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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월리반의 티백 발명
우연이라는 것이 과연 있을까? 어떤 이들은 이 세상에는 우연이란 없고, 다만 우연처럼 보이는 필연이 있을 뿐이라고 한다. 하긴 우연이라 여기는 것들도 잘 살펴보면 나름대로의 이유를 갖고 있다.
티백(Tea bag)의 발명가로 널리 알려진 토머스 월리반의 성공도 많은 이들은 우연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월리반 자신이 뜻하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도가 어찌 됐든 그의 아이디어는 발명품으로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
토머스 월리반은 뉴욕을 무대로 활동하는 수완 좋기로 소문난 중개상이었다. 그의 성공 비결은 철저한 고객 관리였다.
월리반은 자신의 고객명단을 만들고, 신상품이 나올 때마다 여러 가지 샘플을 보내주는 등 꼼꼼히 관리했다. 이 차별화된 전략 덕분에 그의 고객들은 점점 늘어갔고, 월리반은 동업자들 가운데 가장 유능한 상인으로 자리를 굳힐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고비가 있는 법이어서, 순풍에 돛단 듯이 달려가던 그의 사업에도 장애물이 나타나게 되었다.
차의 샘플을 고객에게 보낼 때 포장용으로 사용하는 함석 통 값이 많이 오른 것이다. 함석 통 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통에 많은 사업에 지장이 있을 정도였다.
월리반은 고민에 휩싸였다. 늘 하던 대로 샘플을 보내자니 함석 통 값이 워낙 비싸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지경이었고, 샘플 우송을 포기하자니 고객들이 실망할 것 같았다.
이익 없는 장사를 할 수 없는 노릇이고, 또 오랫동안 계속한 서비스를 그만둘 수도 없고, 월리반은 진퇴양난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오랜 동안 중개상으로 잔뼈가 굵은 그의 저력이 다음 순간 멋지게 발휘되었다.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대안은 함석 통을 중국산 비단으로 대신하는 방법이었다. 월리반은 중국산 비단으로 작은 주머니를 만들어 그 안에 차의 샘플을 넣어 고객에게 보냈다.
비단 주머니의 값은 함석 통을 이용할 때 드는 비용에 비하면 반값에 지나지 않았다. 더구나 비단 주머니를 통해 고급스런 느낌을 주고 동양의 신비가지 알리게 되니 일석이조가 되는 셈이었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문제를 멋지게 해결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아주 재미난 결과가 나타났다. 고객들은 월리반이 보낸 비단 주머니를 아주 엉뚱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누가 처음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월리반의 차 주머니를 찻물에 통째로 담가 우려 먹는 이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들은 월리반이 비단 주머니를 왜 썼는지 전혀 몰랐음이 분명하다. 어쩌면 새로운 차 상품 정도로 잘못 알았을 것이다.
고객들로부터 회신이 올 때까지 월리반은 그 작은 주머니가 가져올 다른 변화에
대해서는 눈치조차 못 채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단순히 값비싼 함석 통을 대신할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 것에 안도하고, 고객의 호응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고객들은 월리반보다 훨씬 뛰어났다. 아니 앞서갔다고 해야 옳을까?
이유야 어쨌든 이 상품은 대단한 호응을 얻으며 순식간에 팔려 나갔다. 월리반 자신도 엉겁결에 발명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우리가 지금 애용하고 있는 티백은 이렇게 우연히 태어났다. 물론 그 뒤로 많은 개선이 뒤따라, 지금과 같은 종이 거즈를 이용한 상품은 1920년 조셉 크리애커라는 발명가가 만들었다.
아주 재미있는 결말이 아닐 수 없다. 당사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억지로(?) 그를 발명가로 만든 것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 사건이 처음부터 끝까지 우연의 연속이었다는 생각에는 찬성할 수 없다. 월리반이 문제를 풀기 위해 중국 비단 주머니를 생각해 낸 과정은 누가 뭐라 해도 엄연한 창조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는 누구도 비단 주머니를 이용해서 차의 샘플을 보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월리반은 함석 값이 뛴다는 문제 앞에서 극적으로 대처하였고, 그 결과 티백 발명이라는 뜻밖의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누가 그랬던가? 무언가 도전하지 않는 이에게는 실패조차도 없다고....... 속담처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이고, 행운은 행운을 부르는 자에게만 오는 법이다. 필연이 우연을 가장하여 찾아오는 것처럼.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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