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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의 추구
과욕은 결국 파멸을 부른다고 하던가? 맛있는 음식을 지나치게 먹으면, 치명적인 비만을 초래하고, 재물에 비이상적인 집착을 보이면 결국 사회와 격리되어 수감 생활을 하기 쉽다.
지나친 것치고 끝이 좋은 경우가 없는 것이다. 단 한 경우만 제외하고.
단 하나의 예외는 편리에 대한 추구이다. 발명에 있어 편리 추구는 끝이 있을 수 없다.
‘편리하게 할 수 없을까?’
‘불편한 점을 고칠 수 없을까?
발명의 시발점은 뭐니 해도 편리의 추구. 시도 때도 없이 발동하는 편리에의 집요함이야말로 발명의 원동력이다.
편리를 시도하는 개혁에는 성역이란 있을 수 없다. 한 가지도 빼놓을 것이 없고, 필요치 않은 부분이 없다. 아무리 작고 하찮은 것이라도 모두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을 한 예로 들어보자.
비가 오면 몸이 젖는다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우산. 비가 오면 가까운 동굴을 찾거나, 커다란 잎을 따서 비를 가리던 원시 사회의 경우를 생각하면 아주 귀중한 발명품임에 틀림없다. 비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기능만 탁월하면 되니, 더 이상의 바랄 것도 없는 완벽한 것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도 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인간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비가 억세게 쏟아지는 날이라도 우산만 받쳐 들면, 뽀송뽀송한 채로 비의 낭만을 읊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욕심 맞게도 새로운 편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도대체 무얼 바란 것일까?
갈대 잎을 엮어 만든 도롱이에서 벗어나 대나무와 기름종이로 만든 우산을 처음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새로운 것이 가져오는 편리함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그러나 그도 잠깐. 불편은 편리를 누르는 듯, 사람들은 종이우산의 편리함을 깡그리 잊은 채 불만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아아, 안 되겠어. 종이우산은 너무 수명이 짧아. 대나무 살이 부러져버리니 쓸 수가 있어야지.’
대나무와 기름종이로 만든 우산을 보며 사람들은 얼굴을 찌푸린다. 차라리 비를 맞겠다고 결의라도 하는 듯, 작은 편리함에 만족할 수 없다는 의견이 팽배해진다. 좀더 편리한 우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결국 비닐을 이용한 우산을 거쳐 방수처리를 한 천을 이용한 우산이 선을 보이게 되었다.
‘흐음, 잘 찢어지지도 않고 튼튼하군. 쓸만해.’
불편을 해소한 사람들은 처음 우산이 나타났을 무렵처럼 잠시 잠잠하였다. 하지만 비단옷을 가지면, 비단 신발이 갖고 싶은 법. 더 좋은 우산이 없겠냐는 아우성과 함께, 의문과 불만이 고개를 들었다.
‘다 좋은데 크기가 너무 크단 말이야. 줄일 수 없을까?
들고 다니기 편하게 작게 만들면.’
짐이 많은 학생이나, 만원 전철에 시달리는 회사원들은 불편한 긴 우산에 눈총을 주기 시작했다. 우산을 들고 다니자니, 한 손이 부자유스럽고, 걸핏하면 잊어버리기까지 하니 불평이 없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만원버스에선 사람들 사이에 우산이 끼어, 달랑 손잡이만 남는 불상사가 연출되니 그들의 불평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의 한결같은 소망은 가방에 쏘옥 들어가는 작은 크기의 우산.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 혈안이 되어 있는 이들이 이 불만의 소리를 놓칠 리 만무하다. 눈 깜짝할 새에 삼단 접이 우산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한걸음 더 나아가 자동으로 펼쳐지는 우산까지 개발했다.
자, 이젠 우산의 진보는 끝이 난 것 같다. 생각해보라. 여기서 무슨 불편을 더 찾아낼 것이며, 더 추구할 편리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모든 일은 그 추이를 예측할 수 없는 것. 이 완벽해 보이는 제품에도 더 개선할 여지가 남아 있다. 마치 미분을 하듯.
‘난 성질이 급해서 우산을 차근차근 접을 수가 없다고. 그냥 확 털면 모양이 잡히는 우산을 없을까?’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문간에 서서 우산을 접던 이가 낯을 찡그린다. 제대로 모양을 잡으려면 우산의 날개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펴주어야 하는데, 그러자니 좀이 쑤신다. 결국 그는 되는대로 우산을 둘둘 말아 쿡 쳐 박는다. 그 모양이라니. 엉클어진 배추 단 모양 배가 불룩 나온 우산의 꼴에, 그의 인상까지 구겨지는 듯 하다.
이것이 바로 ‘더 편리’의 여지. 이 성급한 사람을 위해, 우산에 퍼머넌트 즉 영구주름을 잡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우산으로선 또 한번의 변신을 한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삼단 자동우산, 완벽한 방수 발수 처리로, 물이 스며들 염려가 없고, 크기가 작아서 숙녀의 핸드백에도 감쪽같이 들어간다. 그뿐만이 아니다. 버튼 하나로 활짝 펴지기도 하고, 일일이 손가락으로 천을 끄집어내 모양을 잡을 필요도 없다. 초기의 우산에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발전이다.
이것은 모두 ‘더 편리하게, 덜 불편하게’를 끊임없이 외쳐온 결과이다. 이 조바심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커다란 나뭇잎을 머리 위에 얹고 다녔을지도 모를 일이다.
편리함에 대한 추구는 인간에게만 허락된 욕심이다. 이것을 적절히 이용할 때, 인간의 발전이 보장받는다. 어쩌면 판도라의 상자에서 뛰쳐나간 온갖 것들 중 유일하게 쓸모 있는 것이 이 편리에 대한 욕심일지도.
귀를 기울여보자. 눈을 크게 떠보자. 초감각의 인조인간처럼, 우리의 감각을 곤두세워보자. 사방에서 개선을 요구하는 아우성이 울려올 것이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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