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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의 달 특집
우리의 역사는 곧 발명특허의 역사다
1. 선조들의 발명활동도 활발했다
1)인류문명은 발명과 함께 발전해 왔다
인류문명은 발명과 함께 발전해왔습니다. 새로운 발명이 산업과 사람들의 생활에 영향을 끼쳤고 변화를 이끌어왔던 것이다.
인류 최초의 발명의 불의 발명이다. 정확히 말하면 불을 피우는 방법, 즉 인공 발화법의 발명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사용된 인공 발화 법은 마른 나무에 나뭇가지 등을 마찰시켜 불씨를 얻는 방법이었다.
인공 발화법의 발명은 인류의 생활을 불 중심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구운 음식을 먹기 시작했고, 불씨를 보존하기 위해 정착생활을 하면서 농경사회로 변해갔다. 경작을 위한 관개 시설의 건설을 위해 사람들이 모이면서 도시국가가 나타났고 역사가 시작됐다. 따라서 인공 발화 법은 인류 최초의 발명이자 인류 문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인간은 자신이 만든 도구를 이용해 자연에 대항함으로써 생존력을 높이고, 자연을 이용해 생활을 개선해 나감으로써 ‘문명’을 창조해내기 시작했다. 발명의 사슬을 통해 새로운 도구를 끊임없이 만들어 낸 인간은 이내 모든 분야로 발명을 확산시킴으로써 ‘발명의 그물’을 창출해 완전히 새로운 생활을 하게 됐다.
한발 더 나아가 문자를 발명해낸 인간은 그동안 축적된 지식을 다음 세대에게 고스란히 물려 줄 수 있게 됨으로써 발전에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전승과 보존을 실현하게 된 인간은 거칠 것 없이 달려 나가 완전히 문명화된 인간으로 탈바꿈했다. 하나에 하나를 덧붙이는 발명의 축적이 거대한 문명의 탑을 만들어 낸 것이다.
초기의 고대국가, 다시 말해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여러 문명에서는 토지측량을 위해 매우 기초적인 기하학을 연구했다. 하지만 이런 연구가 기술적 진보에는 크게 적용되지는 못했다. 바퀴와 같은 이 시기의 발명은 대부분 경험과 우연에 의존한 것이었다.
기원전 3세기경, 헬레니즘 시대에 이르러 알렉산드리아를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와 발명이 이뤄졌다. 이전에는 개별적이고 경험 중심적이었던 기술이 학문으로써 인식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였다. 이 시기에는 기초적인 기계에 대한 발명이 많이 이뤄졌는데 피스톤, 수차, 기어와 기초적인 연동체 등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로마가 멸망한 이후 14세기까지는 암흑기라 할 정도로 자연과학과 기술의 학문적 연구가 침체 상태에 빠졌다. 이런 과학적 암흑기에도 발명은 꾸준히 이뤄졌다. 중세 유럽의 장인들이 오랜 시간 하나의 기술에 종사하면서 불편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장치를 고안했고, 자신만의 기술을 발명해 다른 상인들과는 차별된 제품을 만들고자 했다.
이러한 장인문화 속에서 15세기에 이르러 최초로 특허 개념이 등장했다. 유리세공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장인들 간의 기술유출을 금지했고, 이를 베니스시 정부에서 제도적으로 보장함에 따라 기술적 사상의 독점적 권리 보장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인 1474년에 제정된 이탈리아의 베니스 특허법(Venetian Patent Law)이 그것이었다.
이 법은 이미 오늘날의 특허가 설정하고자 했던 원칙, 다시 말해 실용성이나 신규성 요건, 존속기간 등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베니스 특허법은 1550년까지 75년간 존속하며 약 100여 건의 출원을 받았다. 천문학자인 갈릴레이도 1594년 ‘양수· 개관용 장치’를 출원해 특허등록을 받기도 했다.
중세의 가장 중요한 발명은 화약과 나침반이라 할 수 있다. 화약은 1000년경 중국에서 불로장생약을 찾기 위한 노력에서 우연히 발명됐다. 13세기에는 유럽에서도 발명돼 대포와 총의 발명으로까지 이어져 무기체계를 바꾸어놓았다. 자철석을 이용한 나침반도 중국에서 12세기 초에 발명된 뒤 유럽으로 넘어가 대항해 시대를 여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중세 말기 전제군주들의 과학자들에 대한 지원은 과학과 기술에 큰 발전을 가져오게 했다. 미지의 영역이 넓었던 만큼 새로운 자연법칙의 발견은 곧 새로운 발명으로서 응용으로 연결됐다. 그래서 과학자들에 의해 자연법칙의 발견과 발명이 동시에 이뤄졌다.
과학이 빠르게 진보하면서 18세기 말에 들어서는 산업혁명과 함께 발명의 고도성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이에 따라 새로운 창안에 대한 법적인 보호가 요구됐다. 산업혁명이 가장 먼저 일어난 영국에서는 1623년 최초의 성문화된 특허법인 전매조례(Statute of Monopolies)가 제정됐다. 영국 국왕은 공업을 진흥시킬 목적으로 일부 개인에게 특권의 표시로 특허장을 부여했다. 그런데 국왕에 의한 특허 부여가 점차 남용돼 이와 관련된 민원이 다수 제기되면서 결국 전매조례를 제정한 것이다. 이 법은 새로운 발명에 대한 특허를 제외하고 독점을 금지한다는 점에서 근대 특허법의 기초가 됐다. 뿐만 아니라 사실상 산업재산권의 보호에 관한 최초의 법령으로서 많은 나라가 이를 본받아 나름대로의 특허법을 만들게 됐다.
뒤늦게 산업화가 이뤄진 미국과 프랑스는 18세기 말에 특허법을 제정했다. 프랑스에서도 영국처럼 국왕의 전제시대에는 특권이 함부로 주어졌기 때문에 많은 문제가 생겼다. 이 때문에 특허에 관한 기본이 되는 규정을 둘 필요가 있자 1762년 루이 15세에 의해 특허에 관한 국왕의 선언이 이뤄졌다. 프랑스혁명시대로 진입한 후에는 발명자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국민의회가 1791년 특허법을 제정했다. 미국은 영국 법을 그대로 따랐으나 177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인 1790년 미국 최초의 특허법을 제정했다. 이 특허법은 영국법과 유사하지만 국무장관을 포함하는 3인의 고위관료에 의해 심사를 진행하며 특허요건도 엄격하게 규정했다.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인간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각종 기계화 에너지를 만들어 냄으로써 산업시대를 열었다. 산업혁명은 곧 기계의 발명이었다. 기계는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면서 의식주 이외의 분야에 시간을 소비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로써 인간은 근대문화의 개화를 볼 수 있었다.
1765년 영국의 제임스 와트에 의해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인류는 이전에 가질 수 없었던 강력하면서 자동화된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동력원의 능력이 크게 향상되자 이에 맞춰 새로운 방직기와 같은 새로운 기계들이 발명됐고, 산업혁명이 일어나게 됐다. 1801년에는 영국의 스티븐슨이 증기기관차를 제작했고, 1835년에는 미국의 모스가 유선 전신기를 발명했다. 19세기 중반에는 발명왕 에디슨에 의해 기름등은 사라지고 백열전구로 어둠을 밝히게 됐으며, 축음기로 음악을 녹음해 집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근대문화의 개화와 더불어 인간생활의 온갖 분야는 급진적으로 변모했고, 이 변모는 갈수록 많은 발명을 요구했다. 대량생산을 위한 기계뿐만 아니라 공구, 약품, 일상용품에 이르기까지 발명이 속출하면서 인간 생활은 변혁을 맞았다.
전기, 자동차, 무선통신기술 등을 발명해낸 인간은 완전히 대량생산과 속도경쟁에 몰입함으로써 현대문명을 가속화시켰다. 컴퓨터와 핵에너지 사용법, 휴대폰 등 새로운 정보통신기기를 발명해 내면서 인간 스스로도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첨단문명시대에 접어들었다.
이와 같이 인류의 역사는 도구와 기술의 발명 역사이며, 발명의 진보를 통해 문명사를 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발명의 고도화 노력은 비단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만들어 내는 발명활동은 기업의 생산 활동을 효율적으로 증대시키고, 산업을 발전시키며,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이게 된다. 국가경쟁력의 제고는 국민의 이익과 복지로 이어지므로 발명활동은 우리 삶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2) 우리 민족의 발명 DNA가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품은 무엇인가
우리 민족 역시 우수한 창의력으로 세계 최고의 발명품들을 창안해냈다. 세계 어느 나라보도 앞서 금속활자를 발명했고, 측우기와 거북선을 만들었다. 세계 언어학자들로부터 가장 독창적인 문자라고 칭송받는 ‘한글(훈민정음)’도 우리 민족의 발명 DNA가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품이다.
2004년 12월 한국발명진흥회에서 전국 15개 초 · 중 · 고교생 2,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23.7%가 ‘한글’을 우리나라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았다. 이어 측우기(22.7%), 해시계(15.5%), 거북선(12.1%), 금속활자(9.3%), 거중기(7.0%), 물시계(4.9%) 순이었다. 그 외에도 첨성대, 석굴암, 고려청자, 팔만대장경 등이 꼽혔다.
우리 민족이 만든 세계적 발명품은 한둘이 아니다. 그 중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것은 기원전 2세기에 발명된 것으로 알려진 ‘온돌’이라 할 수 있다. 구운 돌로
바닥을 데우는 난방방식인 온돌은 서양보다 1000년 이상을 앞선 기술이다. 뿐만 아니라 서양의 벽난로가 열량의 5분의 1만 방 안으로 전달하는 데 비해 온돌은 열량을 구들에 저축해 오랫동안 열을 뿜어낼 정도로 대단히 경제적인 난방법이다. 우리 고유의 난방 방식이자 주거문화인 ‘온돌’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7세기 신라 선덕여왕 때에 만들어진 ‘첨성대’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로 알려져 있다. 첨성대의 용도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지만 그 자체가 매우 과학적인 건축물이며, 돌 하나하나에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발명품이라 할 수 있다. 실물이 남아 있지 않지만 고구려에도 천문대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불교문화의 융성기인 통일신라시대에는 불교 관련 우수한 발명품이 많았다. 이 시기에 만들어진 ‘석굴암’은 동양미술 사상 최고의 걸작 품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석굴암은 신라 불교 예술의 전성기에 만들어진 최고 걸작으로 건축, 수리, 기하학, 종교, 예술 등이 종합적으로 결합돼 있다. 이러한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1995년 12월 불국사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공동 등록됐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자비로운 소리를 자랑하는 성덕대왕 신종도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잘 보여주는 걸작품이다.
인쇄문화는 우리 민족의 자랑거리 중의 자랑거리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물은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다. 이는 일본의 ‘백만탑다라니’보다 20년 이상 앞선 것이다.
