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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의 발모 촉진제 발명
‘벼로부터 추출해낸 발모 촉진제’
1986년 일본을 들썩이게 한 사건이다.
많은 탈모증 환자들을 설레게 한 이 발모 촉진제의 발명은 다름 아닌 평범한 농민의 손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의 예리한 관찰력과 상식을 뛰어넘는 상상력이 벼를 이용하여 발모제를 만드는 쾌거를 창출해낸 것이다.
1977년 가을, 일본의 미야자키 현의 한 평범한 농부인 이토 다카시는 자신의 논에서 이상하게 생긴 벼를 발견했다.
‘어허, 이것 참 이렇게 작은 벼가 있었다니. 집에서 화분에다 길러도 될 정도로 작고 귀여운데.’
이토는 사사니시키의 변종으로 밝혀진 그 작은 벼 포기를 작은 분재로 만들어 상품화 하였다. 고향의 들판을 그리워하는 도시인에게 알맞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의 예상은 완벽히 맞아 떨어져, 이 아이디어 상품은 큰 반향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팔려 나갔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중대한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아직 사업수완이 모자란 탓에 그는 자신의 상품에 설명서를 첨부하지 않은 것이다.
벼에 이삭이 생기려면 충분한 햇볕을 받고 서리를 맞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 사실을 모르는 도시인들이 벼 포기를 집안에서 고이고이 길렀으니 이삭이 맺힐 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에 수많은 항의가 빗발쳤고 그의 사업은 중단 되었다.
이토는 반품이 되어 돌아온 벼 포기들을 집 뒤뜰에 심어두고 그 벼들을 보살피는 데 하루하루를 보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신기한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오호, 이것 봐. 이 녀석들의 뿌리가 얽혀 꼭 수세미 같아.”
그는 벼들의 뿌리를 보다가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이 얽힌 뿌리들을 목욕 타월대신에 쓰면 어떨까? 억세지도 않고 부드러워 보이는데.’
그는 이 개구쟁이 같은 생각을 그대로 실천해서 당장 집에서 목욕타월 대신에 벼 뿌리를 쓰게 되었다. 감촉도 생각보다 좋아 이토도 나름대로 꽤 만족하였다.
“아니, 이토! 우유목욕이라도 했어요? 살결이 소년처럼 뽀얗게 돼선...”
이웃집 남자의 악의 없는 농담에 이토는 슬그머니 웃었다. 안 그래도 자신이 느끼기에도 피부가 예전보다 매끈해지는 것 같은 터였다.
“호호 정말 이토 댁에 좋은 일이 있나 봐요. 얼굴도 반들반들 한 것이.”
말을 뒤이어 받는 이웃집 여인의 말에 이토는 마음속으로 작은 심중을 굳히고 있었다.
‘그래. 분명 이번에 한 목욕이 다른 때와는 틀렸던 거야. 혹시 그 벼 뿌리 때문이 아닐까?’
그는 반신반의 하는 마음으로 벼 뿌리로 팔뚝을 문질러 보았다. 확실히 어떤 차이가 느껴졌다. 말로 형용할 수는 없지만 보다 매끄럽고 부드러워 지는 느낌이었다.
‘혹시?’
그는 벼 뿌리로 정수리 부분을 슬슬 문질러 보았다.
‘혹시 또 몰라 대머리가 되는 것은 두피가 건조하기 때문이라니까, 두피가 부드러워지면 머리카락이 나게 될지도...’
이토는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드물게 남아있는 정수리를 조심스럽게 매만지며 정성스럽게 벼 뿌리로 문질렀다. 그러는 동안 그의 마음은 점점 간절해져갔다.
‘제발 아주 조금이라도 머리카락이 났으면...’
그의 간절한 기도 때문인가, 한 달 후에 그는 이발사로부터 반가운 인사를 듣게 되었다.
“축하해요 이토! 청춘이 돌아오는가 보군요. 머리카락이 조금씩 나기 시작해요.”
물론 이토는 이 말에 뛸 듯이 기뻐했다. 아마도 그는 이 순간에 새로운 인생 사업의 시작을 계획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토의 대머리 치료에 대한 소문은 여름 북풍만큼이나 빠르고 신속하게 일본열도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그 벼로부터 추출한 대머리 치료약에 대한 소문도 함께 퍼졌다.
드디어 이토의 대머리 치료약은 일반 대중에게는 물론 각계 전문 인사들에게까지 알려지고 급기야 대 화장품 회사인 시세이도에 의해 상품화되기에 이르렀다.
이토 자신도 미처 생각지 못했던 엄청난 결과인 것이다. 평범한 한 농부의 화려한 변신이 눈부시게 펼쳐진 것이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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