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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발명의 새로운 용도를 찾아라
숲 속 어두운 곳, 작은 나무 가지 아래를 유심히 보면 어김없이 고동색의 나비 번데기를 볼 수 있다.
볼품없는 모양새에 칙칙한 색깔까지, 결코 아름답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생명의 힘이 무르익으면 번데기의 두꺼운 껍질이 서서히 찢기면서 여리고 아름다운 자태가 드러난다.
화려한 색과 무늬에 비칠 듯이 얇은 날개는 눈을 현혹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도저히 볼품없는 번데기에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는 아름다운 자태다. 어둡고 칙칙한 번데기의 두꺼운 껍질 안에, 실은 아름답고 연약한 새로운 모습의 생명체가 숨어있었던 것이다.
아이디어도 마찬가지다. 우리 곁에는 번데기의 상태로 남아있는 아이디어들이 널려 있다. 그러나 아이디어는 나비처럼 스스로 번데기 껍질을 찢고 나올 수 없는 법. 초라하고 묵은 아이디어의 허물을 벗기고 세상으로 끄집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발명가의 몫이다.
내버려진 아이디어의 새로운 용도를 찾고, 상품으로 만들어 세상에 선보이는 것. 그것이 바로 아이디어의 허물을 벗기고, 날개를 다는 작업이다.
허물을 벗은 아이디어는 번데기에서 나온 나비처럼, 완전히 새롭고 한층 더 귀한 것으로 변신한다.
쓸모없이 버려졌던 발명품과 아이디어도 이 ‘허물벗기’, 새로운 용도를 찾는 과정에서 놀라운 발명품이 되는 것이다.
고개 숙인 남성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으면서 돌풍을 일으킨 비아그라가 그 좋은 예다. 비아그라의 원료는 원래 영국의 화이자 샌드위치 연구소가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하던 ‘실데나필’에서 비롯했다.
혈관 확장 효능이 있는 물질을 사용하는 경우 병으로 좁아진 심장혈관을 넓히고, 피가 잘 흐르도록 해서 돌연사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연구 과정에 뜻밖의 사실이 발견됐다. 임상실험 결과 ‘실데나필’은 협심증 치료제로는 부족하다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그동안의 연구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연구를 주도해오던 이안 오스텔로 박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새로운 용도를 찾는데 주력했다.
그가 눈길을 돌린 것은 남성들의 숨겨진 고민 중의 하나인 ‘발기부전’.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발기부전은 많은 남성들의 자신감을 앗아가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중요한 질환 중의 하나다.
오스텔로 박사는 발기부전이 혈액의 충분한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는데서 비롯된다는 사실에 착안해, ‘실데나필’을 발기부전에 적용해보기로 했다. 결과는 대성공.
이렇게 재탄생한 실데나필은 ‘비아그라’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공개됐다. 전 세계 남성으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은 것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연일 TV와 신문에서 비아그라에 대한 뉴스가 쏟아져 나왔고, 최고의 인기 밀수품에 비아그라가 선정되는가하면, 청계천에는 가짜 비아그라가 나돌 정도였다. 오죽하면 신이 내린 20세기 마지막 선물이라는 찬사를 받았을까. 가히 ‘비아그라’ 신드롬으로 불릴 만했다.
실데나필의 새로운 용도를 찾아냈기 때문에 일궈낸 성공이다. 실데나필을 번데기에 비유한다면, 비아그라는 호랑나비 정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3M사에게 쏠쏠한 수입을 안겨주고 있는 ‘포스트잇’도 새로운 용도 찾기를 통해 얻은 성과물이다.
사실 포스트잇은 3M사의 전혀 예기치 못한 발명품이었다. 3M사는 원래 강력한 접착력을 가지면서도 잘 떼어지는 새로운 접착제를 개발 중에 있었다.
그러나 연구 끝에 탄생한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 깨끗하게 떨어지기는 하나 접착력이 너무 약해서 쉽게 떨어지는 것이 문제였다.
