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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발과 발명진흥은 어떤 관계일까?
공업소유권(현, 산업재산권)
4법체계 구축과 심사기준 제정
1948년 정부 수립 후에도 미 군정법령으로 제정된 ‘1946년 특허법’이 계속 실시되면서 우리나라 실정에 부합하지 못하는 폐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특허국은 새롭게 특허법을 제정하는 동시에 실용신안과 의장에 대해서도 별도로 법을 제정할 필요성에 따라 1959년 2월 3개 법안의 기초를 완료했다. 이후 1961년 정부의 법령 일제 정리 작업의 일환으로 1961년 12월 31일 전문 9장 158조 및 부칙으로 구성된 새로운 특허법이 법률 제950호로 제정 공포됐다.
이와 함께 실용신안법(법률 제952호) 및 의장법(법률 제951호)도 같은 날 제정 공포됐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발명장려제도는 1949년 11월 제정된 상표법과 함께 공업소유권 4법체계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의장=현, 디자인)
이어 정부는 1962년 경제개발 5개년계획의 추진으로 광범위한 산업기술 분야 심사 심판의 전문성과 특허업무 증가에 대한 대응이 요구되자 1966년 2월 특허국의 기구를 대폭 확장해 공업소유권 행정조직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해 3월 12일 ‘국가공무원정원령’개정(대통령령 제2461호)에서는 특허국 정원이 52명에서 100명으로 증원됐다.
이후 정부는 특허·실용신안에 대한 적정한 심사기준을 확립해 심사에 일관성을 기하기 위한 목적으로 ‘산업별 심사기준의 지침’을 1969년 9월 10일 제정했다. 1972년에는 공정한 심사로 특허행정의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해 ‘심사준칙’을 제정했는데, 모든 출원의 접수에서부터 심사 등록에 이르기까지의 각종 처분 및 취급 기준을 통일한 것이었다. ‘의장심사기준’과 ‘상표심사기준’은 1969년 12월 26일과 1970년 5월 1일 각각 제정됐다.
특허법시행규칙에 규정돼 있던 변리사제도는 1961년 ‘변리사법’의 제정으로 비로소 법률로 규정됐다. 1961년 12월 23일에는 법률 제864호로 변리사법이 제정 공포됐다. 동법 시행령은 이듬해인 1962년 3월 22일 각령 제556호로 제정됐으며, 동법 시행규칙은 1963년 9월 28일에 상공부령 제121호로 제정됐다. 이로써 변리사제도는 독립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정착하게 됐지만, 이렇게 제정된 변리사법도 일제시대 변리사제도의 골격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또 변리사법시행령 제2조의 규정에 따라 변리사시험을 시행할 변리사시험위원회와 제27조의 규정에 의해 변리사의 징계에 관한 사항을 담당할 변리사징계위원회를 상공부 장관 소속하에 각각 설치하도록 했다.
발명장려금교부규정 제정
1962년 3월 22일 ‘발명장려금교부규정’이 공포됐다. 특허법 제37조의 규정에 따라 예산의 범위 내에서 이 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발명장려보조금을 교부하기로 한 것이다.
보조금을 교부할 수 있는 대상으로 △우수한 발명품의 생산, 수출 및 이에 관한 시험 또는 시작품의 제작 △국민생활에 현저하게 기여할 발명의 연구 또는 그 장려 △국민생활에 현저하게 기여할 발명의 연구 또는 그 장려와 관련된 발명품의 전시 △발명품의 현상모집과 발명가의 표창 △기타 발명장려에 관한 사업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보조금 지급 대상자는 발명자, 그 승계인, 발명의 실시권자, 발명연구자 또는 발명의 연구나 장려를 목적으로 하는 공익기관과 법인으로 한정했다.
그리고 제4조(교부액 한도)에서는 보조금의 교부액을 사업에 관한 소요경비의 5할 이내로 하되 △우수한 발명품의 생산, 수출 및 이에 관한 시험 또는 시작품의 제작 △국민생활에 현저하게 기여할 발명의 연구 또는 그 장려의 경우에는 전액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1973년12월 27일의 개정을 통해 특허뿐만 아니라 실용신안 및 의장의 고안에 대해서도 준용하기로 했다.
