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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에 맞는 목표
성공의 승패를 가르는 요건은 무엇인가? 학력 아니면 재력? 그도 아니면 타고난 운?
운도 좋고 학력도 필요하고 재력도 뒤따라야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 이점에 대해선 소위 ‘성공인’이라 불리는 사람이라면 모두 이의 없이 받아들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목표가 있어야 계획이 있는 법이고, 계획이 있어야 일이 진행됨은 만천하가 다 아는 명백한 사실이니까.
그러나 모든 목표가 다 실효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무작정 감정에 치우쳐 세운 목표는 없느니만 못하다. 화면 속에서 펼쳐지는 우주선 발사의 장엄한 광경에 반해서, 혹은 지면을 장식하는 연구소의 업적에 자극받아 무심코 세우는 목표들.
‘차세대 우주선을 발명해야겠다.’
‘인공구름 제조기? 전망이 밝군. 한 번 도전해볼까?’
자신이 가진 밥그릇의 크기도 모르고 무턱대고 덤벼드는 것은 스스로 실패를 불러들이는 어리석은 행위이다.
우주선에 대해, 기본적 원리도 모르는 처지에 그 복잡한 구조를 정복하겠다고 서두르는 사람이나, 공학적 기초지식이 없는 사람이 발명이란 거대한 분야에 덤비는 행위는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짖어대는 바와 다를 바 없다.
특히 처음 발명의 세계에 뛰어드는 사람이라면, 목표를 세우는 데 있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치밀해야 함은 물론이고, 자신이 가진 능력, 사회적 조류, 기술의 수준, 관련분야기술의 수준까지 모두 고려한 후에 목표 성립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중 더더욱 중요한 것은 자신의 능력을 점검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가 철저히 이루어져야만 목표도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기 손을 뻗어 닿는 나뭇가지의 감이 내입에 들어올 수 있듯이, 자신이 오랜 세월 닦아온 노하우야말로 성공으로 가는 디딤돌이 되는 것이다.
좋은 예로 고무장화에 대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있다. 고무장화라는 아주 단순한 물건 하나에도 도전자의 위치와 능력에 의해 제각기 다른 목표가 생길 수 있다. 생선가게 아저씨와 포경선에서 일하는 어부 등 제각기 필요로 하는 부분에 따라 아주 성격이 다른 고무장화가 탄생하는 것이다.
생선가게를 경영하는 ㅋ씨는 주로 얼음을 다루는 작업을 한다. 긴 장화를 신고 얼음 위를 걸어 다니며 열심히 일하는데, 발가락 사이사이에 대책 없이 번지는 무좀이 아주 골치 거리였다.
차가운 얼음이 내뿜어내는 냉기로 장화의 바깥 온도와 장화 안의 온기 차이에 의해 장화 안에는 항상 습기가 축축하게 베어 있었다. 그 덕분에 발가락 사이에는 항상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이 탓에 지긋지긋한 무좀이 찰거머리처럼 붙어버린 것이다.
ㅋ씨는 참다못해 장화의 개량을 생각했다.
‘장화 안에 베어있는 습기를 없앨 방법은 없을까?’
그때, 그의 뇌리를 스친 것은 건초를 말리는 창고에 나있는 작은 창문.
‘맞아! 공기가 통하는 장치를 해두면 습기가 마를 거야. 창고에 창문이 있는 것처럼.’
이 힌트를 놓치지 않고, 그는 고무장화의 앞뒤에 통기구멍 장치를 하였다. 이 개량 장화의 효과는 그가 기대했던 그 이상. 그는 뽀송뽀송한 고무장화를 갖게 되었음은 물론이고, 이 작품을 상품화하여 경제적 이익도 보았다.
또 한사람 ㄱ씨는 포경선을 타는 어부였다. 그의 골치 거리는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긴 장화. 쉴 새 없이 바닷물과 접해야하는 작업의 성격상, 그에게 긴 장화는 필수품이었다. 여차하면 짠물에 목욕을 해야 할 판이었으니.
그런데 이 장화는 움직이기에 너무 불편했다. 뻣뻣한 고무로 만든 장화이니 무릎을 굽히기 힘들어,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몸을 움직일 때마다 짜증이 날 정도였다.
ㄱ씨가 필요한 것은 무릎이 자유자재로 구부러지는 고무장화. 그는 작업을 하는 틈틈이 장화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곤 했다.
이렇게 장화와 씨름하기를 십여 일. 그는 마침내 무릎부분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고무장화를 개발했다. 새로운 고무장화의 원리는 간단하다. 장화의 무릎부분에 아코디언처럼 주름이 잡혀있어, 관절부분에 여유가 많은 것이다.
어찌 보면 아주 하찮은 아이디어이지만, 불편을 느껴오던 ㄱ씨로서는 둘도 없는 보물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이 자유로운 고무장화로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을 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또한 이 특수 장화는 ㄱ씨뿐 아니라, 어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애용되며 더할 나위 없는 편리를 제공하고 있다.
장화에 관한 이야기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ㅅ씨는 고무장화의 뒤축이 빨리 닿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이에 매달렸다.
그가 만든 작품은 뒤축에 쇠장식이 있는 것. 이 아이디어 또한 앞의 것과 마찬가지로 실용화되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이렇듯 장화라는 한 가지 물건에도 다양한 목표가 세워질 수 있다. 무릎이 구부러지는 장화, 공기가 잘 통하는 장화, 튼튼한 장화 등 생활에서 느끼는 단편적인 불편이 구체적인 목표가 되어, 아이디어의 길잡이가 되는 것이다.
그저 무턱대고 ‘좋은 장화를 만들자’라고 뭉툭한 목표를 세웠다면 ㅋ씨의 장화, ㄱ씨의 주름장화 등의 구체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공기를 잘 통하게’ ‘쉽게 움직이도록’이라는 목표가 있었기에 작업 진행이 빠르게 이루어진 것이다.
또한 주인공들의 분수에 가장 적절한 부분이었기에 더욱 빠른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항상 장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이기에, 장화의 장단점을 알 수 있었고, 이에 대한 개량 기술도 특별한 것이 아니기에 수월히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고, 모든 일은 마음먹기 나름이라지만, 도끼가 없이는 나무에 흠집조차 낼 수 없고 마음을 백 번 먹으면 한 번은 몸으로 움직여야 일이 이루어지는 법이다. 모든 것은 일방통행이 될 수 없다.
하겠다는 마음만 가지고 되는 일은 없다. 적어도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기본적 소양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분수에 맞는 목표를 세워야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자신의 분수와 처지에 맞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도전하자. 그 효과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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