도저히 접착제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한마디로 실패작이었던 것.
쓰레기통에 직행해야만 하는 제품이었지만, 웬일인지 3M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너무나 재미난 제품이기에 새로운 용도를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힌트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발견됐다. 찬송가에 꽂아둔 메모지가 자꾸 떨어지는 통에 불편을 느꼈던 한 직원이 잘 붙고 쉽게 떨어지는 메모지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다. 회의시간에 급히 적은 메모쪽지가 사라져 애를 먹은 경험이 있었던 사람들은 그 아이디어를 채용했고, 지금의 포스트잇이 탄생했다.
사실 포스트잇을 처음 시장에 내놓을 때까지도 3M은 지금과 같은 성공은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교회 성가대원의 메모지로 사용되기 시작한 이 상품은 전 세계로 팔려나가면서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물론 성공의 뒤에는 3M의 노력이 있었다.
단순한 메모지에서 그치지 않고, 노트필기나 장부의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표시하는 ‘포스트잇 플래그’ 등 포스트잇을 이용한 다양한 응용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여러 가지 용도로 변신한 포스트잇은 하루하루 인지도를 높여 나갔고, 3M의 대표상품으로 자리를 굳혔다.
새로운 접착제 개발은 성공했지만, 새로운 용도를 찾아냄으로써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포스트잇과 비아그라가 실패 속에서 일궈낸 성공이라면, 아스피린은 기존의 발명품을 낡은 ‘허물’을 벗겨서 새롭게 부활시킨 경우다.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아스피린은 해열 진통제로 부동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의학의 발달은 아스피린의 독주를 보고만 있지 않았다. 부작용은 적고 약효는 뛰어난 새로운 약품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아스피린의 위치도 흔들리게 된 것이다.
급기야는 새로운 약품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아스피린은 역사의 뒷장으로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이것은 아스피린으로 명성을 얻은 바이엘사의 위기를 뜻하는 것이었다.
바이엘사의 수뇌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오랫동안 아스피린을 믿고 홍보를 게을리 한 데 대한 자책의 목소리도 나왔고, 아스피린을 포기하고 새로운 약품을 개발해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나 바이엘사가 택한 방법은 아스피린의 새로운 용도를 발굴하는 것이었다. 당시 의학계에서는 아스피린이 혈관 장애의 주요 요인 중의 하나인 혈전(혈액의 일부가 굳어서 생긴 덩어리)을 녹여 없앤다는 보고가 간간이 발표되고 있을 때였다.
바이엘사는 과학자들에게 연구비로 지원하며, 아스피린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에 이르렀고 예상대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아스피린이라는 이름은 이미 많은 사람에게 널리 알려진 상태였기 때문에, 바이엘사는 쉽게 새로운 제품으로 시장공략에 나설 수 있었다. 해열제 아스피린이 혈관 치료제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이밖에도 새로운 용도 찾기를 통해 태어난 상품은 무수히 많다.
건어물 가게에서 천대받던 다시마를 숙변제거 다이어트 식품으로 재탄생 시킨 것이나, 어묵 조림에서 곁다리로만 겨우 소비되던 곤약을 국수로 만든 상품, 램프의 파장을 바꿔 살균 기능을 덧붙인 살균 램프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특히 놀라운 것은 이들 제품들은 모두 용도 바꾸기를 통해 엄청난 가치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육수국물 만들 때 몇 조각 들어가는 것이 고작이었던 다시마는 다이어트 상품으로 돌변하면서 값이 수십 배에 달하는 고급상품으로 둔갑했다. 고가에도 없어서 못 팔 정도라니 다시마 팔자 상팔자가 된 셈이다.
곤약도 국수처럼 모양을 바꿨을 뿐인데, 날씬한 아가씨들이 즐겨 찾는 인기 제품으로 변했다.
=왕연중의 강의원고 ‘누구나 할 수 있고 큰돈도 벌 수 있는 발명’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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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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