고려시대인 1377년 간행된 ‘직지심체요절’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 인쇄본으로 인정받으면서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실물이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직지심체요절보다 140년 앞서 ‘고금상정예문’을 금속활자로 인쇄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는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만든 것보다 200년 앞선 것이다. 우리민족은 인간이 만든 최고의 인쇄물과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 인쇄본을 보유한 인쇄문화의 강국이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 IT 강국으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조상들의 뛰어난 문화, 즉 과거의 IT산업이라 할 수 있는 활자, 문자, 인쇄술 등에서 과거에 세계에서 수위를 다퉜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IT강국이 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고려시대에도 세계에 자랑할 만 한 발명품이 줄을 이었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이 고려청자이다. 중국 북송의 유명한 문장가이자 시인이었던 소동파는 천하명품 10가지를 선정했는데 두 가지가 고려 것이었다. 청자와 종이가 그것이었다.
청자는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낸 가장 훌륭한 그릇 가운데 하나이다. 고려는 송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청자를 만들었지만 송의 청자보다 걸작 품으로 꼽히고 있다. 상감기법과 신비로울 정도로 뛰어난 비색 때문이다. 고려청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실용적인 그릇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인들은 조선백자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고려청자는 너도나도 갖고 싶어 했다. 그런 높은 수준의 기술과 미학을 갖고 있던 나라가 고려였다.
부처의 힘으로 외적을 물리치기 위해 만들었다는 ‘팔만대장경판’은 우리 민족의 인쇄문화가 얼마나 우수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발명품이다. ‘팔만대장경’은 고려가 가장 어려웠던 국난의 시기에 초조 판부터 240년이라는 장구한 시일을 통해 이룩한 거국적 대사업으로, 대장경의 인쇄를 둘러싸고 경쟁했던 송과 거란에 대해 문화국으로서의 위신을 드높였을 뿐 아니라 인쇄술과 출판술의 발전에도 크게 공헌했다. 특히 해인사에 남아 있는 팔만대장경은 모든 판목의 글자체가 동일하고 아름다워 당시 우리나라의 뛰어난 목판 인쇄술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의 4대 임금인 세종 때에는 천문학, 음악학, 도량형, 기상학, 지리학, 의학, 농학, 화약과 화포 제조 기술, 인쇄술 등 여러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이 있었다. 그야말로 세종의 시대는 발명의 르네상스라 할 수 있다. 세계 언어학자들이 꼽는 세계 최고의 문자인 ‘한글(훈민정음)’을 비롯해, 세계 최초의 강우량 측정기구인 측우기, 해시계인 앙부일구, 물시계인 자격루 등이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세상에는 약 7,000개의 언어가 있고, 그 중 문자를 가지고 있는 언어는 불과 30개 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만든 사람과 반포일, 글자를 만든 원리까지 알려진 문자는 우리나라 ‘한글’이 유일하다고 한다. 한글의 우수성은 유네스코가 1989년에 세종대왕상을 제정하고, 1997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는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세종 16년(1434년)에는 해시계인 ‘앙부일구’와 물시계인 ‘자격루’를 만들어 설치했다. 종묘 앞에 설치한 ‘앙부일구’는 시각을 재는 시계인 동시에 절기를 알려주는 달력 구실을 했다. 세종은 앙부일구를 혜정교와 종묘 앞에 설치해 백성이 널리 사용토록 해 공중시계 역할을 했으며, 시각 눈금 위에 시간을 나타내는 12지신을 그려 글자를 모르는 백성도 시간을 알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한국사는 물론 세계 과학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한 ‘자격루’는 세종과 장영실의 만남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세종은 종래 써오던 시계가 정밀하지 못해 제때에 시간을 알리지 못하자 장영실에게 때가 되면 저절로 알려주는 ‘자동시보시계를 만들도록 했으며, 그렇게 태어난 것이 자격루였다. 현재 중국 광동에 남아있는 명나라의 물시계보다 조금 늦게 만든 것이지만, 그 규모가 크고 만듦새가 훌륭해 매우 귀중한 유물로 평가되고 있다.
세종 30년(1448년)에는 로켓추진 화살인 신기전이 만들어졌다. 신기전은 고려말 최무선에 의해 발명된 로켓병기인 주화(走火)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신기전을 발사하기 위해 화차인 신기전기도 만들었는데 설계도가 남아 있는 세계 최초의 다연장 로켓발사 장치이다. 이러한 신시전과 화차는 임진왜란 때 거북선과 함께 비장의 무기로 활용됐다.
이순신 장군이 발명해 임진왜란 때 왜군을 무찌르는 데 크게 기여했던 거북선은 세계 최초의 칠갑선이다. 기동성과 견고함을 동시에 살려 임진왜란 승리에 결정적 공헌을 했던 거북선은 미국의 권위 있는 역사전문 TV 채널인 히스토리 채널이 2008년에 소개해 주목을 끌었다.
조선 후기의 대학자 정약용은 도르래의 원리를 이용해 거중기를 개발했다. 작은 힘으로도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기계장치로 수원 화성을 만드는 데 사용돼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공사비를 줄이는 데 크게 공헌했다.
이러한 선조들의 발명 DNA는 우리 모두에게 이어져 왔다. 지금 우리나라는 연간 산업재산권 출원 40만 건으로 세계 4위의 특허강국으로 부상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발명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1973년에 태어나 발명진흥에 앞장서온 한국발명진흥회도 한 몫을 했다.
2. 일제시대 발명활동도 활발했다
1) 발명진흥제도는 언제 도입했나
우리나라 발명진흥제도의 시원은 1882년 지석영이라는 28세의 젊은 유생의 상소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종두를 시행해 수많은 생명을 천연두로부터 구한 것으로도 유명한 지석영은 수신사 일행으로 직접 일본에 가 선진문물을 체감했다. 이때 산업 발전이 국가부강의 원천임을 깨닫고 왕에게 직접 상소를 올렸다.
지석영은 이 상소문에서 나라가 발전하고 부강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하나의 원(院)을 설치해 새로운 서적을 구입하고 각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새로운 기기들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능한 젊은이들을 선발해 과학기술 교육을 받게 하고 이들 가운데 재능이 있어 기계를 만들거나 발명하는 자에게는 전매 특허권을 주도록 하며, 서적을 저작 간행한 자에게는 출판권을 주도록 해 과학기술을 진흥시켜야 한다는 실행방안까지 제시했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공업소유권제도의 주창이었다. 특히 이 상소는 특허제도에 국한된 것만이 아니라 선진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정책적으로 육성해 나가야 한다는 포괄적인 것이었다.
고종은 이 상소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이를 의정부에 내려 즉시 반포 · 시행하도록 명했다. 그러나 지석영의 상소로 건의된 특허제도는 실제로 실행되지 못했다. 당시 조선의 정치적 상황은 매우 불안정했고, 국가가 주체적으로 정책을 펼칠 만한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지석영의 상소가 비단 실행되지 못했다 할지라도 그의 씨앗뿌림은 우리나라 특허제도가 발아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졌다.
이후 1894년 갑오개혁으로 새로운 관제가 발표되면서 8개 아문(衙門) 중 하나인 농상아문(農商衙門) 아래 장려국(?勵局)이 설치됐다. 이 장려국의 분장업무에 ‘식산(殖産)의 장려 흥업 및 전매특허의 사무를 관장한다’고 돼 있었는데, 이는 특허제도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기술과 산업 발전이 미흡해 그 실행은 이뤄지지 못했다.
우리나라에 특허제도가 처음으로 실시된 것은 1908년 8월 12일 일본에 의해 ‘한국 특허령’등이 칙령 196호로 공포 · 시행되면서부터였다. 이에 따라 1908년 통감부에 특허국이 설치됐는데, 당시 조선위수사령부(현재 중부세무서 자리)에 설치된 특허국은 이름뿐이고 실제 특허사무는 일본 오사카에 있던 부청에서 취급했다.
특허국은 구한국 정부기관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 통감부의 직속 기관이었다. 일제가 특허기구를 서둘렀던 것은 일본의 공산품을 보호하고 외국의 특허에 대한 일본의 권리를 장악하려던 속셈에서였다.
한편 1908년 처음으로 특허제도가 실시된 이후 우리나라 사람이 취득한 발명특허 1호는 정인호의 말총모자(등록번호 제133호)였다.
이즈음 신학문의 유입과 더불어 발명을 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났지만 십중팔구는 공상적인 것이어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많았다. 무한동력을 연구하다가 패가망신을 했는가 하면, 알 값 20전이 없어서 아내의 치마를 팔아서까지 실험을 하다가 불이 나 타죽은 일도 있었다.
특허제도는 1910년 한일병합 후 칙령 335호로 폐지됐지만 한일병합조약에도 국호 변경 다음으로 특허국의 폐지를 삽입하고 있어 일제가 얼마나 공업소유권을 중시했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2) 발명단체의 발족과 활동은 어떠했나
(1) 발명학회는 어떤 단체였나
경성공전 요업과 1회 졸업생인 김용관은 우리나라 발명운동의 선구자였다. 졸업하자마자 일본인이 경영하던 도자기회사에 다니다가 뜻이 맞지 않아 그만두고 일본에 잠시 유학했던 초기 요업 전문가였던 그가 발명운동에 발을 디딘 것은 1923년이었다. 우리나라 사람에 의해 가장 먼저 설립된 발명특허단체인 발명학회 설립에 나선 것이다.
조선인에게 제조공업에 대한 사상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성부 인사동에 사무실을 두고 1923년 6월 1일 발명학회 설립허가를 당국에 신청했으나 자산부족으로 각하되고 말았다.
그 뒤 1년여 동안 진전이 없다가 이듬해인 1924년 8월 3일 경성부 장사동 동양염직주식회사에서 설립준비위를 개최했다. 이어 그해 10월 1일 경성부 장사동에 있던 동양염직공장 사무실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발명장려단체인 발명학회를 설립했다.
공업계의 젊은 엘리트들이 주머닛돈을 털어 발명학회를 창립한 것은 3 · 1운동 이후 발명으로 자활해보자는 민족운동의 하나였다. 발명학회는 조선인으로서 과학기술 내지는 산업기술을 진흥시키겠다는 사명감이 강했다.
발명학회는 최초 규약을 통해 ‘회원의 공업적 지식의 보급과 발명적 정신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했다. 학회의 사업은 과학적 발명과 공업의 장려를 목적으로 잡지 및 도서 발행, 공예 강의록의 발행, 공업에 관한 질의에 응답, 강연회와 강습회 개최, 품평회 개최 등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처럼 ‘조선인의 발명을 고취시키고 진작시키자’라는 원대한 포부 아래 발명학회가 출범했지만 재정난으로 활동은 지지부진했다.
발명학회는 1933년 6월 10일 기관지 <과학조선>을 창간해 1940년까지 발간했으며, 1934년에는 과학지식보급회를 설립했다.<과학조선>은 발명과 과학에 관한 내용을 게재함으로써 우리 민족의 과학정신을 일깨우는 데 이바지했다. 이와 더불어 전 사회적으로 과학지식 열기를 고취하고자 보다 광범위하고 대대적인 과학 보급과 발명 장려를 위해 1934년 2월 ‘과학데이 실행회’를 조직한 데 이어 4월 19일을 ‘과학데이(과학주간)’로 정했다.
