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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광의 자세로 재료를 모으라
아마추어 발명가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의 하나가 순간적인 번뜩임이 발명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소개되는 발명일화의 대부분이 우연히 길을 가다가 힌트를 발명하거나, 갑자기 번개를 맞은 것처럼 새로운 아이디어가 튀어나와 성공한 경우를 많이 다루기 때문에 빚어지는 착각인 것 같다.
물론 순간적인 번뜩임을 발명으로 승화시켜 성공을 거머쥔 사례는 많다. 때문에 발명이 매우 매력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이 발명의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많은 발명 일화는 오랜 시간동안 끈질기게 추적하고 싸운 끝에 얻은 결과들이다.
많은 자료를 모으고 수백 번의 실패를 거듭해서 얻은 성공들. 때문에 발명사가 밝게 빛나는 것이다. 유명한 발명가중에는 미련스러울 정도로 많은 재료를 모으고, 같은 일을 평생 동안 반복한 사람들도 많다. 어떤 이는 수집가보다 더 많은 물건을 모으고 실험을 반복했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최고의 발명왕 에디슨. 그가 남긴 말 중에 가장 대중에 잘 알려진 말인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 진다’는 그냥 멋있게 보이려고 해본 말이 아니다. 그의 삶을 보면 그가 성공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놀라울 뿐이다.
에디슨이 말하는 99%의 노력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의 광적인 재료 수집과 지겹게 반복되는 실험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아마도 이렇게 말하려고 한 것은 아닐까?
‘발명왕은 1%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99%의 재료 수집으로 만들어 진다’고.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사실은 아주 잘 알려져 있지만, 그가 전구를 발명하기 위해서 한 일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사실 그가 전구를 발명하면서 쏟아 부은 열정을 생각하면, 그가 왜 발명왕으로 불리는 지를 실감할 수 있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면서 가장 고충을 겪었던 것은 필라멘트의 소재를 찾는 일이었다. 필라멘트는 빛을 내는 가장 중요한 소재였기 때문에, 이 문제만 해결되면 발명의 70%는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적당한 필라멘트 재료를 찾기 위해 수집한 재료는 무려 1만종에 달한다. 금속재료만도 6천종, 동물성 재료 2천종, 식물성 재료 2천종 등이다. 이중에는 동물의 털, 새의 깃털, 대나무의 속살, 열대 지방에서만 자라는 희귀한 식물의 줄기까지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필라멘트 형태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죄다 모은 것이다. 오죽하면 그의 실험실을 본 사람이 ‘박물관’ 이라며 혀를 내둘렀을까.
그는 이 재료들을 모두 일일이 실험을 해서 다른 재료와 비교하기를 반복했다. 적어도 1만 번의 실험을 한 것이다. 누군가가 그에게 왜 그렇게 많은 재료를 시험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의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내가 찾지 못한 것 중에 더 좋은 재료가 있으면 어떡하지? 지금 쓰고 있는 재료가 어쩌면 120번째로 적합한 재료에 불과할지도 모르잖아. 최고의 재료를 찾지 못하면 의미가 없어.”
그야말로 발명가다운 대답이다. 최고의 결과를 얻기 위해 1만 가지 재료를 모으고 1만 번의 실험을 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그는 1만개의 재료 중에 가장 좋은 금속재료를 찾아냈고, 인류에게 전기불이라는 선물을 안겨 주었다.
음료수병의 마개로 쓰이는 왕관 병마개도 수집의 결과다.
왕관병마개는 맥주나 콜라, 사이다 등의 탄산음료수 병에 쓰이는 금속 마개.
그 모양이 왕관과 같이 생겼다고 해서 보통 ‘왕관병마개’라고 부른다.
왕관병마개를 세상에 선보인 발명가는 페인터. 언뜻 아주 간단하게 보이는 이 병마개도 엄청난 재료수집과 연구의 산물이다. 페인터가 새로운 병마개를 만들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전 세계를 뒤져 수만 개의 병마개를 모으는 작업이었다고 한다.
