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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변신하는 ‘발명의 10계명’
1987년에 이어 1989년 우리나라 최초 전국 초·중·고·대학 발명교재 원고 청탁을 받은 필자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월간 발명특허’를 몇 년째 취재·편집·제작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발명가 성공사례 및 기업의 특허관리 사례를 취재하여 단행본까지 펴내고, 이 일을 하기 전 시문기자까지 몇 년 동안 했으니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청탁했는지 모르겠으나 청탁을 수락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최초의 일이니만큼 성공적으로 마치면 더 없이 큰 영광이나 실패라도 하면 크게는 국사를 그르치는 것이고 작게는 필자가 큰 망신이기 때문이었다.
요즘에는 수백 종의 발명에 관한 도서들이 있어 연구하고 분석하면 나름대로 집필이 가능할 수도 있겠으나 당시에는 참고 서적이라고는 일본 서적 몇 권이 고작이었다. 그 나마도 교재집필의 참고서적으로는 거리가 멀었다.
모시던 부장을 통해 들어온 원고 청탁이니만큼 부장을 통해 청탁을 수락할 수 없음을 통보했다. 비상이 걸렸다. 이미 사업 계획이 서있어 꼭 추진해야하는 사업인데 마땅한 저자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당시 발명교육계의 대부 격이었던 강신묵 님에게도 청탁해 보았으나 역시 필자와 같은 이유로 거절을 통보해 왔다.
이 경우 담당부서가 해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 오래 전에 고인이 된 권택주 부장의 끈질긴 설득에 필자는 집필을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첫 교재 제작을 도와주셨던 강신묵 님을 찾아 두 번째 집필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역시 오래 전에 고인이 되신 강신묵 님의 발명교육에 대한 열정은 한 마디로 태양처럼 뜨거웠다.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시면서도 요즘 말로 재능기부를 마다하지 않으셨고, 당신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어떤 부탁도 거절하지 않는 분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발명교재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 무척 기뻤고, 꼭 집필해 보고 싶었으나 워낙 중차대한 일이고, 자칫 잘못 집필하여 모처럼 시작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발명교육에 누가 될까 걱정되어 거절했다고 한다. 이 처럼 중차대한 일을 이제 겨우 30대 후반의 필자가 하게 되었다.
강신묵 님을 찾아 몇 차례 조언을 듣고 1989년 두 번 째 교재는 단독으로 집필을 시작했다.
어떤 내용을 이 교재에 담을까 고심 끝에 강신묵 님의 조언과 발명가들의 성공사례를 분석한 다음 우리나라 문화에 맞게 각색하여 정리해보기로 했다. 신문기자를 하면서 익힌 취재와 기사작성의 경험을 최대한 살려 일사천리로 집필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많은 부담 때문에 겁이나 시작조차 힘들었으나 막상 모든 부담을 버리고 나니 불과 2일(토요일과 일요일)만에 탈고가 가능했다. 바로 이 글속에 포함된 내용이 ‘발명의 10계명’이었다.
두툼한 원고 뭉치를 특허청에 넘기고 어떤 결과가 나올까 숨을 죽이고 기다리기를 1주일. 이때처럼 1주일이 길었던 것은 경험한 적이 없다. 초조했다.
결과는 ‘OK’이었다. 무엇보다 ‘발명의 10계명’이 좋다는 부언도 있었다. 편집에서 제작까지도 필자가 알아서 하라는 내용도 회신에 포함되어 있었다.
지금의 수준으로 살펴보면 참 보잘 것 없는 교재지만 당시에는 장안의 화제가 될 정도로 높이 평가받았다. 신문·잡지는 물론 라디오 및 텔레비전 인터뷰 요청까지 줄을 이었다.
그 ‘발명의 10계명’이 나이를 먹으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다.
‘발명의 10계명’은 그 동안 단행본 발간, 포스터 제작, 만화 제작, 동영상 제작으로 TV드라마 소개, 애니메이션 제작, 교육용 카드 제작, 매직 블록 제작, 12면 체 저금통 제작, 어린이 백과사전 및 중학교 교과서 게재 등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끝에 급기야 한국발명진흥회에 의해 게임(게임 명칭 : 발명탐정 진)으로까지 제작되었다. 스마트 교육 G-러닝 발명학습용 게임으로 홍보에 들어가기도 했다.
‘발명의 10계명’은 어느 덧 스물여섯의 건강한 청장년이 되었다. 그 동안 ‘매직 블록’ 및 ‘12면 체 저금통’ 등으로 상품화된 발명 및 과학 학습도구는 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으며, 한국발명진흥회가 제작한 게임 ‘발명탐정 진’은 지난 10월 30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선정한 2015년 제4차(9~10월) ‘이달의 우수 게임’의 영광을 움켜쥐었다. 한국발명진흥회의 이번 수상은 게임 업체가 아닌 곳으로는 처음으로 유일한 사례라고 한다.
2015년 마지막 ‘이달의 우수 게임’은 일반게임 부문, 오픈 마켓 부문, 착한 게임 부문으로 분류하여 선정하였는데, ‘발명탐정 진’은 착한 게임부문에서 선정되었다.
‘발명탐정 진’은 ‘발명의 10계명’을 모체로 카툰과 퍼즐게임의 복합구성으로 발명품과 발명원리 및 발명이야기 등을 공부할 수 있는 발명교육용 게임이다. 이 게임의 특징은 발명이라는 개념을 게임과 접목해 시나리오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게임 주인공이 발명 랜드를 탐험하면서 ‘발명의 10계명’을 기본으로 발명의 역사를 배워 나가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정규 발명교육과정과 연계도 가능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새롭게 변신하는 ‘발명의 10계명’. ‘발명의 10계명’은 또 다른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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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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