1981년 7월 30일에는 특허법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보조금 지급대상에 ‘발명 · 고안의 외국출원’을 추가했으며, 1990년 8월 28일에는 ‘학생의 발명활동촉진’과 ‘발명장려를 위한 전시회 등 행사개최’를 추가했다.
한편 2001년 6월 27일에 개정하면서 종전의 특허법의 규정을 받던 것을 발명진흥법의 규정을 받도록 바꾸었다.
그러나 발명장려금교부규정은 2006년 9월 4일 대통령령 제19672호에 의해 폐지됐다. 같은 날 개정된 발명진흥법시행령 부칙 제2조에서 ‘발명장려보조금교부규정’을 폐지하기로 함에 따른 것이었다.
발명장려보조금교부규정의 다수 규정이 보조금 관련 일반법인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법률 제6400호, 2001.1.29. 공포 · 시행) 및 동법 시행령(대통령령 제19030호, 2005.8.31. 공포 · 시행)과 중복 · 유사해 특별규정으로서의 성격이 모호했다. 그리고 개정된 발명진흥법이 2006년 9월 4일 시행되면서 종래 발명장려보조금교부 등에 대한 위임규정이 대통령령의 포괄 위임형태에서 위임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형태로 변경됐다. 또 법률의 위임범위에 충실한 행정 입법을 위해 발명장려보조금교부규정 중 법률의 위임사항에 해당하는 일부 규정을 발명진흥법시행령으로 이관하는 한편, 발명장려보조금의 교부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 있어 이를 폐지하게 된 것이다.
특허기업화를 위한 노력
1947년 특허 · 실용신안 · 의장출원 등 공업소유권 출원이 시작된 이후 1962년 말까지 출원건수는 총 2만 9,800여 건, 그중 특허등록된 것은 1만 1,688건에 달했다. 부문별로 보면 발명출원이 5,506건으로 18%, 실용신안이 9,890건으로 33%, 의장이 3,094건으로 11%, 상표가 1만 1,313건으로 38%였다.
해마다 출원은 대체로 3,000건을 헤아렸는데, 출원건수는 경제동향이 호전되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정 외래품 판매금지법의 발동으로 국내 기업활동이 활기를 띠었던 1961년에는 전년 3,347건보다 증가한 4,076건이었으며, 1962년에는 5,028건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 같은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선진 외국과 비교하면 크게 미미한 수준이었다. 일본과 서독은 연간 10만 건이 넘고, 미국이 8만 건, 영국이 4만 5,000건, 프랑스가 3만 7,000건, 이탈리아가 3만 건을 헤아리고 있었다.
이렇듯 외국에 비해 출원건수가 낮은 이유는 우선 외국 원조, 외국 상품에의 의존도가 높고 외국상품을 모방하는 데 급급했던 국내 경제사정을 꼽을 수 있었다. 발명활동을 뒷받침할 만한 자본이 부족하고 연구시설의 미흡과 기술의 낙후성이 주요 원인이었다.
또 특허기술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부족해 사업화되지 못하고 있었고, 정부의 지원도 충분하지 못했다. 어떤 발명품이 출원 · 공고됐을 경우 예산 부족으로 충분히 일반에게 알릴만큼 홍보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발명품을 일반에게 홍보해 발명가와 기업인 사이의 유기적인 매개역할을 담당하기 위한 한국아이디어뱅크가 1963년 7월 발족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아이디어뱅크는 △아이디어 매매주선 △발명고안 매매 및 대체 주선 △발명고안의 상담지도 △발명고안을 구하고 있는 회사 소개 △우수한 발명가 아이디어맨 소개 △신제품의 해외 소개 △발명고안에 대한 투자 주선 등을 추진했다. 1964년 4월에는 우리나라 처음으로 발명생산품전시회가 열려 특허상품의 기업화를 촉진했다.
대한발명협회는 1967년 발명의 날을 맞아 특허산업은행 설립을 정부에 건의했다. 특허를 받아 이를 기업화하고 있는 것은 약 10%이며, 이 중 기업으로 성공하고 있는 것은 다시 10% 즉 전체 특허권의 1% 미만이 기업화에 성공하는 실정을 개선하기 위해 발명가나 혹은 특허권을 사려고 하는 기업체만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은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한편 특허공보류의 이용과 활용을 도모하기 위해 36곳의 특허공보지방열람소를 운영하는 가운데 1966년 공업소유권제도 인식 제고를 위한 지방순회 계도사업이 처음 실시됐다. 실시 첫해에는 각 지방강습회 또는 좌담회를 13회, 1967년에는 9회 실시했으며 매스컴을 통한 홍보도 7회 실시했다. 또한 국민의 발명의욕 고취를 위해 미국특허청에서 제작한 기록영상필름 ‘발명에의 등불(Inventive to Progress)'을 1966년에 6개월 동안 빌려 전국 각 지방 순회강습에서 상영했다.