이 밖에도 발명학회는 과학 및 공업에 관한 도서의 출판, 판매, 공업공장의 설계, 공업·원료의 감정, 공업품 제조 및 판매, 광업권의 출원 및 이전 등 광범위한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1941년 12월 일제의 진주만 공습으로 태평양전쟁이 시작되자 같은 달 강제 해산되고 말았다.
(2) 조선발명협회는 어떤 단체였나
1910년 8월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조선은 모든 분야에서 일제에 예속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새로운 과학기술을 촉진해야 할 발명장려활동도 자주적으로 펼치기 어려웠다. 일본 기업들이 대거 조선에 진출해 경제권을 장악한 상태에서 민족기업들은 명맥을 이어 가기에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조선총독부의 지원을 받은 일본인 주도로 1924년 7월 9일 총독부에 조선발명협회 인가를 신청하면서 조선발명협회가 설립됐다. 총독부는 조선발명협회에 대한 보조금을 창립 이듬해인 1925년부터 일부 지원했다. 따라서 조선발명협회의 창립은 조선인에 의해 자체적인 의지보다는 일제가 조선의 발명특허를 장악하고 일본인의 발명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할 수 있다.
조선발명협회는 1926년 10월 신발명품전람회를 개최했다. 조선 내 각 소·중등학교 학생의 고안으로 제작된 작품과 현상모집을 통해 조선과 일본에서 등록된 신안품을 수집해 전시했다.
조선발명협회는 또 특허, 실용신안의 공보연락 등을 시행했다. 이와 함께 기계 · 화학 · 전기등의 각 전문기사에 의한 발명고안의 시험과 연구를 수행했다. 일본발명협회에도 가입해 조선발명협회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도쿄에 송부해 그곳에서 연구하도록 했다.
협회는 회원으로 유지하고 월 50전 정도의 회비를 받았다. 발명 전문가와 변호사를 자문위원으로 두기도 했다.
조선발명협회는 일본발명협회, 제국발명협회 등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조선발명품장려전람회 등을 개최하는 등 1941년 태평양전쟁 발발 전까지 활동했다.
(3) 고려발명협회는 어떤 단체였나
일본인 주도의 조선발명협회에 반해 조선의 발명가를 육성하고자 1928년 12월21일 고려발명협회가 창립됐다. 오화영 등은 조선의 과학보급과 발명장려를 위해 조선인 주도의 발명 민간단체를 결성하고자 했다.
오화영, 명제세, 유광렬, 이준열, 박길룡, 주이회, 백홍균, 정수일, 김용관 등 20명의 발기인은 1928년 12월 7일 경성부 경운동 조선물산장려회관에서 고려발명협회 발기인회를 열었다. 오화영의 사회 아래 회의를 진행해 준비된 규약을 제정하고 창립준비위원을 선임했다.
1928년 12월 21일에는 조선일보사 2층에서 고려발명협회 창립총회를 열었다. 총회에서는 개회사, 취지 설명, 경과 보고, 축사와 축전축문 낭독을 하고 규약을 통과시켰다. 이어 장두현, 명제세, 김종협, 양정식, 박천병, 정세권, 이인영, 유광렬, 문완석, 이준열, 박길룡, 유두찬, 주이회, 백홍균, 이용규, 이종태, 정수일, 김용관, 강찬격 등 이사 19인을 선임했다. 사무실은 경성부 익선동 조선물산장려회 내에 마련했다.
조선인 발명가들과 지도급 인사들로 조직된 고려발명협회는 1929년 1월 25일 서울에서 열린 발명사상보급 대강연회를 시작으로 수시로 대중강연회를 개최, 일반의 과학적인 생활방식과 발명의 중요성을 고취했다.
특히 고려발명협회의 주요 간부들은 과학지식보급회에서도 활동하며 일제 강점 하에서 우리민족의 과학대중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나 1932년 12월 창립 4주년 기념식 이후 활동상황이나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한편 1925년 4월에는 일본유학생들이 중심이 돼 도쿄에서 과학문명보급회가 탄생해 활동을 했으며, 1927년 5월에는 조선발명협회 탈퇴회원들이 발명장려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3) 최초의 과학잡지 <과학조선>은 어떤 잡지인가
1910년부터 1934년까지 24년간 한국인이 획득한 공업소유권은 모두 17건밖에 되지 않았고, 공상적인 발명품이 많이 속출했다. 공상발명의 대표적인 것은 영구기관(무한동력) 문제였다. 당시 기록에 의하면 1925년에 출원된 영구기관은 52건, 1926년에는 51건, 1927년에는 34건, 1928년에는 39건, 1930년에는 50건이 출원됐다.
이러한 때, 1924년 발족 이후 9년간 활성화되지 못했던 발명학회가 1933년 6월부터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송진우, 김성수, 이인, 여운형, 방응모, 박흥식, 김지태 등 뜻있는 이들의 후원을 얻어 2대 이사장에 이인을 추대하고 상무에 김희명을 선임, 공평동 119번지 중국호떡집 2층에 작은 사무실을 얻어 재출발했다.
당시 200여 명의 회원을 뒀던 발명학회는 경리, 출판, 법리, 영업광무 등 5부서를 두고 본격적으로 활동했다. 법리부는 특허 수속을 대행했고, 학회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영업부를 따로 둬 해수욕복, 등산기구 등을 만들어 판매했다.
특히 발명학회 출판부에서는 1933년 6월 10일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잡지 <과학조선>을 창간했다. 편집겸 발행인은 이승학이었으며, 원고 대부분은 김용관이 집필했다. 27면의 소규모 잡지였지만 발간되자마자 매진돼 재판을 발행해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창간호에서 김용관은 ‘과학조선의 탄생’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전쟁을 찬양할 바는 아니나 과학의 영지에 있어서 임진란의 큰 수란은 조선 사람의 독창성과 발명력
을 증명했다. 패전의 군사를 싸워내려 한 이순신은 거북선을 창조해 상대진중을 자유로 다니었다. 진수성 · 정평구의 비차는 비행기이 시초요, 변이갑의 화차는 탱크의 원조였다(중략)’고 한국인의 과학적 재능을 격찬했다.
또 ‘조선의 과학계는 적막하고 그의 생활화를 도모하는 발명계는 더욱 요요하다.(중략) 그러나 우리는 요사이 와서 종종의 좋은 소식을 듣는다. 평양 송찬용 씨의 빙상스키, 경성 김한경 씨의 혼로, 재령 황이선 씨의 공기총, 인천 최장남 씨의 자동차 제니기(중략) 등 발명은 기쁜 일이다. 과학조선이 바야흐로 발흥할 때가 아닌가’하고 과학과 발명에 힘쓰자고 강조했다.
또 창간호에는 발명학회의 초대 이사장이었던 박길용, 의학박사 윤치형의 창간을 축하하는 글과 ‘발명문명의 기초’, ‘특허제도의 남상’등을 게재했다.
이밖에 <과학조선>은 과학신문란을 만들어 해외 과학을 소개하고 문답란을 통해 과학상식에 대한 의문점을 풀어 주는 등 손색 없는 과학잡지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재정난으로 정간을 거듭하다가 1935년 2월호부터 과학지식보급회의 기관지가 됐다.
발명학회는 <과학조선> 창간에 이어 1933년 9월 제1회 발명좌담회를 개최했다. 현상윤, 이종린, 김창제, 김종관, 이인 등 17명이 참석한 가운데 일반인에 대한 자연과학 상식 보급, 조선산업 발전의 추세와 발명장려 등을 논의했다.
그해 10월 26일에는 중앙기독청년회관에서 과학강연회를 개최했다. 과학과 인생(윤주복), 조선과 화학공업(안동혁), 신라문화의 감화(이효순), 조선인과 발명(문일평) 등 다양한 내용으로 열린 강연회는 대성황을 이뤘다.
한편 1933년 1월 송찬용, 윤주일, 최능진 등은 3.1재단법인을 조직하고 평양에 발명장려관을 건설하기로 했다. 발명연구실, 실험실, 과학도서관, 강당 등을 설치한 발명장려관을 마련해 조선의 발명가들이 아무 제약 없이 연구실험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었다.
그해 2월 4일에는 어린 발명가들과 이들의 지도자들이 모여 ‘창조적 정신 향상에 힘쓰자’, ‘발명보급에 힘쓰자’등의 강령을 세우고 발명동우회를 창립했다. 조선발명학회 변호사 이인, 조선소년군 조철호, 배재고보 신봉조, 동아일보사 사장 송진 등이 고문으로, 이병기가 대표로 취임했다.
4) 과학데이는 어떻게 제정되었나
1932년 4월 19일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 사망 50주기 행사가 세계 각국에서 성대하게 열리자 조선의 과학인들이 여기서 힌트를 얻어 ‘과학데이’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당시 지식인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윤치호, 김용관, 현상윤, 이인 등 조선의 과학인 37명의 실행위원은 ‘과학의 황무지인 조선을 과학화하자’는 모토를 내걸고 1934년 2월 28일 경성부 종로 기독교청년회관에 모여 과학데이실행회를 결성했다. 실행회 의장에는 김창제(목사, 독립운동가), 서기는 강진두, 총무는 김용관이 선임돼 행사계획을 논의했다.
이들은 찰스 다윈이 숨진 날인 4월 19일을 ‘과학데이’로 정하고 기념회, 강연회, 견학단 활동 사진회와 과학지식보급좌담회 등 각종 행사를 열기로 결정했다.
과학데이 행사가 실행회에서 결정되자 그해 3월 5일자 동아일보는 ‘과학데이와 그 사업’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같은 날짜의 조선일보는 ‘과학과 조선’이라는 사설을 실었으며 조선중앙일보는 ‘문화를 통해 큰 도움’이라는 제목으로 “과학데이는 국민의 과학을 보급하는 데 큰 뜻이 있다”고 강조했다. 과학데이 행사는 과학에 종사하는 사람뿐 아니라 언론인, 종교인, 문인할 것 없이 혼연일체가 된 거족적인 민족운동이었다.
실행회는 총무부, 재무부, 교섭부, 연락부 등 9개의 부서로 구성됐는데, 실행회 회원 가운데는 윤치호, 이인, 송진우, 여운형, 김성수, 김병로 등 당시 사회 유지들도 있었다. 행사에 드는 경비는 각자가 5원씩 부담하기로 했으나 인촌 김성수의 도움이 컸다.
‘한 개의 시험관은 전 세계를 뒤집는다’는 포스터가 동아일보의 기증으로 경성시내에 나붙었고 김용관은 ‘과학지식보급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그해 4월 16일부터 3일간 연일 방송했다. 19일에는 김창제가 ‘과학이 가치’라는 제목으로 방송하면서 과학데이 행사는 장안의 큰 관심을 끌었다.