당시 탄산이 들어간 새로운 음료가 막 개발한 때라서, 지금과는 다른 방식의 병마개가 필요했다. 탄산음료는 마개로 완전히 봉하지 않으면 가스가 새버려 완전히 맛을 망쳐 버리기 때문에 성능 좋은 마개가 생명이었다. 그러나 성능은 좋되 가격과 제조방법은 간단해야 했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마개라고 해도 가격이 비싸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음료수 회사에서 현상금을 걸고, 병뚜껑의 디자인을 공모했을 때, 다른 발명가들은 책상에 앉아 병뚜껑을 디자인했다. 그들은 기존의 병마개가 쓸모없다고 판단하고, 아예 무시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러나 페인터는 전 세계를 돌며 병마개 수집에 나섰다. 기존 병마개의 장단점을 모르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어쩌면 기존 병마개에서 힌트를 얻을 수 도 있는 일이었다. 그는 수소문해서 수집한 병마개를 손수 사용해보고, 장단점을 분석하는데 골몰했다. 그가 모은 병마개는 무려 수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노력의 성과일까? 그는 얼마 후, 병의 입구에 단단히 아물리는 독특한 모양의 병마개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왕관병마개다.
그의 철저한 분석 덕분에 이 왕관병마개는 지금도 유리병을 사용하는 모든 탄산 음료에 적용될 정도로 장수를 누리고 있다. 그만큼 깊이가 깊은 발명인 것이다.
또 식물 품종 개량의 아버지로 불리는 버어뱅크도 못 말리는 수집광이었다. 그가 오랜 시간동안 매달린 일은 새로운 딸기 품종을 개발하는 것.
그는 많은 품종의 딸기를 일일이 교배해, 보다 크고 육질이 좋은 품종을 만들려했다. 그가 이 작업에 동원한 딸기 품종은 무려 80만5천종에 달한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숫자다. 1천 단위만 넘어가도 정신이 혼미할 지경인데, 1만종도 아닌 80만종이라니. 제 정신이 박힌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발명가가 ‘이상한 사람’ ‘특별한 사람’으로 치부 되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일반 사람이라면 도중에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면 작업을 멈추고 성공을 발표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수집한 자료를 모두 직접 다뤄보고, 끝까지 더 좋은 결과를 기다리며 최선을 다했다. 에디슨의 말대로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버리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이런 점이 성공의 원동력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수집의 양에 비례해 그들의 업적도 놀라운 것이었다. 이런 저력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그들의 발명품의 수명이 긴 것인지도 모른다. 대개 발명품은 시간이 지나면 상당부분이 첨삭되거나 바뀌기 마련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이런 제품들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에디슨의 백열전구는 지금도 그때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왕관병마개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사랑받는 물건이다. 버어뱅크의 딸기는 말할 것도 없다.
깊이 판 우물은 가뭄에도 쉽게 마르지 않는 것처럼, 이들의 발명품도 든든한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세파에도 흔들리지 않고 여전히 명성을 유지하는 것이리라.
국제사회가 아직은 경제적으로 낙후한 중국을 무시하지 못하는 것도 그 나라가 가진 엄청난 인적자원 때문이다.
우스개 소리로 100원짜리 볼펜을 만들어 팔아도 중국은 1천억 원 이익을 쉽게 올릴 수 있다고 했다. 10억이 넘는 인구가 만들어내는 폭발적인 위력을 나타낸 말이다. 남북한 인구를 모두 합쳐야 겨우 7천만이 되는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다.
초강대국인 미국조차도 중국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만큼 ‘양’이 갖는 위력은 대단한 것이다.
수많은 재료를 모으면 모을수록 성공에 다가갈 확률이 높다. 사금을 채취하려면 많은 모래를 걸러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얼마나 많은 모래를 거르는 가에 채취하는 사금의 양이 달려 있다.
아이디어도 이와 마찬가지다. 많은 양의 재료를 수집할수록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재료를 모으자 수집광의 심정으로 가능한 많은 것들을 모아보자. 나의 힘이자 경쟁력이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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