조세감면규제법 시행으로 발명장려 세제지원 유명무실화
1966년 1월 조세감면규제법에 따라 발명보호법상의 면세조항이 효력을 잃게 되자 한국의 공업소유권 약화가 발명기반 상실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그동안 정부는 발명보호법 제6조에 따라 발명, 실용특허를 기업화할 경우 특허당국의 심의를 거쳐 상공부장관이 결정한 발명특허품은 사업 개시일로부터 5년간, 실용특허품은 3년간 영업세, 소득세, 물품세 등을 면제받는 혜택을 줬다. 그런데 1965년 12월 20일 법률 제1823호를 공포, 1966년 1월 1일 발효된 조세감면규제법(2조)은 조세감면대상에서 발명 보호 · 장려를 위한 면세를 제외했다. 이로 인해 발명 · 실용특허권자들은 특허를 기업화했을 때 전혀 면세혜택을 받지 못하고 세금을 내게 됐다.
이 같은 특허 과세에 대해 대한발명협회와 발명 · 실용권자들은 △발명의욕을 감퇴시켜 국내산업 발전에 지장을 가져오고 △발명·실용특허품에 대한 기업화가 곤란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한국의 공업소유권이 약체화돼 일본 등 외부로부터의 침투가 용이해지는 등 아이디어 개발방침에 어긋나는 역현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발명특허 출원이 1965년 12월 89건이었던 데 비해 1966년 1월 들어 33건으로 감소했다.
또한 특허권자들은 발명보호법의 면세조항을 소멸시킴으로써 얻는 정부의 세수증가는 겨우 500여만 원에 불과하며 실제 면세혜택을 받는 비율도 등록된 특허권자의 11%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특허 자체가 보호조처인데 면세혜택까지 줄 이유가 없으며, 조세공평부담원칙에 어긋난다는 등 이유를 내세워 물러서지 않았다.
이처럼 특허 과세로 인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1966년 5월 19일 제10회 발명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제1회 전국과학기술자대회에서 발명보호법 중 면세조항을 부활해 우수 발명기술에 대해 특허료를 감면하고 기업 육성을 위해 면세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 자리에는 박정희 대통령도 참석했는데, 대통령 및 국회의장에게 보내는 건의문을 채택하고 과학기술진흥법의 제정을 촉구했다.
사실 1960년대 당시 우리나라는 발명가들을 위한 보호정책이 시급했다. 1966년 특허국 통계에 의하면 실용특허출원 3,500건, 발명특허출원 1,500건 중 78%인 3,300건이 연구시설도 갖추지 못한 개인의 손으로 발명 고안된 것이었다. 이 중 약 30%인 1,800건이 특허심사를 통과했다.
이 같은 사실은 기업이나 정부가 연구와 기술발전에 관심을 거의 쏟지 않는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었다. 미국의 GE나 GMC같은 회사들이 발명특허연구에 연간 수억 달러씩 쓰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특허발명은커녕 안일하게 외국 기술의 도입과 제휴에 열중하며 국내 발명계와 기술진을 위축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예산과 인원 부족으로 시장 조사나 특허산업 현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특허산업면세조차 폐지됨으로써 우리나라 발명진흥 기반이 약화되는 상황을 맞았다.
‘발명·신안개발보조금’제도 도입
1966년 1월 조세감면규제법(지금의 조세특례제한법)이 제정되면서 이 법에 따라 발명보호법상의 면세조항이 효력을 잃게 되자 한국의 공업소유권 약화와 발명기반 상실에 대한 유려가 높아졌다.
그동안 정부는 발명보호법 제5조의 규정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고, 제6조의 ‘우수한 발명품 중 대통령령으로 지정한 품종의 생산에 대해 발명특허품은 사업 개시일로부터 5년간, 실용특허품은 3년간 영업세, 소득세 및 물품세를 면제한다’는 규정에 따라 면세혜택을 줬다.
