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하가 저라면?
모 중소기업 CEO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어김없이 ‘귀하가 저라면?’이란 질문을 하여 성공하였다. 참고로 여기에서 ‘귀하’라는 표현은 상대방의 직함에 따라 바뀐다. 즉 필자를 만날 때는 ‘교수님이 저라면?’이라고 한다.
발명은 물론 경영 등 모든 분야에서 풍부한 지식과 지혜를 가진 이 CEO가 왜 그럴까 궁금해서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시대 따라 해마다 계절 따라 매월 매주 매일 매시간 변화하는 것이 발명과 경영이고, 따라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내용을 찾아서 발명과 경영에 반영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충분히 예상했던 대답이기는 했지만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긴 시간 동안 질문을 주고받은 적이 있었다.
이 CEO가 이런 질문을 하기 시작한 것은 37년 전이다. 젊은 패기 하나로 창업을 했다가 번번이 실패하자 우연히 지인들에게 ‘귀하가 저라면?’이라는 질문을 했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때부터 어떤 일이든 가까운 지인들의 의견을 들어 참고하기로 했다.
다시 시작한 제조업도 창업 전 가까운 지인들에게 ‘귀하가 저라면?’이라는 질문을 통해 얻은 지식과 지혜를 참고하여 스스로 발명을 하고 특허를 받은 다음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크게 성공했다. 주로 질문을 한 사람은 가족과 선후배는 물론 가까운 지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었는데 처음에는 어색해하고 머뭇거렸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었고 그 일부는 만날 일이 있으면 스스로 알아서 ‘저라면 이렇게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준비해 오기까지 했다.
사원들을 대상으로는 ‘귀하가 사장이라면?’이라는 주제의 아이디어를 모집하기도 했는데 경영 전반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응모되어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 일종의 제안제도인 것이다.
이 CEO는 경영 전반에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습득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귀하가 저라면?’이라는 자문도 받고 있다. 필자는 발명과 특허 분야의 자문을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전화 또는 방문을 통해 질문을 시작했으나 회사 규모가 커지고 발전하면서 초청 자문을 하고 있다.
회사 규모가 작을 때는 자문료를 지급할 형편이 못되어 전화 및 방문을 통해 ‘귀하가 저라면?’이라는 성격의 질문과 상담을 했으나 회사 규모가 커지고 발전하면서 그동안 전화로 자문을 해준 전문가들을 회사로 초청하여 회사의 경영 및 생산 등 모든 과정을 설명보고 ‘귀하가 저라면?’이라는 자문을 받은 다음 자문료도 지급하고 있다.
‘귀하가 저라면?’이라는 질문의 대상은 계속 넓어졌다. 대리점 사장은 물론 수출 대상국 기업의 CEO 및 담당 직원에게도 ‘귀하가 저라면?’이라는 질문을 빠뜨리지 않는다.
대리점 사장에게는 소비자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이고, 수출 대상국 기업의 CEO 및 담당 직원에게는 가능하다면 해당 국가의 전통과 소비문화에 맞게 맞춤 생산을 하여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30여 년 전부터는 국내외에서 개최되는 각종 전시회에 출품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그때마다 자신이 직접 전시 부스에서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방문기념품을 주고 제품을 설명하면서 ‘고객님이 저라면 이 제품은 어디를 어떻게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시회 출품 전시 CEO들이 자사 제품을 널리 알려 판매 및 수출증대를 위한 것이 목적인 데 비해 이 CEO는 자사 제품에 대한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한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어쩌면 이 순간도 누군가에게 ‘귀하가 저라면?’이란 질문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이 CEO를 필자도 가까운 날에 만나‘사장님이 저라면?’이라는 질문을 하고 싶다. 필자가 존경하는 CEO 중의 한 분으로 배울 것이 많기 때문이다.
왕연중(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前 유원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
왕연중의 발명칼럼
Designed by DOW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