그리하여 제1회 과학데이 기념식이 1934년 4월 19일 밤 중앙기독교청년회관에서 개최되면서 우리나라 과학지식보급운동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어 열린 강연회에는 이정섭(언론인)의 과학의 개념, 변리사 이채호(초대 특허국장)의 산업과 발명, 안동혁(당시 중앙시험소 기사)의 화학공업의 현재와 장래 등 강연이 3시간에 걸쳐 계속됐다. 20일에는 남자 62명, 여자 53명으로 짜여진 견학단이 중앙시험소와 공장 등을 견학했다. 21일 밤 수송학교에서 열기로 돼 있던 과학에 관한 활동사진 관람은 집회를 금했던 일경의 압력으로 열지 못했다.
제1회 과학데이는 일반에게 과학을 인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저명인사들이 참가한 과학지식보급회가 결성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과학지식보급회가 1934년 7월 창립총회를 열고 과학지식 보급운동을 벌이기로 하면서 1935년 4월 19일의 제2회 과학데이는 더욱 성대하게 개최됐다. 부민관(옛 태평로 국회의사당)에서 기념회가 열리기 직전 ‘과학데이’ 깃발을 앞세운 54대의 자동차가 경성 시내를 행진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경성뿐 아니라 과학지식보급회의 지부가 있었던 평양, 원산, 신천에서도 과학데이 행사가 열렸는데, 제2회 과학데이부터는 김억 작사, 홍난파 작곡의 ‘과학의 노래’가 등장하기도 했다. <과학조선> 6월호의 기록을 보면 이 행사에 든 경비는 당시로서는 거액인 약 890원이었으며 윤치호, 이인, 박길룡의 회사 외에 동아일보, 조선일보의 의연금과 상회, 약방, 광업사 등의 회사금으로 800여 원이 걷혔다.
1936년에도 제3회 과학데이를 맞아 전국에서 행사가 열렸다. 그러나 일제가 과학데이를 핑계로 민족운동을 전개한다는 이유로 1937년 과학데이 행사의 옥외 개최를 금지하고, 1938년에는 김용관 등을 투옥시켰다.
한편 1939년에는 제6회 과학데이를 맞아 용산 철도국공장과 영등포에 있는 기린맥주와 경성방직 등을 견학했다. 하지만 1940년에는 또다시 일제의 탄압으로 과학데이를 개최하지 못했다.
5) 과학지식보급회는 어떻게 결성되었나
1934년 과학데이 기념행사 일환으로 4월 22일 개최된 과학지식보급 좌담회에서 과학지식 보급기관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조선발명학회 이사와 경성에 소재해 있던 중 · 고등학교 교사를 중심으로 발기인들이 모여 1934년 9월 5일 경성부 공평동 태서관에서 과학지식보급회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의장은 윤치호가 맡았으며 조만식, 여운형, 송진우, 이상협 등을 고문으로 추해했다. 주요한, 조동식, 이극로 등 지식인들도 대거 임원으로 참여했다. 김용관은 전무이사를 맡았다.
과학지식보급회는 경성뿐만 아니라 1934년 9월 22일 평양에서의 지회 창립총회와 1935년 2월 27일 황해도 신천에서의 지회창립총회를 비롯해 개성, 원산, 신의주로 확대됐다.
과학지식보급회는 창립 이후 1935년 제2회 과학데이 행사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과학지식 보급에 힘썼다. 1935년 2월 22일에는 백합원에서 과학발명회의를 개최했다. 또 조선발명학회가 발행하던 <과학조선>을 인계받아 기관지 성격으로 1940년 6월호까지 발간했다.
과학지식보급회는 강연회, 좌담회 등을 통해 이화학 교육을 일상생활에 일반화하는 데 기여했으며 주부, 아동에게까지 과학적인 이해와 실습을 하도록 했다. 학생에게는 자연과학연구회를 조직하게 하는 등의 활동을 전개했다.
뿐만 아니라 발명 관련 단체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우리나라는 발명활동의 부흥기를 맞았다. 1934년 6월 2일 평양의 자연과학동우회와 발명학회가 공동으로 자연과학대강연회를 종로 중앙기독청년회관에서 개최했으며, 발명학회는 1935년 3월 평양지회 사무소를 설치했다.
또 그해 6월 조선발명협회가 전조선발명가 포창식을 거행하기로 하자 최석환(쇄광기), 강동수(등사기용 잉크공급장치), 이덕균(진흑판), 김영배(보온기를 비한 열기난로), 김규병(화물운반구) 등 각지의 발명가들이 발명품을 잇달아 제출했다. 이듬해인 1938년 5월 발명특허출원 강습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1935년 3월 발명장려부를 설치한 조선공업협회는 1937년 10월 19일부터 25일까지 상공장려관에서 발명전람회를 개최했다. 출품물은 대부분 일본에서 출품했으나 조선의 발명품도 일부 출품했다. 이어 대구상공회의소가 1937년 11월 6일부터 5일간 전조선발명전람회를 개최했다.
이처럼 발명진흥을 위한 기반이 마련되면서 발명활동도 활성화됐다. 1936년 1월부터 1937년 6월까지 특허와 실용신안으로 등록된 것만도 특허 41건, 실용신안 222건에 달했다. 출원인의 절반 이상이 조선인이라는 것은 괄목한 만한 일이었다.
6) 일제시대 발명가들의 활동은 어떠했나
발명학회, 과학지식보급회 등의 활약이 한창 두드러질 무렵인 1935년을 전후해 우리나라는 발명활동에 있어 많은 성과를 거뒀다. 1932년에는 안복평의 고량전분정제법 등 5건, 실용신안은 16건, 1933년에는 오영수의 간유가공법 등 2건과 14건이 등록됐다. 1934년에도 특허 2건 실용신안만 14건이 등록됐으며 1935년에는 예년보다 훨씬 많은 특허 11건, 실용신안 67건이 등록됐다.
이 시기에는 발명으로 가산을 탕진한 이들도 많았지만 발명품으로 성공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은 손창식이었다. 관립동경고 공예 출신인 손창식은 17세 때 측량기 등 2~3종을 발명하는 등 어려서부터 여러 가지 발명을 통해 신문에서 ‘천채소년 발명왕’으로 불리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발명인 ‘만년필IR'을 비롯해 문지기, 풍력 투완구, 야간사격장치 등 발명특허와 실용신안이 46가지에 이르렀다.
‘만년필IR은 이리듐을 펜 끝에 달아 촉을 닳지 않게 했던 것인데, 이 특허는 일본을 비롯해 구미에까지 수출되며 인기를 모았다. 손창식을 천재적인 발명으로 1927년에 동아일보 표창, 1931년에는 동경부지사 표창, 제국발명협회 표창을 받았고 후에는 중국으로 건너가 상하이광화정밀공장장으로 임명돼 정밀가공업으로 성공을 거뒀다. 또 이화여전과 중앙가정여숙(현 중앙여고), 광주의전(현 전남의대)에 거금을 희사할 정도로 발명을 통해 큰 재산을 모았다.
손창식과 같은 시대에 이성원은 고무접착제인 ‘만역호’를 발명해 기업화하는 데 성공했으며, 선호익은 송풍구(풀무)를 발명해 김천에서 성공을 거뒀다. 또 문용채는 인조피혁, 여과기 등을 발명해 기업을 경영했고, 이덕균은 등사판 잉크 공급장치를 발명해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심승택은 1929년 18세 소년으로 수중동력기를 발명해 당시 신문의 사설로까지 취급되는 등 관심을 모았으며, 그가 발명한 전기신호장치는 특허등록이 되자마자 기업가에게 당시로서는 거금인 50원에 팔리기도 했다. 또 여류 발명가 이소담은 조선재단기를 발명해 주목을 끌었다.
이밖에 전규의 보온기, 김영배의 흑판닦이, 동경고사 출신인 송필수의 포키트용 사진구, 서병훈의 행시계전 장치(라디오의 청취시간을 맞춰놓는 장치) 등이 당시 주목을 끌었던 발명품이었다.
한편 최재념은 1935년에 고압기체발생기와 회전원동기를 발명했는데, 일본의 비행기 제작소와 중공업 업체에서 특허권 사용 교섭이 올 정도로 수준 높은 것이었다.
특히 연전을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수학하던 송기주는 42개의 키를 가진 한글타이프라이터를 개발했는데 1933년에 언더우드 사에서 대량생산해 적지 않은 화제를 일으켰다. 한글타자기는 이보다 20년 전에 이원익이 85개의 키를 가진 것을 발명했는데, 송기주는 이것을 42개와 2개의 이동키를 갖춘 편리한 타자기로 개발했다. 이밖에 이광숙의 정미기와 한수경의 고려자기 제조에 관한 특허는 당시 과학자들의 절찬을 받기도 했다.
1936년 신동아 1월호에 의하면 미국으로 건너간 권영호(응용화학 전공)는 비행기에 관한 연구로 국내 발명계의 관심을 모았다. 권영호는 1929년 ‘화이어리스’ 모터를 미국에서 개발해 무신기 제작에 성공했고, 2년 전인 1927년에는 직상직하 비행기(지금의 헬리콥터)를 발명했다. 그러나 외국인이라서 외면을 당해 햇빛을 보지 못하자 제작회사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7) 제국발명협회는 왜 한반도에 침투했나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킨 일제는 물적 · 인적 양 부문을 총동원하며 군수상 필요한 신 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발명활동을 장려했다. 이에 따라 조선에서도 발명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1937년 6월 26일 일본 제국발명협회가 조선지부를 창립했다. 제국발명협회는 조선지부 창립 기념으로 그해 10월 11일부터 11일간 상공장려관에서 발명문화전람회를 개최했다.
제국발명협회 조선지부는 1938년 8월 발명상담소를 설치했으며, 9월에는 발명간담회를 개최했다. 이어 그해 10월 15일부터 20일까지 공예품, 완구, 기타를 망라한 아동작품전람회를 개최했다. 조선과 일본 아동의 작품뿐 아니라 만주의 아동 작품도 전시됐으며, 기간 중에 조선 발명자 표창과 함께 강연회 및 좌담회를 개최했다.
1938년 10월 8일 제1회 발명장려금을 지급한 제국발명협회 조선지부는 그해 11월 20일 현상논문 ‘조선에 있어서의 발명의 진흥방안’을 모집해 54편의 응모작 중 1,2등 없이 3등을 최고상으로 선정했다.
한편 일제는 전시체제를 강화하면서 제국발명협회의 조선 기구를 강화하기로 하고 1939년 4월 1일 조선지부를 조선본부로 승격시켰다. 이어 경성지부를 비롯해 경남지부, 평양지부 등을 순차적으로 신설했다. 총독부는 제국발명협회의 보조금도 종래 2만 원에서 3만 5,000원으로 증액하기로 했다.
제국발명협회 조선본부는 조선발명장려전람회를 1939년 5월 18일부터 24일까지 발명장려관에서 개최했으며, 제2회 조선인 소 · 중학교 창안 현상모집을 실시하고 1939년 12월에 입상품 수여식을 가졌다.
한편 1938년 조선의 특허출원건수는 300건에 달해 1935년에 비해 85건 증가했으며, 등록건수는 1937년 20건에서 1938년에는 28건으로 증가했다.
