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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넬의 하이테크 자장가 발명
고장 난 전축의 소음을 녹음하여 판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그것도 심하게 우는 신생아를 재우는 자장가로 팔린다면... 정말 ‘믿거나 말거나’란 말이 어울리는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이 상상을 초월하는 상품의 고안자는 영국의 로저 와넬이라는 평범한 교사.
“젖이라도 더 주지 그래?”
“소용없어요.”
“내가 안아 볼까?”
“소용없다니까요. 그냥 막무가내로 울어요.”
아기는 먹이를 받아먹는 작은 새끼 제비모양 빨간 목구멍을 힘껏 벌린 채 악을 쓰고 있었다. 도대체 영문을 모를 일이었다. 젖이나 우유를 먹으려 들지도 않고, 그저 찢어질 듯한 소리로 울어 젖힐 뿐이었다. 마치 와넬 부부에게 항의라도 하는 듯 했다.
와넬은 아기의 조그마한 얼굴을 보며 양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정말 대책이 안 서는군. 어린 아기한테 호통을 칠 수도 없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얼굴까지 새빨갛게 되어 필사적으로 울고 있는 아기가 안쓰러운 한편, 귀청이 찢어질듯 울리는 그 곱지 않은 울음소리에 짜증이 났다.
‘나를 위해서나 아기를 위해서나 얼른 울음을 그치게 하는 것이 좋겠군.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는 되도록이면 정신을 가다듬으려 애쓰며 기억을 더듬었다.
‘아! 맞아. 자장가를 들려주어야겠다. 조용한 음악을 들으면 아기가 정서적으로 안정이 될 거야.’
그는 언젠가 육아잡지에서 읽은 기사의 한 구절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사실 그 조언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는 문제였지만, 그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와넬은 자신이 즐겨듣던 피아노곡의 음반을 전축에 살며시 올려놓았다. 그동안에도 아기는 쉴 새 없이 울고 있었다.
‘이런’
와넬의 입에서 낭패의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감미로운 음악소리가 나올 것으로 여겼던 전축에서 요상한 소음만이 나왔기 때문이다.
‘또 말썽을 부리는군. 이걸 어쩌나?’
그는 멍하니 전축을 바라보다 드라이버와 펀치가 들어있는 연장통을 집어 들었다.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
작은 연장을 들고 전축으로 다가서는 순간이었다. 그는 문득 주위가 갑자기 조용해진 것을 깨달았다.
‘어! 이상하네. 아기가 울음을 그쳤네?’
그는 요람으로 가 아기의 모습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혼자 남겨진 아기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울음을 그치고 잠이 들다니.
‘울다가 지쳐서 잠이 든 것인가?’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연히도 아기가 울음을 그치고 잠든 시간이 자신이 전축을 켠 시간과 일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설마! 전축이 내는 소음을 듣고 울음을 멈춘 것인가?’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전축의 소음이 자장가 역할을 하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연으로 치부해버리기엔 어쩐지 개운치 않았다.
‘그래. 실험을 해보자. 머리 속에서 추측만 해선 알 수 없어. 이 넓은 지구에서는 하루에도 몇 백번씩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니까.’
그는 전축에서 나는 소음을 녹음하고 이웃에게 양해를 구해 아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모두 우는 일이라면 둘째간다면 서러워할 만큼의 울보들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실험 날, 와넬의 집은 한꺼번에 울어 젖히는 열명의 아기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자! 자 제발 조용히 해라.”
와넬은 막무가내로 우는 아기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아기들이 그의 말을 들을 리 만무했다. 아마도 그들의 부모가 온다 해도 달래지 못할 것이었다.
‘좋았어. 딱 알맞은 상태로군.’
그는 이제 막 나타날 효과를 기대하며 전축에 전원을 연결했다. 그러자 예의 그 소음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토록 울던 아기가 서서히 진정을 하더니 잠이 드는 것이었다. 실험을 시작한 지 30만에 열명 중 무려 아홉 명의 아기가 곤히 잠들었다. 와넬 자신조차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이럴 수가! 이건 정말 대단하다!”
와넬은 성공을 예감하고 기쁨에 넘친 환호성을 내질렀다. 정말 우연하게도 그에게 성공의 기회가 다가온 것이다.
그로부터 얼마 후, 그는 빅터 음악공사와 계약을 맺었다. 전축에서 흘러나온 소음을 카세트에 담아 상품으로 내놓게 된 것이다.
“이 규칙적인 소음에 아기가 반응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기가 엄마의 뱃속에서 듣던 소리와 비슷하기 때문이죠. 낯선 생활환경에 아기는 스트레스를 받곤 종종 이유 없는 울음을 터뜨리며 항의를 하는 겁니다. 그러니 따뜻한 엄마의 뱃속에서 듣던 소리에 안정을 찾게 되는 거죠.”
와넬은 자신의 테이프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렇게 설명한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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