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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문제해결을 통한 발명으로
시대를 바꾼 해결사
창의적인 문제해결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였다. 동물처럼 힘이 세지도 빨리 달리지도 못했던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대를 바꾸고, 그 발전을 앞당긴 것 또한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의 덕분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필수적인 의식주(衣·食·住)도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에 의해 크게 바뀌고 발전하여 부족함이 없게 되었다.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면서 사람들은 질병으로부터 해방되기를 염원했고, 이어 보다 쾌락한 문화생활을 꿈꾸기 시작했다. 이 또한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이 선물로 안겨주었다. 이후 사람들은 모든 분야에서 ‘좀 더 아름답게, 좀 더 편리하게’를 추구했고,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은 이 또한 가능하게 하였는데, 여기에서 산업재산권(특허·실용신안·디자인·상표의 총칭)이 탄생하기도 했다. 즉, 세계 어느 나라 특허청에서나 ‘좀 더 아름답게’하면 디자인 출원이 가능하고, ‘좀 더 편리하게’하면 실용신안 및 특허출원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창의적인 문제해결을 통한 발명으로 시대를 바꾼 해결사’는 어느 시대 누구일까? 의·식·주 위주로 그 사례를 추적해 본다.
옷이 날개
‘옷이 날개’라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요즘도 일부 아프리카 원주민들에서 보듯 최초의 인류는 옷이 없었다. 이 문제도 창의력이 해결했다. 동양에서는 무명·모시·삼베·명주 등이, 서양에서는 인조견사와 나일론 등이 발명되었고, 이것들이 발명되면서 새로운 의류문화가 열리기 시작했다.
옷은 그 민족의 전통과 문화에 따라 빠르게 발전하였다. 그 중에는 세계적인 발명으로 손꼽히는 발명들도 수없이 많다. 청바지·와이셔츠·미니스커트·삼각팬티·양말·장갑·카디건·니트·란제리 등 수없이 많다. 모두가 창의적인 문제해결의 결실이었다.
국경과 세대를 초월하여 젊음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청바지는 1853년에 탄생하였다. 발명가는 천막 천 판매업자였던 미국인 리바이 스트라우스로 리바이스(Levi's) 브랜드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1829년 독일 남부 바바리아 출신의 스트라우스는 1847년 미국에서의 성공을 꿈꾸며 뉴욕에 찾았다. 당시 그의 형은 뉴욕에서 의류관련 사업을 하고 있었으며, 스트라우스는 형의 사업을 돕는 것으로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24세가 되던 해 새로운 시장창출을 위해 서부 개척시대의 메카였던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많은 양의 금이 나왔다. 자연히 금을 캐려고 모여드는 사람들로 이른바 골드러시를 이루었고, 전 지역이 그들이 묵는 천막이었다. 이에 따라 스트라우스가 들고 온 사업 밑천은 천막 천이었다. 스트라우스는 천막 천을 판매하는 동시에 천막도 만들어 팔았다. 다른 업자에 비해 천막 천을 싸게 구입할 수 있어 많은 돈도 벌 수 있었다. 문제는 이것이 화근이었다. 더 많은 돈을 벌 요량으로 군납용 천막을 대량으로 생산했다가 그만 납품이 막혀버리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부도가 나버린 것이다.
산더미만한 분량의 천막이 방치된 채 빚 독촉이 심해졌고, 직원들도 월급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이었다. 스트라우스는 헐값에라도 팔아서 밀린 빚과 직원들의 월급만이라도 해결하고 싶었지만, 엄청난 양을 한꺼번에 사줄 사람은 좀처럼 나서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광부들의 바지가 쉽게 찢어지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천막용 천이라고 해서 반드시 천막만 만들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스트라우스는 튼튼한 천막 천으로 바지를 만들어서 광부들에게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이 바지의 수요는 엄청나서 말 그대로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하였고, 스트라우스는 그야말로 돈방석 위에 앉게 되었다. 1900년대 이후부터 청바지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작업복이 아닌 평상복이 되었다. 한편, 청바지가 엄청난 유행을 불러일으킨 것은 미국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의 제임스 딘이 청바지를 입은 것을 보고 많은 젊은이들이 이를 흉내 내어 청바지를 입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행운까지 따라준 것이다.
먹어야 양반
‘먹어야 양반’이라는 속담도 있다. 원시인들도 의식주 중 먹는 것을 가장 중요시 했다. 그러나 불이 발견되고, 그것을 보관 또는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발명하기 전까지만 해도 동물처럼 먹고 살았다. 그들도 좀 더 부드럽고, 좀 더 맛있고, 좀 더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싶었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력은 이 또한 가능한 시대를 열어 주었다. 이는 필요에 따라 곡식을 재배하고 가축을 기르면서 가능해 졌다. 이전까지는 자연에서 채취하고 사냥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음식문화도 그 민족의 전통과 식성에 따라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동양에서는 된장·간장·고추장·김치·두부·라면·초코파이·붕어빵·떡볶이·식혜 등이, 서양에서는 버터·치즈·마가린·소시지·분유·햄버거·도넛·피자·초콜릿·사이다·콜라 등이 발명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이들 음식은 국경을 넘어 지구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초코파이(Choco Pie)만 먹을 수 있다면 어떤 고된 훈련도 즐겁기만 하다는 군인들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어른도 즐겨 먹는 이 과자는 언제 누가 발명했을까? 그 원조는 두 개의 둥근 비스킷을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마시멜로로 붙인 후 초콜릿으로 감싼 것이 전부로 발명이라 하기에는 뭔가 조금 부족한 것이었다. 이 과자는 1917년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남부 테네시 주의 채타누가 베이커리에서 처음 만든 것의 이름은 초코파이가 아니라 문 파이(Moon Pie)였다. 채타누가 베이커리는 ‘비스킷을 좀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찾던 중 처음에는 마시멜로를 발라 먹다가 우연히 여기에 초콜릿을 바른데서 비롯되었다.