8) 대용품 개발도 독려했나
만주사변이 장기화함에 따라 일제는 외래품의 수입 금지, 국내품의 소비 제한 등으로 인해 발생한 물품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대용품 개발을 독려했다. 적은 생산비와 적은 노력으로 사용상 또는 외관상 종래 사용하던 물품과 차이가 없는 대용품을 만들어내 일반에게 쓰게 할 것인가가 당면한 문제였다.
이에 중소공업 진흥을 위해 1938년 8월 공업조합령을 공포했으며, 1939년 8월 공포해 9월 5일 실시된 총동원시험연구령의 측령을 1940년 1월 16일 조선에서도 실시하는 동시에 총독부령 제3호로 총동원연구령시행규칙을 발표했다.
이는 총동원법 제25조의 규정에 의해 총동원 물자의 생산 수리를 그 임무로 하는 자나 시험 연구기관에 대해 총동원 물자에 관한 사항, 기타 국가 총동원상 필요한 사항의 시험연구를 명하는 것이었다. 사설기관은 물론 공공기관에도 역시 총동원 물자의 생산에 관한 연구를 명령하는 동시에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총동원시설연구의 명령에는 시험연구의 항목, 방법, 규모, 주된 담당자, 기타 필요한 사항을 기재한 시험연구명령서를 교부해 실시했다.
따라서 시험연구의 명령을 받은 자는 그 시험 연구를 마쳤을 경우 연구성적을 총독에게 보고해야 하며, 시험연구에 관한 발명이나 고안에 대해 특허출원이나 실용신안의 등록출원을 한 경우 역시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3. 해방 후의 발명진흥활동은 어떠했나
1)미 국정에서도 발명진흥제도를 정립했나
1945년 8월 우리나라는 해방을 맞았으나 자력으로 독립을 쟁취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국의 군정체제하에 놓이게 됐다. 아직 정부가 들어서지 못했으므로 미군정 초기에는 잠정적으로 일제강점기의 공업소유권제도가 그대로 답습됐다. 하지만 독립국으로서 제반 행정제도의 확립과 함께 우리 나름대로의 공업소유권제도를 마련할 필요성이 높아지자 미군정은 특허제도 전반에 대한 체제정비에 나섰다.
미 군정청은 1946년 1월 4일 ‘특허행정창설위원회’를 설치하고 그해 1월 22일 미군정법령 제44호를 공포해 특허, 실용신안, 상표, 의장 및 저작권에 관한 법률과 변리사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도록 했다. 그 실시기간으로 조선정부 광공국에 특허원을 설립했다.
미군정법령에 의해 특허원이 개원되기는 했으나, 공업소유권에 관한 제반 법령의 미비로 실제 업무집행은 불가능했다. 이에 특허원은 1946년 1월 28일 특허원장령 제1호를 공포해 특허법이 제정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기존의 보호제도인 보호원제도를 시행했다. 보호원제도는 당시 과도기적인 사회 정세에 따라 널리 알려지지는 못했으나 특허행정 실시에 촉진제 역할을 했다.
한편 미 군정청이 설립한 특허원은 특허법 제정 작업에 착수해 1946년 5월 초안을 완성했다. 이 법안은 미국 특허법을 참고해 일본 특허법을 우리 실정에 부합되도록 한 것이었다. 미국정은 1946년 10월 5일 제91호로 ‘특허법’을 공포하고 그해 10월 15일부터 시행했다.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산업재산권 법률인 이른바 ‘1946년 특허법’이었다. ‘1946년 특허법’은 특허에 관한 사항만 규정한 것이 아니라 실용신안, 의장(미장으로 지칭)에 관한 사항과 특허국의 설치와 직제에 관한 사항까지도 단일법에 규정한 임시조치적 성격의 법률이었다. ‘1946년 특허법’은 비록 과도기적이기는 했으나 1961년 새로운 특허법이 제정될 때까지 15년이나 존속됐다. 이는 해방 후 특허제도의 명맥을 이어준 법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이처럼 1946년 10월 ‘특허법’이 제정됨에 따라 특허원은 상무부 소속의 특허국으로 개칭됐다. 또 특허국이 설치된 이듬해인 1947년부터 특허 · 실용신안 · 의장출원 등 공업소유권 출원이 시작됐다.
이와 함께 ‘1946년 특허법’에 의해 변리사제도가 특허법시행규칙에 규정됐다. 이에 의해 우리나라 최초의 변리사시험이 1947년 11월에 특허국내에서 시행됐다.
이듬해인 1948년 6월 20일 우리나라 최초의 특허공보 제 1호가 발간됐다. 공보의 발행은 최신 기술정보 전파와 부실권리설정 방지 등 산업재산권제도 운용에 있어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특허공보 제1호에는 특허와 실용신안이 혼합 수록됐으며, 실용신안 6건과 특허 4건으로 총 10건이 공고됐다. 의장(당시 미장특허)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등록된 ‘반 휘장 옷고름의 모양 및 색채의 결합’이 특허공보 제2호(1948년 11월 20일 발행)에 게재됐다. 최초의 상표공보는 1952년 10월 20일 특허공보 제9호에 합본으로 발행됐다.
이후 마침내 제헌국회에서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헌법을 제정하고 그해 8월 15일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됐다. 이에 따라 1948년 7월 정부조직법이 법률 제1호로 공포되고 각 행정기관의 주관사무가 재조정돼 특허행정은 상공부로, 저작권업무는
공보처로 이관됐다. 이어서 1949년 5월 23일 대통령령 제119호로 특허국 설치령이 제정 공포됐다.
하지만 정부 수립 이후 우리의 실정에 맞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1949년 5월 특허국 직제 공포와 1949년 11월 상표법 제정 이외에 큰 변화가 없었다. 특허법은 1961년 새로운 특허법이 제정되기까지 미군정에 의해 제정된 ‘1946년 특허법’이 그대로 유효하게 실시됐다.
한편 공업소유권 등록은 출원보다 한 해 늦은 1948년에 특허 · 실용신안 및 의장등록으로 시작됐다. 상표등록은 1949년 11월 상표법이 제정 공포된 이후 1952년부터 시작됐다.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 전체 등록건수는 192건에 불과했으나 1954년에 523건으로 증가했다. 1956년에는 1,063건으로 1,000건을 넘어섰다. 1960년 전체 등록건수는 1,493건이었으며 권리별 등록비율은 특허 14.7%(219건), 실용신안 19.1%(285건), 의장 11.6%(174건)이었다. 상표는 54.6%로써 815건이 등록됐다.
2) 조선발명장려회(대한발명장려회)는 어떤 단체였나
1945년 8월 15일 해방 후 미군정은 우리나라 경제인들과 함께 발명장려를 논의했다. 미 군정청 상무부장 오정수, 문교부장 유억겸, 조선상공회의소 회장 이동선 등은 현대 국가 발전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과학 발전의 촉진을 위해 1947년 10월 27일 미 군정청 상무부 회의실에서 조선발명장려회를 창설했다. 초대 임원진은 회장에 상무부장 오정수, 부회장에 조선상공회의소 회장 이동선, 상무이사에 초대 특허국장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변리사인 이채호, 중앙공업연구소장 안동혁, 기술연합회장 이준열 등을 선임했다.
조선발명장려회는 정부보조금 40만 환을 지원받아 6 ·25전쟁 전까지 기관지 발행, 발명사상 앙양을 위한 영화 상영, 강연회와 좌담회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설립 이듬해인 1948년 5월 발명장려를 위해 발명고안을 현상 모집했으며, 그해 12월 28일에는 <과학과 발명>이라는 잡지를 창간했다.
1949년 3월에는 한글타자기 연구와 공업화를 도모하고자 한글타자기를 현상공모했다. 심사 결과 1949년 7월 20일 1등에 공병우(안과의사), 2등 송계범(전남대 교수) · 오병호 공동연구, 3등 장례세, 김동훈 등을 선정해 시상했다. 공병우는 한글타자기를 특허등록하고 미국 언더우드타자기 사에 제작을 의뢰해 대량생산을 도모했다. 나아가 ECA의 원조을 받아 대량으로 제작해 보급했다. 또한 1949년 6월에는 전류제한기를 현상공모해 정원섭 등을 시상했다.
조선발명장려회는 6·25전쟁으로 활동을 일시정지 했다가 활동을 재개했다. 첫사업으로 제1회 발명의 아침, 상표의 날을 제정하고 그 행사의 일환으로 1953년 4월 17일부터 21일까지 부산시 남포동 국제구락부에서 상공부 특허국, 대한상공회의소, 대한기술총협회, 한국변리사회의 후원으로 제1회 발명품전시회를 우량상표전시회와 함께 개최했다. 이 전시회에는 총 200여 종의 발명고안품이 전시됐다.
특히 한국변리사회와 함께 1955년 1월 상공부의 특허국을 특허청으로 승격하고 그 기구를 강화할 것을 만국 공업소유권보호동맹에 가입할 것, 특허기구를 설치할 것, 도서관과 전시관 등을 설치할 것 등을 관계 요로에 건의하는 등 발명진흥 기반 조성에 힘썼다. 조선발명장려회는 1953년 정전 이후 대한발명장려회로 개칭했으며, 1956년 9월 10일 다시 한국발명협회로 개칭했다.
3) 과학전람회도 개최했나
해방과 함께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새로운 특허법률 제정 노력과 더불어 공업소유권에 대한 관심도 증대됐다. 이에 조선발명장려회는 우리나라의 광공업 재건 발전을 위해 공업소유권에 대한 건의서를 미군정에 제출했다.
일제강점기에 공고 혹은 등록된 온갖 발명 고안에 관한 특허권, 상표권, 의장권 등을 무상으로 공개할 것과 우리나라 발명가와 우리 경제에 가장 유리하도록 민간인의 의견을 반영해 특허법을 수시 정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었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의 발명고안을 외국 어느 나라에도 특허출원할 수 있도록 적극적 편의와 장려를 국가적 입장에서 노력해 줄 것과 특허권의 존재를 확인하도록 함에 가급적 속히 심사 제도를 실시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후 일반인들에 대한 과학의 계몽과 발명 창안의 의욕을 북돋아주기 위해 1948년 정부 수립 후 처음으로 문교부는 1949년 9월 1주일 동안 전국과학전람회를 지방에서 전시했다. 이어 10월 21일부터 11월 3일까지 2주일 동안 중앙전람회를 경복궁 미술관에서 개최했다. 전람회는 어린이관, 물리화학관, 생물관, 발명관, 기계관, 교통참고관, 전기관, 지하자원관, 천문기상관, 생활개선관, 항공항해관 등으로 구성, 과학과 발명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
4) 한국발명협회(대한발명협회)는 어떤 단체였나
대한발명장려회는 1956년 9월 10일 제3회 정기총회를 열어 한국발명협회로 개칭하고 새롭게 출범했다. 1957년 2월 8일 사단법인 인가를 받았다.
한국발명협회는 새로운 출발에 따라 정관을 제정하고 임원을 선출했다. 총재로 김일환 상공부 장관을 추대했고, 회장에 주이회, 부회장에 공병우, 이근택을 선임했다.
한국발명협회는 각종 발명품전시회, 강연회, 현상공모 등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갔다. 기관지인 <과학과 발명>도 계속 발간했다.
