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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스토밍과 발명
눈감으면 코 베어갈 세상이라더니, 꼭 오늘의 현대사회를 두고 하는 말 같다. 너무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 잠시라도 정신을 놓으면 그 변화에 적응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기업경영에 있어선, 그 변화의 바람은 더욱 거세다.
‘십여 년 전만해도 냉장고를 하나 개발하면 족히 오년은 버텼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자고 깨면 신제품개발을 생각해야 합니다. 자칫 쳐지면 도태되는 건 일순간이죠.’
한 시간이 다르게 변하는 컴퓨터 산업은 물론이고, 비교적 순환기간이 긴 자동차 기계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라 한다. 무한 경쟁 시대인 것이다.
이런 사정이니 기업들의 경영방식이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구태의연한 자세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이른바 아이디어 회의라 불리는 모임이 하루에도 수차례씩 열리는가하면, 많은 기업에서 아이디어 개발 전담반까지 만들어 놓았다 한다. 이밖에도 주부 모니터 제도나 사원 제안 창구, 아이디어 개발 교육 프로그램 등 천태만상의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다. 한 술 더 떠서 기업간의 아이디어 빼내기 작전, 소위 산업 스파이 전쟁도 심심찮게 일어난다고 한다.
이렇게 수많은 방법 중, 가장 대중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아이디어 회의이다. 경제적이면서도 활용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효과적인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회의 진행방식이 중요하다. 여타의 회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려 한다면, 오히려 구성원들의 창의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
아이디어 회의를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환영받고 있는 것이 바로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이다. 이것은 일종의 아이디어 창출 법으로, 집단의 효과를 최대한으로 살리고 각 아이디어를 서로 연관시키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알려져 있다.
고안자는 알렉스 F, 오스본으로, 그는 1941년 광고 관계의 아이디어를 내기위한 방편으로 이 방법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브레인스토밍은 인간이 가진 상상력을 최대한 자극하는 방법입니다. 획일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적 상상의 세계에 들어서면 창조적 아이디어가 나오게 되죠.’
오스본의 설명대로 브레인스토밍은 여러 분야에서 높은 효과를 내었다.
브레인스토밍은 대체로 네 가지의 중요 규칙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첫째, 회의에서 나온 의견들에 대한 비판은 절대 금한다. 이는 구성원의 심리적인 자유를 보장하고, 감정과 편견의 철저한 배제를 위한 것이다.
인간은 모두 청개구리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자리에서조차, 자신의 의견에 대치되는 상황이 형성되면 완고하게 변해버리는 것이다. 감정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부분이 그대로 드러나 버린다. 이런 상황이 되면, 아이디어 창출은 물론이고, 회의 자체를 더 이상 운영할 수 없게 된다.
브레인스토밍은 한 가지 현상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가 아니라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자리이므로, 자유로운 의사계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비판의 강력한 제제가 필요한 것이다.
둘째, 의견제시나 회의 진행에 일정한 형식을 고집하지 말고, 자유분방한 자세를 갖도록 유도한다. 이것은 심신의 긴장을 풀어 줌으로써, 사회적 개인적 사고의 틀에서 생각을 해방시키기 위한 것이다.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아이디어보다, 약간 엉뚱하고 다소 허무맹랑한 생각을 하도록 이끌어 나간다.
셋째, 되도록 많은 양의 아이디어를 제시하도록 한다.
아이디어의 실용성에 관계없이 많은 양의 아이디어가 나오도록 힘쓴다. 아이디어가 많을수록 실용화 할 수 있는 아이디어의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넷째, 타인의 아이디어를 개선하거나 결합하는 노력을 한다.
의견의 비판은 엄격히 제한하지만,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연관시키는 것은 환영한다. 이 작업 속에서 아이디어가 새로운 것으로 발전 될 수 있다.
브레인스토밍은 이 규칙들을 모두 익힌 후에야 개최가 가능하다. 이 요소 중 한 가지만 소홀히 하여도 효과적인 회의 진행은 기대할 수 없다.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하기에 가장 알맞은 인원은 약 12명 정도이다. 이 중 한 명은 리더가 되고, 또 다른 한 사람은 기록원이 된다. 나머지 열 명이 아이디어를 내는 주 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이 열명의 아이디어맨도 반반의 비율로 나누어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즉, 10명 중 5명은 정식멤버로, 나머지 5명은 초대 손님의 성격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정식멤버에게서는 회의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초대 손님으로부터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기대할 수 있다.
멤버구성이 끝나면, 본격적인 회의에 들어간다. 이때, 자리배치는 ㄷ자형으로 하고, 커다란 명찰을 착용하도록 하여 상호간에 안면을 익히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회의가 시작되면, 무엇보다 리더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리더는 회의의 규칙이나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참가자 전원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인물이어야 한다.
또한 그는 회의 문제를 사전에 검토하여 그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어야한다. 뿐만 아니라, 특성열거법, 결점열거법, 희망점열거법, 체크리스트법 등 과제를 분석 변화시키는 방법도 능숙하게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경우, 리더의 진행에 따라 회의의 승패가 결정된다.
브레인스토밍은 기록원이 기록한 내용을 점검하고, 이를 통해서 아이디어를 얻어내는 작업을 끝으로 마무리 지어진다. 소요되는 시간은 15분에서 한 시간 정도, 주제와 회의 진행에 따라 탄력적이다.
브레인스토밍은 구체적이고 특수한 주제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활용할 수 있다. 가전업체의 새 상품 개발은 물론이고, 창조적 사고능력을 기르기 원하는 개인에게도 유용하다. 또한 획일적이고 암기 위주의 교육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학교 교육에서도 응용해봄직 하다.
인간의 정신활동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광대하나, 우리가 사용하는 부분은 너무나 제한적이다. 아깝게도 많은 것이 사장되는 것이다.
가끔씩 우리의 두뇌를 혹사시켜보자. 폭풍우처럼 아이디어를 마구 쏟아내자. 주어진 것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의무가 우리에겐 있는 것이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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