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챨스의 분석기관 발명
발명역사에는 실패라고 부를 수 없는 실패들이 많다. 과학계의 반항아로 불렸던 영국 태생의 수학자 챨스 베베이지도 그런 경우 중의 하나이다.
그의 발명품 ‘분석기관’은 실패한 미완성 작이었으나, 다음 세대의 컴퓨터문화의 불씨로써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우린 뉴튼의 품안에서 벗어나야할 필요가 있어. 두고 보라고. 얼마 안 있어, 뉴튼의 이론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리는 사람이 나타날 테니.”
모두의 시선이 한 청년에게로 쏠리었다. 선술집의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도 청년의 외모는 빛이 났고, 그의 어조에는 힘이 어려 있었다.
런던의 한 허름한 선술집이 일시에 미래 과학의 연설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모든 것은 바뀌어야 해. 과학도 사람도.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계산법이 필요하다고. 사람의 두뇌를 혹사시키지 않고 천문학적 계산을 해낼 방법이 내게 있어.”
청년은 얼굴을 붉게 붉히며 열렬하게 외쳤다. 그는 신념에 차있으며 아름답게 보였다.
청년의 이름은 챨스 베베이지. 당대에서 천재성을 인정받고 있던 젊은 수학자였다. 후에 영국의 과학세계를 이끌 젊은 인재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정말 그런 방법이 있는가?”
“그럼. 구상은 완벽하지. 이젠 기계적 문제만 해결하면 돼.”
주점 안의 모든 사람은 물론이고, 챨스와 같은 술좌석에 앉은 동료들마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모두 믿기지 않는 듯 했다.
“정말 한 가지 문제만 남았어.”
챨스는 다시 한 번, 다짐하듯 말했다.
계산 기계에 대한 챨스의 집착은 놀라울 정도였다. 그는 거의 십여 년이 넘도록 이에 매달리고 있었고, 이미 20까지 계산할 수 있는 기계까지 완성한 상태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렇게 무르익은 구상을 실현시킬 방법이 잡히지 않았다.
챨스는 이 난관에 부딪혀 있었고, 이 때문에 약간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기까지 했던 것이다.
이렇게 술집에서의 호언이 있은 뒤, 챨스는 공식적인 모임에도 잘 참석하지 않으며 오로지 연구에만 매달렸다.
하지만 해결책은 쉽사리 발견되지 않았다. 어쩐지 그의 이론이 이론으로만 끝날 공산이 높아지고 있는 듯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한 권의 흥미로운 책과 접하게 되었다. 그것은 방직기술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는 단순히 흥미 삼아 읽게 된 것이었다. 그 책이 문제의 돌파구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채.
‘이... 이것!’
챨스는 책장을 넘기다 말고, 경악에 가까운 탄성을 내질렀다.
‘바로 이거야. 천공카드! 이것이라면 문제가 해결될지도 몰라.’
그는 죠셉 마리 제쿠아드라는 사람이 발명한 방적기에 대한 기사를 읽고 있었다. 그것은 복잡한 무늬의 견직물을 방적하는 기계에 대한 것으로, 천공카드를 이용해 아주 복잡한 모양까지 소화해내도록 고안된 것이었다.
무수한 구멍들이 뚫려있는 카드 한 장으로 그의 가슴은 마구 설레기 시작했다.
‘바로 이거야! 이것이라면 내 연구의 걸림돌을 말끔히 치울 수 있을 거야.’
그의 연구는 이 조그마한 사건을 계기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수많은 톱니바퀴, 바퀴, 전선, 지레, 캠 등이 그의 실험에 동원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분석기관’이라는 이름의 최초의 계산기가 탄생하였다. 이것은 지레를 앞뒤로 움직여 수를 누적시키고, 각각의 수레바퀴로 자릿수를 표식 하는 방식으로 된 독특한 것이었다.
챨스는 이 기계 덩어리가 인간의 두뇌처럼 정보를 저장하고 비교하고, 결과를 산출해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챨스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그의 주장을 믿지 않았다. 그들은 방적기를 방불케 하는 그 커다란 톱니바퀴의 조합에 신뢰를 갖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도 그의 이론에 찬성을 표하지 않았다.
‘아아!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없구나.’
챨스는 주위의 냉담한 반응에 깊게 절망하였고, 그의 기계는 조용히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이렇듯 그가 목표했던, 기계의 발명에는 실패했지만, 그가 애당초 설정했던 개념과 원리는 모두 완전한 것이었다.
따라서 그의 사후에도 그의 이론만은 잊혀지지 않고 이어져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현실화되기에 이르렀다.
즉, 전자산업의 발달과 함께 컴퓨터가 나타난 것이다.
이렇듯 발명에는 이론과 실제에 많은 공간과 괴리가 생길 수도 있다. 이것은 그것만이 갖는 독특한 아이러니이며, 또한 매력이기도 하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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