또한 1957년 제19차 국무회의에서 발명장려 및 과학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측우기가 반포된 1442년(세종 24년) 5월 19일을 기려 ‘발명의 날’로 정하고 1957년 5월 19일 제1회 발명의 날 기념행사도 가졌다.
한국발명협회는 1959년 제3회부터 상공부로부터 발명의 날 행사를 넘겨받아 1972년 제16회까지 개최했다. 이후 한국발명협회는 1964년 대한발명협회로 다시 개칭하고 활동을 이어 나갔으나 1973년 한국특허협회가 창립됨에 따라 1974년 해체됐다.
5) 발명의 날은 어떻게 제정되었나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발명 진흥을 위한 노력이 가시화되기는 했으나 특허행정 등 발명 기반은 아직 미약하기만 했다. 특허국 인원도 1957년 15명, 1958년 14명, 1961년 19명에 불과했다. 조선발명장려회 등 단체의 활동 역시 발명에 대한 전국민의 관심을 촉발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정부는 발명사상과 과학진흥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연중행사의 하나로 발명의 날을 제정하기로 했다. 1956년 8월 15일 열린 제2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발명의 날 제정을 약속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그리하여 1957년 2월 22일 제 19차 국무회의에서 세종대왕의 측우기 반포일(1442년 5월 19일)을 ‘발명의 날’로 정했다. 우리나라 역사상 저명한 발명이나 발견의 날을 선정하기로 하면서 활자 발명의 날, 측우기 발명의 날,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 발명의 날이 후보에 올랐는데, 활자는 만든 날짜와 사람이 밝혀지지 않았고, 측우기는 서양보다 200년이나 앞섰으며 만든 사람도 날짜도 분명하므로 이날을 삼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이었다. ‘5월 19일 발명의 날’은 1957년 2월 26일 상공부 고시 제256호로 공포됐다.
이에 따라 제1회 발명의 날 기념행사가 1957년 5월 20일(19일은 일요일) 상공부, 문교부, 교통부장관을 비롯해 당시 특허국장 등 5,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청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기념식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유시(상공부장관 대독)를 통해 “좋은 발명이 많이 나도록 정부와 민간에서 많이 도와서 우리나라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다 같이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지방에서도 도청 소재지 단위로 기념식을 개최했으며, 전국 각급 학교단위로도 행사를 개최했다. 서울사범대학교 합창단의 ‘발명의 날 노래’ 합창이 있은 후 ‘가마니 제조기’를 발명, 기업화에 성공한 유재철 등을 비롯한 발명품 기업화 및 우량상표 보유자에 대한 표창장을 수여했다. 1958년 제2회 행사에서는 기념식과 함께 5월 15일부터 6월 3일까지 시내 종로 화신백화점에서 발명품전시회(129점 출품)를 개최했다.
이같이 전국적으로 거행된 발명의 날 기념행사는 1959년 제3회 행사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1960년에는 4·19 혁명으로, 1961년에는 5·16으로 인해 두 해를 거르고, 1962년 제6회 행사부터 1965년 제9회 행사까지는 제3회와 마찬가지로 한국발명협회 주최로 개최됐다. 1966년 제10회 행사부터 1972년 제16회 행사까지는 한국발명협회에서 명칭을 변경한 대한발명협회 주최로 개최됐는데, 1966년 제10회 행사 때는 제1회 과학기술자대회도 함께 개최됐다.
이후 정부는 1973년 3월 30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 제6615호로 제정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발명의 날을 상공의 날에 통합했다.
6) 발명보호법은 어떻게 제정되었나
정부는 발명품의 생산, 수출 및 보급을 장려하고 발명가의 보호 육성을 법으로 보장하기 위해 1958년 3월 11일에 법률 제484호로 ‘발명보호법’을 제정하고, 그해 11월 14일 대통령령 제1417호로 동법 시행령을 제정했다.
전문 10조 부칙으로 된 발명보호법은 △발명자를 보호하기 위해 발명보호위원회를 설치한다. △우수한 발명품 중 대통령령으로 지정된 품종의 생산에 있어서는 영업세, 소득세 및 물품세를 면제한다(발명특허품은 사업개시일로부터 5년간, 실용특허품은 사업개시일로부터 5년간). (제7조) △한국인의 발명품으로서 외국에서 생산해 국내로 수입할 경우는 동세를 면제한다. (제8조) △발명품과 동일한 용도를 가지고 있거나 발명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외국산 제품은 상공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으면 수입할 수 없다. (제9조)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발명에 관한 국가의 중요 시책에 대해 정부의 자문에 응하고 정부에 건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상공부에 설치한 발명보호위원회는 위원장 1인과 위원 10인 이내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상공부 장관, 위원은 재무부 차관, 문교부 차관, 건설부 차관, 특허국장 및 발명에 관한 학식 경험이 풍부한 자 중에서 상공부 장관이 위촉하도록 했다. 또한 위원회에 위원장이 상공부 소속 공무원 중에서 간사와 서기를 둘 수 있도록 했다. 그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정하기 위해 1958년 11월 14일 대통령령 제1418호로 ‘발명보호위원회규정’을 제정 공포했다.
그러나 동법은 1966년 1월 1일자 조세감면규제법의 실시로 인해 면제조항의 효력이 사실상 중단됨으로써 유명무실해지고 말았다.
한편 1957년부터 특허시작품을 사들여 자본이 부족한 발명가의 시작시험을 돕고 우수한 발명고안이 조속히 기업화돼 실시계약 또는 권리의 양도계약이 용이하게 이뤄지도록 했다. 1957년에는 678만 3,825환으로 35점을 사들였으며, 1958년에는 정부 303만, 4,716환으로 12점을 사들였다.
나아가 1958년에는 특허품시작비의 반액을 예산에서 보조하도록 했다. 1958년 세출예산에서 특허품시작비의 반액을 보조토록 하고 제1차로 31건에 대해 462만 7,920환을 1958년 12월 2일자로 교부했다. 제2차는 27건에 대해 736만 8,400환을 1958년 12월 26일자로 교부했다.
한편 특허품의 기업화를 촉진해 산업 발전에 기여토록 하고자 소요비용의 반액에 해당하는 발명장려금을 교부했다. 1958년도 세출예산에서 10건의 특허품을 기업화하기 위해 소요비용의 반액에 해당하는 899만 8,000환을 1958년 10월 14일자로 교부했다.
7) 발명상 규정은 어떻게 제정되었나
발명의 장려를 위해서는 실용적으로 우수한 발명에 대해 표창하는 제도를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동안 발명품 전시회 개최 때마다 우수한 발명품에 대한 표창을 했고, 또 수시로 발명에 대한 현상모집과 국가 산업발전에 기여한 우수한 발명품에 대해 표창을 해왔다.
정부는 이것을 제도화해 권위를 세우고자 1959년 2월 2일자 상공부령 제63호로 ‘발명상규정’을 최종 공포했다. △정기적으로는 매년 특허된 발명 중 가장 우수하다고 인정되는 것에 대해 ‘발명 특허상’을 수여하고(제3조) △수시로 산업건설상 또는 국민생활에 있어서 긴급한 부문에 대해 발명고안을 현상모집해 당선자에게 ‘발명고안상’을 수여하며(제4조) △고등학교 이상의 각급 학교 재학생의 발명고안품에 대해서는 ‘학생발명상’을 수여(제5장)함으로써 창의력과 발명사상을 앙양 하고자 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표창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특허국장이 위원장이 되고 발명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위원 8명으로 구성된 발명상 심사위원회(제6조, 제7장)를 상공부 특허국에 두기로 한 것이다.
4. 경제개발과 발명진흥은 어떤 관계인가
1) 공업소유권(현, 산업재산권)
4법체계 구축과 심사기준 제정은 어떻게 했나
1948년 정부 수립 후에도 미 군정법령으로 제정된 ‘1946년 특허법’이 계속 실시되면서 우리나라 실정에 부합하지 못하는 폐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특허국은 새롭게 특허법을 제정하는 동시에 실용신안과 의장에 대해서도 별도로 법을 제정할 필요성에 따라 1959년 2월 3개 법안의 기초를 완료했다. 이후 1961년 정부의 법령 일제 정리 작업의 일환으로 1961년 12월 31일 전문 9장 158조 및 부칙으로 구성된 새로운 특허법이 법률 제950호로 제정 공포됐다.
이와 함께 실용신안법(법률 제952호) 및 의장법(법률 제951호)도 같은 날 제정 공포됐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발명장려제도는 1949년 11월 제정된 상표법과 함께 공업소유권 4법체계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의장=현, 디자인)
이어 정부는 1962년 경제개발 5개년계획의 추진으로 광범위한 산업기술 분야 심사 심판의 전문성과 특허업무 증가에 대한 대응이 요구되자 1966년 2월 특허국의 기구를 대폭 확장해 공업소유권 행정조직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해 3월 12일 ‘국가공무원정원령’개정(대통령령 제2461호)에서는 특허국 정원이 52명에서 100명으로 증원됐다.
이후 정부는 특허·실용신안에 대한 적정한 심사기준을 확립해 심사에 일관성을 기하기 위한 목적으로 ‘산업별 심사기준의 지침’을 1969년 9월 10일 제정했다. 1972년에는 공정한 심사로 특허행정의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해 ‘심사준칙’을 제정했는데, 모든 출원의 접수에서부터 심사 등록에 이르기까지의 각종 처분 및 취급 기준을 통일한 것이었다. ‘의장심사기준’과 ‘상표심사기준’은 1969년 12월 26일과 1970년 5월 1일 각각 제정됐다.
특허법시행규칙에 규정돼 있던 변리사제도는 1961년 ‘변리사법’의 제정으로 비로소 법률로 규정됐다. 1961년 12월 23일에는 법률 제864호로 변리사법이 제정 공포됐다. 동법 시행령은 이듬해인 1962년 3월 22일 각령 제556호로 제정됐으며, 동법 시행규칙은 1963년 9월 28일에 상공부령 제121호로 제정됐다. 이로써 변리사제도는 독립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정착하게 됐지만, 이렇게 제정된 변리사법도 일제시대 변리사제도의 골격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또 변리사법시행령 제2조의 규정에 따라 변리사시험을 시행할 변리사시험위원회와 제27조의 규정에 의해 변리사의 징계에 관한 사항을 담당할 변리사징계위원회를 상공부 장관 소속하에 각각 설치하도록 했다.
2) 발명장려금교부규정은 어떻게 제정되었나
1962년 3월 22일 ‘발명장려금교부규정’이 공포됐다. 특허법 제37조의 규정에 따라 예산의 범위 내에서 이 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발명장려보조금을 교부하기로 한 것이다.
보조금을 교부할 수 있는 대상으로 △우수한 발명품의 생산, 수출 및 이에 관한 시험 또는 시작품의 제작 △국민생활에 현저하게 기여할 발명의 연구 또는 그 장려 △국민생활에 현저하게 기여할 발명의 연구 또는 그 장려와 관련된 발명품의 전시 △발명품의 현상모집과 발명가의 표창 △기타 발명장려에 관한 사업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보조금 지급 대상자는 발명자, 그 승계인, 발명의 실시권자, 발명연구자 또는 발명의 연구나 장려를 목적으로 하는 공익기관과 법인으로 한정했다.
