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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의 소중함
“한 시간에 백만 원짜리 아르바이트가 있는데 너 한번 해볼래?”
“뭔데?”
“인천공항에서 채용하는 건데 만만한 일이 아니야. 굉장히 힘든 일인데 하겠니?”
“힘 좀 드는 게 대수냐? 안 그래도 아르바이트비가 시시껄렁했는데 잘됐다. 한 번 하고 한 삼일 푹 쉬지 뭐”
“그래. 네가 정 그렇다면 소개해주지. 일은 간단해. LA발 첫 비행기가 뜰 때가지 뒤에서 힘껏 밀어주기만 하면 되거든.”
“뭐?”
한탕주의. 굵고 짧게 살겠다는 인생론이 어쩌다 그리 변절했는지, 한 번에 큰 것을 노리겠다는 위대한 생각들이 늘고 있다.
“박리다매? 그런 미련한 짓을 뭐 하러하나? 하나를 팔더라도 이윤이 크게 남는 것을 택해야지. 코흘리개가 내놓은 백 원짜리 동전 모아서 어느 새 부자가 되겠어?”
어느 면에선 일리가 있는 생각이기도 하다. 한 걸음에 일 미터씩 걷는 황새를 뱁새가 따라가려면, 비디오를 초고속으로 돌리듯 종종 걸음을 쳐야할 테니 말이다. 이런 이론으로 국가에서도 선진 기술 개발 및 중화학 부분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 아닌가?
그러나 큰 떡을 급하게 먹으면 체하는 법. 일정한 수준에 오르지 못한 사람이 성급하게 큰일에 매달리다간 본전도 못 찾고 폭삭 망하기 딱 알맞다. 큰 성공을 꿈꾸다가 오히려 더욱 큰 실패의 구렁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일단은 작게 얻으려는 자세로 시작하라. 그렇다고 꿈마저 작게 가지라는 것은 아니다. 꿈은 원대하게 갖되, 무리는 하지 말라는 것이다.
처음 발명에 뛰어드는 사람은 위대한 발명가들의 업적에 홀려서, 혹은 쓸데없는 자만감에 사로잡혀 큰일을 저지르고 만다. 그것은 구매자의 구매욕구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부족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착오이다.
구매자는 상품의 규모가 크면, 대개 구입을 망설인다. 큰 상품의 경우 보통 가격이 비싸고 취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당연히 상품의 순환이 더디고, 성공의 확률이 낮아진다.
이런 소비자의 성향을 분석하여 이용한다면 작은 규모의 상품 개발이 더욱 유리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더구나 작은 것을 노리는 사람이 적으니, 그만큼 개발의 구역이 넓고 경쟁도 훨씬 수월하다. 그야말로 초보자에겐 안성맞춤인 것이다.
소규모 상품 개발은 그 이점만큼이나 그 응용 분야가 다양하고 변화무쌍하다. 큰 것을 작게 하거나, 세트 상품을 나누어서 작은 단위로 파는 것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그림물감이나 크레파스 등은 세트로 판매하는 것이 당연시 되어 있다. 커다란 케이스에 귤색, 하늘색, 금색 등 갖가지 이름을 붙인 크레파스가 빼곡히 차있다. 싫든 좋든 소비자는 24개 혹은 12개 단위로 물건을 구입해야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아이가 특별히 초록색을 좋아해서, 초록색 크레파스가 금방 동이라도 나면 참으로 난처하게 된다. 모자라는 몇 가지 색을 위해 한 세트를 새로 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꼭 필요한 색을 안 쓰고 넘어갈 수도 없는 일이다.
해결 방법은 하나. 낱개 상품을 만드는 일이다. 파랑이나 빨강, 노랑 등의 가장 쓰임새가 많은 색을 중심으로 낱개 판매를 한다면, 앞서 말한 고충은 말끔히 사라진다. 그뿐 아니라 아동 교육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외국에선 벌써 오래전에 상품화되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소형으로 포장되어 여행지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화장지나, 앨범, 파일 등의 속지 판매 등도 있다. 또한 지금은 쉽게 찾아 볼 수는 없지만, 포장마차에서 한 잔씩 팔던 소주나, 몇 개비씩 뜯어서 팔던 개피 담배, 한 개씩 판매하던 사탕들이 어려운 시절을 지탱하던 소규모 상품이었다. 지금은 너무나 생활이 풍족해서 소규모로 포장된 상품을 찾는 추세로 상황이 바뀌었지만, 어쨌건 작은 것을 생각한다는 것은 여전히 쓸모 있는 일인 듯 하다.
먹는 음식에도 소규모 상품 응용은 가능하다. 판으로 파는 피자를 여러 조각으로 등분하여 파는 피자는 간단한 것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생수도 작은 병에 담아 간편하게 가방에 넣을 수 있도록 하여 매출을 늘리고, 채소도 판매 단위가 킬로그램에서 그램으로 바뀌면서 소량으로 거래된다. 합리적인 것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성향에 발맞춘 멋진 아이디어 상품들이다.
분할 판매의 바람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중년의 사나이를 울리는 탈모증, 일명 대머리. 이 고민거리의 유일한 대책인 가발에도 분할 판매는 척척 맞아 떨어진다.
대부분의 탈모증은 부분적이다. 소위 속 알머리가 비었다고 일컬어지는 중앙 탈모증, 주변머리가 사라지는 형, 혹은 스트레스에서 오는 원형 탈모증 등, 전체 가발은 쓰기엔 남아있는 머리카락이 너무 안쓰러운 경우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때 요긴하게 쓰이는 것이 바로 부분 가발.
핀 등에 인조 머리카락을 부착해서 자신의 머리카락에 살짝 꽂아주는 것만으로 만점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조 머리카락을 내 머리카락인 듯 자연스럽게 빗어서 위장시키기만 하면 대머리는 없어지고 근사한 신사가 등장하는 것이다. 가격은 물론 전체 가발에 비하면 병아리 눈물 같은 수준이고, 전체 가발을 쓸 때 느끼는 답답함도 없으니 일석이조, 꿩 먹고 알 먹는 격이 아닐 수 없다.
작은 상품을 쩨쩨하다고 생각하는 이는 그 생각이 쩨쩨한 사람이 분명하다.
우리의 영원한 라이벌이자 이웃인 일본이 어떻게 돈을 벌었는가를 생각할 때, 작은 상품의 개발이 결코 시시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론 작은 것이 더 가치 있는 법이다.
자, 선택하라. 커다란 솜뭉치와 작은 금덩이. 이 중에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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