진정한 초코파이의 발명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한 것은 우리나라였다.
그러하다면 우리나라에는 언제 누가 가장 먼저 초코파이를 선보였을까? 이야기는 197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진 각국의 시장을 조사 중이던 동양제과 연구원들은 한 카페에서 초콜릿을 입힌 과자를 맛보게 되었다.
“바로 이 맛이다. 이런 맛있는 과자를 만들면 국내 시장은 물론 국제 시장도 점유할 수 있을 거야.”
이들은 귀국과 동시에 초콜릿을 입힌 과자를 만들기로 하고 연구에 들어갔다. 1년 후, 드디어 동양제과는 선진국 제품을 능가하는 초코과자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비스킷과 초콜릿 그리고 마시멜로를 조화롭게 더한 것이었다.
딱딱하고 쉽게 부스러지던 비스킷은 알맞은 습도의 마시멜로에 의해 한결 부드러워 졌고, 초콜릿 또한 알맞게 씌워져 맛 또한 그만이었다. 동양제과는 초코파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선보였다. 선풍적인 인기였다. 우리나라에서 초코파이의 신화가 창조된 것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공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집단은 가족이고, 그 가족이 함께 머무는 공간은 주택이라고 한다. 160만 년 전. 그때까지도 집을 진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이 때 쯤에는 수십 개의 나뭇가지를 세우고, 그 위에 풀을 덮는 정도까지의 집은 탄생했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집이라기보다는 동물의 보금자리에 가까웠다. 사실 이 정도는 동물의 본능이라 할 수 있지만 돌 조각 등 도구가 필요했을 것으로 미루어보아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명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집을 지면서 창의력을 기르게 되었고, 협동을 배우게 되었고, 급기야 한 곳에 정착하여 농사를 짓고 동물도 기르는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그러나 인류에게는 좀 더 안락한 공간이 필요했고, 이것 역시 창의적인 문제해결 앞에서는 시간 문제였다. 아메리칸 푸이블로족의 흙집, 몽고인들의 파오, 에스키모의 이글루, 유럽의 튼튼한 석조건물, 동양의 아름다운 목조건물 등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창의력의 결 정체라 할 수 있다.
주택문화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온 발명은 수없이 많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띠는 것은 엘리베이터다.
고층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아찔해진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는 첨단 발명으로 역사도 짧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의 역사는 무척 길다. 놀랍게도 기원전에 발명되었다. 최초의 발명가는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과학자였던 아르키메데스. 기원전 3세기에 도르래에 밧줄을 걸어 동물이나 사람이 끌어 당겨 위로 올리는 형태의 엘리베이터를 발명했다. 당시의 엘리베이터는 화물용이었다. 이 발명이 있었기에 고대에도 높은 건물을 건설할 수 있었고, 지하의 광석도 지상으로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사람이 타는 엘리베이터는 17세기 중반 루이 15세 때 첫선을 보였다. 수동식으로 왕궁에서만 사용되었지만 사람이 탔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18세기에 접어들면서 엘리베이터는 비록 소수이기는 했지만 집안에서는 아래층에서 조리한 음식을 위층으로 전달하고, 지하에서 일하는 광부들을 운송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엘리베이터가 널리 보급되지 못한 것은 모든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실제로 초기의 엘리베이터는 여간 위험한 것이 아니었다. 이 위험한 엘리베이터가 안전해지고, 고층건물에 설치되어 하늘에 닿을 듯한 고층건물들은 탄생시킨 발명가는 미국의 엘리샤 그레이브스 오티스였다. 오티스의 발명은 기존 엘리베이터에 안전장치를 부착한 것이었다. 1952년의 일이다. 오티스는 자신이 발명한 엘리베이터의 안전성을 알리기 위해 직접 홍보에 나섰다. 이것이 지금도 유명한 수정궁의 홍보 전략이다.
“여러분, 엘리베이터는 절대 위험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1852년 뉴욕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장의 수정궁에는 관람객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오티스는 이곳에 개방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다음 자신이 직접 타고 높이 올라갔다.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 순간 오티스는 직원들에게 자신이 탄 엘리베이터의 케이블을 자르도록 지시했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아버렸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도 오티스도 안전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건축도 엘리베이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위 사례에서 보았듯이 창의적인 문제해결을 통한 발명은 인간의 상상을 모두 현실로 바꾸어 놓았다. 요즘 모든 분야에서 창의적인 사람이 환영받고 성공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글 : 왕연중(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한국과학저술인협회 사무총장)
그림 : 김민재(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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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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