그런데 조세감면규제법 제2조의 ‘조세감면규제법 및 조약과 다음 각 호에 게기하는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조세의 감면은 할 수 없다’는 규정에서 발명보호법이 제외됨으로써 발명 보호 · 장려를 위한 면세가 제외됐다. 이로 인해 발명 · 실용특허권자들은 특허를 기업화했을 때 면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법적으로는 이미 발명을 장려 · 보호 · 육성함으로써 기술의 진보와 발전을 도모하고, 나아가 국가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특허법과 실용신안법을 비롯해 의장법, 발명보호법, 발명장려보조금교부규정, 부정경쟁방지법 등 형식적인 요건은 다 갖추고 있으나 제 구실을 못하고 있었다. “공업소유권 관계법은 사법(四法)이 아니라 사법(死法)”이라는 혹평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는 특허권자와 실용신안권자가 돈이 없어 발명품을 기업화 내지는 실용화하지 못하는 실정을 도와주기 위해 1968년 2월 ‘발명 · 신안개발보조금’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발명장려의 측면보다는 과학기술의 진흥이라는 측면이 강했다. 1967년 1월 16일 법률 제1864호로 과학기술진흥법이 제정되고, 그해 4월에 발족된 과학기술처가 국민의 발명의욕을 촉진시키고, 과학기술의 진흥을 위해 우수발명 및 실용신안 중에서 기업화가 가능한 것에 시작품 제작비를 지급하기 위해 이를 도입한 것이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발명 · 실용신안은 △기업화 단계까지 시험작품 개량의 필요가 있으나 자금이 없는 경우 △내용이 기술수준상 우수하고 수익성이 높은 것 △회계연도(1968년) 내에 완료할 수 있는 사업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발명계로서는 환영할만한 일이기는 했으나 행정질서의 문란을 야기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연구개발의 촉진단계에 그쳐야 할 과학기술처의 행정력이 발명의 기업화 단계까지 미치는 것은 월권이라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과학기술처는 대한발명협회를 통해 보조금 신청을 받기로 했으나 대한발명협회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과학기술처은 시작품 제작단계까지 지원해주려고 하는데 반해 대한발명협회는 양산화할 수 있는 기업화 단계까지 보조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던 것이다. 결국 대한발명협회의 의견이 반영해 양산화할 수 있는 기업화 단계까지 지원하기로 하고 신청을 받아 접수된 181건 중 39건을 선정해 1968년 6월에 1,900만 원(건당 최하 10만 원에서 최고 500만 원까지)을 지급했다.
이로써 국내 발명 및 실용신안을 개발해 산업기술을 발전시키고, 실용신안의 기업화와 상품의 보급을 조장하게 되어 외국제품의 침해로부터 국산품을 보호 · 장려하는 길이 열리게 됐으나 보조금의 규모가 너무 작은 데다 사후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무용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그리고 과학기술처가 1969년부터 우수발명이 외국정부에서 특허권을 얻도록 하기 위해 출원 보조비(수속비)를 지원해주었으나 그 실적은 미미했다.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발명 · 신안개발보조금’ 제도는 1968년부터 1972년까지 5년간 시행되었다가 1973년에 일체 중지됨으로써 발명장려에 대한 지원이 전무해져 발명에 대한 의욕을 잃게 하고 말았다. 1973년 초 정부의 각종 보조금지급 절감시책에 따라 중단된 것이다. 1968년부터 1972년까지 과학기술처가 일반인 신청과 상공부 등의 추천으로 지급했던 특허장려 보조금은 모두 126건에 7,859만 원으로 연간 2,500여만 원에 그쳐 특허품의 시작에는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막을 내리고 말았다.
이러한 발명장려를 위한 보조금 지급제도는 1982년 특허청이 우수발명 시작품 지원사업을 추진하면서 부활됐다. 특허청은 시행 첫해인 1982년에 12개 우수발명을 선정해 시작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발명 건당 440만 원에서 최고 838만 원까지 총 5,016만 원을 지급했다.