그리고 제4조(교부액 한도)에서는 보조금의 교부액을 사업에 관한 소요경비의 5할 이내로 하되 △우수한 발명품의 생산, 수출 및 이에 관한 시험 또는 시작품의 제작 △국민생활에 현저하게 기여할 발명의 연구 또는 그 장려의 경우에는 전액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1973년12월 27일의 개정을 통해 특허뿐만 아니라 실용신안 및 의장의 고안에 대해서도 준용하기로 했다.
1981년 7월 30일에는 특허법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보조금 지급대상에 ‘발명 · 고안의 외국출원’을 추가했으며, 1990년 8월 28일에는 ‘학생의 발명활동촉진’과 ‘발명장려를 위한 전시회 등 행사개최’를 추가했다.
한편 2001년 6월 27일에 개정하면서 종전의 특허법의 규정을 받던 것을 발명진흥법의 규정을 받도록 바꾸었다.
그러나 발명장려금교부규정은 2006년 9월 4일 대통령령 제19672호에 의해 폐지됐다. 같은 날 개정된 발명진흥법시행령 부칙 제2조에서 ‘발명장려보조금교부규정’을 폐지하기로 함에 따른 것이었다.
발명장려보조금교부규정의 다수 규정이 보조금 관련 일반법인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법률 제6400호, 2001.1.29. 공포 · 시행) 및 동법 시행령(대통령령 제19030호, 2005.8.31. 공포 · 시행)과 중복 · 유사해 특별규정으로서의 성격이 모호했다. 그리고 개정된 발명진흥법이 2006년 9월 4일 시행되면서 종래 발명장려보조금교부 등에 대한 위임규정이 대통령령의 포괄 위임형태에서 위임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형태로 변경됐다. 또 법률의 위임범위에 충실한 행정 입법을 위해 발명장려보조금교부규정 중 법률의 위임사항에 해당하는 일부 규정을 발명진흥법시행령으로 이관하는 한편, 발명장려보조금의 교부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 있어 이를 폐지하게 된 것이다.
3) 특허기업화를 위한 노력은 어떠했나
1947년 특허 · 실용신안 · 의장출원 등 공업소유권 출원이 시작된 이후 1962년 말까지 출원건수는 총 2만 9,800여 건, 그중 특허등록된 것은 1만 1,688건에 달했다. 부문별로 보면 발명출원이 5,506건으로 18%, 실용신안이 9,890건으로 33%, 의장이 3,094건으로 11%, 상표가 1만 1,313건으로 38%였다.
해마다 출원은 대체로 3,000건을 헤아렸는데, 출원건수는 경제동향이 호전되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정 외래품 판매금지법의 발동으로 국내 기업활동이 활기를 띠었던 1961년에는 전년 3,347건보다 증가한 4,076건이었으며, 1962년에는 5,028건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 같은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선진 외국과 비교하면 크게 미미한 수준이었다. 일본과 서독은 연간 10만 건이 넘고, 미국이 8만 건, 영국이 4만 5,000건, 프랑스가 3만 7,000건, 이탈리아가 3만 건을 헤아리고 있었다.
이렇듯 외국에 비해 출원건수가 낮은 이유는 우선 외국 원조, 외국 상품에의 의존도가 높고 외국상품을 모방하는 데 급급했던 국내 경제사정을 꼽을 수 있었다. 발명활동을 뒷받침할 만한 자본이 부족하고 연구시설의 미흡과 기술의 낙후성이 주요 원인이었다.
또 특허기술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부족해 사업화되지 못하고 있었고, 정부의 지원도 충분하지 못했다. 어떤 발명품이 출원 · 공고됐을 경우 예산 부족으로 충분히 일반에게 알릴만큼 홍보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발명품을 일반에게 홍보해 발명가와 기업인 사이의 유기적인 매개역할을 담당하기 위한 한국아이디어뱅크가 1963년 7월 발족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아이디어뱅크는 △아이디어 매매주선 △발명고안 매매 및 대체 주선 △발명고안의 상담지도 △발명고안을 구하고 있는 회사 소개 △우수한 발명가 아이디어맨 소개 △신제품의 해외 소개 △발명고안에 대한 투자 주선 등을 추진했다. 1964년 4월에는 우리나라 처음으로 발명생산품전시회가 열려 특허상품의 기업화를 촉진했다.
대한발명협회는 1967년 발명의 날을 맞아 특허산업은행 설립을 정부에 건의했다. 특허를 받아 이를 기업화하고 있는 것은 약 10%이며, 이 중 기업으로 성공하고 있는 것은 다시 10% 즉 전체 특허권의 1% 미만이 기업화에 성공하는 실정을 개선하기 위해 발명가나 혹은 특허권을 사려고 하는 기업체만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은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한편 특허공보류의 이용과 활용을 도모하기 위해 36곳의 특허공보지방열람소를 운영하는 가운데 1966년 공업소유권제도 인식 제고를 위한 지방순회 계도사업이 처음 실시됐다. 실시 첫해에는 각 지방강습회 또는 좌담회를 13회, 1967년에는 9회 실시했으며 매스컴을 통한 홍보도 7회 실시했다. 또한 국민의 발명의욕 고취를 위해 미국특허청에서 제작한 기록영상필름 ‘발명에의 등불(Inventive to Progress)'을 1966년에 6개월 동안 빌려 전국 각 지방 순회강습에서 상영했다.
4) 조세감면규제법 시행으로
발명장려 세제지원이 유명무실화되었나
1966년 1월 조세감면규제법에 따라 발명보호법상의 면세조항이 효력을 잃게 되자 한국의 공업소유권 약화가 발명기반 상실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그동안 정부는 발명보호법 제6조에 따라 발명, 실용특허를 기업화할 경우 특허당국의 심의를 거쳐 상공부장관이 결정한 발명특허품은 사업 개시일로부터 5년간, 실용특허품은 3년간 영업세, 소득세, 물품세 등을 면제받는 혜택을 줬다. 그런데 1965년 12월 20일 법률 제1823호를 공포, 1966년 1월 1일 발효된 조세감면규제법(2조)은 조세감면대상에서 발명 보호 · 장려를 위한 면세를 제외했다. 이로 인해 발명 · 실용특허권자들은 특허를 기업화했을 때 전혀 면세혜택을 받지 못하고 세금을 내게 됐다.
이 같은 특허 과세에 대해 대한발명협회와 발명 · 실용권자들은 △발명의욕을 감퇴시켜 국내산업 발전에 지장을 가져오고 △발명·실용특허품에 대한 기업화가 곤란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한국의 공업소유권이 약체화돼 일본 등 외부로부터의 침투가 용이해지는 등 아이디어 개발방침에 어긋나는 역현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발명특허 출원이 1965년 12월 89건이었던 데 비해 1966년 1월 들어 33건으로 감소했다.
또한 특허권자들은 발명보호법의 면세조항을 소멸시킴으로써 얻는 정부의 세수증가는 겨우 500여만 원에 불과하며 실제 면세혜택을 받는 비율도 등록된 특허권자의 11%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특허 자체가 보호조처인데 면세혜택까지 줄 이유가 없으며, 조세공평부담원칙에 어긋난다는 등 이유를 내세워 물러서지 않았다.
이처럼 특허 과세로 인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1966년 5월 19일 제10회 발명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제1회 전국과학기술자대회에서 발명보호법 중 면세조항을 부활해 우수 발명기술에 대해 특허료를 감면하고 기업 육성을 위해 면세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 자리에는 박정희 대통령도 참석했는데, 대통령 및 국회의장에게 보내는 건의문을 채택하고 과학기술진흥법의 제정을 촉구했다.
사실 1960년대 당시 우리나라는 발명가들을 위한 보호정책이 시급했다. 1966년 특허국 통계에 의하면 실용특허출원 3,500건, 발명특허출원 1,500건 중 78%인 3,300건이 연구시설도 갖추지 못한 개인의 손으로 발명 고안된 것이었다. 이 중 약 30%인 1,800건이 특허심사를 통과했다.
이 같은 사실은 기업이나 정부가 연구와 기술발전에 관심을 거의 쏟지 않는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었다. 미국의 GE나 GMC같은 회사들이 발명특허연구에 연간 수억 달러씩 쓰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특허발명은커녕 안일하게 외국 기술의 도입과 제휴에 열중하며 국내 발명계와 기술진을 위축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예산과 인원 부족으로 시장 조사나 특허산업 현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특허산업면세조차 폐지됨으로써 우리나라 발명진흥 기반이 약화되는 상황을 맞았다.
5) ‘발명·신안개발보조금’제도는 어떻게 도입했나
1966년 1월 조세감면규제법(지금의 조세특례제한법)이 제정되면서 이 법에 따라 발명보호법상의 면세조항이 효력을 잃게 되자 한국의 공업소유권 약화와 발명기반 상실에 대한 유려가 높아졌다.
그동안 정부는 발명보호법 제5조의 규정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고, 제6조의 ‘우수한 발명품 중 대통령령으로 지정한 품종의 생산에 대해 발명특허품은 사업 개시일로부터 5년간, 실용특허품은 3년간 영업세, 소득세 및 물품세를 면제한다’는 규정에 따라 면세혜택을 줬다.
그런데 조세감면규제법 제2조의 ‘조세감면규제법 및 조약과 다음 각 호에 게기하는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조세의 감면은 할 수 없다’는 규정에서 발명보호법이 제외됨으로써 발명 보호 · 장려를 위한 면세가 제외됐다. 이로 인해 발명 · 실용특허권자들은 특허를 기업화했을 때 면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법적으로는 이미 발명을 장려 · 보호 · 육성함으로써 기술의 진보와 발전을 도모하고, 나아가 국가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특허법과 실용신안법을 비롯해 의장법, 발명보호법, 발명장려보조금교부규정, 부정경쟁방지법 등 형식적인 요건은 다 갖추고 있으나 제 구실을 못하고 있었다. “공업소유권 관계법은 사법(四法)이 아니라 사법(死法)”이라는 혹평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는 특허권자와 실용신안권자가 돈이 없어 발명품을 기업화 내지는 실용화하지 못하는 실정을 도와주기 위해 1968년 2월 ‘발명 · 신안개발보조금’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발명장려의 측면보다는 과학기술의 진흥이라는 측면이 강했다. 1967년 1월 16일 법률 제1864호로 과학기술진흥법이 제정되고, 그해 4월에 발족된 과학기술처가 국민의 발명의욕을 촉진시키고, 과학기술의 진흥을 위해 우수발명 및 실용신안 중에서 기업화가 가능한 것에 시작품 제작비를 지급하기 위해 이를 도입한 것이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발명 · 실용신안은 △기업화 단계까지 시험작품 개량의 필요가 있으나 자금이 없는 경우 △내용이 기술수준상 우수하고 수익성이 높은 것 △회계연도(1968년) 내에 완료할 수 있는 사업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발명계로서는 환영할만한 일이기는 했으나 행정질서의 문란을 야기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연구개발의 촉진단계에 그쳐야 할 과학기술처의 행정력이 발명의 기업화 단계까지 미치는 것은 월권이라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과학기술처는 대한발명협회를 통해 보조금 신청을 받기로 했으나 대한발명협회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과학기술처은 시작품 제작단계까지 지원해주려고 하는데 반해 대한발명협회는 양산화할 수 있는 기업화 단계까지 보조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던 것이다. 결국 대한발명협회의 의견이 반영해 양산화할 수 있는 기업화 단계까지 지원하기로 하고 신청을 받아 접수된 181건 중 39건을 선정해 1968년 6월에 1,900만 원(건당 최하 10만 원에서 최고 500만 원까지)을 지급했다.
