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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의 위력
‘공상을 생활화한다!’
죽으려 해도 죽을 시간이 없다는 바쁜 현대인에게 공상을 장려하다니, 마치 정신건강을 부르짖는 단체의 요상한 구호내지는 새로운 진리를 추구하는 종교단체의 이념 같은 느낌이다.
일반적 상식선에서 보면 공상이란 시간을 축내는 쓸모없는 정신활동일 뿐이니 이런 느낌을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공상’이라는 이 낯익은 단어가 인간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알게 될 것이다.
미국 어느 동물원의 한 구석에는 커다란 전신 거울이 서있고, 그 곁에 작은 안내 푯말이 하나 서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잔인한 동물.’
푯말에 분명하게 새겨져있는 이 문구를 보는 순간 등골이 오싹함을 느낀다. 살아있는 생물을 도구화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의 잔인성을 그대로 폭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요즈음의 세태를 되짚어보면 이런 비난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문구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또 다른 의미를 볼 수 있다.
연약한 인간이 가장 위협적인 생물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지구촌에 숨쉬는 모든 맹수들이 의아해 마지않을 영원한 수수께끼, ‘인간의 진정한 능력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문제를 되 집게 하는 것이다.
거울에 비치는 한 인간. 뭉툭한 이빨에 얇은 손톱, 가느다란 다리, 빨리 달릴 수도 날을 수도 험악하게 물어뜯을 수도 없는 이 나약한 동물이 지구의 주인이 된 비결은 무엇인가? 단 한마디로 말한다면 ‘정신활동’덕분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정신활동은 너무나 오묘하여 그 깊이를 측정할 수 없다. 인간이 가지는 육체적 한계나 생물적 특성이 이 ‘정신활동’에 의해 깨어지는 것이다.
이 단적인 예가 바로 공상. 현실의 굴레를 벗고 마음대로 날아오르는 이 공상의 힘은 인간의 영역을 좁은 숲에서 들로, 들에서 바다로, 그리고 허허한 공중에까지 넓히고 있다.
공상의 세계에선 인간의 등에 날개가 돋고, 지느러미와 아가미가 생겨난다. 공기가 희박한 우주의 악조건 정도는 아무런 장애도 되지 못한다. 그뿐인가, 공간의 제약은 물론이고 시간의 제한도 받지 않는다. 무한히 뻗어가고 확장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상의 위대함이 이런 무형상의 세계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무제한으로 뻗어가는 공상이 거대한 설계도이자 도면으로 활용될 수 있다.
위암의 조기치료를 가능케 한 내시경을 한 예로 들어보자.
비밀에 쌓인 인체를 들여다보는 것은 인류의 오랜 숙원이었다. 눈으로 보는 것만큼 확실한 진료는 없기에, 환자의 신체 내부에 얽힌 비밀을 알고자 많은 이들이 노력을 기울였다.
위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을 진단하자면 그 위 내부의 상태를 살펴보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을 터였다. 하지만 생물체만큼 그 구조가 완벽한 것도 없어, 살아있는 이상 그 내부를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여겨졌다.
때문에 오랜 세월, 이 숙원은 사람의 정신활동 속에서 묶여 있었다. 다행히도 공상이 영양을 공급하였기에, 이 숙원은 소멸하지 않고 오히려 자라날 수 있었다.
이 아이디어가 세상으로 박차고 나온 것은 한 기술자의 손에 의해서였다.
‘위의 내부를 카메라로 비추어 보는 것은 어떨까?’
광학 공업회사에 근무하던 그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카메라들을 상상에 도입시켜 아이디어를 성장시켰다. 사람의 뱃속을 마음대로 들락날락하는 작은 카메라. 그는 자신의 경험에 공상을 접목하여 인간의 숙원을 풀어내었다.
의학계를 진일보시키는 쾌거였다.
이밖에도 공상은 기술의 한계나 지식의 부족함마저도 메워주는 강점까지 지니고 있다. 중화요리 주방장으로 기계적 지식이 전혀 없었던 사람도 왕성한 공상으로 기계기술에 도전하였다.
그가 도전한 분야는 인력을 절약할 수 있는 자동음식 조리기의 개발. 수시로 이직을 하는 인력을 충당키 위해 그는 자동으로 척척 음식이 조리되는 기계를 떠올렸다.
‘제 스스로 알아서 음식을 익혀주는 기계는 없을까?’
그는 막내아들이 즐겨보는 만화를 슬쩍 훔쳐보고는 만두가 익을 때까지 뒤집는 로봇을 공상하였다. 불평이나 휴식도 없이 꾸준히 일만하는 기계. 그의 머리 속에 그려지는 광경은 생각만 해도 즐거운 부분이었다. 일에 대한 불편도 이 공상으로 메워지는 듯했다.
공상의 횟수가 많아지고 심도가 깊어지면 구체화 되는 법. 처음엔 장난기어린, 다소 불평 섞인 발상에서 시작된 것이 횟수를 거듭할수록 현실성을 띠게 되었다. 만능 로봇에서, 요리하는 로봇으로, 이어서 다시 자동 요리 시스템으로 그리고 다시 발전하여 군만두 자동 요리기구가 탄생하였다.
냉동된 만두를 적당히 녹인 다음, 노릇노릇하게 골고루 구워지는 일까지 혼자 해내는 군만두 전용 팬. 요리가 끝나면 부자가 울려 요리사의 주위를 환기시키는 것도 놓치지 않는다. 가장 귀찮고 까다로운 만두 굽기 작업이 간단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기계 하나가 3인분의 역할을 해낼 뿐 아니라, 전혀 경험이 없는 사람까지도 멋진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군만두 전용 팬도 당당한 발명품. 풍부한 공상으로 그 요리사도 발명가라는 또 하나의 직업을 얻게 되었다.
공상은 가능성이며, 활기찬 출발점이다.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윤활유이며, 삶의 활력이다. 인간이 가진 진정한 힘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 인간을 최강의 생물로 자리매김 시키는 활력의 바이러스. 함께 하면 항상 힘이 되는 즐거운 친구처럼, 공상은 인간을 즐겁고 희망에 차게 하는 즐거운 매개체이다. 미리부터 스스로의 한계를 정하고 안주하기보다, 공상을 자극하여 새로운 발판으로 삼아보자. 발명의 시작은 공상에서부터 비롯된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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