직무발명 보상제도 시행
1972년 7월 박정희 대통령이 발명공무원 포상을 지시하면서 공무원의 발명에 대한 보상제도 운영대책 마련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실 그동안 근무발명에 대한 보상책을 제도화하라는 요구가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경제 성장과 함께 적극적인 연구개발투자가 이뤄지면서 국공립이나 사립 연구기관 설립이 잇따르고, 이에 따라 발명도 개인 위주에서 우수한 시설을 갖춘 연구기관으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시까지 국공립 연구기관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은 발명을 해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즉 근무하면서 발명한 자에 대해서는 발명자라는 명예 이외에 특허 실시권은 주어지지 않았다. 때문에 연구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연구활동을 활성화하고 발명을 촉진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보상제도 마련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었다.
1972년 7월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 이후 그해 12월 국무회의에서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발명한 것을 국가가 승계하고 보상금을 지급하는 ‘공무원직무발명보상규정’을 의결하면서 공무원의 발명에 대한 보상제도 시행은 급물살을 탔다.
1972년 12월 ‘공무원직무발명보상규정’(대통령령 제6397호)을 제정해 1973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규정은 특허법 제15조(피용자의 발명) 및 제16조(피용자에 대한 보상금)의 규정에 의거해 공무원(지방공무원 제외)의 직무발명에 대해 규정함으로써 이를 보호하고 장려해 연구의욕을 향상시키고, 국가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 국가는 발명자의 직무발명에 대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승계하고, 그 대가로 보상금과 등록보상금을 지급하며, 해당 권리가 처분됐을 때에는 처분보상금도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1973년 2월 8일 특허법을 전면개정하면서 제17조(직무발명)와 제18조(직무발명에 대한 보상)를 신설했으며, 1973년 5월에는 상공부령 제384호로 ‘공무원직무발명보상규정시행규칙’도 제정했다.
1973년 6월에 국무총리 훈령으로 지자체, 국영기업체, 공공연구기관 및 민간기관과 기업체로 직무발명보상 대상을 확대하도록 함에 따라 국가공무원을 대상으로 시작된 직무발명보상제도가 민간기업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민간기업에서도 기업의 특성에 맞춰 직무발명 보상규정을 마련하고 특허전담부서를 설치해 종업원들의 직무발명을 장려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하게 된 것이다.
1973년 6월 국무총리 훈령 제113호로 제정된 이 규정은 지자체, 국영기업체, 공공연구기관 및 민간업체로 대상을 확대했다. 국가공무원을 대상으로 시작된 직무발명보상제도가 이처럼 민간기업으로 확산됨에 따라 각 기업에서는 기업의 특성에 맞춰 직무발명 보상규정을 마련하고 특허전담부서를 설치해 이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후 공무원에 대한 보상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국가가 승계한 특허권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1976년 4월 대통령령 제8095호로 ‘국유특허권처분관리규정’을 제정했다. 이로써 재무부가 관리하던 국유재산 중 국유특허권에 한해서는 예외적으로 상공부 장관이 관리하도록 했다.
한·일 특허권 및 실용신안권 상호보호협정 체결
1973년 1월 25일 일본 도쿄에서 한국의 이호 주일대사와 일본의 오오히라 외무대신이 서명하면서 한 ·일국교정상화 이후 오랫동안 난항을 겪던 ‘한 ·일 특허권 및 실용신안권 상호보호협정’이 타결됐다. 협정은 1974년 1월 1일부터 발효됐다. 의장권에 대한 상호보호는 특허국과 1973년 10월 설립된 한국특허협회 등에서 활발히 거론했으나 협정 체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각 개별 국가와의 공업소유권 보호에 관한 교류도 계속됐다. 이후에도 보호국가의 수가 많이 늘었지만 1980년 한국이 공업소유권 보호를 위한 파리협약에 가입한 후에는 개별 국가들과의 상호보호 확인 등은 그 중요성이 점차 낮아졌다.
한편 1973년의 ‘한 · 일 특허권 및 실용신안권 상호보호협정’ 체결은 한국특허협회가 창립되는 계기가 됐다.
공업소유권법 전문개정과 관련법 정비
1970년대 초 우리나라는 자주기술의 개발은 물론 다가올 국제화시대, 자유경쟁시대에 대비한 산업기반의 구축이 요청되고 있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공업소유권제도의 확립을 통한 기술개발 촉진과 발명풍토 조성이 필요했다.
