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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가의 운명까지 바꾼 특허출원
발명의 완성은 출원이라는 것은 필자의 경우 약방의 감초처럼 주장해 왔다. 엄청나게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여 뛰어난 발명을 했다 할지라도 또 다른 발명가 또는 법인이 동일한 발명을 하여 하루라도 빨리 출원해버리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례는 예나 지금이나 수없이 많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엘리사 글레인과 알렉산더 그레헴 벨의 전화기 특허출원 사례로 벨은 글레인보다 단 한 시간이 빨랐기 때문에 전화기의 발명가로 명성을 날리게 되었다.
1876년 2월 15일 벨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특허출원을 접수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글레인이 서류를 접수시킨 것도 바로 그날이었다. 벨은 오후 1시경, 글레인은 이보다 약 한 시간이 늦은 2시경이었다.
세상은 이 둘을 공공연히 비교하며 누가 먼저 특허권을 따낼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두 발명가 사이에도 미묘한 경쟁심리가 작용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먼저 출원한 사람에게 모든 권리가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팽팽한 싸움은 결국 벨의 승리로 끝나게 되었다. 두 사안을 검토한 결과 기술적 차이는 거의 없었으므로 특허출원 접수 시간이 빠른 벨에게 특허권이 돌아간 것이다.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천신만고 끝에 발명에 성공한 글레인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불과 한 시간이 발명가의 운명을 바꿔 놓은 것이다.
발명가뿐만이 아니다. 한 국가의 체면을 살리고 구기는 것도 단 하루의 차이로 결정되었다.
19세기 후반, 영국과 독일의 치열한 합성염료 전쟁이 그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영국의 합성염료 개발소식을 전해 들은 독일 측이 서둘러 특허출원을 하여 겨우 하루 차이로 영국을 따돌린 것이다. 당시 세계 제일의 부강 국임을 자랑하던 영국의 콧대가 후진 낙농 국이던 독일에 의해 꺾인 것이다.
무선통신기술도 특허출원으로 최초의 발명가 바뀌는 이변이 발생했다. 무선통신기술의 발명가 하면 십중팔구는 굴리엘모 마르코니를 뽑는다. 그렇다면 십중일이는 누구를 무선통신기술의 발명가로 뽑을까? 니콜라 테슬러를 뽑는다.
십중일이가 테슬러를 뽑는 근거는 무엇인가. 마르코니가 죽은 후 1943년 미국 대법원이 무선통신기술의 최초 발명가를 마르코니가 아닌 테슬러로 공식 인정하는 판결을 했기 때문이다.
이 판결의 근거는 간단했다. 테슬러는 1893년 미국에서 무선통신기술 발명 및 실험에 성공했다. 마르코니가 이탈리아 자택에서 발명 및 실험에 성공한 것보다 2년이나 앞선 것이었다. 그런데 마르코니가 발명한 무선통신기술은 테슬러가 발명한 무선통신기술과 핵심적인 기술 면에서 동일했던 것이다.
테슬러와 마르코니의 발명과정은 출원 출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우쳐주고 있다.
테슬러는 마르코니보다 먼저 무선통신기술을 발명했음에도 발명자로 인정받지 못하였으며 그로 인한 수익도 얻지 못했다. 당시 테슬러는 전기회사의 대표로서 교류시스템과 X선 등 많은 발명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특히 전기분야에서 교류시스템을 발명한 후 직류시스템을 고집하는 에디슨과 ‘전류전쟁’이라고 불리는 사업상 분쟁을 진행 중이었다. 그래서 무선통신기술을 가장 먼저 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기술적 및 실용적으로 실현하는데 힘을 쏟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실험실에 불이 나 연구재료들을 잃어버리는 불운이 겹치기도 했다.
반면에 마르코니는 오로지 무선통신기술 발명에만 집중했다. 고국에서 특허를 받지 못하자 영국까지 건너가 특허를 받는 적극성을 보였다. 마르코니의 전기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했고 마르코니는 무선통신기술에 대한 업적으로 노벨상도 받았다. 노벨상 수상 후에는 고국인 이탈리아에서 인정을 받아 원로원 의원이 되고 후작 작위를 얻는 등 명예와 부를 누렸다.
동일한 발명을 2년이나 먼저 했음에도 테슬러는 업적만큼의 인정을 받지 못했고 노년에 빈곤에 시달리기도 했다. 최초의 무선통신기술 발명가로 인정받은 것도 죽은 후였다.
사실 테슬러와 마르코니는 역사를 바꿔 놓은 위대한 발명가였다. 동일한 발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특허출원이 운명을 바꿔 놓은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무엇을 명심해야 하는가. 발명의 완성은 특허출원인 만큼 발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둘러 특허출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왕연중(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前유원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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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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