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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의 구멍 뚫린 사탕 발명
입안이 심심하거나 뭔가를 아득아득 씹고 싶을 때, 사탕만큼 만족을 채워주는 것이 또 있을까?
아이들이나 노인이 있는 집이면 가정 상비 품처럼 한 두 봉지는 꼭 있게 마련인 사탕. 혈당치고 어쩌고저쩌고 하는 때에 이르러서도 그 인기가 줄지 않는다.
게다가 요즘은 잠을 깨우는 사탕이니, 목안을 상쾌하게 하는 캔디니 하며 기능성 제품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어쩌면 이런 발 빠른 신상품 덕분에 여전히 인기를 유지하는 것일지도.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새로운 기능상품이 나와도 여전히 변함없는 스테디셀러가 있기 마련이다. 사탕의 세계에 있어서는 시원한 맛의 박하사탕이 그 장본인이라고나 할까?
가운데 구멍이 뚫린 독특한 모양과 시원한 박하향의 라이프 세이버스 캔디. 8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에도 그 인기가 전혀 줄지 않은 사탕의 명작이다.
초컬릿, 캔디 제조업을 하는 클레어렌스 크레인은 여름이 싫었다. 여름만 되면 그의 사업은 살충제 맞은 파리마냥 흐느적거렸기 때문이다.
더운 날씨에 사탕이 녹아내린다는 이유로 판매상들이 사탕을 주문하지 않는 바람에 그의 여름 불경기는 매번 되풀이 되었다. 하긴 다른 도시로 운반되는 도중, 캔디와 초컬릿은 시위라도 하듯 줄줄 녹아내려 상품의 가치를 잃으니 팔아먹을 도리가 없는 것이었다.
이것은 비단 크레인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적어도 여름이라는 계절이 존재하는 나라의 캔디 도매업자들이라면 똑같이 느낄 고민거리였다. 더구나 이 골치 거리는 구제할 방법이 없는 불가항력적인 것이었다. 도대체 여름의 더운 날씨를 무슨 수로 해결한단 말인가?
그런데 크레인이 바로 이 문제에 도전하기로 했다. 날씨를 바꿀 수 없다면 사탕을 바꾸면 되지 않겠냐는 것이 그의 생각, 사업가다운 발상이었다.
단단하고 잘 녹지 않는 캔디. 이것을 목표로 크레인은 하루해를 보내곤 했다. 그 결과 얻은 것이 가운데 구멍이 뚫린 작은 사탕. 그의 의도대로 아주 단단하고 잘 녹지 않았다. 맛은 시원한 박하 향.
새로운 캔디 개발에 성공한 크레인은 이 신제품을 내놓는 과정에서 또 한번 기지를 발휘했다. 특이한 캔디의 모양에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튜브를 연상해내고는 캔디의 이름을 ‘라이프 세이버(Life Saver)’라고 붙이고, 포장도 젊은 여성을 구하기 위해 튜브를 던지는 장면을 묘사해 넣었다.
여름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린 멋진 아이디어였다. 이 포장과 시원한 맛이 어우러져 새로운 사탕의 인기는 날로 높아갔다. 그 덕분에 여름철이면 고전을 면치 못했던 그의 사업도 빛을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름의 이미지가 너무 강한 탓일까? 크레인의 새로운 사탕은 여름철에만 반짝 인기를 끌 뿐이었다. 여름이 지나고 나면 애물단지처럼 가게의 한 구석에서 굴러다녔다.
일이 이쯤 되자 인내심이 바닥난 듯 크레인도 지쳐 나가 떨어졌다. 그는 다른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는 라이프 세이버에 대해선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이 상품이 가진 매력이 예사롭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 캔디의 맛에 미쳐 사업을 하겠다고 뛰어든 이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가 이름은 에드워든 존 노블.
이 사내는 우연히 가게에서 라이프 세이버를 발견하고는 그날로 그 상품에 매료되고 말았다. 맛에서부터 인상적인 포장, 그리고 선전문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훌륭해 보였다.
그가 보기에 라이프 세이버는 팔릴 상품이었다. 광고만 제대로 한다면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을 만 하다고 그는 확실했다.
그는 그길로 끌어 모을 수 있는 돈을 모두 동원해서 크레인에게서 라이프 세이버에 대한 모든 것을 사들여 사업을 시작했다. 물론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서...
그의 판단대로 라이프 세이버의 맛은 아주 독특했다. 막 생산해낸 제품의 싱그러운 향은 누구에게나 사랑받을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 향은 제조 직후와 그 후 잠깐 동안만 즐길 수 있었다. 잘못된 포장 법으로 인해서 제품이 소비자에게 닿을 때는 이미 독특한 향기는 모두 사라져 버린 후였던 것이다.
문제는 라이프 세이버를 싸는 종이에 있었다. 종이 포장지는 성능이 너무나 우수(?)해서 사탕의 향기를 모두 흡수해 버린 것이다.
문제점을 파악한 노블은 지체 없이 사탕의 포장 제를 종이에서 은박지로 교체했다. 그리고 상품의 홍보에 힘써 길거리에 나가 사탕을 나누어 주기도 하고, 제과점, 식당, 백화점 등으로 판로를 넓히는 등 온갖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했다.
그래도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행운의 여신이 등을 돌린 듯 했다. 다른 사람 같으면 일찌감치 포기하고도 남을 법했다. 하지만 노블은 끈덕졌다. 지치지도 않고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가 내놓은 새로운 대안은 사탕을 기존의 진열대에서 계산대로 옮겨 놓는 것. 계산대의 현금등록기 앞에 자리를 마련해 커다란 선전문구와 함꼐 라이프세이버를 진열한 것이다. 당시로는 정말 파격적인 진열 법이었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서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잔뜩 물건을 사안은 소비자들은 계산대에 자리 잡은 사탕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무심코 그것을 집어 들었던 것이다.
대성공이었다. 노블의 치열한 싸움이 승리로 돌아서는 순간이었다. 애당초 노블이 예언했던 대로 라이프 세이버는 인기 상품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이때부터 현금등록기가 있는 계산대에는 늘 상 작은 상품들이 놓여 손님을 기다리게 되었다. 또 하나의 근사한 판매 전략으로 자리를 굳히게 된 것이다.
노블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대중과 친숙해진 라이프 세이버. 박하 맛의 이 동그란 캔디는 지금도 인기 있는 상품 중의 하나이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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