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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30대 CEO의 경영전략
20여 개의 식탁이 있는 어느 식당의 CEO는 30 중반이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입이 닳도록 CEO를 칭찬하며 이 식당을 가보자고 해서 따라왔다. 겉모습은 평범한 식당이었다. 가격도 1인분이 8,000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었다. 내부가 깨끗하고 종업원들이 친절한 것은 당연한 것인데 지인은 이것부터 칭찬을 시작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오전 11시 30분인데 식당 안은 손님들로 꽉 차 있었고, 더위 속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번호표를 나눠주며 식당 옆 별실로 안내했다. 별실 또한 깨끗했다. 식당으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데 허가를 받지 않아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준법정신이 대단했다.
30분쯤 자나 우리 순서가 되어 식당으로 안내되었다. 이때까지도 지인이 왜 이 식당 CEO를 칭찬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놀랄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식탁에는 깨끗한 종이가 깔려있었고 그 위에는 깨끗하게 포장된 물수건-물컵-수저-젓가락이 놓여있었다. 별실에서 이미 음식을 주문한 관계로 음식도 바로 나왔다. 반찬은 미리 준비한 것과 주문과 동시에 조리한 것 등으로 깔끔하기 이를 데 없고 맛 또한 좋았다. 종업원의 설명에 따르면 CEO는 새벽마다 가락시장을 찾아가 가장 싱싱한 재료를 구매해 오고 고춧가루 등 양념도 모두 국내산이다.
특히 CEO는 각종 반찬의 조리방법을 스스로 연구하여 그 맛을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으며 틈만 나면 양념의 종류와 비율을 바꿔 가며 연구한다. 따라서 모든 음식이 특허를 내도 손색이 없다. 발명가로도 손색이 없다.
CEO가 하는 일은 주방장이다. 손님들이 주문한 음식과 반찬을 가족의 식사를 조리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준비한다. 단골손님의 경우는 식성까지 파악하고 입맛에 맞게 조리한다.
식사를 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종업원들의 표정이 무척 밝았다. 서비스도 빈틈이 없었다. 지금도 손님이 적지 않지만 코로나 19 발병 이전에는 하루종일 문전성시였다. 따라서 종업원의 감원이 불가피했으나 단 한 명도 감원하지 않았다. 가족처럼 함께 일해온 종업원을 수익이 줄었다고 감원할 수 없었다. 그래도 적자는 나지 않았다. 이쯤 되니 종업원들은 종업원이 아니라 CEO라는 정신으로 열심히 일했고 그 결과 단골손님이 늘고 있다.
종업원들도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CEO를 친동생처럼 생각하고 CEO의 지시가 없어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한다. 손님들이 밀물처럼 밀려 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종업원들의 식사를 CEO가 준비한다. 식사가 끝나면 차도 준비한다. 종업원들이 미안해하면 자신이 가장 젊어서 하는 일이라며 웃어넘긴다. 자신이 고마우면 손님들에게 보답하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젊은 CEO는 왜 이처럼 멋진 일만 할까? 오래전에 지인이 물었더니 경영을 공부하고 있다며 자신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식당의 CEO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 CEO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이론이 아닌 실무를 공부하기 위해 식당을 개업했다.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지만 종업원과 손님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루하루가 즐겁다.
필자는 이 젊은 CEO의 꿈이 이루어지는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왕연중(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前유원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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