하지만 구법령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1961년 제정된 특허법은 이 같은 사회경제적 여건에 비춰볼 때 여러 가지로 미비하고 불합리했다. 이에 따라 특허국은 이를 보완하는 한편 일본과의 공업소유권협정 체결을 앞두고 근대법 체제를 갖추기 위해 1973년에 특허법을 전문 개정했다.
정부의 한글 전용화시책에 따라 전문이 한글로 표기된 특허법 개정법률안은 1973년 2월 8일 법률 제2505호로 공포됐으며, 한 · 일 공업소유권 상호보호협정 발효일에 맞춰 1974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전문개정된 특허법은 한 · 일 공업소유권 상호보호협정 발효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보완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1973년 12월 31일 법률 제2658호로 일부 개정됐다.
특허법 조문의 대부분을 준용하고 있는 실용신안법, 의장법도 특허법 전문개정에 맞춰 1973년 2월 8일 법률 제2508호, 법률 제2507호로 각각 전문개정됐다. 상표법 역시 이날 법률 제2506호로 전문 개정됐는데, 1949년 제정 이후 1958년, 1963년에 일부 개정됐으나 실정에 맞지 않는 점이 있을 뿐 아니라 법 체제 미비 및 조문 간의 불균형 등으로 법운용에 난점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1973년 2월 8일 법률 제2505호와 그해 12월 31일 법률 제2658호로 특허법이 개정됨에 따라 동법시행령과 시행규칙도 전문 개정돼 효과적인 시행이 도모됐다. 개정된 특허법시행령은 제출서류 등의 효력발생 시기와 관련해 종전의 도달주의에서 우편물에 의한 발송의 경우에는 발신주의가 채택됐으며, 심사관 · 심판관 · 항고심판관의 자격요건을 구체적으로 정해 심사 · 심판의 전문화 및 독립성을 꾀했다. 특허법 하위법령과 함께 실용신안법 · 의장법 및 상표법 등 공업소유권 4법의 하위법령 모두 전면 정비됐다.
이처럼 1973년 특허법과 동법시행령 ·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1970년대 초까지 별도의 연수과정없이 직무상 훈련을 통해 선임 심사관 · 심판관의 지식과 경험을 전수받는 형태로 이뤄졌던 공업소유권 연수에 대한 법적근거도 비로소 마련됐다. 이에 따라 1975년부터 심사 · 심판관에 대한 공업소유권 법정연수가 시작될 수 있었다.
공업소유권법 전문개정과 관련법이 정비되면서 발명특허활동도 활발해졌다. 1973년 2만 5,854건이던 전체 출원건수는 1976년 2만 8,694건으로 증가했다. 제3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1972~1976년) 기간에는 7.6%의 연평균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한 · 일 공업소유권협정이 발효된 1974년부터 외국인의 특허 · 실용신안 출원이 급증했다. 1970년대 초반 600~800건에 머물던 외국인의 특허 · 실용신안 출원이 1974년에는 4,378건으로 증가하면서 약 8%이던 점유율도 38.8%로 급증했다.
하지만 1972년 이후 매년 출원건수에 미치지 못하는 심사처리로 미처리건수가 증가했다. 1976년의 심사 미처리건수는 1973년 2만 1,312건 대비 약 100% 증가한 4만 2,681건에 이르렀다. 심판(항고심판 포함)의 경우 1974년부터 청구건수가 증가함에 따라 1975년 이후 심판 미처리 건이 급증했다. 1976년 심판 미처리건수는 1973년 405건 대비 약 197% 증가한 1,201건에 달했다.
이처럼 심사건수가 급증하자 특허국은 1969년 9월 제정된 ‘산업별 심사기준의 지침’을 기준으로 보다 세분화 · 구체화한 ‘산업부문별 심사기준’을 1970년부터 1979년에 걸쳐 총 64개 분야에 대해 제정했다. 1974년 1월에는 ‘의장심사기준’을 개정했으며, ‘상표심사기준’도 상표법 개정에 따라 1974년 1월에 일부 개정했다.
특허국은 또 직제 개편과 인력 증원을 통해 특허업무의 국제화와 직무발명 보상기능의 추가 등 업무량 확대에 대응해 나갔다. 특히 1973년 행정부 조직에는 이색적인 ‘부(部)’제를 도입했는데, 심사부, 심판부, 항고심판부, 관리부 등 업무의 분화와 심급의 독립성 요청은 1977년 특허국이 청으로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출처 : 한국발명진흥회 40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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