 상품화에 성공했다. 단추를 다는 공정을 생략하니 팬티의 가격도 쌌고 모양도 훨씬 좋았다.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은 당연한 일.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녀도 당당한 발명가로써 발명역사에 남게 된 것이다.
또 아이에 대한 사랑이 발명품으로 승화된 사례도 많다.
어린아기들을 위한 도넛 베개가 그것.
아기가 예쁘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것은 모든 엄마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특히 어린 아기 때에는 모든 것이 성숙하지 않아서 엄마의 손길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때문에 엄마들은 먹는 것 하나, 입는 것 하나에도 신경을 쓰기 마련.
베개 때문에 머리 모양이 납작하게 눌리지는 않을까, 업는 방법 때문에 다리가 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또 걱정하는 것이다.
첫 아기를 건강하게 출산한 ㅎ씨도 마찬가지 걱정을 달고 사는 엄마였다. 그녀의 고민거리는 아기의 잠버릇. 몸을 뒤척이다가 아기가 뒤집어질 경우 베개나 이불에 눌려 숨을 쉬지 못해 죽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ㅎ씨는 고민이 많았다.
혹시나 자기 아기에게 그런 변이 생길까 걱정이 된 것. 또 납작한 베개 때문에 뒤통수가 납작해지는 것도 고민거리였다.
그녀가 도넛을 먹다가 새로운 베개를 만든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매일 아기의 새로운 베개를 생각하다보니 자연스레 베개와 도넛을 연결하게 된 것이다.
‘그래 맞아, 베개를 도넛처럼 만들면 뒤통수가 구멍으로 들어가서 납작하게 눌릴 일이 없겠다. 또 설령 뒤집어진다 해도 도넛의 구멍 때문에 입이랑 코가 바닥에 닿지 않으니 질식사 할 일도 없을 거야!’
이렇게 해서 신생아용 도넛 베개가 탄생한 것이다.
이 베개는 아직도 유아용품 점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보통 베개보다도 가격이 비싼 것은 당연한 일. 그래도 그녀와 같은 고민을 가진 엄마들에게 대인기라고 한다.
사랑과 발명의 공통점, 많이 공부하고 끊임없이 관찰하는 것.
마음껏 사랑해보자. 사랑하면서 상대방의 고민거리와 불편한 점을 유심히 살펴 해결책을 만들어보자. 어느 새, 당신도 발명의 세계에 가까이 갈수 있을 것이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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