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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크게, 더 작게
발명에 막 입문한 초심자들을 괴롭히는 공통된 고민은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창조적 사고법에 대한 훈련을 쌓고, 수많은 발명 일화를 보고 읽었어도 막상 실질적인 작업에 들어서면 한 겨울의 동태처럼 꽁꽁 얼어붙어 갈피를 못 잡게 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발명의 세계란 너무 크고 복잡해서, 출발점을 찾는 것조차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가장 손쉽게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더 크게, 더 작게’라는 공식이다. 복잡한 기술의 응용이나, 불세출의 발명품에 대한 소망을 일단 접어두고, 이 공식을 사물에 적용하는 훈련을 쌓아보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고의 영역이 넓어지고, 두뇌 회전이 빨라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먼저 ‘더 크게’라는 것의 의미를 알아보자.
크기를 키운다는 것은, 부피를 크게 한다거나, 길이를 길게, 혹은 기능을 덧붙이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더하는 의미를 갖는 것이다.
점보, 슈퍼, 울트라 등의 접미사를 붙인 대형 상품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모두 크기의 대형화와 함께 구매자에게 고급품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한 전략이다. 구매자는 대부분 크기가 큰 것이 더욱 안전하고, 고급스러운 것이라 믿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기업에서는 새 상품을 고안할 때, 제일 먼저 크기의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더 크게’라는 공식은 이렇듯 단순한 크기의 확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것을 합친다.’라거나 ‘새로운 기능을 부여 하는 것’ 등 여러 가지 방향의 확대된 사고가 포함되어 있다. 즉, 사고의 발전과 함께 좀더 고도화된 상품의 탄생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대형화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이다.
이와 반대의 개념인 ‘더 작게’라는 방식도 훌륭하게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요즘엔 소형화에 대한 관심이 날로 늘어가고 있어, 모든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소형화로 가장 성공한 예는 일본의 한 기업이 개발해낸 소형 카세트를 들 수 있다. 소위 ‘워크 맨’이라 불리는 이 기기는 ‘걸으면서 음악을 들을 수는 없을까?’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한다.
보통 오디오라고 하면 한 벽면을 장식할 만큼 크고 화려한 것으로 인식되던 때에, 이 소형 카세트의 출현은 예기치 않았던 것이었다. 카세트의 기본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만을 추려내어 만든 이 작은 상품은 일부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사실 고안자 자신도 큰 성공은 감히 기대조차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손바닥만큼 작고 가벼워서 주머니에 쏘옥 들어가는 이 소형 카세트는 시중에 나오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팔려 나갔다. 전후의 평화롭고 자유 분망한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기호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이 작은 물건이 마치 신 기술의 집약의 승리인양 인식되어, 여러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야외로 들고 나갈 수 있는 작은 TV와 삼단으로 접히는 우산 등이 모두 ‘더 작게’에서 파생된 발명품들이다. 요즈음엔 접어서 들고 다닐 수 있는 자동차까지 개발 중이라 하니, 소형화 법칙이 갖는 무한한 가능성을 새삼 확인하게 한다.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이 소형화 바람은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발명에 뜻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적극적으로 시도해볼만한 부분이다.
‘더 작게’의 경우에도 그 사고영역을 넓혀 ‘압축하면’, ‘제거하면’ ‘나누면’ 등으로 뻗어나갈 수 있고, 이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기회가 된다. 좀더 전문화되고 세분화되며 집약적인 발명품의 탄생, 이것이 소형화가 갖는 장점인 것이다.
앞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 대형화나 소형화 모두 훌륭한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아이디어 방식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무작정 더하거나 뺀다고 해서 모두 발명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크게 하거나 작게 하는 작업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어야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다.
기존의 -자 드라이버에 하나를 더해서 만든 +자 드라이버는 아주 간단한 확대 아이디어이지만, 쓸모 있는 신제품을 만들어냈다는 의미에서 크게 박수를 받을 만 하다. 그러나 만약 +자로 하지 않고, 단순히 -자를 =자로 드라이버를 간단하게 보강하는 식으로 아이디어가 그쳤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전혀 다른 결과가 초래 되었을 것이다.
무엇이든지 적재적소에 사용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자, 지금부터 실전 발명에 도전하여보자. 멀고 험하게만 느껴졌던 길이 의외로 가까운 곳에 항상 열려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더 크게, 더 작게’
때로는 이 간단한 주문이 위대한 발명가의 수칙보다 더 유용할 수도 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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