이로써 국내 발명 및 실용신안을 개발해 산업기술을 발전시키고, 실용신안의 기업화와 상품의 보급을 조장하게 되어 외국제품의 침해로부터 국산품을 보호 · 장려하는 길이 열리게 됐으나 보조금의 규모가 너무 작은 데다 사후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무용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그리고 과학기술처가 1969년부터 우수발명이 외국정부에서 특허권을 얻도록 하기 위해 출원 보조비(수속비)를 지원해주었으나 그 실적은 미미했다.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발명 · 신안개발보조금’ 제도는 1968년부터 1972년까지 5년간 시행되었다가 1973년에 일체 중지됨으로써 발명장려에 대한 지원이 전무해져 발명에 대한 의욕을 잃게 하고 말았다. 1973년 초 정부의 각종 보조금지급 절감시책에 따라 중단된 것이다. 1968년부터 1972년까지 과학기술처가 일반인 신청과 상공부 등의 추천으로 지급했던 특허장려 보조금은 모두 126건에 7,859만 원으로 연간 2,500여만 원에 그쳐 특허품의 시작에는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막을 내리고 말았다.
이러한 발명장려를 위한 보조금 지급제도는 1982년 특허청이 우수발명 시작품 지원사업을 추진하면서 부활됐다. 특허청은 시행 첫해인 1982년에 12개 우수발명을 선정해 시작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발명 건당 440만 원에서 최고 838만 원까지 총 5,016만 원을 지급했다.
6) 직무발명 보상제도는 어떻게 시행했나
1972년 7월 박정희 대통령이 발명공무원 포상을 지시하면서 공무원의 발명에 대한 보상제도 운영대책 마련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실 그동안 근무발명에 대한 보상책을 제도화하라는 요구가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경제 성장과 함께 적극적인 연구개발투자가 이뤄지면서 국공립이나 사립 연구기관 설립이 잇따르고, 이에 따라 발명도 개인 위주에서 우수한 시설을 갖춘 연구기관으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시까지 국공립 연구기관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은 발명을 해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즉 근무하면서 발명한 자에 대해서는 발명자라는 명예 이외에 특허 실시권은 주어지지 않았다. 때문에 연구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연구활동을 활성화하고 발명을 촉진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보상제도 마련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었다.
1972년 7월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 이후 그해 12월 국무회의에서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발명한 것을 국가가 승계하고 보상금을 지급하는 ‘공무원직무발명보상규정’을 의결하면서 공무원의 발명에 대한 보상제도 시행은 급물살을 탔다.
1972년 12월 ‘공무원직무발명보상규정’(대통령령 제6397호)을 제정해 1973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규정은 특허법 제15조(피용자의 발명) 및 제16조(피용자에 대한 보상금)의 규정에 의거해 공무원(지방공무원 제외)의 직무발명에 대해 규정함으로써 이를 보호하고 장려해 연구의욕을 향상시키고, 국가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 국가는 발명자의 직무발명에 대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승계하고, 그 대가로 보상금과 등록보상금을 지급하며, 해당 권리가 처분됐을 때에는 처분보상금도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1973년 2월 8일 특허법을 전면개정하면서 제17조(직무발명)와 제18조(직무발명에 대한 보상)를 신설했으며, 1973년 5월에는 상공부령 제384호로 ‘공무원직무발명보상규정시행규칙’도 제정했다.
1973년 6월에 국무총리 훈령으로 지자체, 국영기업체, 공공연구기관 및 민간기관과 기업체로 직무발명보상 대상을 확대하도록 함에 따라 국가공무원을 대상으로 시작된 직무발명보상제도가 민간기업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민간기업에서도 기업의 특성에 맞춰 직무발명 보상규정을 마련하고 특허전담부서를 설치해 종업원들의 직무발명을 장려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하게 된 것이다.
1973년 6월 국무총리 훈령 제113호로 제정된 이 규정은 지자체, 국영기업체, 공공연구기관 및 민간업체로 대상을 확대했다. 국가공무원을 대상으로 시작된 직무발명보상제도가 이처럼 민간기업으로 확산됨에 따라 각 기업에서는 기업의 특성에 맞춰 직무발명 보상규정을 마련하고 특허전담부서를 설치해 이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후 공무원에 대한 보상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국가가 승계한 특허권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1976년 4월 대통령령 제8095호로 ‘국유특허권처분관리규정’을 제정했다. 이로써 재무부가 관리하던 국유재산 중 국유특허권에 한해서는 예외적으로 상공부 장관이 관리하도록 했다.
7) 한·일 특허권 및 실용신안권 상호보호협정은
어떻게 체결되었나
1973년 1월 25일 일본 도쿄에서 한국의 이호 주일대사와 일본의 오오히라 외무대신이 서명하면서 한 ·일국교정상화 이후 오랫동안 난항을 겪던 ‘한 ·일 특허권 및 실용신안권 상호보호협정’이 타결됐다. 협정은 1974년 1월 1일부터 발효됐다. 의장권에 대한 상호보호는 특허국과 1973년 10월 설립된 한국특허협회 등에서 활발히 거론했으나 협정 체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각 개별 국가와의 공업소유권 보호에 관한 교류도 계속됐다. 이후에도 보호국가의 수가 많이 늘었지만 1980년 한국이 공업소유권 보호를 위한 파리협약에 가입한 후에는 개별 국가들과의 상호보호 확인 등은 그 중요성이 점차 낮아졌다.
한편 1973년의 ‘한 · 일 특허권 및 실용신안권 상호보호협정’ 체결은 한국특허협회가 창립되는 계기가 됐다.
8) 공업소유권법 전문개정과 관련법 정비는 어떻게 했나
1970년대 초 우리나라는 자주기술의 개발은 물론 다가올 국제화시대, 자유경쟁시대에 대비한 산업기반의 구축이 요청되고 있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공업소유권제도의 확립을 통한 기술개발 촉진과 발명풍토 조성이 필요했다.
하지만 구법령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1961년 제정된 특허법은 이 같은 사회경제적 여건에 비춰볼 때 여러 가지로 미비하고 불합리했다. 이에 따라 특허국은 이를 보완하는 한편 일본과의 공업소유권협정 체결을 앞두고 근대법 체제를 갖추기 위해 1973년에 특허법을 전문 개정했다.
정부의 한글 전용화시책에 따라 전문이 한글로 표기된 특허법 개정법률안은 1973년 2월 8일 법률 제2505호로 공포됐으며, 한 · 일 공업소유권 상호보호협정 발효일에 맞춰 1974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전문개정된 특허법은 한 · 일 공업소유권 상호보호협정 발효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보완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1973년 12월 31일 법률 제2658호로 일부 개정됐다.
특허법 조문의 대부분을 준용하고 있는 실용신안법, 의장법도 특허법 전문개정에 맞춰 1973년 2월 8일 법률 제2508호, 법률 제2507호로 각각 전문개정됐다. 상표법 역시 이날 법률 제2506호로 전문 개정됐는데, 1949년 제정 이후 1958년, 1963년에 일부 개정됐으나 실정에 맞지 않는 점이 있을 뿐 아니라 법 체제 미비 및 조문 간의 불균형 등으로 법운용에 난점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1973년 2월 8일 법률 제2505호와 그해 12월 31일 법률 제2658호로 특허법이 개정됨에 따라 동법시행령과 시행규칙도 전문 개정돼 효과적인 시행이 도모됐다. 개정된 특허법시행령은 제출서류 등의 효력발생 시기와 관련해 종전의 도달주의에서 우편물에 의한 발송의 경우에는 발신주의가 채택됐으며, 심사관 · 심판관 · 항고심판관의 자격요건을 구체적으로 정해 심사 · 심판의 전문화 및 독립성을 꾀했다. 특허법 하위법령과 함께 실용신안법 · 의장법 및 상표법 등 공업소유권 4법의 하위법령 모두 전면 정비됐다.
이처럼 1973년 특허법과 동법시행령 ·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1970년대 초까지 별도의 연수과정없이 직무상 훈련을 통해 선임 심사관 · 심판관의 지식과 경험을 전수받는 형태로 이뤄졌던 공업소유권 연수에 대한 법적근거도 비로소 마련됐다. 이에 따라 1975년부터 심사 · 심판관에 대한 공업소유권 법정연수가 시작될 수 있었다.
공업소유권법 전문개정과 관련법이 정비되면서 발명특허활동도 활발해졌다. 1973년 2만 5,854건이던 전체 출원건수는 1976년 2만 8,694건으로 증가했다. 제3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1972~1976년) 기간에는 7.6%의 연평균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한 · 일 공업소유권협정이 발효된 1974년부터 외국인의 특허 · 실용신안 출원이 급증했다. 1970년대 초반 600~800건에 머물던 외국인의 특허 · 실용신안 출원이 1974년에는 4,378건으로 증가하면서 약 8%이던 점유율도 38.8%로 급증했다.
하지만 1972년 이후 매년 출원건수에 미치지 못하는 심사처리로 미처리건수가 증가했다. 1976년의 심사 미처리건수는 1973년 2만 1,312건 대비 약 100% 증가한 4만 2,681건에 이르렀다. 심판(항고심판 포함)의 경우 1974년부터 청구건수가 증가함에 따라 1975년 이후 심판 미처리 건이 급증했다. 1976년 심판 미처리건수는 1973년 405건 대비 약 197% 증가한 1,201건에 달했다.
이처럼 심사건수가 급증하자 특허국은 1969년 9월 제정된 ‘산업별 심사기준의 지침’을 기준으로 보다 세분화 · 구체화한 ‘산업부문별 심사기준’을 1970년부터 1979년에 걸쳐 총 64개 분야에 대해 제정했다. 1974년 1월에는 ‘의장심사기준’을 개정했으며, ‘상표심사기준’도 상표법 개정에 따라 1974년 1월에 일부 개정했다.
특허국은 또 직제 개편과 인력 증원을 통해 특허업무의 국제화와 직무발명 보상기능의 추가 등 업무량 확대에 대응해 나갔다. 특히 1973년 행정부 조직에는 이색적인 ‘부(部)’제를 도입했는데, 심사부, 심판부, 항고심판부, 관리부 등 업무의 분화와 심급의 독립성 요청은 1977년 특허국이 청으로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출처:한국발명진흥회 40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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