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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베이커의 속도계 발명
경찰관도 행인도 없는 캄캄한 밤, 한 대의 자동차가 바람을 가르며 쏜살같이 달린다. 그것은 말 그대로 무법자다.
사람의 심리란 정말 이상해서, 경찰관 앞에서는 최고의 모범 운전자이던 사람이 어떤 감시나 제재 조치가 없는 곳에서는 폭주족이 되기 일쑤이다.
이렇게 감시의 눈초리가 닿지 않는 곳의 과속 행위는 예기치 않은 돌발 사고를 몰고 오게 마련이다. 이것은 공공질서에 대한 엄연한 파괴 행위이며 위험천만한 모험이다.
그러나 이제 운전자들은 더 이상 야간에 과속을 못하게 되었다.
결함이 없는 완벽한 속도계가 곳곳에서 그들을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이더 반사 효과를 이용한 이 놀라운 기계는 미국의 존 베이커가 발명하였다. 그는 코네티컷 주에 있는 자동신호기 회사의 촉망 받는 젊은 기술자였다.
“이봐! 존, 또 뭘 만들고 있나?”
직장 동료 톰슨의 질문에 존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뭐, 별것 아니야. 신호등이 교통량에 따라 자동으로 바뀌도록 하는 걸 고안중이야.”
“뭐라고? 그게 사실이라면 자네는 정말 대단한 기계를 만드는 거야. 도대체 어떻게 그걸 만들 수 있지?”
“레이더를 이용하는 거야. 레이더를 도로에 발사하면 자동차에 부딪혀 자동차의 많고 적음을 판단하는 거지. 그에 다라 신호등이 조작되는 거야.”
존의 설명은 매우 논리적이고 과학적이었다. 그의 설명은 들은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시했다. 회사의 사장도 존의 아이디어를 듣고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네! 훌륭하군. 이건 신호기 조작에 혁명과 같은 아이디어야. 최선을 다하게.”
많은 사람의 성원에 존은 큰 힘을 얻었다. 그래서 그는 더욱 연구에 몰두했다.
그리하여 1947년에 신호조절기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이것은 아직 완전한 제품이 아니었다. 정식으로 도로에서 실제 실험을 거쳐야만 완성되는 것이었다.
존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실험에 들어갔다. 도로 양쪽에 많은 사람들이 실험을 지켜보고 있었다.
드디어 그의 기계가 신호기와 연결되어 실험 도로에 세워졌다.
그리고 기계가 작동되었다. 정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이었다.
잠시 뒤, 실험장은 웅성거림으로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존도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존의 조작기에 의해 통제되던 신호기가 제멋대로 바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의 발명이 실패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실험장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 둘 흩어졌다. 존의 실망은 컸다. 애써 밝은 척하려 했으나 마음에 스며드는 좌절감을 막을 수 없었다. 그는 결국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한동안 맥없이 앉아 있던 그에게 톰슴이 살며시 다가왔다.
“이봐! 자네답지 않군. 자네는 실패를 해도 늘 웃지 않았나? 힘을 내게!”
존은 고개를 들어 다정한 친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래, 아직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야. 나는 아직 젊고 시간이 많아. 좀더 연구해보자.”
존은 친구의 격려에 힘입어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실패한 원인을 꼼꼼히 분석해 나갔다.
“음, 도플러 효과 때문이었군.”
존은 몹시 실망하여 고개를 떨구었다. 움직이는 물체에 전자파를 발사하거나 관측자가 움직이면 그에 따라 전자파의 진동수가 변하는데, 이런 현상을 도플러 효과라 한다. 따라서 움직이는 자동차에 전자파가 부딪히면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었다. 이 것은 기계의 결함이라기보다 아이디어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결국 어떤 식으로도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군.”
존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과 같이 깊이 절망하지 않았다.
“신호조절기로는 못 쓰이더라도, 어딘가에 꼭 쓰일 만한 데가 있을 거야.”
그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연구를 거듭했다. 그리고 얼마 뒤 아주 중대한 사실을 발견했다.
“하마터면 그냥 넘어갈 뻔했군. 파장이 예상 밖으로 변한다 해도 변화 그 자체는 측정할 수 있지 않나? 이것을 속도계와 연결하면 어떨까?”
그는 실패한 신호조절기의 특성이 속도계로 적합함을 깨달았다.
그의 눈앞에 새로운 설계도면이 펼쳐졌다. 그의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된 것이었다.
얼마 뒤, 거리 곳곳에 존의 속도계가 설치되었다. 그것은 기존 레이더 탐지기에 전파를 실제 속도로 환산하는 속도계가 부착된 것이었다. 이 새로운 기계는 낮이나 밤이나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아주 정확하게 자동차의 속도를 측정해 냈다.
이 파수꾼 덕분에 경찰은 적은 인원으로 효율적인 교통 지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거리의 무법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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