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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스또의 수중호흡기 발명
인간에게 한계라는 말은 어색하게 들린다. 손에 닿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까지 인류의 관심이 미치는 것 때문이다.
이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최전선에 선 사람들 중에 수많은 발명가들이 포진해있다. 그는 신이 준 육체의 한계를 발명이라는 도구를 통해 뛰어 넘고 있는 것이다.
물고기의 아가미대신 수중 호흡기를 발명해 해저 잠수를 가능케 한 자크 이브 쿠스또는 바로 그 중의 한 사람이다.
파리의 거리는 변함이 없는 것 같았다. 포탄을 맞은 처참한 파편 자국도 없고, 초연의 매콤한 냄새도 풍기지 않았다.
마치 전쟁의 포화 속에 신음하고 있는 유럽으로부터 뚝 떨어진 새로운 세계 같았다.
하지만 파리는 어떤 중요한 것을 잃고 있었다. 그것은 파리에 향기를 주던 생동감이었다.
‘나의 프랑스를 되찾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쿠스또는 비탄에 잠겨 깊은 숨을 내쉬었다. 독일의 군화에 짓밟혀 가슴팍부터 멍드는 조국을 생각하면 숨이 메일 지경이었다. 더군다나 그는 해군 장교였음에도 불구하고 조국을 위해 싸울 수 없었으므로 매일 매일이 가시방석 같기만 하였다.
‘나의 능력은 너무 보잘 것 없구나.’
묵묵히 흐르는 세느강을 바라보며 쿠스또는 눈물을 지었다. 벌써 오래전부터 레지스탕스 활동을 위한 잠수 기구를 고안하려 했으나, 그 또한 뜻대로 되지 않아, 그의 절망감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변화하는 수압에 따라 정확하게 산소를 공급할 호흡장치가 문제인데. 작은 실마리조차 잡지 못하다니.’
아주 숙련된 잠수부였던 쿠스또는 해저의 신비에 대해 그 누구보다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은밀한 수중작전이 반 나찌 활동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 것인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의 기술로는 최대의 맹점인 호흡기구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었다.
‘따르릉...’
쿠스또가 한참 자책에 빠져있을 무렵 난데없이 요란한 전화벨 소리가 울려왔다.
“아, 쿠스또? 나 각낭 일세. 오늘 저녁 약속 잊지 않았겠지?”
“아... 그랬었지. 깜박 잊고 있었어.”
“그럴 줄 알았어. 잊지 말고 나오라고.”
쿠스또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정말 내키지 않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이 한 통의 전화로 인해, 그의 인생의 수레바퀴가 급회전 할 것이었다. 그는 그때까지 그 사실에 대해 짐작도 못하고 있었다.
“어때? 쓸모 있어 보여?”
작은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 마주앉은 각낭과 쿠스또는 진지한 자세로 무엇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특히 쿠스또는 약간 흥분까지 하고 있었다.
“일정한 압력으로 가스를 배출한단 말이지?”
“물론이지! 움직이는 자동차에서 가스의 공급이 일정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까.”
각낭의 설명에 쿠스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을 만약 공기 실린더에 응용하면?’
쿠스또의 눈이 밝게 빛났다. 마치 어두운 동굴 속에서 작은 불빛을 발견한 사람 같았다.
“고마우이. 아무래도 자네가 나의 은인이 될 것 같네!”
쿠스또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카페를 빠져 나왔다. 그의 뒤편에는 각낭이 멍한 표정으로 담겨져 있었다.
‘잠수부가 숨을 내쉬면 출력 밸브가 열리고, 숨을 들이 쉬면 압력 조절 밸브가 열려 공기의 공급이 시작되는 거지.’
쿠스또는 자동차용 가스 밸브를 이용해 만든 호흡기를 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실제적인 실험을 거쳐야 실용화될 것인가가 결정 나겠지만 쿠스또는 이미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각낭 으로부터 가스밸브를 소개받았을 때부터 자신의 소망을 이룰 수 있으리라 예측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1943년 6월, 쿠스또는 드디어 자신의 수중호흡기로 잠수를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프랑스의 벽촌 마을 리비에타에서 있었던 기적 같은 일이었다.
“우와 쿠스또 만세! 우리의 영웅!”
해변에 모여 초조하게 쿠스또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잔잔한 파도 사이로 그의 머리가 보이자 일제히 환호성을 울리고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거추장스런 공기 유입 관을 떼어 버리고 인간이 물고기처럼 물속을 자유롭게 다닌 최초의 일이었다. 이것으로 비밀에 쌓여있던 처녀림, 해저는 인간에게 첫선을 보이고, 인간의 생활영역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그 후로도 쿠스또는 해양생물을 소개하기 위한 수중 TV를 개발하고, 해저건축의 씨앗이라 할 수 있는 잠수정 콘쉘프 호도 발명하였다.
일생동안 바다와 사귀고 바다에서 살았던 한 사나이에 의해 우리는 또 다른 세계에 발을 담그게 된 것이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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